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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SK그룹 “신사업 전환, 참 쉽죠?”

[Corporate Circles]
대다수 그룹사들이 신사업 발굴이나 사업 재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SK그룹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 기사입력 2024.03.06 08:00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부턴 그룹 경영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엔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상대적으로 그룹 경영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엑스포 심포지엄 만찬에 참석한 최 회장이 라펫 하다리 북마케도니아 BIE 대표에게 유치 지원을 부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부턴 그룹 경영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엔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상대적으로 그룹 경영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엑스포 심포지엄 만찬에 참석한 최 회장이 라펫 하다리 북마케도니아 BIE 대표에게 유치 지원을 부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K그룹이 비상하고 있다. 지난해 잠시 숨을 고르기도 했으나, 올해 1월 그룹 시가총액 기준 재계 2위에 다시 오르며 상승세를 재확인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자산을 기준으로 매기는 재계 순위에서는 2022년부터 확고부동한 2위를 수성 중이다. 시가총액에서는 LG그룹을, 공정자산에서는 현대차그룹을 누르고 올라섰다.

SK그룹의 웅비는 십수 년 전부터 이어온 사업재편의 결과물이다. SK그룹은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으로 대표되는 이동통신·정유 투톱체제에서 현재 BBC(Bio-바이오, Battery-배터리, Chip-반도체 앞 글자를 딴 신조어) 스리톱체제로 완벽 전환했다. GS 등 그룹사들이 사업재편에 고전 중인 것과 대비된다.

◆ 사업재편의 과정

SK그룹 사업재편은 2011년 하이닉스 인수를 그 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이닉스는 현재 SK그룹을 대표하는 기업이 됐지만, 인수 당시만 해도 인기가 없는 매물이었다. 당시 매각 주간사였던 외환은행(현재는 하나은행에 흡수됨)이 인수의향서를 100곳 이상에 보낸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하이닉스는 SK그룹 품에 안기기까지의 과정도 순탄치 못했다. 하이닉스 본입찰을 이틀 앞두고 검찰이 (최태원 회장의 비자금 의혹을 구실로) 핵심계열사 압수수색을 시작해서다. 시장에서는 하이닉스 매각이 또다시 표류할 것이란 예상이 주류를 이뤘다.

이때 최 회장이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최 회장은 자신의 긴박한 상황과는 별개로 하이닉스 본입찰 참여를 밀어붙였다. SK그룹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 순간이었다.

하이닉스 인수를 시작으로 SK그룹 사업재편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SK케미칼의 바이오사업 투자가 더욱 힘을 받았고, 2011년에는 SK바이오팜이 설립됐다.

SK케미칼은 2016년 세계 최초의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을 개발하고, 이듬해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대상포진 백신을 내놓아 주목받았다. SK케미칼은 2018년 바이오 사업부를 떼어내 그 유명한 SK바이오사이언스를 출범시켰다.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각각 2020년, 2021년 상장하면서 둘 모두 당대 최고 공모주 기록을 갈아치워 화제가 됐다. SK바이오팜은 지주사 SK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디스커버리에 종속돼 SK그룹 바이오 사업부의 원투펀치를 이룬다. SK디스커버리는 지분구조만 보면 SK그룹과 독립돼 있으나,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이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인 최창원 부회장이 최대 주주여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SK그룹에 편입해 생각한다. 사회적 인식 역시 마찬가지이다.

배터리 사업부 역시 바이오 사업부와 비슷한 시기 궤를 같이 해 그룹 주요 사업으로 떠올랐다. 초기 배터리 사업은 SK이노베이션이 주도권을 잡고 진행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0년대 초반부터 현대·기아차는 물론 벤츠, 포드, 폭스바겐, 페라리 등 해외 유명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 배터리 납품을 시작했다. 2021년에는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SK온을 탄생시켰다.

SK온은 SK이노베이션 후광으로 순식간에 덩치를 키웠다. SK이노베이션은 물적분할 당시 5년 동안 17조원 투자를 약속하고 이후 각종 인수합병을 주도해 SK온의 살을 찌웠다. 덕분에 SK온은 2024년 현재 전기차 배터리 부문 글로벌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 BBC 사업부 부진

BBC가 주력 사업으로 안착하면서 SK그룹의 주요 악재 역시 이들 사업부로부터 발원하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해 SK그룹이 잠시 휘청였던 것도 BBC 사업부 부진에 기인한다.

특히 2022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지속된 SK하이닉스의 영업적자가 뼈아팠다. 2018년 20조 8437억원이라는 전대미문의 영업이익을 올린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조 730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되레 그룹 실적을 갉아먹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하며 한숨 돌렸지만, 2020~2021년 인텔로부터 인수한 중국 다롄 낸드공장과 미국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사업부)이 계속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막대한 차입금을 들여 인수했으나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견제가 본격화하며 중국 다롄 낸드공장은 준(準)식물상태가 됐고, 미국 솔리다임은 2년 동안 약 7조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냈다.

