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의료대란 장기화에 제약사 ‘난감’…건보 부담까지 지게 될까

‘전문 의약품’은 제약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의료대란으로 처방이 줄어들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 기사입력 2024.03.18 17:57
  • 기자명 이세연 기자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한 달째를 맞은 18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WHY? 의약품 소비 감소에 건강보험 부담까지 '2연타'를 맞을 수 있다.]

의료 대란 장기화가 병원에 악재로 작용하면서 제약사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대규모 건강보험 재정 투입 소식을 발표하면서 약가 인하 등 제약사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는 18일 서울 주요 빅5(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비상진료체계 운영 현황을 파악했다. 전공의 파업 한 달째인 지금, 빅5 병원이 심각한 경영난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의료업계에 따르면, 이들 하루 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10~20억원가량 줄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15개소 기준 수술은 약 50%, 신규환자 입원은 약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부 병원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서울대병원은 운영 자금을 마련하고자 기존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1000억원으로 늘렸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달 초부터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신청받았다.

병원이 맞닥뜨린 악재는 제약사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술 및 입원 감소로 인해 마취제, 진통제, 수액, 항암제 등 현장에서 사용되는 '전문 의약품(ETC)'의 처방 건수가 급감했다. ETC는 판매 마진이 높아 제약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종근당 등 전통제약사의 경우 ETC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민필기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일반 병의원은 경질환 의약품 사용 비중이 높은 반면 빅5 병원은 암, 중증질환 등 고가의 의약품을 많이 사용한다. 현재 제약사들은 이로 인한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13일 리포트를 통해 "수액 등 수술 관련 의약품 제조사와 내수 실적이 중요한 전통제약사의 올 1분기 실적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현재까지 파악된 제약사의 매출 영향은 제한적이나, 의료 파업이 한 달 이상 장기화될 시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제약협동조합 관계자는 "처방이 줄어드는 만큼 제약사들 실적에 타격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과거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 유행성 감염병으로 병원을 찾기 힘들었을 때는 '장기 처방'이 진행돼 제약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적었다면, 이번 의료대란은 처방을 '못'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보건복지부가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월 180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추가 투입하기로 해, 제약사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건강보험 총 지출은 100조원을 돌파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연평균 지출 증가율은 약 7%로 2026년에는 3072억원 적자 전환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월 1800억원씩 추가 지출하게 되면 적자 상태가 심화되고, 이는 (재정 충당을 위한) 약가 인하 등 제약사들에 부담이 지워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 6일에도 1285억원의 예비비 지출을 의결한 바 있다.

지금도 업계에서는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약가가 비교적 낮게 책정되는 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기등재약 상한금액 재평가'를 통해 지난해 9월에는 총 7677개의 약가를, 지난 3월 1일에는 총 1096개의 약가를 인하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초고령 환자 수가 증가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1800억원이라는 돈이 5개월간 지출되면 1조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면, 재정 건전화를 위해 약가 인하 흐름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이 부분을 두고 논쟁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의료 대란으로 발생한 병원의 손실만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해야 할 돈도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세이브(save)'된 만큼 병원을 지원해 주게 되므로, 제약사들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 대란으로 인해 제약사들도 매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제약사들의 재원을 끌어다가 쓰지는 않을 것이다. 제약사들이 망하면 의약품 공급원도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 포춘코리아 이세연 기자 mvdirector@fortunekorea.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