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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삼성 타임’은 돌아온다…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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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가장 큰 위기는 초격차 칼날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무기는 초격차뿐만이 아니다.

  • 기사입력 2024.03.18 17:00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반도체시장이 들끓고 있다. AI 고도화와 사물인터넷의 발달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한 까닭이다. 과거의 ‘반도체 사이클’은 의미가 없어졌다.

기업들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와우 뉴스를 쏟아낸다. 한때 반도체의 모든 것으로 통했던 인텔이 다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진심을 다하겠다며 일어섰고,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마이크론은 최신 5세대 HBM(AI 반도체에 탑재되는 고대역폭 메모리)을 엔비디아에 납품한다고 밝혔다.

대혼돈의 반도체시장이 펼쳐진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동안 ‘삼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다시금 ‘삼성의 쇼타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업계 저변에서 올라온다.

◆ 초격차와 HBM 돌파구

지난 2월 27일 삼성전자는 “24Gb(기가 비트) D램 칩을 12단까지 쌓아 올린 36GB(기가 바이트) HBM3E 12단 제품을 개발, 고객사들에 샘플을 제공했다”라고 밝혀 주목받았다. 직전까지 HBM3E 최고 적층 수는 8단이었다. 적층 수가 더 높은 삼성전자 제품은 인공지능 학습 훈련 속도가 평균 34% 향상되는 등의 장점을 지녔다.

삼성전자 발표는 마이크론이 HBM3E(24GB 8단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힌 다음날 나와 눈길을 끌었다. 마이크론 뉴스는 반도체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2진 취급을 받던 마이크론이 5세대 제품인 HBM3E를 개발한 것도 놀라운데, 보다 높은 기술이 요구되는 양산까지 성공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납품 고객사가 절대 고객, 을 중 을로 불리는 엔비디아여서 충격이 더 컸다.

마이크론의 와우 뉴스와 뒤이어 나온 삼성전자의 한 단계 높은 기술 뉴스는 과거 ‘초격차 삼성’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미국 혹은 일본 경쟁사들이 대단한 무언가를 해내겠다고 하면 즉시 “우린 이미 예전에 성공했고 곧 상용화 예정”이라고 발표해 국민적 자긍심을 한껏 고양시키곤 했다.

이번 이슈는 과거 대비 그리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24GB HBM3E 8H 제품과 삼성전자의 36GB HBM3E 12H 제품의 기술 수준 차이가 1~3달 차이에 불과해서이다. 마이크론은 자신들도 이르면 4월 중 12단 적층 HBM3E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36GB HBM3E 12H가 삼성전자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시장지배력을 가지려면 일단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라며 “고객사에 샘플을 보냈다는 건 주문을 받겠다는 뜻인데, 이는 ‘수율(收率·투입 수 대비 정상품 비율)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자신감의 뜻으로 해석됩니다”라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센터장은 “36GB HBM3E 12H 정도의 고사양 제품을 쓰는 곳이 현재 엔비디아밖에 없으니 샘플을 보내 거래를 타진하는 곳도 엔비디아일 것”이라며 “그간 삼성전자가 (시장 관계자들에게) 엔비디아 납품 질문을 받을 때면 (계약이 만족스럽지 못해) 굉장히 입이 무거웠는데, 이번엔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의) 진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라며 그 이유로 “현재 나온 HBM 가운데 삼성전자 제품의 물리적 특성이 가장 좋거든요. 필요 스펙을 조율하고 다른 조건을 맞추면 삼성전자가 HBM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 선제적인 GAA 공정 도입

요 몇 년 동안 ‘삼성전자 위기론’의 핵심이었던 파운드리 사업부에서도 바뀐 분위기가 감지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가 61.2%를, 삼성전자가 11.3%를 기록해 위기감을 키웠다. TSMC는 전분기 대비 3.3%p 증가한 반면 삼성전자는 1.1%p 하락했다. 45.5%p이던 점유율 격차는 49.9%p로 벌어졌다.

