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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⑥] 록히드마틴, 1조7천억달러짜리 전투기의 부침

  • 기사입력 2023.09.06 07:00
  • 기자명 문상덕 기자

미국의 거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의 F-35 통합타격전투기는 지금까지 개발된 무기 가운데 가장 비싸다. 이 전투기는 당초 계획보다 10년이나 승인이 늦어졌고, 예산은 80%나 더 소요됐다. 그럼에도 미 국방부와 동맹국들은 이것이 가장 필요한 전투기라고 확신한다. By Christopher Leonard

Illustration by Tavis Coburn
Illustration by Tavis Coburn

 

작년 초 어느 일요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이 지난 70년 이상 고수해 온 평화주의 외교정책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막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시기였다. 숄츠의 의회 연설은 간결하고 긴박했으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만한 내용이었다. 그는 “독일 정부는 즉시 자국 군대에 약 1000억 달러(약 130조80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연간 국방비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아울러 앞으로 국방 예산을 GDP의 2%까지 늘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숄츠는 푸틴의 침략을 “세계 냉전의 부활”이라고 칭했다. 그리고 그는 독일이 그 상황에 부합하는 군사체계를 갖출 것을 약속했다.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의 연설이었지만, 숄츠는 독일이 구매하려는 특정 무기를 언급하는 데 특별히 시간을 할애했다. 바로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초고가의 F-35 전투기였다.

그의 깜짝 발언은 관련 뉴스를 추적해 온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을지 모른다. 2001년 제작 발표 이후 F-35 프로그램은 체계적이지 못한 미국의 군산복합체를 대표하는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그 전투기는 최종 승인을 받기까지 10년이나 늦었고, 예산은 거의 80%나 초과했다. 제작 결함과 계산 착오로 인해, 생산은 진행과 중단을 반복했다.

작년 가을, 코미디언 빌 마허는 자신의 HBO 독백쇼에서 그 전투기에 대한 대중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그는 “우리는 F-35에 1조5000억 달러(약 1962조원)를 썼다. 하지만 한 번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돈을 쏟아붓고 있다. 이 전투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유고슬라비아 같은 운명”이라는 결론을 내리며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마허의 비판 중에는 사실과 다른 점이 일부 있었다. 예를 들어, 약 60년의 기대 수명을 가진 F-35 전투기의 개발과 제작 및 유지에 소요되는 예상 비용은 실제로 1조 7000억 달러(2224조원)나 된다.

그럼에도 독일은 결국 80억 달러(약 10조4640억원)를 투입, 거의 40대의 F-35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숄츠의 연설 직후, 캐나다도 88대를 구매할 의사를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며 그리스와 체코, 싱가포르에서도 F-35에 관심을 나타냈다. 그에 앞서 핀란드와 심지어 중립국으로 유명한 스위스도 2021년 대규모 신규 주문을 했다.

F-35가 정말 형편없는 전투기라면 왜 그렇게 많은 정부가 이것을 사겠다고 아우성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미국과 동맹국들 그리고 모든 미국 납세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군과 민간의 협업 포트 워스에 있는 제조기술연구소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의 모습. 이 록히드 연구소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폭격기를 생산했던 정부 소유 공장에 입주해 있다. 오늘날 이곳에서는 군인과 민간인 직원들이 나란히 일한다.
군과 민간의 협업 포트 워스에 있는 제조기술연구소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의 모습. 이 록히드 연구소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폭격기를 생산했던 정부 소유 공장에 입주해 있다. 오늘날 이곳에서는 군인과 민간인 직원들이 나란히 일한다.

 

F-35는 매년 약 120억 달러(15조969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미 국방부에서 가장 큰 규모다. 납세자들이 다른 주요 국방 및 국내 사업들을 제치고, 20년 이상 F-35에 우선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에 따른 기회비용은 수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프로그램은 또한 미국 역사상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의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 록히드는 2022년 약 660억 달러(86조32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거의 대부분이 사실상 무기 판매에서 발생했다(회사는 미사일과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군함, 다수의 다른 전투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록히드는 그 어느 때보다 국가 안보가 더 중요해진 요즘, 방산업계에서 최고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2020년 미 국방부 예산의 약 58%가 민간 계약업체에 배정됐다. 20년 이래 최대 비율이다.

궁극적으로 F-35는 록히드와 국방부의 ‘결과 도출’ 능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다. 다시 말해 F-35가 막대한 자원을 낭비했거나(방위산업의 지나친 낙관과 저조한 성과를 보여주는 최악의 사례다), 아니면 미국과 동맹국들에 상당한 우위를 제공하는 현명한 장기 투자가 될 것이다.

