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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⑤] 1600억 달러 딜레마에 직면한 구글과 순다르 피차이

  • 기사입력 2023.09.05 11:00
  • 기자명 문상덕 기자

검색 사업을 쇄신하고, AI 챗봇 혁명에서 살아남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알파벳을 집중 취재했다. By Jeremy Kahn

[일러스트=Justin Metz]
[일러스트=Justin Metz]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CEO 순다르 피차이가 무대 앞에 섰다.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의 야외 원형극장 쇼어라인 앰피시어터는 청중들로 가득 찼다. 그는 과거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가 개척했던 역할을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때로는 ‘팝 아이돌’ 가수처럼 때로는 ‘텐트 부흥회’를 이끄는 설교자나 신성한 계시의 전달자처럼 행동하는 빅테크 CEO의 역할이었다. 물론 주제는 노래나 설교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반도체였다. 사실 부드러운 말투를 제외하면 내성적인 피차이는 그 역할에 태생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왠지 그가 자아낸 분위기는 대규모의 할리우드 야외 음악당보다 고등학교의 뮤지컬 무대에 더 가까웠다.

피차이는 지난 2016년 구글이 “AI 퍼스트” 기업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현재 인공지능이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지만, 구글의 경쟁자가 블랙홀처럼 모든 관심을 빨아 들이고 있다. 챗GPT는 작년 11월 구글의 허를 찌르며 데뷔했고, 지난 6개월간 열풍을 일으켰다. 구글은 이 기간 동안 챗봇 제작업체 오픈AI와 이 회사의 파트너 겸 후원자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한 생성형 AI를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지난 5월 이곳에서 열린 회사의 대규모 개발자 회의에서, 피차이는 구글이 그 6개월간 만든 것을 자랑하고 싶어했다. 그는 헬프 미 라이트(Help Me Write)-문자 명령어에 기초해 전체 이메일의 초안을 자동으로 작성한다-라는 지메일의 새로운 기능을 공개했다. 이 밖에도 ▲구글 맵스에서 사용자의 이동 경로를 사실적인 3D 화면으로 미리 보여주는 AI 기반의 몰입형 뷰 ▲생성형 AI 사진 편집 도구 등 많은 것들을 선보였다.

그는 강력한 팜(PaLM) 2 대형 언어모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팜 2는 챗GPT의 경쟁 제품 구글 바드 등 앞서 언급한 기술의 많은 부분을 뒷받침한다. 이어 개발 중인 제미니라는 AI 모델의 강력한 제품군을 언급했다(제미니는 AI의 영향력은 물론, 위험도 엄청나게 키울 수 있다). 하지만 피차이는 많은 청중들과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이날 이벤트를 시청한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은 요리조리 피했다. 그 질문은 바로 “검색에 대한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였다. 다른 무엇보다 검색 엔진은 구글의 가장 중요한 제품이다. 실제로 검색 사업은 지난해 매출 1600억 달러(약 210조 6880억원) 이상을 올렸다. 알파벳 전체 매출의 약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

 

 

이제 AI 챗봇이 링크 연결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인터넷에 널리 퍼져 있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그동안 검색으로 막대한 이익을 올려온 알파벳은 어떻게 되는 걸까? 피차이 CEO는 기조연설에서 이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과감하고 책임감 있는 접근 방식으로 검색을 포함한 우리의 모든 핵심 제품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다”고 모호하게 말했다. 기념비적인 제품-그가 남길 유산과 회사 운명이 달려있을지 모른다-을 소개하는 자리치고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히 진행됐다. 청중들은 피차이가 나머지 연설을 하는 동안 예의상 박수를 쳤지만, 반응은 다소 미적지근했다. 자신들이 원하는 시원한 답을 충분히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차이는 결코 그 주제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그는 구글의 검색 담당 부사장 캐시 에드워즈에게 회사가 ‘검색 생성형 경험(Search Generative Experience·SEG)’이라는 다소 어색한 이름을 붙인 기능을 설명하도록 했다. 검색과 생성형 AI의 조합인 SGE는 사용자가 검색을 하면, 요약된 단일 ‘스냅숏’ 화면과 그 정보를 뒷받침하는 웹사이트 링크들을 함께 보여준다. 녹색이나 파란색 박스 안에 인공지능이 요약한 검색 결과를 맨 상단에 띄워주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챗봇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후속 질문을 할 수도 있다. SGE는 인상적인 답변 생성형 도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매출까지 창출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은 구글이 당면한 혁신 딜레마의 핵심이다. 알파벳은 SGE가 아직 “실험 단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차이는 SGE나 그와 비슷한 기능이 검색의 미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CEO는 지난 6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 도구들은 검색 경험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분명 이 기술은 아직 그 수준은 아니다. SGE는 검색 속도가 비교적 느리다. 아울러 모든 생성형 AI와 마찬가지로, 컴퓨터 과학자들이 “환각(Hallucination·거짓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그럴듯하게 제시하는 것)”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환각 현상은 피차이도 순순히 인정하는 것처럼 검색 엔진에서는 위험할 수 있다. 그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밝혔듯, 부모가 자녀의 적정 타이레놀 복용량을 검색했을 때 ‘절대’ 잘못된 답을 제시하면 안 된다.

