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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라이징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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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앤컴퍼니 ‘형제의 난’에 끼어들었던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실패로 뜻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실패의 뒷맛이 일반과 사뭇 다르다.

  • 기사입력 2024.01.23 13:40
  • 최종수정 2024.02.26 07:44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최근 주요 그룹사들의 사업 재편 및 구조조정 수요가 늘면서 M&A시장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경영권 분쟁이나 승계작업을 본격화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지분 관련 뉴스가 쏟아진다.

이들 뉴스 또는 뉴스 댓글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름들이 있다. 바로 사모펀드 운용사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MBK파트너스가 눈에 띈다.

◆ 경영권 분쟁에 끼어든 MBK

“주주들을 개똥으로 아는 총수일가보다는 MBK파트너스가 회사 가치를 훨씬 잘 올려줄 텐데”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 기사에 달린 네이버 댓글이다. 관련 내용을 다룬 기사들에선 비슷한 내용의 댓글이 많이 보인다.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진행한 공개매수는 MBK파트너스의 최근 거래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앤컴퍼니가 오랜 기간 경영권 분쟁을 겪었고 또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다. 형인 조현식 고문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하는 반면, 동생인 조현범 회장은 직접 경영 의지가 강해 마찰이 계속됐다.

MBK파트너스는 조현식 고문을 지지하며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 나섰다. 조현식 고문이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우며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한국앤컴퍼니가 아주 매력적이었을 겁니다. 회사 실적은 좋은데 주가가 계속 흘러내리기만 했거든요”라며 “조금만 지배구조를 손보면 실적에 걸맞은 시장평가를 받을 터이고, 자신들은 높은 차익실현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겠죠”라고 말했다.

한국앤컴퍼니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 확실시된다. 직전년에 이어 매출이 1조원대에 안착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동시에 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실적 호조는 지난해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추세적 흐름이었다. 하지만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2021년부터 줄곧 우하향 곡선을 그려 주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주가 저평가의 가장 큰 원인은 오너 리스크이다. 형제들의 경영권 다툼에 더해 현재 한국앤컴퍼니를 이끄는 조현범 회장이 계열사 부당지원 및 횡령·배임 건으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어서다. 앞서의 네이버 댓글은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 공개매수 실패에 난무하는 추측들

결과만 놓고 보면 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는 실패했다. MBK파트너스는 주당 2만 4000원에 한국앤컴퍼니 지분 20.35~27.32%를 사들일 계획이었으나,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 물량이 8.83%에 그쳤다. 최소 목표 수량인 20.35%에 미달하면서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계획을 철회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여러 이야기가 돌았다. 특히 ‘MBK파트너스가 처음부터 공개매수 실패를 염두에 두고 베팅했다’는 추측이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가 다른 거래에서의 협상력 제고를 위해 한국앤컴퍼니 이벤트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성동격서(聲東擊西)식 해석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VC와는 아주 달라서 이기는 게임 위주로 하고, 또 투자처를 고르는 데도 아주 신중합니다”라며 “이만큼 세간의 관심이 쏠릴 걸 모를 리 없고 그 기록이 레코드로도 남을 텐데 그간 MBK파트너스 행보와 비교하면 상당히 무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추측들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구조에 기인한다. 한국앤컴퍼니는 최대주주인 조현범 회장의 지분이 42.03%를 차지한다. 과반에 가까운 수준이라 MBK파트너스가 뜻한 바를 이루려면 나머지 지분을 거의 다 끌어모아야 한다. 혹여나 조현범 회장이 7.97% +1주를 우군으로 확보하면 MBK파트너스가 나머지 지분을 모두 모아도 실패한다. 조현범 회장의 지분율이 전체 지분의 절반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가 20.35%를 공개매수로 얻는 것과 조현범 회장이 7.97%를 추가로 확보하는 것을 비교하면 후자의 난도가 더 낮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세간의 추측들을 ‘억측’이라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당연히 조현범 회장의 높은 지분율은 고려됐습니다. 다만 조현식 고문 남매의 지분이 약 30%였기에 42대30 싸움으로 보고 들어간 거죠. 상장된 회사이고 유통 중인 주식이 있으니까요”라며 “저희 거래 중에 쉬운 건 하나도 없습니다. 한국앤컴퍼니 건이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딜이라 관심이 높았는데, 그렇다보니 억측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미지=MBK파트너스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MBK파트너스 홈페이지 캡처]

◆ 실패에도 높아진 이름값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는 실패했지만, 그것이 MBK파트너스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이벤트로 MBK파트너스 이름값은 더 올라갔다.

