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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영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회장 “기업의 미래? 아동을 고려해야죠”

  • 기사입력 2023.12.04 07:00
  • 최종수정 2024.01.30 09:32
  • 기자명 유부혁 기자

역사상 가장 많은 국가가 비준한 인권조약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이다. 

아동은 인류의 미래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나라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아동은 전 세계 인구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우리의 미래이기에 앞서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존재. 

아동권리 인식확산을 위해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포춘코리아가 손을 잡았다. 아동의 생명, 생존과 발달, 교육 등 아동의 권리는 분쟁과 코로나19, 정치와 경제 환경의 위기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아동권리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먼저 정갑영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회장을 만났다.

진행 유부혁 정리 전유원 칼럼니스트 yuwonchun@fortunekorea.co.kr 사진 성현재 

파라스파라 포춘룸에서 만난 정갑영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회장.
파라스파라 포춘룸에서 만난 정갑영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회장.

 

일제 강점이 한창이던 1923년 5월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어린이날 선언이 발표된 해였다. 선언문은 모든 어린이가 가정과 사회 속에서 완전한 인격적 존재로서 존중받고, 어떤 경제적 혹은 윤리적 압박 없이 자유롭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었다.

나라 없이 살아가야만 했던 그 고통의 순간 속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어린이들을 기억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어둠 속에서 또 다시 찾아 온 봄날의 햇살을 맞이하며, 우리 국민들에게 어린이들의 존재를 살피는 것은 오늘을 살아낼 수 있는 그리고 살아내야만 하는 빛과 소망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유엔(UN)이 지정한 세계 어린이날(World Children’s Day, 매년 11월 20일) 역시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후 냉전시대였던 1954년에 제정됐다. 유엔은 모든 국가들을 대상으로 어린이들의 복지와 권리에 대한 이해 증진을 위해 이날을 제정, 5년 뒤인 1959년엔 아동권리선언(UN Declara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을 채택, 그로부터 30년 뒤인 1989년엔 아동권리협약(UN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을 채택했다. 현재 196개국이 이 협약을 비준했다. 놀랍게도 북한도 협약 비준국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북한은 협약을 1990년 비준한 이래로 아동의 노동, 교육, 그리고 아동에 대한 폭력, 사형집행 등에 대한 권고와 심의를 받고 있다.

한 국가가, 그리고 전 세계가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날 때 어린이들의 존재는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있다는 인류 스스로를 향한 외침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한때 어린이였다.

세계 어린이날을 일주일 앞둔 11월의 어느 오후, 늦가을의 아름다운 산자락에 둘러싸인 파라스파라 서울 포춘룸에서 유니세프한국위원회(UNICEF Korea) 3대 회장, 정갑영 회장을 포춘코리아가 만났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1994년 출범하며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이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음을 알렸다. 창립 첫 해에만 350만 달러를 시작으로 현재 대한민국은 미국, 일본, 독일, 영국과 더불어 세계 5대 모금대국이 됐다. 

1대 회장인 현승종 전 국무총리, 2대 회장인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에 이어, 2021년 경제학자 출신 정갑영 회장이 3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한국은행을 거친 정통 경제학자이자 17대 연세대학교 총장을 지내며 학자로서 교육행정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무엇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경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학자인 그가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다음은 유부혁 포춘코리아 편집국장이 그와 만나 나눈 대화의 일부다. 

 

 

Q 유니세프를 설명하는 여러가지 키워드들이 있겠지만, ‘생존’과 ‘발달’이라는 이 두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포춘 코리아 독자들과 유니세프를 후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유니세프가 어떤 단체인지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유니세프는 유엔 산하의 아동기구로, United Nations Children’s Fund입니다. 아동을 위한 긴급구호 기금으로 1946년 설립됐고, 설립 이념은 ‘차별 없는 구호 정신’입니다.

Q  차별 없는.

네, ‘차별이 없다’는 것은 인종, 성별, 혹은 종교, 정치 등에 전혀 관계없이 아동들의 생존과 발달을 위해 구호를 한다는 의미입니다. 처음 창설됐을 때에는 전후 유럽의 아동들을 돕기 위한 활동이 주를 이루었지만, 그 후 전 세계 개발도상국으로 임무가 확대됐으며 유엔상설기구로 제정됩니다. 즉, 어린이의 생존과 보호를 위한 모든 영역으로 유니세프의 역할이 확대된 것입니다.

