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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인터뷰③] “우리 제품은 환경을 위한 청원서. 그러니 더 잘 만들어야죠”

제나 존슨(Jenna Johnson) 파타고니아 INC 사장

  • 기사입력 2024.01.17 07:00
  • 기자명 유부혁 기자

파타고니아도 알고 있다. 환경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만들지 않고 사지 않는 거라는 걸. 그게 어려우니 재생 소재를 개발하고 재판매도 시작한 것. 여기에 언패셔너블도 추가했다. 이 모든 것은 품질을 자부하기 때문이다.

브룩스=유부혁 기자 chris@fortunekorea.co.kr 사진 표기식


2010년 파타고니아 프로덕트 매니저로 합류, 테크니컬 아웃도어 디렉터로 핵심 신소재 개발을 지휘했다. 등반가로 활동하다 우연히 직장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꾸준히 MTB, 트레일링 러너, 스키 등 다양한 스포츠 커뮤니티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2020년 사장에 올랐다.
2010년 파타고니아 프로덕트 매니저로 합류, 테크니컬 아웃도어 디렉터로 핵심 신소재 개발을 지휘했다. 등반가로 활동하다 우연히 직장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꾸준히 MTB, 트레일링 러너, 스키 등 다양한 스포츠 커뮤니티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2020년 사장에 올랐다.

파타고니아의 모든 사람이 그런건 아니지만 많은 구성원들이 스포츠를 즐긴다. 파타고니아의 제품을 책임지는 제나 존슨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암벽 등반가로 남편과 전 세계를 여행하며 암벽을 등반했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시애틀의 작은 클라이밍 전문점에서 일을 하게 됐고 이후 관련 경력을 쌓아오다 2011년 파타고니아에 합류했다. 지금도 일과 암벽 등반을 병행하고 있다. 마치 지식과 경험의 퍼즐조각을 맞춰가는 것처럼.

암벽 등반에 따르는 모험은 주요한 결정을 앞둔 CEO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도 같은 생각. “모험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경청이 반드시 필요해요. 제 경험상 위험을 즐기는 스포츠는 커뮤니티 내에서 서로 존중하는 태도나 분위기가 강합니다. 계산할 수 있는 위험도 있으니까요. 이는 제가 하는 일 중에 피플 매니징에 영향을 끼쳤고 훌륭한 비즈니스 리더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됐어요.”

파타고니아는 폐그물 재생 신소재인 넷플러스를 개발했고 재생 유기농 인증을 추진했다. 유해화학물질인 PFC를 사용하지 않은 발수원단 PFC-Free를 개발하고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리사이클 다운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소재를 사용한다. 환경을 위한 결정이지만 한편으론 제품을 위한 혁신이기도 하다. 제품을 담당하는 제나 존슨은 혁신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결코 원하지 않는 건 우리가 만든 제품이 쓰레기 매립지에 종착하는 것이다.”

 

Q 소비 지향적인 시대에 파타고니아는 소비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 가요?

우리는 서로 상반되는 것들 사이에서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합니다. ‘꼭 필요하지 않다면 이 재킷을 사지 말라’고 했지만, 사람들이 새로운 물건을 사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선 프로그램과 재판매 프로그램은 우리 전략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이에요. 이를 통해 사람들이 새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이후 그 새로움이 싫증이 났을 때 쓰레기 매립지에 버려지지 않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첫째는 생산에 들어가는 자원의 양을 줄이고, 둘째는 수명이 다한 제품이 쓰레기 매립지에 쌓이지 않도록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품질 제품이 전제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나머지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Q 최근 뉴욕 한복판에서 옷 쓰레기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AI 영상을 봤어요. 리세일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의 기획 영상이었습니다. 패스트 패션 등 의류 폐기물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았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래 입고 수선해서 물려주는 것을 권장한다고 하셨는데, 어쨌든 파타고니아도 매년 새로운 옷을 출시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맞아요. 우리가 매일 씨름하는 질문입니다. 사실, 우리가 의류 산업에서 손을 떼면 더 이상 고민할 필요 없는 질문이긴 해요. 하지만 의류 브랜드는 너무도 많고, 이들이 기후 위기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파타고니아가 철수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신제품 생산에 매우 큰 노력을 기울이는 거에요.

의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을 근본적으로 줄이고 환경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다른 기업들이 이 모델을 보고 우리와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구의 탄소 발자국을 이상적으로 약 10% 정도까지 줄일 수 있어요.

 

Q 환경을 위해 품질을 생각한다.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파타고니아만이 가진 품질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가 있나요?

품질은 다차원적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가장 먼저 측정할 수 있는 것은 내구성입니다. 제품의 내구성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소재를 현장에 가져가 가장 극한의 조건에서 광범위한 테스트를 거칩니다.

둘째는 다기능성이에요. 파타고니아 대부분의 제품들은 여러 가지 상황과 스포츠에 사용될 수 있도록 고려되어 만들어집니다.

셋째는 지속 가능성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이 부분이 다른 기업에서는 품질을 생각할 때 일반적으로는 고려하지 않는 대목이에요.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배기스 쇼츠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구성이 뛰어나서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러닝, 하이킹, 수영, 서핑 등 다양한 스포츠에 활용할 수 있고, 폐그물을 재활용한 소재로 만들어졌어요. 여기에 단순하고 클래식한 디자인까지. 완벽하죠.