MBK파트너스는 ‘응모 주식 수가 최소 목표 수량에 미달하면 전량을 매수하지 않는다’는 계약에 따라 이번 거래에 거의 돈을 쓰지 않았다. 사모펀드 운용사로서 가장 중요한 ‘자본’ 손실이 없었다는 말이다.

대신 자본시장 영향력은 훨씬 확대됐다. ‘MBK파트너스가 오너기업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위상이 올라갔다’는 인식이 대내외에 확산한 덕분이다. 이번 일로 MBK파트너스는 우리나라 특유의 ‘산업자본>금융자본’ 인식을 깨뜨리는 상징적인 사모펀드 운용사가 됐다.

세간의 사모펀드 인식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이번 일을 다룬 많은 기사의 기저에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또는 기업이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사모펀드를 규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기사를 접한 일반 독자와 네티즌은 이에 동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모펀드 역할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기업의 방만경영이나 오너 리스크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또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수단으로 ‘사모펀드가 유용하다’는 생각이 확산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이제 경험이 쌓여서 아는 겁니다. 기존 경영인 혹은 오너들이 책임경영 또는 사태수습 운운하며 최고의사결정권자 자리에 있을 때랑 비교가 되거든요”라며 “사모펀드식 경영이 단기수익 모델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럼에도 차라리 사모펀드가 낫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 10조원 블라인드 펀드 ‘장전’

다른 성과도 있다. 이렇게 이슈가 되는 딜은 사모펀드 출자자인 LP(Limited Partners), 그중에서도 글로벌 LP들의 눈에 띄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한국 금융자본은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썩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아니다. 바로 옆의 중국이나 일본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또는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 장점이 명확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어중간한 리스크를 가지면서 보상은 이 리스크 대비해서도 불만족스러운 수준이어서다. 국가적 재난 상황 등으로 투자 대상의 시장가치가 절반 이상 할인돼야 들어오는 ‘약탈 자본’ 외 해외 투자자가 적은 이유이다.

MBK파트너스의 주요 출자자 명단에는 테마섹(싱가포르 국부펀드), CPPIB(캐나다 연기금), OTPP(온타리오 교직원 연기금) 등의 글로벌 기금들이 이름을 많이 올린다. 그간 MBK파트너스가 쌓아올린 트랙 레코드가 이들 기금에 신뢰를 준 덕분이다. MBK파트너스 출자기관은 국내외 150여개에 달한다.

한국앤컴퍼니 건을 통해 MBK파트너스는 글로벌 LP들에게 ‘더 큰 게임을 할 준비가 됐다’는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9월부터 신규 펀드레이징 중인 초기 설정액 70억 달러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가 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투자 대상을 특정하고 펀드레이징하는 프로젝트 펀드에 비해 블라인드 펀드는 출자자들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대규모 투자금 조성 후 운용사 편의에 따라 투자를 진행해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블라인드 펀드는 운용사에 깊은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만 LP들의 출자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오스템임플란트와 메디트, 넥스플렉스 등 굵직굵직한 M&A와 SK온, 마렐리 등 투자에 성공하고 또 연말에는 한국앤컴퍼니 건으로 통 큰 배포를 입증하면서 청신호가 켜졌다. 시장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창립 이래 최초로 10조원 규모 펀드레이징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주요 업계 및 재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마감한 1차 클로징에서 이미 4조원을 모집해 초기 설정액 70억 달러(9조 3471억원)는 올해 내 너끈하게 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며 “MBK파트너스가 10조원 규모 신규 블라인드 펀드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시장은 물론 재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사모펀드, 그것이 알고 싶다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또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MBK파트너스 및 기타 사모펀드 관계자 Q&A로 정리했다. 여러 관계자를 섞은 건 각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Q. 지난해 MBK파트너스는 아주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정작 주목받은 건 실패한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였다.