우리 대한민국도 한국전쟁 이후 1950년부터 유니세프로부터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았고, 70년이 훨씬 넘는 역사를 유니세프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니세프한국위원회를 후원하시는 분들이 약 49만 명입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를 5천만이라고 생각하면 인구의 1%이지요. 대한민국 국민들의 구호 정신은 정말 대단합니다.

 

Q 유니세프가 아동권리에 주목하고 이를 강조하게 된 배경도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동들은 사실 제대로 자기 표현이나 주장을 할 수 없는 아주 제약된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의 권리는 사실 우리 성인들이 말하는 보편적 ‘인권’ 이전에 아동들이 생존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로부터 시작이 됩니다. 그래서 유엔에서는 오래 전에 아동권리에 대한 선언이 있었고, 1989년에 아동권리협약(CRC: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을 채택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우리 대한민국은 방정환 선생이 이미 1923년 어린이날 1주년 행사에서 아동권리에 대한 선언을 했습니다. 따라서 우리 대한민국이 아동권리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인 캠페인 이런 것들을 시작한 것은 굉장히 역사가 깊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대한민국도 선진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아동권리와 ESG 역시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과거에는 기업이 주주로부터 자본을 받아 영업활동을 통해서 이윤을 창출하고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것이 기업의 기본적인 콘셉트였죠. 그런데 이것이 최근 들어서 크게 바뀌었습니다. 기업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영업활동을 통해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인 존재로서 건전한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기업이 존재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나온 것이 ESG입니다.

이미 잘 알고 계시는 대로, E는 환경, S는 사회, G는 거버넌스를 뜻합니다. 먼저 E는 환경을 아동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보면 우리의 경제 활동으로 유발된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가 바로 아이들이라는 문제로 연결됩니다. 

홍수가 나고 지진이 나고 사막화가 되고 식수가 모자라고…. 성인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겠지만 아동들은 무참히 큰 희생을 당하게 되는 것이죠. 최근 가자지구에서 분쟁 중인데 오늘 한 어린이가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나는 아무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내가 이런 상황 속에 놓여야 하느냐”라고 울부짖는 모습이었어요.

환경, 기후변화, 전쟁 등 이런 문제들로 인한 아동들의 피해를 우리가 어떻게든 막아보자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어느 한 사람이나 한 가지 방법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의 인식에서 출발해야 되는데, 사실 기업의 영업활동과는 상충되는 관계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기업이 ESG 에서 아동권리를 고려하게 하는 것들을, 유니세프가 이제 주도적으로 시도하려는 것입니다. 

다음 S는 사회 문제인데, 아동 인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죠. 과거에는 기업이 아동들을 노동으로 착취하는 아주 전근대적인 관행에서부터 아동들을 광고에 이용한다든가 성 상품화 한다든가 이런 유사한 문제들이 굉장히 많이 발생했거든요. 이제는 기업들이 건전한 사회적 존재로서 이런 상황들을 예방하고 더 나아가서는 지속적으로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다음 G는 거버넌스인데, 사실 거버넌스는 우리말로 해석하기에 상당히 어렵습니다. 굉장히 포괄적인 개념인데 저희가 G에서 아동권리를 강조하는 것은 아동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지원하는 것을 기업 내에서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죠. 일정한 논의를 통해서 또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를 통해서 제도화하고 규정화해서 이것이 단순하게 일시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거버넌스 체계 안에 제도화시켜서 실천하자는 뜻이죠. 그래서 요즘 기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모범 기업이 되기 위해서 하고 있는 ESG 캠페인 속에도 아동들의 생존, 발달, 보호, 교육 이런 키워드들이 녹아 있습니다.

 

올해 11월 20일, 세계어린이날을 기념해 유니세프 상징색인 파란 조명을 밝힌 부산 광안대교 모습. [사진=유니세프한국위원회]
올해 11월 20일, 세계어린이날을 기념해 유니세프 상징색인 파란 조명을 밝힌 부산 광안대교 모습. [사진=유니세프한국위원회]

현재 유니세프한국위원회를 후원하시는 분들이 약 49만 명입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구호 정신은 정말 대단합니다.

