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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와 ESG①] 재활용 장난감으로 미래세대 지키는 '코끼리공장'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함께하는 ‘아동권리와 ESG 시리즈’① case study
폐플라스틱을 가치 있고 재생 가능한 원료로 전환, 재활용과 지속가능성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기업을 소개한다.

  • 기사입력 2024.01.03 15:23
  • 최종수정 2024.03.05 07:07
  • 기자명 전유원 기자

/ 포춘코리아 전유원 기자 yuwonchun@fortunekorea.co.kr

경북 울산에 위치한 코끼리공장 본사 전경. [사진=코끼리공장]
경북 울산에 위치한 코끼리공장 본사 전경. [사진=코끼리공장]

코끼리공장은 장난감 쓰레기 문제를 해결한다는, 소박하면서도 심오한 사명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버려진 장난감을 수리하는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이후 끊임없는 환경 오염의 흐름에 맞서 싸우는 특별한 장소로 발전했다. 

코끼리공장 경영 철학의 핵심은 친환경과 사회 복지에 대한 헌신이다. 주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장난감의 짧은 수명을 인식하고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그간 노력해 왔다. 이 이니셔티브는 환경 피해를 줄이고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기쁨을 선사한다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다음은 코끼리공장 이채진 대표와의 대화이다.

포춘코리아(이하 Q). 코끼리공장의 시작과 자원봉사 단체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유해 주시겠어요?

이채진(이하 이): 11년 전에 저는 아동학 박사학위 후 어린이집 선생님을 하다가 아동복지시설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그때 한 5억원어치 정도 장난감을 구입해서 아이를 키우는 분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하면서 보니 장난감이 많이 고장 나는데 수리를 해주는 민간 시스템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 아버지들을 모아 ‘아빠 장난감 수리단’을 만들었습니다. 울산 지역의 SK나 현대에 다니는 공대 출신 아버지들과 함께 장난감을 고치는 활동을 했고, 그 일이 이어져 자연스럽게 이렇게 기업이 되고 성장을 하게 되었네요.

Q. 아동학을 전공하신 것만 보아도 예전부터 아동에 대한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이: 사실 아동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기보다, 저는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면서 자랐거든요. 가부장적이지 않고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보고 배운 것으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을 가르쳐 주거나 잘 알고 있다거나 하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요즘도 방송을 보면 여성 전문가들은 많은데, 좋은 아버지에 대해서 가르쳐 주는 경우는 잘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측면에서 배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유는, 제가 저희 부모님과 함께 장애아동들을 24시간 보육하는 시설에서 봉사를 오래 했었는데 그곳에 계신 수녀님께서 저에게 아이들을 사랑하는 달란트가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달란트가 무슨 말인지도 잘 몰랐는데 그게 뭘까 싶어 경영학을 전공하다가 아동학을 복수전공하면서 관련 공부를 시작하니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그쪽으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Q. 단순히 봉사하시다가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 대표님께서 어릴 때부터 경험하신 여러가지 환경적 그리고 교육적 요인이 지금의 코끼리공장의 경영 철학과 성공으로 이어진 것 같네요. 회사를 운영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장난감을 수리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운가요?

이: 창업 초기에는 ‘장난감을 고쳐 쓴다’는 개념 자체가 사람들에게 많이 없었거든요. 장난감을 왜 고쳐 쓰냐, 망가지면 그냥 버리면 되는데 왜 쓰던 것을 다시 아이들에게 되돌려주려 하느냐 등 이런 부분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코로나를 기점으로, (또 저희 회사가 시작된 지) 한 8년 정도 지나고 나니 사람들 생각이 많이 바뀌면서 자원순환에 대한 인식 수준이 많이 올라가고 참여자분들도 늘어나면서 사업적으로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죠.