SK온의 흑자전환이 계속 미뤄지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 SK온은 2021년 출범 당시 이듬해 흑자전환을 자신했으나 현실은 ‘올해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SK온은 2022년 1조 726억원, 지난해 5818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해 그룹 전체 실적에 부담을 안겼다.

바이오 사업부 원투펀치인 SK바이오사이언스과 SK바이오팜 역시 악전고투 중이다.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이래 첫 영업손실(-119억원)을 냈고, SK바이오팜은 부채비율이 130%대까지 치솟았다.

SK바이오팜을 비롯해 SK온, SK하이닉스 등 주력 BBC 계열사들의 높은 부채비율과 이에 따른 과다한 차입금은 고금리 상황과 맞물려 SK그룹에 지속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S&P는 지난해 2월 차입금 부담을 이유로 SK하이닉스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려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SK그룹의 총차입금 규모는 2018년 약 44조원에서 지난해 120조원 규모로 크게 늘었다.

◆ 올해부터 반등 시작?

다행인 점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BBC 사업부가 모두 반등 모멘텀을 맞았다는 것이다.

우선 가장 덩치가 큰 SK하이닉스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4분기 흑자전환했다. 당초 시장 컨센서스는 515억원 적자였으나 SK하이닉스는 3460억원 깜짝 흑자를 냈다. 12월에는 S&P가 신용등급 전망을 다시 안정적으로 수정하면서 자금운용에도 숨통이 트였다. SK하이닉스는 신용등급이 부정적으로 내려가자 회사채 대신 기업어음으로 자금을 융통해 우려를 키운 바 있다.

SK하이닉스의 깜짝 흑자전환과 신용등급 상향의 배경은 HBM 수요증가이다. HBM은 AI에 특화한 메모리 반도체로 SK하이닉스가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해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SK·TSMC AI 반도체 동맹 가능성’ 보도가 나오면서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확실한 건 없다”면서도 “SK하이닉스가 HBM시장에서 가진 선도적 지위 덕분에 AI 동맹에 끌어들이려는 여러 시도가 있을 수 있다”라며 “특히나 TSMC와의 동맹이 현실화한다면 현재도 HBM시장 절반을 독식하는 SK하이닉스의 시장지배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순차적으로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4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흑자(152억원)를 기록하며 올해 흑자전환 기대를 키웠다. 연간으로 시야를 넓혀도 지난해 영업손실을 371억원으로 틀어막아 전년비 940억원이나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 또한 내년부터 본격화할 신규 파이프라인 상업화로 실적 급반등이 전망된다.

SK온은 SK하이닉스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이석희 CEO가 지난 12월 수장에 오르면서 대전환을 예고했다. 대표적인 기술통으로 꼽히는 이 사장은 SK온의 ‘수율을 끌어올림으로써’ 흑자전환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창원 SK수펙스 추구협의회 의장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뛰어난 경영능력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SK바이오 사이언스를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진=뉴시스]
최창원 SK수펙스 추구협의회 의장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뛰어난 경영능력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SK바이오 사이언스를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진=뉴시스]

◆ 새로운·변화된 리더십

경영 안정과 쇄신이라는 상반된 성격의 두 바람이 동시에 부는 것도 SK그룹의 비상을 뒷받침한다.

SK그룹은 지난해 12월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하며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앉혔다. 최창원 의장은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아들이자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으로,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뛰어난 경영능력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최 부회장은 SK그룹의 여러 계열사를 환골탈태·환부작신시키고 프로야구팀 SK와이번즈(현재 SSG 랜더스)의 왕조시대를 연 장본인이다. 특히 사업 구조조정과 재편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섬유사업 중심이었던 SK케미칼을 바이오기업으로 전환,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배출케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최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으면서 SK그룹의 업무 긴장도가 부쩍 올라갔다. 최 부회장이 꼼꼼한 업무지시와 일처리로 임원들을 바짝 긴장시킨다는 전언이다. 지난 2월부터는 그간 월 1회, 평일에만 열리던 전략글로벌위원회를 격주 토요일 개최하기로 하면서 긴장이 더욱 높아졌다.

최태원 회장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게 된 것도 호재다.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지난해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상대적으로’ 그룹 경영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에서는 최 부회장이 쇄신의 칼날을 들이대고, 다른 한편에서는 최 회장이 경영 안정에 몰두한다면 시너지가 극대화할 수 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SK그룹은 신사업 준비를 매우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합니다. 반도체와 바이오 역시나 최종현 전임 회장님 때부터 연구조직을 둔다거나 스터디를 하는 식으로 준비해 지금 꽃을 피운 거예요. 그리고 지금 다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룹 내에서 넥스트 BBC와 새로운 퀀텀점프를 준비하려는 분위기가 읽혀요. 그룹 안팎에서 새로운 리더십, 변화된 리더십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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