SGE의 등장은 구글이 소위 ‘AI 군비’ 경쟁에서 얼마나 빠르게 다시 전열을 정비했는지를 시사하는 지표다. 이 기술은 구글이 수십 년간 AI와 검색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에 의존하고 있다. 아울러 알파벳이 적들의 화력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중대한 변화의 이 갈림길에서 알파벳의 취약성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SGE의 챗봇 스타일 정보 수집이 구글의 전통적인 검색 사업과 엄청나게 수익성이 좋은 광고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잠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길하게도 많은 사람들은 구글의 친숙한 링크 목록보다 챗GPT의 답변을 선호한다. 리서치 회사 포레스테의 애널리스트 제이 패티솔은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검색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래서 피차이와 알파벳이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는 것은 비단 타이레놀 복용량에 대한 답변뿐만이 아니다. 물론 구글은 AI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는 도구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알파벳을 글로벌 17위의 거인으로 성장시킨 광고매출 전략 같은 AI 청사진이 부족하다. 구글이 이런 전환을 어떻게 성공시키느냐에 따라 향후 10년 안에 ‘구글’이라는 검색 대명사와 알파벳이 살아남을지 판가름 날 것이다.

챗GPT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일부 전문가들은 그것의 중요성을 아이폰이나 개인용 컴퓨터의 데뷔와 비교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챗봇을 전기 모터나 인쇄기와 같은 반열에 올려 놓으며 더 큰 의미를 뒀다. 하지만 많은 기업 경영진과 자산 운용사들, 그리고 기술자들에게 한 가지 사실은 처음부터 명백했다. 챗GPT가 알파벳의 심장을 정면으로 노리는 ‘비수’라는 사실이다. 챗GPT가 데뷔한 지 몇 시간 만에 이 새로운 챗봇을 갖고 놀던 사용자들은 그것을 ‘구글 킬러’라고 선언했다.

