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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인터뷰②] “공화당마저 우리를 신뢰하는 이유는 진정성과 일관성 덕분”

빈센트 스탠리(Vincent Stanley) 파타고니아 최고철학책임자

  • 기사입력 2024.01.16 13:00
  • 기자명 유부혁 기자

돈을 잘 버는 일도 쉽지 않은데 돈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며 50년을 성장한 파타고니아. 최고 철학 책임자인 빈센트 스탠리가 꼽은 비결 3가지는 다음과 같다.

정해진 기준을 따르는 리더십과 자유로운 구성원, 혼란과 해석의 여지를 없애주는 기록과 문서. 그는 돈을 어디에 쓸지가 명확해야 돈을 버는 과정이 즐겁다고 믿는다.

브룩스=유부혁 기자 chris@fortunekorea.co.kr 사진 표기식


빈센트 스탠리 파타고니아 최고 철학 책임자. 1973년 파타고니아 설립 당시부터 회사와 함께하며 성장과 방향 설정에 기여한 인물.활발한 외부 강연을 통해 파타고니아의 환경 캠페인 동참과 참여를 알리고 있다.공정 무역 인증(2014)을 도입하고 삼성전자와 미세 섬유 저감 기술 개발을 협업해 제품 출시를 도왔다.
빈센트 스탠리 파타고니아 최고 철학 책임자. 1973년 파타고니아 설립 당시부터 회사와 함께하며 성장과 방향 설정에 기여한 인물.활발한 외부 강연을 통해 파타고니아의 환경 캠페인 동참과 참여를 알리고 있다.공정 무역 인증(2014)을 도입하고 삼성전자와 미세 섬유 저감 기술 개발을 협업해 제품 출시를 도왔다.

‘환경’이란 키워드를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회사의 경영상황과 상관없이 파타고니아는 계속해서 환경 관련 캠페인과 활동을 유지 또는 늘려왔기 때문. 회사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파타고니아의 방향 설정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 빈센트 스탠리다. 그가 꼽은 비결은 3가지.

첫 번째는 이본의 리더십이 매우 일관적이었으며,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관에 매우 충실한 방식으로 회사를 경영했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직원들 역시 자신들의 가치관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만든 기업문화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이러한 가치관을 문서화한 것. 처음 파타고니아 20년과 달리 이후부터 창업자와 직원들이 대화하고 나눈 가치관들을 구체적으로 문서화해 정리했다.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들이 분명해졌고 파타고니아는 더 빨리 변하고 성장했다.

1980년대 파타고니아가 급성장하기 시작했을 때, 이본은 맹목적인 성장이 목표가 아닌, 자신과 본인들이 매일 매일 출근하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 멋진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틈이 날때마다 직원들과 요세미티나 마린 헤드랜드 등 자연 속에 둘러 앉아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멋진 회사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치열하게 토론하곤 했다.

이 토론은 디자인, 생산, 영업, 마케팅, 회계, HR 등 부서를 가리지 않고 진행이 됐고, 여기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쌓이고 다듬어져 15년후에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Let My People Go Surfing)’이라는 책으로 만들어지게 됐다. 또 이후 십여 년 뒤에는 ‘리스판서블컴퍼니(Responsible Company)’라는 책으로 다시 정리됐다.

빈센트 스탠리는 “이렇게 문서화가 된 기록이 있으면, 직원 개개인이 일상의 업무에서 크고 작은 질문과 도전에 직면할 때마다 책을 열어보고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가 파타고니아의 성공에 기업 철학이 아주 큰 역할을 했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Q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대전제는 아마도 변하지 않을 것이지만, 세상이 발전하고 변하는 과정에서 파타고니아의 철학과 전략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 데요?

파타고니아의 사명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대전제는 변하지 않습니다. 각기 다른 부서의 모든 구성원들은 이 대전제에 자신의 상황을 대입해 보며 질문과 도전이 있을 때마다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있겠죠.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합니다. 한 가지 예로 우리가 디자인 철학을 만들 때, 좋은 디자인에 부합하는 19가지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제품이 목적에 부합하는가? 내구성이 있는가? 다용도로 사용 가능한가?’ 하는 것이죠. 그러나 당시에는 없었던 ‘수선이 쉬운지’에 대한 기준은 20년 후에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2년 전, 우리는 기업문화의 핵심가치에 과거에는 없었던 항목인 ‘사회 정의’를 추가했습니다. 세상이 변하면서 사회의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으면, 마땅히 받아들이고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그것이 ‘리스판서블 컴퍼니’를 새롭게 쓴 이유일까요?

맞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환경위기는 더 악화되었고,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추가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책에는 파타고니아의 식품 사업에 대한 비전을 추가했습니다.

의류 사업의 경우 환경에 ‘덜’ 피해를 끼치기 위한 방법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면, 식품 사업은 새로운 농법을 통해 건강한 토양을 만든다거나, 탄소 흡수율을 더 올린다거나 하는 등, 우리가 환경에 ‘더’ 이익을 줄 수 있는 여러가지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환경위기 해결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고, 이런 내용들이 새로운 책에 담겨있습니다.

