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파타고니아 인터뷰④] 지분을 넘겨라, 암호명은 ‘차카부코’

한스 콜(Hans Cole) 파타고니아 환경 캠페인 총괄 이사
힐러리 데스키(Hilary Dessouky) 파타고니아 법률 고문
K.콜리 케나(K. Corley Kenna) 파타고니아 커뮤니케이션 및 정책 책임자

  • 기사입력 2024.01.17 13:00
  • 최종수정 2024.01.18 10:43
  • 기자명 유부혁 기자

파타고니아가 환경 운동가들을 위한 회사가 된 것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구성원이 있어서다. 캠페인을 설계하고 법과 정책을 뒷받침해야 하며 오해 없이 전달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브룩스=유부혁 기자 chris@fortunekorea.co.kr 사진 표기식


한스 콜(Hans Cole) 파타고니아 환경 캠페인 총괄 이사.
한스 콜(Hans Cole) 파타고니아 환경 캠페인 총괄 이사.

이본 쉬나드와 라이언 갤러트를 만나고 든 생각은 이 일들은 언제부터, 누가 진행한 걸까 하는 궁금증이다. 이본 쉬나드는 결정을 내렸고 이를 정리, 소통한 사람이 있을 테니까. 기후위기를 위해 돈을 더 쓰고 싶어 했던 이본 쉬나드. 환경 캠페인 담당자의 입장도 궁금했다. 세 사람을 브룩스 캠퍼스에서 따로 만났다.

 

Q 파타고니아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는 환경이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요?

한스 콜 환경 캠페인 총괄 가장 직면한 위기는 기후이고 모든 건 기후와 연관되어 있어요. 최근 진행된 ‘MPA’ 해양 캠페인 활동의 일환인 ‘잘피(Jalpi)’가 좋은 예입니다. 해양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바닷속 토종 해초인 잘피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어요.

이 외에도 우리는 오래전부터 댐과 저수지의 환경적 악영향을 밝히고자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2014년 ‘댐네이션’을 시작으로 2016년엔 유럽 발칸반도의 댐 건설을 막기 위한 캠페인 ‘블루하트’를 전개했어요. 한국에선 강하천 생태계 복원을 위해 보를 철거하는 ‘푸른심장’을 진행했죠.

 

Q 1999년 제인 구달 연구소 부국장을 시작으로 오랫동안 환경 운동 책임자로 살아온 걸로 압니다. 파타고니아에선 전략적 환경 파트너십과 다양한 캠페인을 주도하셨죠. 그중 기억에 남는 성공적인 캠페인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자녀 중 누가 마음에 드냐는 질문처럼 어렵네요. 지난해 성과를 소개하는 게 좋겠어요. 미네소타와 알래스카의 노천 광산 프로젝트를 중단시켰거든요. 그대로 뒀다면 거대한 토지와 수로, 어종을 파괴했을 거예요.

또 하나는 알래스카 통가스(Tongass) 지역의 국유림 보호조치 복원입니다. 제가 15년 전 입사 2주 만에 파견돼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이 지역은 알래스카의 허파 역할을 하는 곳이예요. 1000만 에이커(약 122억 4000만 평) 정도의 성장림이 있는데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생태계 보호뿐 아니라 기후에도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런데 대규모 개발과 벌목으로 위협을 받고 있었고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지난해 보호 조치가 복원됐습니다.

 

Q 회사엔 어쩔 수 없이 돈을 버는 부서와 쓰는 부서가 있습니다.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조직 내 다양한 이해관계 또는 이슈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파타고니아의 사명인 환경보호 활동은 성공적인 비즈니스와 연결되면서 힘을 얻습니다.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업무를 하기 어려워요. 그리고 파타고니아에 입사해 다양한 팀에서 근속하는 이유는 어떤 업무든 회사의 미션과 연결돼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기업의 수익성과 목적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파타고니아의 독특한 실험이죠. 지금까진 성공했고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더 크고 긴 실험을 이제 시작한 거라 생각해요.


힐러리 데스키(Hilary Dessouky) 파타고니아 법률 고문. 2012년 파타고니아 합류 전 리바이스의 브랜드 및 소매 부문 수석 법률 고문을 지냈다. 재직 당시 지구 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업 비즈니스를 위한 법조인의 사명감으로 파타고니아에 합류했다.
힐러리 데스키(Hilary Dessouky) 파타고니아 법률 고문. 2012년 파타고니아 합류 전 리바이스의 브랜드 및 소매 부문 수석 법률 고문을 지냈다. 재직 당시 지구 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업 비즈니스를 위한 법조인의 사명감으로 파타고니아에 합류했다.

Q 이본 쉬나드와 가족들의 지분을 양도하기 위해 ‘차카부코’란 암호명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고 들었습 니다.

힐러리 데스키 법률 고문 차카부코는 칠레의 파타고니아 국립공원에 위치하고 있어요. 이본 쉬나드와 그의 친구이자 노스페이스 창업주인 더그 톰킨스가 자주 가던 곳이에요.

파타고니아는 2004년 파타고니아 보존 협회에 참여, 재정과 자원을 지원해 왔다. 2015년 이본 쉬나드와 더그 톰킨스, 릭 리지웨이 등 6명의 친구들이 파타고니아 일대에 새 공원을 만들기 위해 탐사를 하던 중 카약이 전복되며 더그 톰킨스가 이곳에서 별세했다. 2018년 이본 쉬나드와 더그 톰킨스의 아내이자 파타고니아 초대 CEO인 크리스 톰킨스가 차카부코 밸리의 땅을 매입하면서 파타고니아 국립공원이 조성됐다.