비록 챗GPT 자체가 곧바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는 없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AI 챗봇이 답변을 제공하기 위해 검색 엔진에 접속하는 과정이 비교적 쉬울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상했다. 다수의 질문에 대해, 정보를 취합하기 위해 여러 링크를 거쳐야 하는 검색 방식보다 전체적으로 챗GPT의 답변이 더 나아 보였다. 게다가 챗봇은 코딩 작업을 하고, 시를 짓고, 고등학교 역사 논문을 작성하고, 마케팅 계획을 세우고, 삶의 조언까지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구글 검색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지금까지 오픈AI에 130억 달러(약 17조 1120억원)를 투자했다-는 챗GPT가 출시되자마자 오픈AI 기술을 자사의 2위 검색 엔진 빙(Bing)에 통합하기 위해 움직였다. 빙은 단 한 번도 시장 점유율 3%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통합을 하면 빙이 구글 검색 엔진을 권좌에서 밀어낼 최고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그동안 구글은 검색 분야에서 800파운드(약 360kg)짜리 대형 고릴라”였다고 농담을 던진 후 “사람들에게 우리가 그 고릴라를 바쁘게 움직이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실 나델라는 “구글이 너무 관료적이고 느리게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일부 전문가들보다 그 라이벌의 기술에 더 많은 믿음을 갖고 있었다. 세계적인 수준의 구글 AI팀은 오랫동안 기술업계에서 선망의 대상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구글 연구진은 현재의 생성형 AI 열풍을 뒷받침하는 기본 알고리즘 디자인을 처음 고안했다. 트랜스포머라고 불리는 인공 신경망의 일종이다(챗GPT의 T는 ‘트랜스포머’의 줄임말이다). 그러나 알파벳은 그 연구를 ‘대중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제품으로 연결시키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구글은 실제로 2021년 람다(LaMDA)라는 강력한 챗봇을 만들었다. 람다의 대화 기술은 최상급이었다. 하지만 다른 대형 언어모델의 답변처럼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 람다의 답변은 부정확하고, 편견을 드러내고, 엉뚱하고,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가능성이 있었다. 구글은 이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AI 업계는 지금까지 그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그것을 공개하는 행동이 무책임하고 평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글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광고)에 적합하게 챗봇을 활용할 명확한 방법이 없다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구글 검색과 비교할 때, 챗봇의 요약된 답변이나 대화창은 광고 배치나 후원 링크 측면에서 매출을 창출할 기회가 훨씬 더 적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혁신과 수익 사이의) 그 충돌은 더 심각한 사내 갈등을 드러냈다. 일부 전직 직원들은 구글이 시장 지배에 너무 자만하고, 너무 안일하고, 관료적이어서 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없었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회사가 2020년 생성형 AI 기업가 프라빈 세샤드리의 스타트업 앱시트를 인수한 후, 그가 구글에 합류했음에도 발 빠른 대응이 미흡했다고 주장한다. 당사자인 세샤드리도 올해 초 퇴사한 직후 블로그에서 “회사가 4가지 핵심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뚜렷한 사명감과 절박함이 전혀 없고, 특권의식(Exceptionalism)의 망상에 빠져 있고, 경영도 엉망이라는 비판이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다른 모든 죄를 숨긴 채, 매년 끊임없이 성장해 온 ‘광고’라는 돈 찍어내는 기계가 낳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일침을 날렸다.

지난 2년간 구글을 떠난 다른 네 명의 전직 직원들도 이런 조직 문화의 특징을 비슷하게 표현했다(이들은 퇴사 협약을 위반하거나 훗날 다른 일자리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을 우려, 익명을 조건으로 포춘에 이야기했다). 한 직원은 “기존 기능도 개선하려면 거쳐야 할 불필요한 요식절차가 엄청났다. 신제품은 말할 것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직원은 구글이 종종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하지 않으려고 대규모의 사용자 기반과 매출을 핑계로 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이 새 아이디어가 미칠 영향의 기준을 너무 높게 설정한 바람에 그 어떤 것도 그 벽을 넘을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그런 내부 불만은 “구글이 위기(Google is toast)”라는 외부의 광범위한 시각으로까지 번졌다. 실제로 챗GPT가 출시된 후 새해 첫날까지 5주 동안 알파벳 주가는 12%나 하락했다.

작년 12월 중순경 구글플렉스 사옥 내부에서는 패닉의 징후가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알파벳이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따라 잡기 위해 ‘경계 경보(Code Red)’를 발령했다고 보도했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201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슈퍼 의결권 주식을 통해 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계속 행사했다-도 갑자기 복귀했다. 보도에 따르면, 브린은 팔을 걷어붙이고 AI 시스템 개발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검색 담당 부사장 엘리자베스 리드는 SGE—생성형 인공지능을 검색 답변과 결합하는 실험적 기술이다—를 이끌고 있다.
구글의 검색 담당 부사장 엘리자베스 리드는 SGE—생성형 인공지능을 검색 답변과 결합하는 실험적 기술이다—를 이끌고 있다.

 

공동 창업자들의 복귀를 피차이의 리더십에 대한 강력한 지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구글 경영진은 페이지와 브린의 새로운 등장(그리고 사실상 최근 벌어진 모든 혼란까지)을 경고의 의미 대신 창업자들의 열정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알파벳의 글로벌 업무 담당 사장 켄트 워커는 “래리와 세르게이가 모두 컴퓨터 과학자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둘은 그 가능성에 대해 흥분하고 있다”고 말한다. 워커의 최우선 업무는 회사의 콘텐츠 정책과 책임 있는 혁신 팀을 관장하는 것이다.