 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
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

Q. 다른 플라스틱 제품과 장난감 재활용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또 장난감 재활용에서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나 특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 우선 공식적인 환경부의 입장을 좀 설명해 볼게요. 환경부 산하에 한국환경공단이 있어요. 그곳에 재활용이 어려운 몇 가지 품목을 발표했는데 장난감이 2위 정도 합니다. 장난감은 재활용이 안 되는 품목인 것이죠. 그러다 보니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재활용 어려움보다 장난감 재활용 어려움이 훨씬 더 커요. 장난감을 주로 보유하고 있을 만한 집단들,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이나 유치원, 그리고 아동복지시설들과 협력해야 하는데 그렇게 장난감을 수거하는 체계 만들기가 참 어렵습니다. 당사자들이 굉장히 힘들어 하기도 했어요. 그분들에겐 재활용하는 가치보다 당장 아이들을 돌보는 문제가 현실적으로 더 크다 보니 다 같이 협조해서 수거 체계를 만드는 것이 정말 어려워요. 그리고 두 번째로, 장난감은 아주 여러가지 물질로 이루어진 복합 소재의 산물이에요. 하나의 장난감에 전선, 나사, 고무, 섬유 등 여러 가지 재료들이 들어가고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도 많죠. 그래서 기존의 재활용 사업을 하고 있는 폐기물 업자들에게서 수거도 잘 안되고, 가지고 온다고 해도 소재화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그래서 단순히 시장경제 논리로만 접근하면 절대 할 수 없는 사업인 셈이죠.

Q. 말씀해 주신 대로, 시장경제 논리로만 봤을 때는 운영이 어려운 사회적기업이 어떻게 이윤 창출을 하고 회사를 유지, 성장시켜 나가는지 독자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코끼리공장만의 성장 비결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이: 초기 모델과 지금은 사업적으로 변화가 많아요. 현재 저희에게 장난감이 하루에 약 3톤 정도 들어옵니다. 그중에서 분류되는 장난감이 한 70% 정도 돼요. 그 장난감을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혹은 일반 아동들에게 무상으로 전달하고 나면 나눌 수 없는 나머지 30% 정도 장난감들이 매일 1톤 정도 생겨요. 그것을 재생 소재로 저희가 뽑습니다. 설비 투자 한 20억 정도를 기반으로 재생 소재를 뽑는 것인데, 그 과정은 어렵지만 일단 소재가 만들어지면 장난감에서 나오는 소재가 또 굉장히 양질의 소재거든요. 아이들이 쓰는 것이다 보니 안전하고 유해물질이 없는 소재를 판매하는 수익이 그래도 월 단위로 조금 있습니다. 그 소재를 활용해서 저희가 다시 아이들이나 어르신들을 도울 수 있는 제품들을 만듭니다. 구체적으로는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디자인 설계가 된 조명이나 안전손잡이 등 다시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제품들을 생산합니다. 새로운 장난감들을 판매하는 수익들도 조금 있고요. 제품들을 기반으로 여러 대기업이나 공기업들과 사회공헌 사업을 연계해서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Q. 포춘 독자들에게 코끼리공장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 처음에 이 일을 환경 때문에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애초에 아이들을 돕기 위해 시작을 했기 때문에 지금도 같은 마음입니다. 그래서 자원순환이나 환경 보호와 연결 지어 아동 지원을 더 지속적으로 잘하려면 장난감을 가지고 있는 기존 집단들 그리고 개인들이 저희가 하고 있는 장난감 순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 주시는 것이 가장 필요합니다.

