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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현대코퍼레이션그룹, 범현대家 의존과 홀로서기 사이

[Corporate Circles]
범현대가 수출보국 첨병이었던 현대코퍼레이션그룹(舊 현대종합상사)이 부흥하고 있다. 최근엔 제조업으로 사업 확장도 꾀하는 중이다.

  • 기사입력 2024.02.26 06:00
  • 최종수정 2024.02.26 16:41
  • 기자명 김타영 기자

[Why? 상사 업종에서 안정적인 뒷배가 있는 건 매우 큰 장점이다. 하지만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이 홀로서기한지 곧 10년이 되는 만큼 독자적인 실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이 부흥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코퍼레이션의 도약 덕분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요 몇 년 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까지 300억원 규모에 불과하던 영업이익이 2022년 600억원대로 뛴 데 이어 지난해에는 994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계열 분리된 이후 2년 연속 최대 실적 경신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화려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2021년 사명 변경 전 이름은 현대종합상사로 2000년 국내 기업 최초로 250억불 수출의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1976년 설립돼 범현대가의 수출 창구를 도맡으면서 2000년까지 황금기를 누렸다.

2000년대 들어 현대그룹에서 벌어진 경영권 승계 다툼은 현대코퍼레이션에 큰 악재로 다가왔다. 이 시기 여러번 최대주주가 바뀌다 2003년 현대그룹에서 떨어져나와 채권단 관리를 받았다. 2009년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인수하며 범현대가로 복귀했으며, 2015년 신사업 및 브랜드사업 부문을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로 분할시켜 현재의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2016년 현대중공업그룹에서 계열 분리돼 독자적인 그룹을 이뤘다.

◆ 범현대가 복귀 주도

‘범현대가 수출 첨병’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현대코퍼레이션이 범현대가로 남을 수 있었던 데에는 정몽혁 회장의 공로가 컸다. 그는 현대코퍼레이션이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을 때 일일이 사촌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해 이 상징적인 기업의 범현대가 복귀를 주도했다.  


정몽혁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초대 회장의 조카이다. 그의 아버지인 정신영 전 동아일보 기자는 정주영 회장의 다섯 번째 동생으로 ‘가장 똑똑한 동생’이라며 각별한 사랑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정신영 기자가 독일 특파원 시절 교통사고로 단명하자, 정주영 회장이 당시 두 살배기였던 정몽혁을 불쌍히 여겨 청운동 자신의 집에 데려다 키웠다.


2009년 이전까지 정몽혁 회장이 현대코퍼레이션에 특별한 이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범현대가 수출 첨병이었던 현대코퍼레이션이 6년 가까이 표류하는 것을 보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정몽혁 회장이 구명작업에 나선 것”이라며 “그래서 당시 개인 자격으로는 가장 많은 7% 지분 투자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 여전히 범현대가에 의존

현대코퍼레이션그룹에서는 “다시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는 자신감이 역력하지만, 안팎으로 “범현대가 의존도가 여전히 너무 높다”는 지적 역시 만만찮다. 

시장에서는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의 범현대가 배경을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19일 현대코퍼레이션의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0(안정적)로 상향하며 “현대제철, 현대·기아차 등과 긴밀한 사업관계를 유지하는 철강, 승용부품 부문이 동사 외형 성장세를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범현대가 의존도는 사업 부문별 매출 구성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현대코퍼레이션은 범현대가 중에서도 현대제철, 현대·기아차, HD현대오일뱅크 등 기업과 특히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는 철강, 승용부품, 석유·화학 사업 부문이 전체 매출 구성의 90%에 달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그러나 범현대가 배경은 계열 분리한 현대코퍼레이션그룹에 ‘넘어야 할 산’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사 업종에서 혈연으로 엮인 안정적인 뒷배가 있다는 건 매우 큰 장점입니다. 국내 덩치 큰 상사들이 모두 그룹에 속해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라면서도 “다만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이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서기한지 곧 10년이 되는 만큼 범현대가 외 매출을 늘려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 사업 다각화에 분주