피차이는 나중에 뉴욕타임스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경계 경보’를 발령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생성형 AI를 ‘의미 있는 심오한 경험’으로 바꿀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팀에 긴급하게 움직일 것을 지시한 사실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촉구는 분명 효과가 있었다. 구글은 지난 2월 챗GPT의 경쟁제품 바드를 발표했다. 3월에는 워크스페이스(Workspace·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소프트웨어 모음)의 글 작성 보조 기능에 대한 시연회를 가졌다. 클라우드 고객들이 자체 데이터에서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을 훈련시키고 실행할 수 있는 버텍스(Vertex) AI 환경도 미리 선보였다. 이어 5월 열린 개발자 회의에서는 거의 모든 구글 제품이 생성형 AI의 화려한 후광을 새롭게 등에 업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일부 투자자들은 깊은 인상을 받았다. 모건 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개발자 회의 직후 “구글의 혁신 속도와 제품 출시 전략이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챗GPT 출시 직후 주당 88달러(약 11만6000원)까지 하락했던 구글 주가는 피차이가 마운틴 뷰 무대에 오를 때쯤, 122달러(16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었다.

그러나 의구심은 여전하다. 주식 리서치 업체 아레테 리서치의 설립자 리처드 크레이머는 “구글은 내재된 이점이 많다”며, 독보적인 AI 연구 성과와 전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데이터 센터의 강점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구글은 그것들을 최대한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데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크레이머는 이어 “회사 사업부들과 제품 팀들이 서로 너무 벽을 쌓고 있어 사내 전반에 걸쳐 협업이 어렵다”고 꼬집었다(현재까지 피차이가 AI 격변 속에서 만들어낸 가장 눈에 띄는 조직 구조의 변화가 있긴 하다. 회사의 최첨단 AI 사업부 두 곳-마운틴 뷰에 소재한 구글 브레인과 런던에 위치한 딥마인드-을 ‘구글 딥마인드’라는 이름의 기업으로 합병한 것이다).

구글이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레테의 애널리스트들뿐만이 아니다. 모건 스탠리는 알파벳이 최근 주가 회복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 갭’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 회사 주식은 애플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다른 빅테크들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7월 기준으로, 경쟁사들보다 약 23%나 낮은 PER에 거래되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이런 현상은 “구글이 AI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는 시장의 믿음을 재확인하는 단서로 작용한다.

 

 

올해 38세의 잭 크라우치크는 구글로 다시 복귀한 직원이다. 그는 20대에 구글에 입사한 후, 2011년 퇴사했다. 이어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다가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 판도라와 위워크에서 일했다. 그는 2020년 구글로 돌아와 구글 어시스턴트-애플 시리와 아마존 알렉사에 대응하기 위한 제품이다- 개발에 참여했다. 구글의 람다 챗봇은 크라우치크를 매료시켰다. 그는 그 제품이 어시스턴트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궁금했다.

크라우치크는 “2021년은 몰라도, 지난해 대부분 기간 동안에는 그 아이디어를 계속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람다 챗봇과 구글 어시스턴트를 결합하는 아이디어를 망설이게 한 것은 신뢰성(‘환각’ 현상의 끊임없는 부작용)이었다고 토로한다. “자신 있게 들리지만, 명백하게 잘못된 답변을 사용자들에게 제시하는 게 아무 문제가 없을까?”

크라우치크는 “우리는 람다 챗봇이 ‘사용자가 매우 설득력 있게 느끼는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순간을 기다렸다”며 “그리고 작년 가을 그 신호들을 보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그는 그 신호에 챗GPT의 엄청난 인기도 포함됐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오늘날 크라우치크는 바드 팀의 제품 수석 책임자를 맡고 있다. 비록 구글이 수년간 개발해 온 연구에 의존했지만, 바드는 챗GPT 출시 이후 빠르게 만들어졌다. 이 새 챗봇은 마이크로소프트 빙 챗(Bing Chat)의 데뷔를 불과 며칠 앞둔 지난 2월 6일 공개됐다. 회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는지 밝히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회사가 압박을 받고 있었다는 몇 가지 징후가 나타났다.