 

 

Q 아동권리 실태가 궁금해집니다. 한국과 해외를 비교해서 말씀해 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전반적으로 보면 경제가 발전하고 산업이 고도화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사실은 생산 즉 물질적인 풍요는 이루었죠. 기업의 매출이 얼마이고 이윤이 얼마다 이런 것에서는 이미 굉장히 선진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방금 언급하신 ESG가 기업 문화에 녹아 들어가서 실제로 실천에 이르게 되는 부분에 있어선 아직 초보 단계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서 주관해서 국내 상장 기업을 중심으로 ESG에서 특히 아동에 관련된 것들이 얼마나 실천되고 있는가에 대한 보고서를 발행했는데, 한국은 100점 만점에 34점을 받았습니다. (물론 낮은 점수이기는 하나) 제가 보기에 한국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고 우리가 기존의 다른 선진국들이 이미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면 되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대기업들도 아동권리를 보호하지 못한 일들이 많이 있었어요. 나이키는 90년대 중반에 협력사의 공장에서 축구공을 만들기 위해 바느질하는 파키스탄 소년의 모습이 한 잡지사의 카메라에 찍혀 보도된 적이 있죠. 전 세계적으로 아동 노동 착취 비난 여론이 일어났고 나이키 주가가 하락하고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나이키는 글로벌 공급망 내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직의 최소 연령을 올리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서 현재는 인권경영의 선구적인 기업이 됐습니다. 이런 비슷한 사례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처럼 선진국이 잘못했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에게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ESG 중요성을 인식하고, 아동 이외 전반적인 ESG 보고서를 출간한지도 불과 3~4년밖에 안 됐거든요.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고 기업의 CEO나 오너들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가 지금부터 아동에 대한 기업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기업은 이제 더 이상 이윤 추구만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아동을 위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내기 위한 하나의 존재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또한 기업이 ESG에서 아동권리를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좀 비용이 들어간다 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마케팅이나 경영성과 같은 측면에서 엄청나게 긍정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고려해서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더욱 노력하면 좋겠어요.

전반적으로 비교해 봤을 때, 선진국들에 아직은 비견할 수준이 아닙니다마는 그래도 우리 기업이 잠재력이 있어요.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기업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아동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유니세프한국위원회도 노력할 예정입니다.

 

기업은 이제 더 이상 이윤 추구만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아동을 위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내기 위한 하나의 존재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Q 기업 시민이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기업도 사회 구성원 하나로 본다면 기업이 미래세대인 아동의 권리를 증진하는데 적극 참여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마땅한 역할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까요?

기업이 아동을 직접 고용하지 않더라도 그 기업이 양육자를 어떻게 지원하느냐, 그 기업의 직원들의 자녀들을 위해서 어떤 복지혜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아동의 삶이 달라지고, 이런 것들이 다 아동에 관련된 사항이거든요. 가족친화정책이 잘 되어 있을수록 (기업들이 요즘 흔히 말하는) great company로 가는 길 아니겠습니까?

 

Q 유니세프는 기업과 그리고 시민들의 기부와 후원으로 운영되는 단체입니다. 최근에 이전과 비교해서 기부와 후원 문화도 분명히 달라졌을 텐데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서구의 기업들은 아무리 규모가 큰 기업이라도 오너가 본인만의 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널리 알려져 있는(The giving pledge) 빌게이츠나 워렌 버핏이나… 보통 원 빌리언(1 billion) 달러 이상인 기업들이 90%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쉽게도 아직 그런 수준의 기부 문화가 조성되지 않았습니다. 원래 기부의 기본은 자신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어느 때나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문화가 charity culture를 형성하죠. 우리나라는 보통 홍수 같은 큰 피해가 났을 때 대기업에서 일시후원으로 기부하는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기업들이 전체 매출 중에서 기부에 얼마를 쓴다고 발표를 하긴 하는데 대부분의 내용은 그 기업과 관계된 것들이에요.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문화재단 등과 같이 기업과 관계가 있는 내부 네트워크를 통한 기부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에게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기부를 많이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어떨까요? 제 생각에는 아직은 기부에 대한 인식 수준 자체가 낮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까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개별적인 기부를 하는 인구가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만 49만 명이 된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우리 사회에도 풀뿌리 기부 문화가 기업적으로나 사회 전체적으로 더 확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고 이것이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서 해야 할 중요한 사명 중에 하나라고 봅니다. 우리가 해외에 있는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기부금을 모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에 이런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유니세프가 기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근에 저희가 유산 기부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고 다른 여러 네트워크를 통해서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유니세프가 촬영한 가자지구 영상. [캡처=UNICEF 2023]
유니세프가 촬영한 가자지구 영상. [캡처=UNICEF 2023]

기업이 ESG에서 아동권리를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좀 비용이 들어간다 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마케팅이나 경영성과 같은 측면에서 엄청나게 긍정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Q 49만 명의 개별적 후원이 있는 반면, 기업이 유니세프에 후원하려면 쉽지 않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유니세프는 정말 건실한 기업으로부터만 기부를 받습니다. 일단 전쟁 물자를 공급한다든가 마약, 주류, 어린이의 유해식품 이슈 등 사회적으로 논쟁이 많은 기업들로부터는 기부를 받지 않습니다. 그러니 실제로 기업에서 기부하는 비율은 전체 기부액 중에 5% 내외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유니세프에 기부할 수 있는 기업은 누가 봐도 굉장히 건실한 기업이어야 합니다.

