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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아시아나 인수 9부 능선 넘었는데(하)…코 꿰인 조원태 회장

[Corporate Circles]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020년 경영권 분쟁 당시 KDB산업은행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당시 KDB산업은행이 내건 조건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종점에 다다랐지만, 조 회장은 여전히 경영권 분쟁에 취약한 상태여서 관심이 쏠린다. 

  • 기사입력 2024.03.20 15:00
  • 최종수정 2024.03.20 15:01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 <[C.C] 아시아나 인수 9부 능선 넘었는데(상)…조원태 회장 ‘쓴웃음’> 기사에서 이어졌습니다.

◆ 코 꿰인 조 회장

KDB산업은행의 행보는 언뜻 과하다 싶을 정도로 조원태 회장에 우호적인 듯싶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았다. KDB산업은행은 바로 직전 HDC현대산업개발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려다 실패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2019년 12월부터 본협상에 들어가 매각을 눈앞에 뒀으나 이듬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며 판이 엎어졌다.

제1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을 정도였으니, 아시아나항공에 닥친 충격은 훨씬 더 컸다. 아시아나항공은 팬데믹 첫 분기인 2020년 1분기에만 2082억원 영업손실에 5490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부채비율은 6280%까지 치솟았다.

KDB산업은행은 팬데믹 이후 국적항공사 두 곳을 동시에 지원해야 했다. KDB산업은행은 과거 해운위기 때 한진해운 파산을 방조했다는 트라우마를 앓고 있어 어느 한쪽도 포기하기 어려웠다. 이 같은 배경을 고려하면 KDB산업은행의 제안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묘수였던 셈이다.

경영권 분쟁에서 조 회장의 백기사를 자처한 것에도 조건이 붙었다. KDB산업은행은 이 과정에서 주식처분위임계약을 걸었다. 이 계약에 따르면, 조 회장의 경영능력이 부실하거나 건전경영을 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설 경우 KDB산업은행이 임의로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 사실상 조 회장이 코를 꿰인 셈이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KDB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한 2020년 12월부터 주식처분위임계약 효력이 발생했다”라며 “조 회장이 (3자 연합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KDB산업은행에) 경영권을 맡긴 모습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 과도한 결합 조건

아시아나항공이 2021년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이어 2022년 당기순이익마저 흑자전환하면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꽃길만 걸을 것 같았다. 하지만 2023년 3월과 6월 영국과 중국 경쟁당국이 기업결합 조건으로 각각 7개, 29개 슬롯 반납을 요구하면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슬롯은 항공기가 공항에서 특정 시간에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로, 슬롯이 줄어들면 해당 노선의 수익성이 악화한다.

올해 2월에는 EU 경쟁당국이 유럽 중복노선 4개 이관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을 조건으로 내걸어 충격을 안겼다. 당초 가장 가혹한 조건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알짜 노선 슬롯 반납 정도를 생각했지 알짜 사업부를 통으로 매각하는 조건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2020년 1조 1359억원, 2021년 3조 1429억원, 2022년 2조 9864억원 매출을 올리며 팬데믹 기간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지난해 영국과 중국 경쟁당국 조건을 확인했을 때부터 두 항공사 결합의 시너지 효과가 예상만 못할 것이란 의견이 대두됐다. 올해 EU 경쟁당국의 조건을 확인한 이후엔 ‘파기’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2020년 KDB산업은행이 명분으로 내세운 게 ‘국적 항공사 통합으로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었는데, 그 명분에 전혀 부합하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라며 “(미국 경쟁당국 역시 EU 수준의 조건을 제시하면) 1 더하기 1이 2는커녕 0.8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진지하게 파기 선택지도 검토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EU가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을 걸었음에도 승인 발표 이후 (조원태 회장은) 관련 부서와 인원들에게 여러 명목으로 포상금을 제공했다”라며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전제로 KDB산업은행이 백기사를 섰던 만큼 조 회장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있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 나중엔 이겨야 하는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 필수 신고국 가운데 미국만 남겨 놓은 데다 조원태 회장의 의지가 강한 만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이변 없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껍데기만 남은 아시아나항공일지라도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문제는 조 회장의 경영권이다. KDB산업은행이 두 항공사 결합 이후 한진칼 지분을 매각해도, 매각하지 않아도 문제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 완료하면, KDB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명분이 사라진다. 게다가 KDB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외에도 HMM, KDB생명 등 굵직한 매물이 남아있어 빠른 공적자금 회수에 목이 타는 상황이다.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2024년 3월 현재 5.78%이다. 델타항공 포함 우호세력 지분을 모두 합해도 30%에 턱걸이하는 수준이어서 경영권 분쟁에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KDB산업은행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10.58%를 처분하면 언제든 KCGI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

KDB산업은행이 경영권 안정이나 건전경영 감시 등 명분을 내세워 한진칼 지분을 계속 보유해도 문제다. 조 회장이 EU 경쟁당국의 과도한 요구에도 별다른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KDB산업은행의 눈치를 봐야했기 때문이다. KDB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털고 나간다면 경영권 방어가 위태로워지지만, 그렇다고 KDB산업은행이 눌러앉는다면 코 꿰인 송아지마냥 앞으로도 계속 끌려다녀야 한다는 말이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현재가 꽤 안정된 상태라고 생각되지만,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출구전략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어록 중에 ‘사업은 처음엔 지더라도 나중에 이기면 된다’라는 말이 있는데, 지금이 창업주의 지혜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이하 박스기사]

◇ 과장된 아시아나항공 위기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아시아나항공이 큰 위기를 맞은 건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당시 위기설이 과장됐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위기설의 핵심근거인 ‘수천 퍼센트에 달하는 부채비율’은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다. 아시아나항공 한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리스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리스금액이 장부상 외화부채로 잡혀 혼란을 야기한 것”이라며 “(팬데믹으로 항공기들이 뜨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리스한 항공기들은 그냥 돌려주면 그만인데, 강달러 상황에서 (리스한) 항공기 가격을 통째로 부채로 잡아버리니 착시가 일어났다”라고 설명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위 의견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구조적 위기’를 고려하면 큰 차이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이 리스 자산이 많아 숫자상 임팩트가 더 커보였던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2017년부터 아시아나항공 주력인 일본이나 동남아 노선에서 LCC들과의 경쟁이 격화하며 차입이 늘고 이에 따른 이자 비용이 증가해 전체적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한 건 맞다”라고 말했다.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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