Q. 장난감 기부가 많이 되어야 겠군요.

이: 맞습니다. 장난감들은 사용 기간도 짧고 아이들이 금방 지겨워하는데 그렇다고 바로 그냥 버리면 재활용이 0%가 됩니다. 그런데 저희를 통해서 다른 곳에 기부를 한다거나 아니면 저희 회사의 온오프라인 공간들이 있으니까 가지고 오셔서 기부를 해 주시면 다른 어려운 아이들을 도울 수 있고, 폐기되는 장난감은 폐기되지 않도록 저희가 프로세스를 돌리니 미래 환경과 아이들을 위해서 더 나은 선택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조금 번거롭더라도 가지고 계신 것들을 저희에게 주시면 좋겠습니다. 기부 과정이 굉장히 많은 자원봉사자와 시니어 그리고 여러 기업들의 협업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더 많은 참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자원순환 사업을 제가 해보니 굉장히 많은 밸류체인이 있어서 과정마다 비용이 많이 들고 쉽지 않아요. 많은 분들의 도움과 협력이 있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코끼리공장에서 제작한 재생플라스틱 장난감 '코봇'. [사진=코끼리공장]
코끼리공장에서 제작한 재생플라스틱 장난감 '코봇'. [사진=코끼리공장]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도 코끼리 공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이 회사는 장난감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고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공평한 장난감 분배를 보장하는, 두 가지 중요한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끊임없이 추구해 왔다. 여러 가지 물질이 복잡하게 결합된 장난감 소재를 재사용하고 용도를 변경하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랐고, 그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코끼리공장의 대의에 대한 헌신은 흔들리지 않았다. 수리가 가능한 장난감의 재사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장난감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오늘도 이 회사는 중대한 환경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한 관행에 대한 헌신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위기(機)란 말 그대로 종말이 아닌 기(機)회, 기업은 기회를 만들어 가는 존재

위기 관리 분야의 석학인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요시 셰피(Yossi Sheffi) 교수는 그의 저서 ‘무엇이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가(The Power of Resilience: How the Best Companies Manage the Unexpected, 2015)’에서 “오늘날 기업은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위기에 취약한 시대를 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의 경제가, 하나의 출렁거리는 촘촘한 망 위에 모든 과정이 올라가 있어 위기가 발생할 경우 그것을 피할 방법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 발생을 통제할 수는 없어도 준비와 훈련을 통해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 것만이 신속한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위기의 ‘기’와 기회의 ‘기’는 ‘機(틀 기)’ 자로 그 뜻이 같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는 셈이다. 그리고 기회는 준비되고 훈련된 자에게 찾아온다. 기업은 기후 변화와 위기에 대응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과 윤리적 책임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자원과 영향력을 동시에 보유한 특수한 위치를 통해 친환경적인 미래에 기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관행’을 혁신하고 구현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나 이것은 기업이 단순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주체가 아니라 기후 변화에 대응할 잠재력과 도덕적 의무를 지닌 글로벌 무대의 핵심 주체라는 점을 스스로 인식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한다.

기후 위기 해결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인 준비와 훈련, 그리고 참여는 기업의 성장 아젠다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미래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길로 통하는 새로운 문을 열 것이다. 기후 문제가 심화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기업은 혁신을 주도하고 환경의 궤도를 바꿔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고유한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지속가능한 관행을 핵심 전략에 통합함으로써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하고, 친환경 기술을 육성하며, 지속가능한 개발을 선도해야 한다.

기업이 환경 관리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적극적 전환과 시도는 단순히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자원, 전문성, 영향력을 활용하여 환경 친화 경제라는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이니셔티브는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천연 자원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빠르게 진화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가능성을 보다 중요시하는 리더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업이 주도하는 이러한 이니셔티브는 당장의 환경적 혜택을 넘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토대를 마련해 미래 세대 즉 어린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에까지 확장된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세상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은 더 깨끗한 공기, 보존된 자연 서식지, 더 균형 잡힌 생태계로 이어지는 보다 건강한 지구를 물려받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책임감과 혁신의 모범을 보임으로써 미래 세대가 환경 문제에 대해 창의적으로 생각하도록 영감을 주고, 어릴 때부터 지속가능성의 문화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기후 변화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인 접근 방식은 현재의 시급한 필요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안녕과 번영을 위한 기존 세대의 헌신이 무엇인지 보여주게 될 것이다. 본질적으로 기업의 이니셔티브를 통해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단순한 비즈니스 전략이 아니라 어린이를 포함한 미래의 모든 지구 거주자를 위해 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특권이자 엄중한 약속일 것이다.

/ 전유원 칼럼니스트 yuwonchun@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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