아쉬운 부분이 많다. 가십성 뉴스로 많이 소모된 것 같다. 우리(MBK파트너스) 이야기를 쓰면서 우리한테 문의를 한 언론사는 극히 소수였다.

Q. 사모펀드 역할은 무엇인가?

대체투자이다. 주식·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처 외에서 수익을 올리려는 수요가 있다.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기관 출자자들이 특히 그렇다. 이들은 연 5% 이상 수익을 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주식이나 채권시장을 보면 알겠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들은 시장이 나쁠 때에도 수익을 내야한다. 국민연금이 시장이 안 좋다고 수익을 못 내면 우리나라 국민들 노후는 어떻게 하나?

대부분 우리나라 국민은 우리의 간접투자자이다. 국민들은 자신이 가입한 공제회나 국민연금 등을 통해 우리에게 투자하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출자를 받아 위탁 운용사로서 신의성실과 선관주의 의무를 다한다. 누군가 쉽게 이야기해달라길래 “우리의 목적이자 의무는 연기금의 대체투자 수익률을 최대한 많이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웃음).

Q. 사모펀드는 주로 어떤 투자를 하나?

기업 경영권을 인수해 가치를 높인 다음 되파는 바이아웃(Buy-out), 경영권 인수까지는 아니지만 지분 일부에 투자하는 공개매수, 자금 대출, 성장자본 투자(Groth capital·성장이 필요한 기업에 투자) 등이 있다. 바이아웃이 제일 유명하다.

Q. 사모펀드가 만지면 망해가던 기업도 되살아나더라. 특별한 스킬이 있나?

사모펀드 운용사가 바이아웃에 성공하는 가장 단순한, 그러면서도 제일 중요한 스킬이 있다. △우리한테 돈을 맡기는 출자자 △우리 운용사 △우리가 투자한 기업의 임직원들. 이렇게 세 주체의 이해관계를 맞추는 거다. 세 주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 때 가장 큰 성과가 나온다. 기업이 잘되면 기업가치가 올라가니까 우리도 좋고, 임직원은 성과에 따라 충분한 보상이 돌아가니까 좋고, 연기금 같은 출자자들은 높은 수익률로 사회적 기대에 부응해 모두가 좋다.

Q. 투자 성공보수가 상당한 걸로 알고 있다.

우리가 하는 투자 가운데 쉬운 건 없으니까. 그런데도 실패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VC들은 100곳에 투자해서 한 곳만 대박나면 다 상쇄가 되지만, 우리는 실패율 맥시멈이 10% 정도다. 15%가 넘어가면 회사 문 닫아야 한다.

Q. 글로벌 성공보수 기준이 투자 성과의 20%로 알려져 있는데?

투자 건별로 달라서 일률적으로 말하기 힘들다. 성공보수 받는 조건도 개개 투자마다 다르고. 그리고 우리한테 돈을 맡기는 곳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가령 국민연금 같은 곳에서 우리가 투자 잘했다고 20%나 뚝 떼어서 줄까? 절대 그렇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

Q.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가 400개가 넘는다고 하더라.

사모펀드 운용사 400개 가운데 절반 정도는 이름만 등록하고 거의 활동이 없는 곳이다. 이름이 알려진 몇 사모펀드 운용사 외에는 영세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사모펀드 운용사 간 인수합병도 종종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 기관 출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는 곳이 있고, 개인 출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는 곳이 있다. 당연히 전자가 후자보다 규모가 크다. MBK파트너스는 국민연금, 행정공제회, 사학연금 등 국내 기관 포함 150여개 기관 출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는다.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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