챗GPT의 유창한 응답의 비밀 중 하나는 ‘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 학습(RLHF)’ 과정을 거쳐 그 답변을 미세 조정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챗봇의 응답을 평가하고 AI가 가장 뛰어난 평가를 받는 응답과 더 비슷하게 결과물을 조정하는 방법을 훈련하는 방식이다. 개발 기업이 더 많은 대화를 훈련시킬수록 챗봇은 더 개선된 답변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챗GPT가 불과 두 달 만에 1억명의 사용자를 돌파함에 따라 오픈AI는 이런 대화에서 매우 유리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 구글은 챗GPT를 따라 잡기 위해, 외부 평가자들과 계약했다. 하지만 아웃소싱 회사 아펜에서 일했던 이들 중 일부는 저임금과 불합리한 평가 시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해고 당했다. 그래서 나중에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제소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워싱턴 포스트과의 인터뷰에서 “단 5분 만에 남북전쟁의 기원 같은 복잡한 주제에 대해 바드의 답변을 평가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 계약자들은 “시간 압박이 부정확한 평가로 이어져 바드를 불안전하게 만들 것을 우려했다”고 털어놓았다. 구글은 그 문제는 아펜과 그 직원들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평가 등급은 바드를 훈련하고 시험하는 데 활용되는 많은 데이터 포인트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바드의 훈련은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다른 보도들은 “구글이 라이벌 제품 챗GPT의 답변을 사용해 독자적으로 바드의 훈련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 답변들은 사용자들이 셰어GPT라는 웹사이트에 올린 것이다. 구글은 훈련을 위해 그런 데이터를 사용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빙과 달리, 바드는 관련 인터넷 사이트들에 연결할 수 있는 링크를 제공할 수 있음에도 ‘검색 도구’로 설계되지 않았다. 크라우치크는 바드의 목적이 ‘창의적인 협업 도구’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사용자가 스스로 아이디어를 찾는 것을 지원하는 데 바드의 주 목적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바드는 당신 머릿속에 있는 단편적인 정보와 그런 종류의 추상적인 개념을 취합해 사고를 확장하는 과정을 돕는다. 즉, 당신의 상상력을 증강시킨다. 구글 검색이 망원경이라면, 바드는 거울과 같다.”

 

 

사람들이 바드의 거울에서 정확히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기는 어렵다. 이 챗봇의 데뷔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바드를 발표하는 블로그 포스트에서, 답변을 보여주는 화면에 엉터리 사실이 포함돼 있었다. 바드는 2021년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태양계 밖 행성을 처음 촬영했다고 답했다(실제로는 지구에 설치된 한 망원경이 2004년 이미 그 업적을 달성했다).

그 답변은 무려 1000억 달러(약 131조7600억원)짜리 실수로 드러났다. 기자들이 바드의 오류를 보도한 후 48시간 만에 알파벳이 잃은 시가총액이다. 구글 스스로도 직원들에게 바드를 과신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회사는 지난 6월 직원들에게 신중한 검토 없이, 바드나 다른 챗봇의 코딩 답변에 의존하지 말라고 공지했다.

바드의 데뷔 이후, 구글은 챗봇을 구동하는 AI를 팜 2 대형 언어모델로 업그레이드했다. 회사가 발표한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팜 2는 일부 추론과 수학 그리고 번역 부문에서 오픈AI의 최고 모델 GPT-4를 능가했다(하지만 제3의 외부 평가자들은 그 결과들을 똑같이 재현할 수 없었다). 구글은 또한 수학과 코딩 질문에 대한 바드의 답변을 크게 개선하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크라우치크는 이런 변화들 중 일부가 바드의 환각 현상을 줄였지만,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현재 최적의 결괏값을 산출하는 최선의 방법은 없다. 바드가 실험 제품으로 출시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설명한다.

