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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아시아나 인수 9부 능선 넘었는데(상)…조원태 회장 ‘쓴웃음’

[Corporate Circles]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020년 경영권 분쟁 당시 KDB산업은행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당시 KDB산업은행이 내건 조건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종점에 다다랐지만, 조 회장은 여전히 경영권 분쟁에 취약한 상태여서 관심이 쏠린다. 

  • 기사입력 2024.03.20 15:00
  • 최종수정 2024.03.20 15:02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가 미국 승인만을 앞두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일정이 길어지면서 ‘합병이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지만, 지난 2월 가장 까다롭다는 EU 집행위원회 심사를 통과하며 9부 능선을 넘었다. 2020년 11월 두 항공사가 합병을 발표한지 3년 3개월 만이다.

아시아나항공 흡수가 코앞이지만, 한진그룹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14개 필수 신고국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이권을 상당히 제한당한 데다 합병 이후 KDB산업은행 행보에 따라 경영권이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이다. KDB산업은행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10.58% 보유한 주요 주주이다.

◆ 분쟁의 서막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100%를 걸었다.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키겠다” 지난해 6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직전달 EU와 미국이 두 항공사 결합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조 회장이 확고한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언론은 평가했다.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조 회장의 멘트를 조금 다르게 받아들였다. 복수의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조 회장의 멘트는 “한진그룹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합병에 100%를 걸었다. 따라서 합병 과정에서 두 항공사가 많은 것을 포기하더라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라고 해석됐다.

이런 해석의 배경엔 2018년 11월부터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KCGI가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하며 오너가인 조씨 일가에 칼끝을 겨눴다.

당시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의 한진칼 지분율이 28.95%였기에 KCGI의 도전은 무리수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무렵 한진그룹은 대내외적으로 심각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시달리고 있었다. 2018년 조현민 당시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과 조양호 회장의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가사도우미 및 운전기사 폭행·욕설 사건, 일가의 조세포탈·밀수 사건 등이 연이어 터졌기 때문이다.

조씨 일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바탕으로 KCGI가 ▲국민연금(8.35%) ▲크레디트스위스(5.03%) ▲한국투자신탁운용(3.81%) ▲기타 외국인 투자자(6.09%)를 설득한다면 총 지분율은 32.38%로 충분히 할 만한 게임이었다. 앞서 국민연금이 한진그룹에 경영관리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공개서신을 보내면서 이런 기대를 더 키웠다.

◆ 등 돌린 남매

2019년 4월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와 같은 해 12월 조현아(현재는 개명해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탈로 한진그룹의 경영권 위기는 새로운 양상을 맞았다. KCGI는 1년여 만에 지분을 17.29%까지 확대한 데 이어 조 전 부사장과도 손을 잡았다. 동생인 조원태 회장의 총수 승계와 자신의 거취에 대한 불만이 조 전 부사장을 등 돌리게 했다.

여기에 2019년 9월부터 한진칼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반도건설이 합류했다. 반도건설은 2020년 1월 한진칼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KCGI·조현아·반도건설이 단일대오를 이루면서 이들은 3자 연합이라 불렸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며 2020년 경영권 싸움은 이전투구식으로 흘렀다. 상대방 측에 대한 견제와 자기 진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크고 작은 마찰이 계속됐다. 팬데믹 불황을 정통으로 맞은 대한항공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문제를 두고도 양측의 의견이 엇갈렸다.

3자 연합은 지속해 한진칼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율이 46.24%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대한항공 경영 위기가 심화하며 조원태 회장을 핀치에 몰았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운항률이 80% 이상 급감,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 백기사 등장

2020년 11월, 조원태 회장의 모든 고민을 일거에 해결해 줄 백기사로 KDB산업은행이 등장했다. KDB산업은행은 당시 경영난에 처한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이 인수하는 조건으로 조 회장의 백기사를 자처했다.

KDB산업은행의 제안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우선 KDB산업은행이 한진칼의 3자배정 유상증자와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8000억원을 조달하고 한진칼 신규 지분 10.58%를 가진다. ▶한진칼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대한항공의 2조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대한항공은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63.9%를 취득,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계열사로 품는다는 그림이다.

이 거래는 여러모로 조원태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직전까지 조 회장의 우호지분은 사우회까지 합쳐도 41.14%에 불과해 3자 연합의 46.24%에 뒤처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3자배정 유상증자로 KDB산업은행이 10.58% 지분을 새로 들고 오면서 조원태 회장 우호지분은 과반에 가까워지고 3자 연합 지분은 40%대 초반까지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 KDB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까지 몰아주면서 조 회장은 ‘경쟁사 없는’ 초대형 국적항공사까지 얻은 모습이 됐다. 3자 연합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단 1원의 사재출연도 없이, 오직 국민의 혈세만을 이용해 한진그룹 경영권 방어 및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하게 됐다”라며 반발했지만, 법원에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며 경영권 분쟁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3자 연합은 주식 공동보유계약 종료에 따른 특별관계 해소로 2021년 4월 와해됐다.

※ <[C.C] 아시아나 인수 9부 능선 넘었는데(하)…코 꿰인 조원태 회장> 기사로 이어집니다.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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