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비교해 더 싼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 대출 서비스’가 개시된지 열흘이 지난 가운데 은행 간 금리 인하 경쟁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하며 ‘흥행 몰이’에 나섰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신청받은 온라인·원스톱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대환) 규모는 1조 595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 건수는 초 9271건으로 평균 1억 7000만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갈아타기가 완료된 대출의 평균 금리 인하 폭은 1.5%포인트로 집계됐다.
인터넷은행들도 낮은 금리로 공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9일 기준 주담대 대환 최저금리를 3.495%로 4대 은행의 최저금리인 3.68%보다 낮게 설정했다. 대환 서비스 개시 첫날 카카오뱅크 앱(애플리케이션)은 오전 9시부터 고객이 몰리며 서비스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저금리 전략 덕에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토스뱅크·케이뱅크)의 주담대 잔액도 큰 폭으로 늘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터넷은행 3사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주담대(전월세 포함)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약 26조 6383억원으로 전년 말 15조 5928억원보다 약 70.8%(11조 455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카카오뱅크 주담대 잔액이 지난해 말 기준 21조 3112억원으로, 전년 대비 8조 158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4조 9211억원으로, 전년(2조 2974억원)보다 2조 6237억원 증가했다.
토스뱅크는 아직 주담대 대출 상품 출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9월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출시해 말 기준 대출 잔액은 406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29조 8922억원으로, 16조 7506억원이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3.3% 정도로 그쳤다.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는 한국이 최초로 내놓은 서비스로,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업무보고를 통해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며 “이 제도는 대통령님 지시에 의해 세계 최초로 도입됐다”라고 말했다.
그간 윤 대통령은 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권에 “이자장사를 벌인다”며 쓴소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은행권의 실적이 독과점에서 비롯됐다며 “국민들이 은행별 대출 금리와 조건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대환대출 이동은 한동안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오는 31일부터 비대면 전세대출 갈아타기 관련 은행별 대환 한도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은행들이 과도한 경쟁을 벌여 지나치게 많은 대환이 이뤄질 경우 별도 한도 부여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 포춘코리아 조채원 기자 cwlight22@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