구글은 바드가 얼마나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지 밝히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제3자의 데이터를 보면, 발전의 조짐이 보인다. 웹 트래픽 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바드 웹사이트 방문 수는 4월 약 5000만 건에서 6월 1억4260만 건으로 급증했다. 물론 같은 달 챗GPT가 기록한 18억 건에는 한참 못 미친다(구글은 7월 바드를 유럽 연합과 브라질에 출시했다. 아울러 중국어와 힌두어, 스페인어 등 35개 언어를 추가해 사용 국가를 대폭 확대했다). 이 수치는 월간 방문 수 880억 건과 일일 검색 질문 수 85억 건에 달하는 구글의 검색 엔진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챗이 출시된 이후에도, 구글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93.1%로 오히려 약간 증가했다. 반면 웹 트래픽 분석업체 스탯카운터의 데이터에 따르면, 빙의 시장 점유율(2.8%)은 근본적으로 변동이 없었다.

이렇듯 빙 AI는 구글의 검색 사업에 아직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대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지난 5월 미국에서 6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6~34세의 60%가 구글 검색을 사용하는 것보다 챗GPT에 질문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 회사의 수석 기술 애널리스트 만딥 싱은 “젊은 세대는 온라인 검색 사용 방식을 영구적으로 바꿀 주역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SGE가 재등장한다. 구글의 검색 담당 부사장 엘리자베스 리드는 “이 새로운 생성형 AI 도구는 사용자들이 더 복잡한 다층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도록 지원한다. 기존 구글 검색보다 훨씬 앞선 기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특히 속도와 관련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구글 검색은 결과를 즉시 제시한다. 반면 SGE는 스냅샷 요약 화면이 뜰 때까지, 사용자들이 좌절감을 느낄 정도로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리드는 개발자 회의 전 가진 시연회에서 필자에게 “기술적 재미의 일부는 컴퓨터의 대기 시간에 맞춰 작업하는 것”이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그녀는 이후 인터뷰에서 “회사가 속도 측면에서 진전을 이뤘다”며 “사용자들이 스스로 답을 얻기 위해 여러 링크들을 접속하느라 10분을 낭비하는 대신, SGE로부터 정확한 답을 얻기 위해 약간의 지연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용자들은 또한 SGE가 표절에 연루된 사실을 발견했다. 말 그대로 웹사이트에서 답변을 도용하고도 원문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하지 않았다. 생성형 AI에 만연한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리드는 “본질적으로 까다로운 이 기술의 문제는 실제로 어디에서 정보를 얻는지 거의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토로한다. 구글은 SGE의 장단점을 계속 파악해 개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바드 팀의 제품 책임자 잭 크라우치크는 이 챗봇의 성능을 개선하고, 소위 '환각' 현상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관장하고 있다. 
바드 팀의 제품 책임자 잭 크라우치크는 이 챗봇의 성능을 개선하고, 소위 '환각' 현상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관장하고 있다. 

 

최대 문제는 구글이 기존 검색만큼 생성형 AI 콘텐츠 광고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사실이다. 리드는 “우리는 계속 광고 실험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 실험에는 SGE 페이지 주변의 다양한 위치에 광고를 배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리드가 스냅샷 답변에 ‘기본’으로 게재된다고 설명한 광고도 포함된다. 물론 구글은 “답변의 특정 부분에 광고를 배치한다”는 사실을 사용자들에게 분명히 알릴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리드는 또한 구글이 SGE 페이지 전반에 걸쳐 ‘아웃 링크(Exits)’를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사용자가 제3의 웹사이트에 연결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런 ‘아웃 링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구글의 검색 결과에 의존해 자체 사이트로 트래픽을 유도하는 콘텐츠 게시업체 및 광고주들에게 매우 중요한 관심사다. 이들은 이미 ‘멘붕(Freaking Out)’ 상태다. 스냅숏 답변을 사용하면, 사람들이 링크를 클릭할 가능성이 훨씬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 매체들은 특히 분노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의 대형 언어모델 접근 방식은 문제가 많다. 현재대로라면 구글은 전혀 보상 없이 그들의 사이트에서 정보를 무단으로 긁어온(Scraping) 후, 그들의 사업을 붕괴시킬지 모를 AI 구축을 위해 해당 데이터를 활용하게 된다.