 

Q 이런 노력들이 기후라든지 환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긍정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요즘 젊은 세대는 기후위기에 대해 과거 세대와는 확실히 다르게 교육받은 것 같고, 그래서 파타고니아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여 주고 빨리 반응하는 것을 느낍니다. 파타고니아의 직원들이 자신들의 가치 실현을 위해 일하는 것처럼, 고객들도 파타고니아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말하는 가치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Q 철학 임원으로서 회사에서의 일상적인 업무가 궁금합니다.

가장 메인이 되는 업무 형태는 내외부 강연입니다. 회사 내에서는 보통 한 번에 12명에서 15명 정도 규모의 세미나 형식으로 대화를 많이 하고, 새로 입사한 직원에게 파타고니아의 철학을 소개하는 것도 제 일입니다. 외부 강연은 대학원을 대상으로 많이 합니다. 예일대에서 10년 동안 환경학과와 경영학과 수업을 한 적도 있고, 우리의 철학을 배우고 싶어 하는 많은 기업들을 대상으로도 강연을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B-Corp이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Q B-Corp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B-Corp은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을 인증하는 제도입니다. 환경 영향, 지역사회 공헌, 직원 대우, 거버넌스 등의 부문에서 일정 점수를 충족하면 B-Corp 인증을 부여받게 됩니다. 파타고니아는 캘리포니아주에 속하는 B-Corp이고, 우리가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많은 대기업이 인증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면 유니레버가 있겠네요. B-Corp은 한 번 인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3년 후에 다시 심사를 통해 재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Q 빈센트 이후 다음 철학 담당 임원은 누가 되는 건가요? 후임자가 있습니까?

이본 쉬나드의 딸 클레어가 파타고니아의 철학에 대한 강한 애착과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 철학 담당이 되는가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파타고니아의 철학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장기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특정 몇몇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제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Q 2022년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한 해양보호 세탁기(에코버블)의 개발 히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의류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세탁기에서 걸러내지 못하면 결국에는 바다로 흘러 들어가서 해양 생물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결국엔 인간이 다시 먹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파타고니아도 의류 기업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오래전 이 문제를 발견하고 미국의 가전업체 몇 곳을 만나 이야기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한국에서 200여 명의 삼성 임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은 귀를 기울여 듣더군요. 그렇게 세탁기 개발이 시작됐습니다.

삼성전자가 매우 헌신적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프로젝트 이후 삼성의 CEO가 앞으로 모든 삼성 세탁기에 이 필터가 있어야 한다고 지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매우 감동적입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가 여론조사업체 해리스폴(HARRYS)에 의뢰해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를 선정했다. 파타고니아가 1위,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이 7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가 여론조사업체 해리스폴(HARRYS)에 의뢰해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를 선정했다. 파타고니아가 1위,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이 7위에 이름을 올렸다.

Q 파타고니아가 덩치가 훨씬 큰 기업들을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기업이 된 비결은 뭘까요? 최근 이본 쉬나드의 기부 외에도 선한 철학, 지속적인 캠페인 등이 있을 텐데요.

그 비결은 파타고니아가 처음 클라이밍 장비를 만들던 시절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규모가 아주 작던 그 시절에는, 우리가 만든 장비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우리의 친구들이었고, 장비를 어설프게 만든다는 건 그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과도 같기 때문에 제품을 허투루 만들 수 없었습니다.

최초에 암벽을 훼손하는 장비인 피톤에서 쵸크로의 혁신적인 변화를 꾀할 때, 이미 피톤에 익숙한 등반가들을 설득하는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등반자들과 대화하여 “이것은 우리가 마주친 문제이고, 이것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알려드릴게요”라고 이야기했고, 결국 그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고객을 우리의 친구로 생각합니다. 결코 고객을 얕보거나 기만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진정성과 일관성 때문에 사람들이 우리를 신뢰한다고 믿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악시오스 해리스(AXIOS HARRIS) 설문조사에서 공화당이 뽑은 신뢰받는 기업 중 6위에 뽑힌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파타고니아의 환경 정책에 반감을 갖고 있는 공화당원들도 우리에게 존중과 신뢰감을 갖고 있습니다.

 

Q 책임 있는 기업의 수가 증가했거나,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가요?

앞서 언급했듯, B-Corp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에너지 분야와 농업 분야에서 각각 재생 에너지와 재생 유기농 농업을 도모하려는 의식 있는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또 어느 기업의 폐기물이 어떤 기업에게는 원료가 될 수 있다는 자원 순환의 개념도 도입되고 있어, 매우 흥미로운 방식들로 책임 있는 기업을 꾀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죠.

 

Q 환경 이슈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내부적으로 어떤 반대의 목소리나 속도 조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지 궁금해요. 파타고니아가 대통령을 고소하는 등 논란이 되는 일을 할 때 마찰이 많습니까?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 파타고니아가 취하는 정치적 입장이 진보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거의 모든 경우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이 됩니다. 바로 ‘환경’과 ‘가족’이에요. 환경 보호 그리고 가족 복지를 위한 보육과 사회보험 등에 대해서 35년 이상 일관적인 목소리를 유지해 왔죠. 여기에 관해서는 크게 반대하는 직원이 있거나 논란이 있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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