이 같은 점유율 격차는 ‘수율’ 문제에 기인한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과거 애플이나 구글, 퀄컴 등이 삼성전자에서 TSMC로 주문을 옮긴 적이 있었는데, 그 원인이 수율 문제였다는 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라며 “TSMC가 마진율을 40% 이상 남기는 데 비해 삼성전자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도 수율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올해 삼성전자가 반전의 기회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대 반도체 IP 기업으로 꼽히는 Arm과 협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주된 협력 내용은 Arm의 차세대 시스템온칩(SoC) IP를 자사의 GAA(Gate All Around) 공정에 최적화하는 것이다. Arm과의 협력은 삼성전자가 GAA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GAA는 ‘반도체 미세공정이 더 정밀해지면서 생기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기술 공정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삼성전자 수율 문제가 특히 도드라졌던 건 최신 공정인 GAA를 가장 선제적으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최신 기술은 적용 초기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차차 안정화하기 마련인데, 삼성전자가 이 시기를 먼저 거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3나노 1세대 모델에 세계 최초로 GAA 공정을 도입한 이후 현재에도 GAA 공정을 사용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여전히 FinFET(Fin Field Effect Transistor) 공정을 사용 중인 TSMC와 인텔 등 경쟁사들은 2025년 2나노 제품부터 GAA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때가 되면 한 번씩 등장하는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이야기도 최근엔 결이 많이 바뀌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2017년 LSI 사업부에서 떨어져 나온 이후 꾸준히 분사 루머가 돌며 한번씩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2022년에는 삼성증권에서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해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거론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분사 루머가 반복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김현재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반도체 설계도 하고 스마트폰도 만들잖습니까. 애플이나 퀄컴 같은 고객 입장에서는 ‘내가 맡기는 중요 설계도가 파운드리 사업부 바로 옆의 스마트폰 부서나 LSI 부서로 흘러가지 않는지’ 걱정할 수 있습니다”라며 “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잠재력이나 리소스 대비 평가절하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라고 말했다.

분사 시의 장점이 너무나 명확한 까닭에, 한때 업계 관계자들은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를 ‘언젠가는 맞이할’ 예고된 사실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시장에서도 ‘정부나 주주 눈치를 보느라 수년째 미뤄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이런 시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시대가 곧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의 ‘올인원(All-in-One)’ 특수성이 대단한 경쟁력으로 부각된 덕분이다.

◆ AGI시대, 단점이 장점으로

AGI는 AI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인공지능으로 ‘범용 인공지능’으로 불린다. 특정 조건에서만 적용 가능한 기존 AI와 달리 모든 상황에 두루 사용할 수 있으며 사람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능력을 지닌 AI로 이해된다. AI 개발에 몰두하는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이 모두 목표를 AGI로 상향하는 추세이며, 2020년대에 AGI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AGI 반도체 설계와 생산, 제품 적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업을 다루는 전 세계 유일의 기업이다. 앞서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설계하는 LSI 사업부와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부, 스마트폰 및 가전기기 사업부를 모두 가지고 있어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지만, AGI시대에서는 이런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된다. AGI 선점을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각 부문의 역량이 총동원되는 것에 더해 유기적으로 집약돼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역시 이를 인지하고 삼성전자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 각각 한국을 방문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역시 삼성전자 미팅에서 AGI 관련 협업을 비중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적극적으로 AGI시대를 준비 중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AGI컴퓨팅랩을 신설해 AGI 반도체 개발에 나섰으며 이스라엘 등 국가에서 세계적인 석학들을 수급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무리하게 GAA 공정을 선제도입한 이유도 GAA 공정이 AGI 반도체 제작에 특화되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복수의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다음과 같이 기대한다. “반도체만 잘라놓고 봐도 삼성전자처럼 메모리도 하고 비메모리도 하고 파운드리까지 다하는 업체가 없습니다. 또 생산에 있어서도 칩 설계부터 후공정까지 다 다루니까 다른 곳들이 중간 제품을 여기저기 옮겨가며 조립하는 것 대비 경쟁력 차이가 명확하죠. AGI시대가 가까워올수록 삼성전자의 올인원 장점은 더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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