많은 대형 언론사들은 구글이 그들의 콘텐츠를 사용하는 대가로 매년 수백만 달러를 받기 위해 협상을 시작했다. 비록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AP통신은 지난 7월 언론사 중 처음으로 오픈AI와 이런 종류의 거래에 합의했다(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 책임자 조르디 리바스는 같은 달 열린 포춘 브레인스톰 테크 콘퍼런스에서 청중들에게 “회사가 자체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빙 챗 사용자들이 전통적인 빙 검색 사용자들보다 링크를 클릭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물론 사람들이 링크를 클릭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알파벳 자체에 실존적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 구글 매출의 80%를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광고)이 챗봇과 기타 보조 도구들에 가장 적합한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예를 들어, 오픈AI는 사용자에게 매달 20달러(약 2만 6000원)를 부과하는 챗GPT 플러스 서비스의 구독 모델을 선보였다. 현재 알파벳은 유튜브 프리미엄부터 핏비트 웨어러블의 다양한 기능까지 많은 구독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광고만큼 수익성이 좋은 사업은 없다.

또한 그만큼 급성장한 사업도 없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기타 투자’ 회사들을 제외하면, 구글의 비광고 부문 매출은 지난해 겨우 3.5% 성장한 290억 달러(약 38조 2250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광고 매출은 그보다 두 배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2240억 달러(295조 2540억원)를 올렸다. 구글이 무료 인터넷 검색에 익숙한 많은 사람들을 유료 구독자로 전환시킬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실시한 AI 조사는 또 다른 불길한 결과를 내놨다. 모든 연령대의 대부분 사람들(93%)이 AI 챗봇을 이용하기 위해 매달 10달러(1만 3000원) 이상을 지불할 의사가 없다고 대답한 것이다.

 

7월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 연설을 하기 위해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AWS의 CEO인 아담 셀립스키, 오픈AI 공동 창업자 그렉 브록먼, Meta의 사장 닉 클레그, 인플렉션AI의 CEO 무스타파 술레이만,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 그리고 Google 사장 켄트 워커. [사진=AP/뉴시스]
7월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 연설을 하기 위해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AWS의 CEO인 아담 셀립스키, 오픈AI 공동 창업자 그렉 브록먼, Meta의 사장 닉 클레그, 인플렉션AI의 CEO 무스타파 술레이만,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 그리고 Google 사장 켄트 워커. [사진=AP/뉴시스]

 

생성형 AI가 ‘검색 킬러’가 된다면, 구글은 어디에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우선, 회사 클라우드 사업이 수혜를 입을 공산이 크다. 구글은 오랫동안 AI 역량을 클라우드 서비스 구축에 투입해 왔다. 애널리스트들은 생성형 AI 붐이 고객사의 관심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구글은 지난 1년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 유일한 주요 클라우드 제공업체였다. 11%까지 점유율을 높인 구글 클라우드는 또한 올 1분기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그럼에도 아레테 리서치의 크레이머는 “구글이 경쟁자들을 잡으려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모두 구글 클라우드보다 규모와 수익성이 훨씬 뛰어나다. 더욱이 AI와 관련된 경쟁도 치열하다. 챗GPT가 큰 인기를 모으며, 많은 고객사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클라우드(Azure Cloud)에서 오픈AI의 대형 언어모델 기술을 활용하려 한다.

좀 더 넓게 보면, 구글이 지금까지 취해온 생성형 AI 조치의 대부분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강력한 공격을 막기 위한 방어책에 불과했다. 구글이 차세대 제품을 둘러싼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더욱 공격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다음에 등장할 제품은 콘텐츠를 생성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를 대신해 직접 행동을 취하고 소프트웨어를 운영하는 AI 시스템이 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들은 소위 ‘디지털 에이전트’로서 식료품을 주문하고, 호텔 객실을 예약하고, 검색 페이지 너머에서 당신의 삶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알렉사나 시리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On Steroids) 비서를 생각하면 된다.