정몽혁 회장 역시 이들 내용을 인지하고 사업 다각화와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 현대종합상사에서 현대코퍼레이션으로 사명을 바꾼 것 역시 ‘무역 외 업종까지도 발을 넓히겠다’는 의중을 반영한 것이다. 이는 2010년대까지 고수했던 “새로운 성장동력은 지금 하고 있거나 잘 아는 분야에서 찾아야 한다”던 정 회장의 기존 생각에서 일부 탈피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후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은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주도로 유산균업체 ‘베름’에 투자한다든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프롤로그벤처스’를 설립·운영하는 등 활발한 투자 활동에 나섰다. 투자를 그 자체로 사업 다각화의 한 축으로, 또 신사업 발굴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된 글로벌전략회의에서 개회하고 있다. [사진=현대코퍼레이션그룹]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된 글로벌전략회의에서 개회하고 있다. [사진=현대코퍼레이션그룹]

◆ 제조업을 위한 여정

좀 더 눈에 띄는 변화로는 ‘제조업’ 확장까지도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은 2021년 2월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 영산글로넷과 함께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 HY오토솔루션(HY Auto Solution) 합작법인을 세워 주목받은 바 있다. 이 합작법인은 러시아에서 가동 중인 현대차 제조공장에 현지 생산 부품을 제공하겠다는 의도로 설립됐다. 

이듬해인 2022년 10월에는 일본 자동차 트렁크 보드 제조사 스기하라와 함께 인도네시아 브카시에 스기하라 현대 오토모티브(Sugihara Hyundai Automotive) 합작법인을 세웠다. 스기하라는 일본 완성차 업체 마즈다의 1차 협력사이기도 하다. 역시나 현대차 인도네시아공장에 현지 생산 부품을 조달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들 합작법인으로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은 제조업에도 한 발을 걸치게 됐다. 하지만 합작 파트너들이 제조를 맡고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은 판로 개척을 담당하는 식으로 운영돼 정몽혁 회장이 생각한 ‘완전한 의미’의 제조업 진출은 아니었다.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은 2021년 현대차 1차 협력사인 신기인터모빌이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를 타진해본 바도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까지 선정됐으나 실사 과정에서 여러 가지 돌발변수가 겹쳐 인수를 포기했다.

여기에 HY오토솔루션과 스기하라 현대 오토모티브 경험을 거치면서 현대코퍼레이션그룹에서는 ‘온전한’ 제조업 진출을 더 갈망하게 됐다. 현대코퍼레이션그룹 한 관계자는 “합작법인이 조인트벤처로 설립돼다 보니 저희가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괴리가 좀 있었습니다”라며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저희가 직접 제조업체를 운영해보자는 내부 의견이 더욱 힘을 얻었습니다”라고 말했다.

◆ 모든 가능성 열어놔

정몽혁 회장은 지난 1월 개최한 글로벌전략회의에서 “올해 최소 한 건 이상의 기업 인수를 성사시키자”고 강조해 이 같은 의지를 확고히 했다. 여기에 최근 현대차 출신의 부품 전문가를 다수 영입하면서 ‘자동차 부품 제조사 인수를 통한 제조업 진출’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전의 제조업 진출 시도와 M&A 전망이 자동차 부품에 집중되면서 일각에서는 “신사업 역시도 범현대가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현대코퍼레이션그룹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사를 인수한다면 현대·기아차에 납품할 수 있을지가 주요 검토 대상인 건 맞습니다”라면서도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 건 일본 토요타나 마즈다, 미국 스텔란티스 등 어느 완성차업체에라도 납품할 수 있는 경쟁력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A 대상이 자동차 부품 회사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모든 팀들이 활발하게 대상을 찾고 있습니다”라며 “저희 내부에서 3대 미래 사업으로 생각하는 로봇, 에너지, 리사이클링 중에서 나올 확률도 크고, 철강 가공 코일센터나 제철소 등도 물망에 오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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