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는 지난 50년 동안 꽤 큰 돈을 벌었고 그만큼 기부하며 자신들의 가치를 지켰다. 앞으로 50년, 100년 파타고니아는 지금까지 일보다 더 큰 일을 하고 싶어 했다. 기업 철학과 사명 빼곤 다 바꾸려는 이유다.

브룩스=유부혁 기자 chris@fortunekorea.co.kr 사진 표기식

이본 쉬나드가 없는 파타고니아. 언젠가는 그렇게 된다. 이본 쉬나드는 이를 위해 지난 2022년 9월 자신과 가족이 가진 파타고니아 지분 100%를 비영리재단과 신탁사에 양도했다.

이제 파타고니아는 어떻게 운영될까? 3개의 축으로 운영된다. 우선 의결권을 가진 주식 2%를 양도받은 신탁사 파타고니아 퍼포즈 트러스트(Purpose Trust)는 머리. 회사의 정관을 변경하거나 이사회 멤버 교체 권한을 통해 창업자와 파타고니아의 가치를 실행하고 지키는 역할을 한다.

의결권이 없는 주식 98%를 가진 홀드패스트 컬렉티브(Holdfast Collective)는 손. 파타고니아로부터 배당금을 받아 환경단체를 지원하고 캠페인을 진행한다. 나머지 하나가 파타고니아. 발의 역할을 한다. 파타고니아는 지주회사인 파타고니아 웍스 아래 의류사업을 담당하는 파타고니아 INC, 식품사업을 하는 파타고니아 프로비전, 서핑보드 기업 플레처 쉬나드 디자인으로 구성돼 있다. 퍼포즈 트러스트가 지켜보는 가운데 파타고니아가 돈을 벌고 홀드패스트 컬렉티브가 번 돈을 쓰는 셈이다.

파타고니아는 더 잘 벌어야 할까, 적당히 벌어야 할까. 라이언 갤러트 파타고니아 웍스 CEO가 내놓은 답은 “왜 버는지가 우선”. 이본 쉬나드는 “좋은 일을 하고도 파산한 기업이 되면 안 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두 번째 질문이다. 기업이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어려울까, 파산하지 않고 지속하는 것이 어려울까. 이본 쉬나드는 이 질문을 두고 ‘파타고니아의 100년짜리 실험’이라고 했다. 그 실험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 라이언 갤러트다.

Q 작년에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면서 회사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제 지구가 회사의 유일한 주주가 되는 전례 없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이 변화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이본 쉬나드는 지금 당장 기후와 환경 위기에 맞서 싸우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돈을 기부하고 싶어했습니다. 큰 목표 중 하나였죠.

다른 목표는, 파타고니아가 미래에도 계속 존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옷을 파는 파타고니아가 아니라 50년 가까이 쌓아온 가치를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회사를 말이죠.

이 두 가지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지배구조가 무엇인지에 대해 모든 옵션을 검토했지만, 현재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으로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아예 우리만의 비즈니스 모델, 우리만의 지배구조를 개발했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Q 파타고니아만의 비즈니스 모델. 예를 들어주시겠어요?

예를 들어 11월에서 12월로 넘어가는 연말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의류업계에게 있어서 한 해의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블랙 프라이데이 시기입니다. 모든 회사들이 치열하게 할인 경쟁을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정가를 고수합니다. 제품의 가격을 내려서 안 사도 될 제품을 사게 만드는 게 아니라, 고객들이 정말로 제품을 사야 하는 이유를 고민하게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에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수많은 제품 정보가 공유되고 있으며, 즉시 구매를 유도하는 상업적 활성화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매출확보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결정이었지만 우리의 가치에 부합하는 결정이죠.

Q 비상장 기업의 장점을 꼽아주신다면?

가장 분명한 장점은 우리가 행복하게 만들어야 할 거대한 주주집단이 없고, 이들에게 보여줘야 할 분기별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지구환경에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율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정을 내리면 대통령을 고소하는 일도 매우 신속하고 대담하게 진행할 수 있죠.

Q 지난 1년, 당신이 아는 홀드패스트 컬렉티브의 주목할 만한 성과는 무엇인가요?

지난 12개월 동안 기부한 금액이 대략 6000만 달러 이상이에요. 파타고니아가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의 약 3분의 1에 해당합니다. 우리가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의 규모와 속도가 완전히 다른 레벨로 크게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으면 먼저 돈이 있는지 파악하고 명분과 용도, 효과, 적절한 시기 등을 따져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시급한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빠르게 도울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일일히 나열하기는 어렵지만 알래스카, 알바니아, 아르헨티나 등지에 굵직한 지원이 있었고, 한국의 몇몇 단체에도 필요한 지원을 했습니다.

Q 회사에서 이본 쉬나드가 공식적인 직함이 없는데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음… 문화적인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 직함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본이 들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건 그가 창업자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영향력은 직함에서 나오는 건 아니에요.

Q 이본 쉬나드가 없는 파타고니아는 어떤 모습일까요?

당장 떠오르는 생각은, 확실히 재미없어질 것 같긴 합니다. 이본이 가진 혜안, 명료함, 대담함, 유머감각을 생각하면 그와 함께하는 것이 더 재미있는 파타고니아란 건 확실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할 일은 그가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그가 만들어낸 가치와 철학에 의해 지속될 수 있는 영속적인 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본이 없는 파타고니아. 신나지는 않지만 분명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우리가 언제가는 맞이해야 할거라 생각해요. 이본과 우리가 함께 쌓아온 목적의식, 가치,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는 미래에도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이 있고 잘해 나갈 자신도 있습니다.

Q 새로운 리더십이 유지해야 할 것, 지켜야 할 것, 또는 버려야 할 것이 있어야 한다면 무엇일까요?

파타고니아의 사명, 가치, 철학은 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보아온 변화(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구매하는지, 아웃도어 활동을 어떻게 즐기는지)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겁니니다. 인공 지능은 말할 것도 없고, 기후위기의 속도도 그렇습니다.

역설적으로, 우리가 뭔가를 바꿔야 할지에 대한 결정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게 무엇인지 명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타고니아를 파타고니아답게 만드는 것.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가치와 행동의 결합, 이런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먼저 잘 이해하고 있으면,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한 가지. 우리가 하는 일에는 꽤나 진지한 것들이 많지만, 정작 이 일을 하고 있는 파타고니아 직원들은 일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항상 즐거움을 찾으려 하고, 웃으며 일하고 장난도 많이 칩니다. 저는 이것이 파타고니아가 가진 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Q 흔히들 삶과 사업에 있어 방향과 속도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파타고니아는 방향이 정해졌으니 속도 조절만 잘하면 되는 걸까요?

방향성과 속도는 파타고니아에서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저는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은데 “Why”, 무언가를 하려는 이유입니다. 즉,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우리의 가치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Why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것이 명확해야 방향성이 정해지고, 그다음에는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하죠. 속도감이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