빌 게이츠는 지난 5월 “누가 개인 AI 에이전트 경쟁에서 승리하든, 그것은 중요한 사건이다. 사람들이 다시는 검색 사이트와 생산성에 도움이 될 사이트나 아마존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가 ‘디지털 에이전트’ 기능을 구축하지 않으면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딥마인드의 공동 설립자 무스타파 설리먼이 설립한 스타트업 인플렉션의 투자자이기도 하다. 이 신생기업은 모두의 개인 AI ‘비서실장(Chief of Staff)’ 기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글은 제미니(Gemini)라는 더 강력한 인공지능 모델 제품군의 출시 가능성을 흘려왔다. 피차이는 그동안 제미니가 “도구와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통합에 매우 효율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제미니가 ‘디지털 에이전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강력한 암시다. 또 다른 신호도 있다. 구글 산하의 딥마인드는 작년 말 가토(Gato)라는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가토가 제미니보다 먼저 선보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바드 팀의 크라우치크는 디지털 에이전트를 둘러싼 높은 관심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보조 도구에서 디지털 에이전트로 전환하는 과정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책임 있게 행동하라”는 구글의 모토 내에서 그것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에서 직접 행동을 취하는 디지털 에이전트는 단순한 생성형 AI보다 더 많은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람들이 AI에 지시를 내리는 데 서툴다는 점이다. 크라우치크는 “사람들은 지시를 할 때 종종 맥락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AI가 우리 마음을 헤아리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정확히 그런 우려들 때문에, 규제가 구글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백악관은 지난 7월 말 구글 등 유수의 AI 기업 7곳이 자발적으로 공공 투명성과 안전 테스트, 그리고 AI 모델의 보안에 관한 몇 가지 단계의 약속을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의회와 바이든 행정부는 추가적인 가드레일 조항을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연합(EU)에서는, 시행을 눈앞에 둔 AI 법안이 알파벳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AI 훈련 데이터의 투명성과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법의 준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딥러닝 기법을 처음 개발한 '인공지능의 대부'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는 지난 5월 AI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구글을 퇴사했다. [사진=AP/뉴시스]
딥러닝 기법을 처음 개발한 '인공지능의 대부'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는 지난 5월 AI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구글을 퇴사했다. [사진=AP/뉴시스]

 

구글의 글로벌 업무 담당 최고책임자인 워커는 이런 난관을 헤쳐나가야 하는 불가피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각국 당국이 인공지능에 대한 최초의 규제 대신 최고의 규제를 놓고 경쟁을 펼쳐야 한다”며, 앞으로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음을 내비쳤다. 워커는 셰익스피어의 팬이다. 필자는 그런 그를 인터뷰할 준비를 하며, 바드 챗봇에 “알파벳이 현재 처한 ‘혁신가의 딜레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인의 비유적 표현이 있어?”라고 물었다.

바드는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나온 프로스페로를 제시했다. 이 작품의 주인공 프로스페로는 마법을 앞세워 섬을 통치하는 강력한 지배자다. 자신의 영역을 지배하기 위해, 검색과 초기 AI 기술의 ‘마법’을 이용하는 알파벳의 모습과 무척 닮았다. 프로스페로는 마법으로 폭풍을 일으켜 난파한 경쟁자들을 자신의 섬으로 불러들였지만, 결국 그가 지배하는 세상은 전복됐다. 현재 알파벳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적절한 비유다.

그러나 필자가 워커에게 현 상황과 셰익스피어식 비유에 대해 묻자, 그는 대신 <맥베스>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그 작품에서 맥베스의 부관 뱅쿠오는 세 마녀에게 “너희들이 ‘시간의 씨앗(The Seeds of Time·미래에 닥칠 결과)’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 어떤 씨가 자라고 자라지 않을지 말해보라 / 누가 애원하지도, 두려워하지 않을지도 말해보라 / 나는 너희들의 길점(Favor)을 구걸하지도, 흉점(Hate)을 두려워하지도 않을 테니”라고 말한다.

워커는 “그것이 바로 AI가 하는 일”이라며 “AI가 100만 개의 씨앗을 들여다보면, 어떤 씨앗이 자라고 어떤 씨앗이 자라지 않을지 가늠할 수 있다. 따라서 AI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AI는 구글이 우리가 익히 아는 검색의 종말에 대한 해결책을 찾았는지 워커나 피차이에게 답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셰익스피어 같은 위대한 시인(Bard)이나, 바드(Bard) 챗봇 모두 그 질문의 답을 제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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