 

Q 유니세프에 기부를 했다는 것이 마치 기업에겐 라이선스 같은 것이 될 수 있겠네요.

지금 제도로는 기업이 약 2000만 원 이상 기부를 한다면 그 즉시 이 기업 그리고 기업 관련 계열사가 정말 괜찮은 곳인지를 제네바 본부와 함께 평가하기 시작합니다. 유니세프에선 이를 DD(Due Diligence)라고 표현하는데요. 그 과정을 통과해야 돈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DD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는 기업의 경우,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Q 한국위원회 자랑 좀 해주세요. 한국위원회만의 특징과 장점, 다른 나라에 비해서 어떤 특수적인 활동을 하는지 그런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한국위원회는 전 세계 유니세프의 자랑입니다. 지난번에 은퇴한 포어(Henrietta H. Fore) 유니세프 전 총재가 그런 말씀을 했어요. “한국의 유니세프는 유니세프가 존재하는 이유다.” 유니세프 조직은 두 그룹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도움을 주는 나라와 도움을 받는 나라로 나눠져 있는데 190여 개 나라와 영토 중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에는 우리 한국위원회처럼 국가위원회가 있어요. 그런데 국가위원회가 있는 나라가 현재 33개입니다. 190여 개 중에서 33개를 제외한 나라들은 도움을 받는 나라들입니다. 그런데 이 많은 회원국들 가운데 유니세프의 77년의 역사상 대한민국이 유일하게 도움을 받던 개도국에서 도움을 주는 공여국으로 국가위원회를 설치한 첫 케이스이고 아직까지는 유일합니다.

이것은 한국위원회에서 잘했다기보다도 국가 경제가 크게 성장했고 우리 국민들이 남들을 배려하고 어려운 이웃을 아껴주는 자선의 문화가 한국의 유니세프를 이렇게 자랑스럽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전 세계 33개 국가위원회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 중에서 비용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국가위원회로, 기금의 92%이상이 어린이 지원 사업에 쓰입니다. 이걸 목적사업이라고 하죠.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또 가장 투명하게 운영한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Q 이 인터뷰를 시작으로 포춘 코리아와 유니세프가 아동권리 증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모범 기업 케이스 스터디를 시작하게 될 텐데, 회장님께서 미리 간략하게 한국 기업들의 좋은 후원사례를 공개해 주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신한카드와 협약을 했습니다. 신한카드는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어린이들의 경우 SNS 등 디지털 문화로 인한 마음건강 문제 등 다양한 아동권리침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 미래세대의 마음건강과 디지털 이용역량강화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이 선도적으로 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스쿨스 포 아시아 (Schools for Asia)’입니다. 2011년 故 박양숙 여사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100억 원을 기부해 주시면서 시작했고, 지금도 SM 엔터테인먼트, 롯데, 신세계 등 많은 기업들이 후원해주고 있습니다. 몽골, 필리핀 등 아시아의 어려운 국가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데, 한국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다른나라 유니세프에서 시행하는 것을 지원하는 형태가 됐습니다. 

 

Q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2024년도 목표와 주요 활동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내년은 유니세프한국위원회로서는 굉장히 중요한 해입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설립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여러 가지로 평가하고 또 전 세계 유니세프에서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모든 것들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새로운 캠페인도 개발해 나갈 작정입니다. 

그리고 아동권리 옹호사업인 ‘유니세프아동친화사회’ 만들기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생각입니다. 내년에는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와 유니세프아동친화학교 외에도, 유니세프아동친화기업을 더욱 확산해나갈 계획입니다. 기업은 아동의 삶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회 구성요소이니까요. 그래서 더 많은 기업이 아동권리를 알고, 내부 정책에 적용해 ESG를 수립하고, 유니세프의 영양, 교육, 기후위기 등 이니셔티브에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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