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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리스크 하이 리턴’ AI 신약 개발, 중소 업체들도 이득일까

AI를 통한 신약 개발 활성화 가능성은 열렸다. 하지만 업체 간 R&D 격차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기사입력 2024.02.13 17:43
  • 최종수정 2024.02.13 19:15
  • 기자명 이세연 기자
[사진=셔터스톡]

[WHY?] 올해 제약·바이오산업 핵심 키워드는 AI다. 신약 개발 효율성을 대폭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 사업이 지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속성이 AI를 통해 '로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막대한 자원을 지닌 대형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중소 업체들과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나, AI 신약 개발 시장은 '자본 싸움'보다 '전략 싸움' 성격이 강해 중소 업체들에게도 승산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약은 한 번 개발에 성공하면 막대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국내 빅5 제약사 중 4곳(종근당·유한양행·대웅제약·JW중외제약)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도 신약 개발에서의 성과가 주원인이다.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신약 개발 기간은 평균 10년, 소요되는 비용은 수천억에서 수조원이다. 또 상당한 투자에도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대다수다. 제약·바이오산업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불리게 된 배경이다.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신약 투자 기간·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고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하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거나 기존 약의 새로운 효능을 찾아내는 과정이 수월해진다. 지난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세계 최대 바이오·헬스케어 포럼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참관 후 올해 바이오산업 핵심 키워드로 AI를 꼽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간한 '식의약 R&D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4억 1320만 달러(약 5300억원)에 그쳤던 각국 AI 활용 신약 개발 시장은 연평균 46% 성장해 2027년에는 40억 350만 달러 규모(약 5조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큰 이점에 너도나도 AI 삼매경

AI의 이점은 제약·바이오산업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적절한 신약 후보물질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약 개발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발견 단계'와 동물·사람에게 안전성·유효성을 시험하는 '임상 단계'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종류와 양은 매우 방대하다.

특히 발견 단계에서는 최소 5000~1만 개의 신약 후보물질을 탐색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수십 명의 연구자들이 1000여 편의 논문을 수개월 이상 살펴봐야 한다. 이렇게 해도 전임상연구(동물실험 등)를 통과할 수 있는 물질은 평균 10개에 불과하다.

반면 AI는 하루 동안 100만 편 이상의 논문을 동시 탐색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를 발견 단계에 활용할 경우 개발 기간을 절반가량 단축하고, 수조원에 달하는 개발비용도 약 6000억원 수준으로 줄일 것으로 전망한다. 홍콩의 AI 신약 개발 업체 '인실리코 메디슨'은 자체 개발한 AI 모델 '젠틀'로 섬유종 치료제 후보물질을 단기간에 발굴해 주목받은 바 있다. 젠틀은 일반적으로 5년간 수백만 달러를 투입해야 하는 작업을 46일 만에 15만 달러 수준으로 해결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인실리코 메디슨 사례 등이 이슈화되면서) 신약 개발에 있어 AI가 중요한 도구로 인식되는 상황"이라며 "물론 아직 AI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에는 여러 한계점이 존재하나, 특히 헬스케어 분야에 있어서는 두각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화이자, 모더나 등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도 빅데이터와 AI를 통해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개발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각각 AI를 활용한 임상 계획 설계 및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약 11개월 만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바 있다.

AI의 높은 활용도에 국내외 업체들의 관심이 뜨겁다. 구글의 신약 개발 기업 '아이소모픽'은 최근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 노바티스와 함께 저분자 화합물 신약 연구개발에 나섰다. 2022년 자사 AI 시스템 '왓슨 헬스케어' 사업을 매각했던 IBM도 지난해 4월 모더나와 mRNA 기반 치료제 및 백신 설계를 위한 AI모델 개발 계약을 맺고, 11월에는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생성형 AI를 활용한 치료용 항체 후보물질 발굴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0월 독일 제약사 '머크 라이프사이언스(이하 머크)'와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 및 신약 개발 전 주기 기술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머크의 소프트웨어 '신시아'를 신약후보 물질 발굴·검증·모니터링에 활용한다. 한미약품은 국내 바이오텍 '아이젠사이언스'와 AI 기반 항암제 연구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아이젠사이언스가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항암 후보 물질을 발굴하면, 한미약품이 자체 R&D 역량을 토대로 도입 여부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 업체 간 '빈부격차' 심화 우려도 나오지만

AI를 통한 신약 개발 활성화 가능성은 열리게 됐으나, 대형 업체와 중소 업체들 간 편차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형 업체들이 막대한 자원(자본,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AI 신약 개발에 뛰어들면서 중소 업체들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AI 신약 개발 시장은 '자본 싸움'보다 '전략 싸움'의 성격이 강해 중소 업체들에게도 승산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호철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연구기획팀장은 "자본과 리소스가 풍부한 대형 제약사는 AI 모델링을 더 빨리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I 신약 개발 시장은 '자본 싸움'이라기보다는, 연구 기관들이 어떤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에 대해 어떤 전략을 갖고 접근하는지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중소 업체들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신약 후보물질 발굴은 굉장히 난해한 분야다. 신약 성공률을 높이고, 신약의 가치를 높이는 건 자본에 의해 좌우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또 중소 업체도 IT업체와 오픈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상호 간 니즈가 맞아떨어져 지금으로서는 협력 체계가 활발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픈소스 및 오픈 콜라보레이션이 활성화돼 '데이터 빈부격차' 우려도 적다. 김호철 연구기획팀장은 "대형 제약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업체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오픈소스의 데이터 사이즈가 더 크다. 꼭 대형 업체들이 지니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개발하는 것이 반드시 유리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오픈소스로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단백질 구조 AI 예측모델 '알파폴드'를 들 수 있다. 알파폴드는 출시 2년 만에 약 100만 종의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2억 개의 단백질 구조를 분석한 바 있다. 알파폴드는 새로운 단백질이 주어지면 기존 데이터를 토대로 단시간에 구조를 분석할 뿐 아니라,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제어하는 물질을 예측할 수 있어 신약 개발 활용도가 높다.

정부 차원의 공공 데이터 확보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업별 의료데이터를 한데 모으는 'K-멜로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유럽에서 진행한 'EU-멜로디' 사업을 벤치마킹했다. EU-멜로디는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노바티스, 엔비디아 등 기업들이 약물 동태 예측 AI 모델을 개발한 대표적 협력 사례로, 개별 기업의 AI 모델보다 성능이 최대 4% 향상된 모델을 개발하는 결과를 낳았다.

K-멜로디는 EU-멜로디보다 더 발전된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김우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장은 지난해 '제약바이오 AI 혁신 포럼'에서 "EU-멜로디가 단순 AI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중앙화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면, K-멜로디는 이와 더불어 산업계에서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고도화된 AI 모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K-멜로디는 국내 22개 제약사와 다수 AI·IT 기업, 대학 및 공공기관이 참여할 예정이다.

/ 포춘코리아 이세연 기자 mvdirector@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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