 

파타고니아는 내년 주요 키워드로 ‘언패셔너블’을 정했다. 오래 입고 물려 입을 수 있을 만큼의 품질을 강조함과 동시에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겠다는 것.
파타고니아는 내년 주요 키워드로 ‘언패셔너블’을 정했다. 오래 입고 물려 입을 수 있을 만큼의 품질을 강조함과 동시에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겠다는 것.

Q 파타고니아의 내년 키워드가 유행을 타지 않는 품질이라고 들었는데, 의류는 유행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언패셔너블은 많이 사고 많이 팔고 많이 버리는 패스트 패션 산업을 거부하는 우리의 가치와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조금 진부하게 표현하자면, 계절과 유행을 초월한 아름다움, 클래식한 아름다움으로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것은 못생겼다는 뜻이 아니라 소중히 여기고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란 의미입니다.

다른 브랜드들도 이러한 가치를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우리에게 품질의 본질에는 내구성이 기본으로 깔려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오래 지속되고 계절을 넘어 실제로 평생 지속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내구성과 수명이 길어서 친구에게, 가족에게, 소중한 사람에게 물려주고 싶은 제품. 마치 다 쓰고 나면 물려주고 싶은 소중한 선물과도 같은 것이죠.

 

Q 품질과 함께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고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걸 잘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브랜드의 가치에 동의하는 정도에 그칠 수도 있고요.

그래서 더더욱 제품과 품질이 중요합니다. 제품을 통해 우리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신뢰를 구축합니다. 신뢰를 깨트리면 지구를 구한다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구를 위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어렵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 과정을 품질의 원료부터 생산, 유통 과정을 세세히 들여다보고 설득할 기반을 마련하는 겁니다. 간단히 설명할 수 있죠. 그래야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이 우리가 내민 환경을 위한 청원서에 서명할 수도 있어요.

 

Q 재판매, 그러니까 중고 제품 판매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사업계획이 있는 건가요?

지금도 이미 리세일(Resale), 그러니까 재판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요. 온라인 플랫폼인 원웨어(wornwear.com)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소비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제품에 싫증이 나면, 파타고니아가 소정의 크레딧을 주고 제품을 되사 오는 방식이죠. 회수된 제품은 세탁과 상품화 과정을 거쳐 원웨어 플랫폼에서 다시 판매합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때때로 원웨어 마켓을 열기도 하고, 파타고니아가 자랑하는 원웨어 트럭이 전국을 여행하면서 의류 수선을 하거나 중고 제품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정말 멋진 프로젝트가 하나 예정돼 있는데요. 서울 파르나스 몰에 약 360m2의 공간에 의류 수선과 재판매를 위한 전용 매장을 내년 여름 오픈할 계획입니다.

 

Q 파타고니아가 말하는 지속가능성과 수익성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과 그 제품을 만들기 위해 쏟는 우리의 노력에 정당한 금액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소비자들이 존재해요. 큰 폭의 할인에만 지갑을 여는 고객들만 존재한다면 파타고니아는 살아남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세상에는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죠.

또한 우리는 쓸데없는 곳에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요. 슈퍼볼 광고를 하지 않고, 직원들이 해외출장 갈 때 일등석을 타는 경우는 없어요. 긴박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경문제가 아니라면 큰 비용을 쓰는 일이 많지 않은 것도 수익성 유지의 한 비결이 될 수 있겠네요.

 


브룩스 캠퍼스 내 R&D 센터 내부의 일부 전경.
브룩스 캠퍼스 내 R&D 센터 내부의 일부 전경.

넷플러스(NetPlusⓇ)

넷플러스는 파타고니아의 임팩트 투자 펀드인 ‘틴 쉐드 벤처(Tin Shed Ventures)’가 투자한 소셜 벤처 ‘부레오(Bureo)’가 칠레와 아르헨티나 등 남미 어촌 공동체에서 폐그물을 수거해 생산한다.

넷플러스 소재 사용을 통해 현재까지 1,600톤이 넘는, 바다에 버려진 폐그물을 재생했다. 기존의 플라스틱과 나일론 소재의 대안이자 파타고니아가 제시하는 가장 강력한 해양오염 개선 방안이기도 하다.

 

재생 유기농 인증(Regenerative Organic Certification)

파타고니아는 토양, 동물 복지, 사회 공정성 분야의 전문가와 기업인, 농업인과 함께 ‘재생 유기농 연대(Regenerative Organic Alliance)’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재생 유기농 인증(Regenerative Organic Certification, ROC)’을 개발하고 2022년 봄 최초의 유기농 인증 제품을 출시했다.

이는 미국 농무성의 USDA 유기농 인증에서 한층 발전한 세계 최고 수준 유기농 표준으로, 농장과 기업이 엄격한 재생 유기 농업 실행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골드, 실버, 브론즈 세 단계 인증으로 구분한다. 현재 2200명 이상의 농업인이 재생 유기농 인증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PFC-Free

수십 년 동안 발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의류에 사용된 코팅은 불소를 함유하고, PFCs(과불화탄소), PFOA(과불화옥탄산)라는 약어로 자주 언급되는 과불화 또는 폴리불소화 화학 물질에 의존해 왔다.

PFC는 아웃도어 산업 전반에 걸쳐 자주 사용되고 있지만 환경 호르몬을 유발하고, 분해가 잘되지 않는 특성을 가져 자연과 인체 내에 오래 잔존하는 유해 화학물질. 2019년 파타고니아는 첫 PFC Free DWR 제품을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모든 발수 처리와 방수막 소재에서 PFC-Free, PFAS Free를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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