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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의 진실…“그것은 아주 불편하다”

  • 기사입력 2024.03.20 06:00
  • 최종수정 2024.03.20 07:59
  • 기자명 MICHAL LEV-RAM & 이세연 기자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공장 건설 붐이 광범위한 환경 파괴를 일으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공장 건설 붐이 일면서, 이로 인한 환경 파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마이클 레브-람(Michal Lev-Ram) 기자에 따르면 2021년 9월 24일, 인텔(Intel)은 애리조나주의 챈들러(Chandler)에서 컴퓨터 칩 공장 두 곳의 기공식을 가졌다. 또 전국 곳곳에서 반도체 수요를 맞추기 위해 열을 올리며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 현장의 흙먼지와 중장비를 배경으로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Pat Gelsinger)는 참석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광경을 보세요. 이게 여러분을 흥분시키지 않는다면, 정말 맥박을 확인해 봐야 할 겁니다.”

피닉스(Phoenix) 인근에 펼쳐진 인텔의 계획은 놀랍다. 200억 달러를 투입해 새 공장을 세우고 있는데, 이는 수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개인용 컴퓨터와 데이터센터 서버에 쓰이는 반도체의 생산 능력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이처럼 인텔을 비롯한 곳곳의 활발한 반도체 생산시설 확장이 환경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도 거론되고 있다. 새 공장들이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고, 화학 물질로 환경을 오염시키며, 지하수자원을 고갈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청정실’에서 제조되는 반도체 칩 생산이 실제로는 꽤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과정임을 생각해 보면 이런 우려는 더더욱 확산된다.

손톱만 한 크기의 반도체 칩을 만드는 과정은 복잡하고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이에 대형 반도체 공장은 때에 따라 시간당 100 메가와트의 전력을 쓰기도 한다.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에 따르면 이는 정유 공장이나 자동차 공장 사용량을 웃도는 수준이다. 물론 매일 사용하는 물의 양도 100만 갤런을 넘어서고, 매년 수천 톤의 화학 폐기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여러 환경 위험을 줄이는 것이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최고급 칩을 제작하는 데 쓰이는 새로운 기술은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의 잠재적 출처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 과정을 깨끗하게 바꾸려는 산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칩 생산을 국내로 이전하는 것은 공급망 강화, 미국의 안전성 향상 등 많은 장점이 있다. 이는 조 바이든(Biden) 대통령이 2022년에 서명한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도입한 연방 정부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이다. 이 법안은 반도체 기업들이 국내 연구와 제조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유도하고자 약 530억 달러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승인했다. 이 정책은 효과를 보고 있다.

반도체 및 과학법이 시행된 이후 여러 칩 제조사들이 새 공장 건설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인텔은 애리조나(Arizona)의 새로운 공장들뿐만 아니라 오하이오(Ohio)에도 제조시설 착공에 나섰다. 또 엔비디아(Nvidia)의 주요 프로세서 제작사인 대만의 TSMC는 애리조나에 약 400억 달러를 들여 공장을 확장하는 중이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외국 투자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메모리 칩 제조업체인 마이크론(Micron)도 본사가 위치한 보이시(Boise)에 대규모 공장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530억 달러의 재정 유인책이 주어지면, 산업계가 반도체 및 과학법을 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모든 확장에는 비용이 수반된다. 인텔과 그 경쟁사들은 현재 더욱 친환경적이고 깨끗한 제조 방식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재정 지원을 이용하고 자사가 세운 야심찬 환경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그들에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텔은 자사의 운영에 대해 2040년까지 순배출제로(Net-zero emissions)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때문에 2022년 11월에는 반도체 칩 법안(CHIPS Act)이 서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반도체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새 그룹을 60개 창립 멤버와 함께 결성했다. 인텔의 최고 지속 가능성 책임자인 토드 브래디(Todd Brady)는 “우리 혼자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브래디는 28년 전에 인텔에 들어왔으며, 오늘날의 도전이 전 산업의 협력을 필요로 하지만 인텔은 수십 년 동안 지속 가능한 제조 방식을 발전시켜 왔다고 전했다. 브래디에 따르면 인텔의 탄소 배출은 2006년에 가장 많았으나, 재생 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면서 줄어들고 있다. 현재 인텔은 세계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93%를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깨끗한 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그러나 인텔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양은 여전히 막대하다. ‘컴퓨팅의 알 수 없는 환경 발자국: 탄소 추적(Chasing Carbon: The Elusive Environmental Footprint of Computing)’이라는 2020년 논문에 따르면 칩 제조가 전자 기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칩 제조 과정은 앞으로 더 에너지 집약적이 될 수 있다.

“최신 팹(제조 공장)들은 가장 진보된 칩을 위해 훨씬 더 많은 전력을 요구할 것이다”라고 논문의 공동 저자 캐롤-진 우(Carole-Jean Wu)가 말했다. 인텔과 경쟁사들은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뚜렷한 이유를 갖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그들의 야심찬 목표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신규 및 기존 반도체 클러스터들은 그들의 투자를 환영하고 있지만, 지역 사회와 단체들은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물 사용은 특히 애리조나(Arizona)와 같이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반도체 칩은 제조 과정 중 초순수로 세척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데이터센터에서 볼 수 있듯이 장비를 냉각하는 데에도 물을 쓴다.

하지만 인텔(Intel) 같은 회사들이 사용한 물을 청소 후 재활용하는 비중을 늘리면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인텔은 이미 미국과 인도에서는 사용한 물의 양을 넘어서는 재활용을 하고 있다. 또 새로운 사이트 출범 및 증가하는 물 소모량에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 모든 국가에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회사의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기 위해 비영리단체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에는 지역 사회가 물을 더 효율적으로 쓰도록 지원하는 활동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대부분 증발로 인한 물 손실을 보상해 준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무해한 환경물질을 개발하는 데에는 여전히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 환경에 해를 끼치는 여러 화학물질이 사용되어 대기 중으로 배출되고 있다. 아직 완공되지 않은 애리조나 캠퍼스의 새 시설들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분기마다 약 2톤의 유해 대기 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인텔의 브래디(Brady)는 전체 산업이 유해 화학물질 대체재를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칩 제조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칩 제조를 국내로 옮기면 일자리는 만들어지지만, 동시에 오염 문제도 가까이 오게 된다. 브래디는 “우리는 이를 감안해 2040년 목표를 설정했다. 해야 할 일이 많다”라고 말했다.

BY MICHAL LEV-RAM & 이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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