 

Q 이본은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고 지분 구조를 나눈 데는 건 시기적인 배경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어요?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사회복지단체에 대한 세금관련 조치가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501C4에 대한 기부금은 과세하지 않는다는 점이 2018년에 와서야 명확해졌어요. 그 전까지는 501C4에 기부한 금액에 대해서 기부자가 증여세 40%를 낼지, 사후에 재산세를 내야 할지 등이 확실하지 않았거든요. 파타고니아가 설립한 사회복지단체 유형이 501C4입니다. 501C4는 비영리 단체로 정치적인 기부나 로비를 할 수 있죠. 세금이 중요했던 건 기업의 소유주를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이예요.

2020년 정도에 이본은 회사 매각과 기업 공개 둘 중 하나로 기부할 돈을 마련할 고민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가족들과 1년 반 동안 이야기하면서 매각이나 기업공개가 당장 큰 자금은 마련할 수 있지만 기업의 가치를 보호하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거죠.

 

Q 상당히 빨리 진행됐네요.

이본과 가족들은 악화되는 기후위기 속도만큼 우리도 좀 더 빨리 대처하길 원했어요. 이사회 의장에게 전화해 “회사를 팔고 그 모든 돈을 (기후위기 대응에)활용해야 한다”고 했지만 심각하게 듣지 않았던 것 같아요. 3개월 뒤 다시 전화를 걸어 “이 일(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자금 마련)을 시작하지 않으면 그냥 포춘의 기업 리스트를 보고 회사를 사고 싶어 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죠. 금전적인 목적과 기업 철학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빠르게 모색하기 시작했고 신탁사와 비영리 단체에 지분을 양도해 두 가지 목적을 이루는 새로운 구조를 생각해 낸 겁니다.

 

Q 다른 주주는 없었나요?

네. 이본과 아내, 아들과 딸이 모든 지분을 가지고 있었고 모든 지분을 양도했습니다.

 

Q 결국 주식을 양도하는 대신 오너십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거군요.

주식의 재무적 가치는 모두 홀드패스트 컬렉티브와 퍼포즈 트러스트에 기부되어 회수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의결권을 통해 사실상 회사의 최종 관리인 역할을 하게 되죠. 이본과 가족 그리고 고문들이 퍼포즈 트러스트에 참여하고 있어요. 이들이 세상을 떠날 것을 대비해 이미 후임자들을 물색하고 있습니다.


K.콜리 케나 K. Corley Kenna 파타고니아 커뮤니케이션 및 정책 책임자. 힐러리 대통령 후보 연구 부국장, 미국 국무부 특별 보좌관 출신으로 랄프로렌 부사장을 역임. 파타고니아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략 개발과 실행을 담당하고 있다.
K.콜리 케나 K. Corley Kenna 파타고니아 커뮤니케이션 및 정책 책임자. 힐러리 대통령 후보 연구 부국장, 미국 국무부 특별 보좌관 출신으로 랄프로렌 부사장을 역임. 파타고니아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략 개발과 실행을 담당하고 있다.

Q 지배구조 개편 발표 직후 구성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직원들에게 어떻게 내용을 전달할지 고민하셨을 텐데요.

K.콜리 케나 커뮤니케이션 및 정책 책임자 지난해 여름 라이언과 힐러리가 제게 새로운 지배구조에 대해 이야기해줬습니다. 당장 구성원들의 일자리에 대한 우려가 떠올랐어요. 저부터 “그럼 일자리를 잃는 건가요?”란 질문을 했으니까요. 그래서 지배구조 개편 발표를 축하행사로 느끼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구성원 모두가 동시에 소식을 들을 수 있도록 조율했습니다. 발표 이후 구성원들은 자부심을 가졌고 긍정적인 반응이었어요. 하지만 모든 구성원이 지배구조 개편이 미래를 위한 방안이라고 이해한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Q 파타고니아는 대통령을 고소하기도 했죠. 민간기업에서 이런 의사결정은 어떻게 가능한 겁니까?

우리가 정부에 문제제기를 하는 의도는 정치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돈을 더 벌기 위한 목적도 아닙니다. 다만 환경이란 미션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에요. 급박하게 일어나는 일들이죠. 우리 일들이 진보적인 정치 즉 민주당에 가까울 거라 생각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Q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당선 직후 백악관에서 연락이 왔어요. 적대적인 관계였던 이전 정부와 달리 조언을 구하는 관계로 전환됐음을 말하더군요.

 

Q 최근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피로감이 있는 것 같아요. 파타고니아의 입장이 궁금합니다.

정치적 올바름이란 말은 조금은 트렌디한 느낌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파타고니아가 하는 일은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거나 누군가를 깨우치게 만들려는 건 아니에요. 최선의 방법으로 우리의 가치를 지키려는 거죠. 책임감 있게요.

 

파타고니아 주요 환경 캠페인

2017년 미국 국립 보호구역 지정 면적 축소 계획 취소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 대상 소송

2018년 유럽 발칸반도의 댐 건설 저지를 위한 환경 캠페인 ‘Blue Heart’

2018년 개인-단체 기부와 후원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 ‘Patagonia Action Works’ 개발

2023년 알래스카 채굴 및 시추 사업 반대를 위한 ‘Alaska Needs You’ 전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