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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신성장동력 확보에 애타는 GS그룹

[Corporate Circles]
“과거의 안락함이 독이 돼 돌아와”

  • 기사입력 2024.01.29 15:44
  • 최종수정 2024.02.26 07:44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올해는 GS그룹이 창립 20주년을 맞는 해이다. 하지만 여전히 에너지, 건설, 유통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탈피하지 못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 노력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GS25 편의점.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였으나 최근 경쟁사에 바짝 쫓기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GS25 편의점.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였으나 최근 경쟁사에 바짝 쫓기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2004년 GS그룹이 LG그룹으로부터 인적분할돼 떨어져나왔다. 1947년부터 시작된 구씨와 허씨 가문의 아름다운 동행은 그 결말까지 담백해 현재까지도 회자된다.

당시 분할작업을 주도한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은 LG칼텍스정유, LG유통, LG건설 등 굵직한 세 개 계열사를 떼 오는 수완을 발휘했다. 오늘날의 GS칼텍스, GS리테일, GS건설로 이들 기업은 현재도 GS그룹의 근간을 이룬다.

문제는 GS그룹 창립 20주년이 된 2024년 현재에도 이들 3개 기업 위주의 사업구조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수·합병으로 그룹 몸집은 커졌지만, 주력 사업군을 더 늘리지는 못한 모습이다.

게다가 이들 사업체가 모두 변곡점을 맞고 있다. 에너지와 건설, 유통 사업 부문이 전환기를 맞으면서 이들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GS그룹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 에너지시장 변화 충격

GS칼텍스는 GS그룹 핵심 계열사이다. 그룹 캐시카우로서 전체 실적 포트폴리오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2022년 기준(이하 같음) GS그룹 전체 매출 94조 700억원 가운데 55조 6563억원을 GS칼텍스 혼자 올렸다. 전체 매출의 40%를 웃도는 수준이다.

당기순이익 의존도도 높다. 그룹 전체 당기순이익 4조 7240억원 가운데 2조 6699억원이 GS칼텍스에서 나왔다. 전체 당기순이익의 43%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팬데믹과 국제정세 급변으로 정유사업 업황이 널뛰기를 하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GS칼텍스는 코로나19 확산 원년인 2020년 7963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그룹 전체 실적에 큰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에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적자전환(-192억원)했다가 한 분기 만에 역대급 영업이익(1조 2053억원·3분기)을 거두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글로벌 에너지시장 변화도 현실화하는 중이다.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이 단기 이벤트라면,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비가역적인 ‘추세’이다. 항공, 해운 등 주요 수요 업종에서 강력한 환경규제를 잇달아 내놓으며 수소연료나 바이오연료 등의 대체에너지 사용이 늘고 있다.

GS그룹 한 관계자는 “GS칼텍스 실적은 국제유가에 따라 몇 조원이 왔다 갔다 하는데, GS그룹 실적이 (GS칼텍스 영향을 많이 받아) 이 흐름에 동조화돼 있습니다”라며 “GS그룹은 GS칼텍스 의존도를 낮추고, GS칼텍스는 정유 외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 부진한 합병 효과

GS리테일은 2021년 홈쇼핑 계열사인 GS SHOP과 합병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성과는 부진하다. 편의점,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채널 중심이었던 舊 GS리테일과 TV홈쇼핑 및 모바일 등 온라인 채널에 주력하던 GS SHOP의 합병은 시너지가 아니라 기존 경쟁력을 갉아먹거나 정체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두 계열사의 합병은 O4O(Online for Offline·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를 염두에 두고 진행됐다. 편의점 오프라인 인프라에 식품·세탁·청소·택배 등 밀접한 생활 서비스를 연결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마켓포(Market For)’를 론칭하는 등 참신한 기획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마켓포는 기존의 GS리테일 온라인 쇼핑몰들을 통합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마켓포는 운영의 문제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 새로운 이커머스 플랫폼은 쇼핑몰에 홈쇼핑 상품을 구겨 넣은 수준으로 운영됐다. GS리테일은 상품 구색을 늘리고자 반려동물용품 쇼핑몰 펫프렌즈와 간편식 생산업체 쿠캣 등을 인수했지만 기대한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쿠팡, 네이버 등 경쟁업체들이 더 방대한 상품 구색을 갖춘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 중이었던 까닭이다.

결국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는 ‘GS프레시몰’로, 방송·쇼핑 상품 판매는 ‘GS샵’으로, 오프라인 인프라 기반 서비스는 ‘우리동네GS’로 나뉘면서 GS리테일의 야심 찬 계획은 실패로 귀결되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주력 사업인 홈쇼핑과 편의점 부문의 각 산업 내 성장은 거의 멈추거나 경쟁사에 바짝 쫓기는 신세가 됐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관계자는 “O4O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정체된 홈쇼핑 사업을 살리기 위한 목적’이 큰 것처럼 운영됐습니다. 처음 밝힌 청사진과 달리 홈쇼핑 상품 판매채널을 늘리는 정도 역할에 그치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어요”라며 “차라리 편의점 사업 부문의 시장 우위를 견고히 다지면서 오프라인 위주의 옴니채널을 구축하는 작업을 선행했더라면 실패가 제한적이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GS리테일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드라마틱하지 않아 체감이 잘 안 될 뿐이다. GS리테일은 지난해 11월부로 GS프레시몰을 정리하며 편의점(우리동네GS)&홈쇼핑(GS샵) 이원화 체제로 이커머스 플랫폼 전략이 회귀했다. 여기에 2021년 인수한 요기요가 지속해 순손실을 기록하며 부담을 주고 있다. 과거 배송 강화를 위해 투자했다가 결국엔 전액 상각 처리한 메쉬코리아의 악몽이 떠오른다.  

◆ ‘순살자이’ 낙인

GS건설은 지분구조만 보면 GS그룹과 독립돼 있다. 2005년 계열분리하면서 지주사인 (주)GS가 GS건설 지분을 모두 처분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GS건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서 매번 비껴 나 있다. 다만, 허씨 일가가 지분 다수를 보유 중이어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GS그룹에 편입해 생각한다. 사회적 인식도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4월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축 현장 붕괴사고로 GS건설은 큰 위기를 맞았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직권으로 ‘영업정지 8개월’이라는 최고 수위 행정처분을 내렸다. 여기에 입주민 보상과 재시공 등 비용으로 1조원대 출혈이 예상돼 브랜드 이미지와 실적 모두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GS건설은 사고가 반영된 지난해 2분기 실적에서 413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재로서는 GS건설에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GS건설 전체 매출에서 건축·주택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에 달해서이다. 내수용 성격이 강하고 신사업 부문 성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올해 국내 건설경기가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GS건설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

GS건설은 ‘5대 대기업 건설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해외건설 부문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다. 지난해 전체 해외건설 수주가 333억 달러에 달했지만, 이 중 GS건설 수주는 9억 69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상위권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각각 71억 5300만 달러, 69억 4200만 달러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GS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63억 7900만 달러), SK에코엔지니어링(19억1600만 달러), 대우건설(16억 8600만 달러) 등에도 크게 뒤졌다.

한 시장 관계자는 “GS건설의 그간 성과는 시장 상황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최근 몇 년간 건설 경기가 호황이었던 데다, 소비자들이 아파트 브랜드를 따지기 시작하면서 상위 건설사 위주로 후광을 많이 봤습니다”라며 “다만 (GS건설이) 자이 브랜드의 고급화 이미지 전략을 잘 짜 실행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합니다”라고 말했다.  

GS프레시몰은 GS리테일이 야심차게 준비한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였다. 하지만 경쟁력 부족 등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문을 닫았다. [사진=셔터스톡]
GS프레시몰은 GS리테일이 야심차게 준비한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였다. 하지만 경쟁력 부족 등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문을 닫았다. [사진=셔터스톡]

◆ 신성장동력 갈망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세 사업 부문이 휘청이기 이전부터 신규 주력 사업의 필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허 회장은 2020년 회장 자리에 오르자마자 미래사업팀을 신설하고 오너가 인물인 허서홍 부사장을 내정했다. 2021년에는 ‘뉴 투 빅(New to Big)’ 전략을 천명하며 새로운 주력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뉴 투 빅 전략은 투자 및 인수·합병 방식으로 실현 중이다. GS퓨처스, GS비욘드, GS벤처스 등의 VC 및 CVC가 설립됐고, 그룹 혹은 계열사 차원의 M&A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2021년 진행된 휴젤 인수 건은 GS그룹 역사에 보기 드문 빅딜이었다.

허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각 계열사에서도 신사업 발굴에 더 많은 힘을 싣기 시작했다. 이는 기존 주력 3사도 마찬가지였다. GS칼텍스는 석유화학 부문을 강화하며 탈정유 드라이브를 걸었고, GS리테일은 오너가 출신의 허치홍 전무를 신사업추진실에 앉히며 무게를 실었다. GS건설 역시 신사업부문 대표에 오너가 사람인 허윤홍 사장을 선임해 막중한 책임을 지게 했다.  

◆ 더 민첩하고 단단해져야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갈망은 크지만, 전망이 밝은 건 아니다. 성과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우선 허태수 GS그룹 회장 본인부터 내세울 만한 뚜렷한 성과가 없다. 허 회장은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그룹 회장직을 맡기 전인 2019년까지 국내외 스타트업 직접투자 및 펀드투자에 3300억원가량을 사용했다. 당시 투자한 기업만 600여곳에 이르지만 알려진 성과는 거의 없다. 허 회장은 ‘선제적인 위기의식을 가졌다’는 점에서만 높은 평가를 받을 뿐이다.

계열사들 현황도 비슷하다. 2020년부터 GS리테일 신사업추진실을 총괄한 허치홍 전무 포함 앞서 언급한 계열사들의 노력이 큰 빛을 발한 사례가 아직 없다. 에너지, 건설, 유통 사업 부문이 시장 호황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구가할 때 그 흐름을 탔을 뿐, 위기를 극복하거나 판을 뒤집는 ‘실력’을 보여준 계열사나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성장동력에 목을 매기엔 여전히 GS그룹의 상황이 꽤나 안정적이어서 위기감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랜 시간 호황이 계속됐거나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군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한 만큼 GS그룹의 보수적이고 느린 경영문화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어요”라며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큰 위기를 거치면서 차세대 오너들이 (이전 세대와 구별되는) 더 민첩해지고 단단해지는 과정이 필요한데 아직 그만한 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 이 콘텐츠는 포춘코리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3월호 ‘[Corporate Circles] 뜨는 1H, 지는 3H(가제)’로 이어집니다.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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