록히드마틴과 국방부가 후자의 평가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록히드는 “F-35가 앞으로 수년간 미국 전쟁 무기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회사에서 F-35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브리짓 로더데일 부사장은 “F-35는 의심할 여지없이 세계에서 가장 진일보한 전투기다. 우리는 이 전투기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에서 이 프로그램을 관장하는 공군 3성 장군 마이클 슈미트도 “이 전투기가 성공을 거둬야 하는 많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 군에 반드시 필요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방부와 의회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사무실에서 가진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미국과 동맹국을 대신해 투자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는 공중전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며 “그것만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중의 불신과 빌 마허의 조롱과 달리, 현재 F-35 프로그램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록히드는 지금까지 약 960대의 전투기를 인도했고 이 가운데 약 630대가 미군에 전달됐다. 이 전투기는 여러 차례의 실전에서 훌륭한 성과를 보였다. F-35는 아직 정교한 외국 군대에 맞서 장기간 전투를 펼친 경험이 없다. 하지만 그럴 경우를 대비, F-35 설계는 전투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기술들을 접목하고 있다. 적의 레이더를 피하고, 미국과 연합군을 데이터 공유 네트워크에 하나로 연결할 수 있다. 결국 적의 전략을 능가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록히드 마틴 건물.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록히드 마틴 건물.

 

F-35는 사실 그동안 비용 초과와 일정 지연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기술 혁신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며, 이제는 조종사와 많은 국가의 마음을 서서히 사로잡기 시작했다. 일례로 최근에는 거의 말 그대로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술까지 개발된 상태다.

F-35의 원래 강점은 역설적이게도 비용 절감이었다. 1990년대 냉전이 끝나자 군 예산이 삭감됐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는 더 싸고 더 효율적인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그래서 통합타격전투기라고 불리는 F-35는 약간의 개조를 통해 공군과 해군, 해병대 등 모든 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단일 전투기(가볍고, 레이더를 피하고, 중무장이 가능하고, 조종하기 쉽다)를 목표로 했다. 각기 다른 모델들에 공통 적용할 수 있는 단일 차량 섀시처럼 말이다.

록히드마틴 자체도 비용 절감이라는 1990년대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당시 방산업체들은 긴축 경제에서 살아남고자 인수합병을 시도했다. 1995년 록히드 CEO였던 대니얼 텔렙은 마틴 마리에타와의 합병을 총지휘했다. 록히드는 아주 오래 전부터 대규모 장기 계약에서 두각을 보였다. 핵심 사업의 기반은 ‘과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복잡한 프로젝트들을 관리’하는 데 있었다.

텔렙은 2019년 가진 인터뷰에서 “록히드의 최대 강점은 국방부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간파하고, 그곳에 먼저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우리는 첨단 기술과 연구 개발 등에 투자하는 것을 아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그는 이듬해 사망했다). 예를 들어, 록히드의 유명한 비밀 실험실(스컹크 웍스, Skunk Works)은 CIA를 위해 극비 비행기를 만들었다. 아울러 비행기가 레이더 신호를 흡수하거나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레이더 탐지를 피할 수 있는 스텔스 기술을 발명하는 데 일조했다.

1990년대 후반, 록히드는 미 국방부의 합동타격전투기 개발 계약을 따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거의 실패작이었다.

록히드와 국방부는 즉시 기술적 난관에 부딪혔다. 해병대용 F-35 전투기가 활주로가 아닌 곳에서 수직 이륙하도록 설계됐는데, 그 기술은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드러났다(이 프로그램은 결국 모든 군이 사용할 수 있는 ‘단일 전투기’ 아이디어를 포기했다).

록히드는 2009년 말까지 약속한 13대의 시험 전투기 중 단 4대만 인도했다. 대당 생산 시간은 약 50%나 늘었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하려는 국방부의 결정 탓에 생산 차질을 빚었다. 록히드가 설계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 개발에 투자하면서 동시에 F-35 전투기를 계속 생산하도록 계약을 한 탓이다. 그 결과, 미 정부는 초기 F-35 전투기에 추가 탑재되는 기술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이런 상황은 2010년 한계에 도달했다. F-35의 대당 인수가가 8100만 달러(약 1060억원)에서 1억5600만 달러(2040억원)로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당시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는 기자회견을 열고 F-35 프로그램 책임자인 해병대 소장 데이비드 하인즈를 공개 해고했다. 록히드도 6억1400만 달러(8030억원)의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중징계를 받았다. 게이츠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하지만 록히드와의 계약을 전면 취소하지는 않았다. 사실상 그는 기한을 연장했고 기존 실수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자금 지원을 승인했다.

 

 

그 후 10년간 F-35는 매우 공공연하게 실책을 잇따라 저질렀다. 2015년 구형 F-16을 상대로 벌인 공중전에서는 형편없는 실력을 보였다. 협력업체 프랫 앤 휘트니가 만든 엔진 온도가 너무 올라간 나머지 대기 모래와 모래 가루가 비행기 내부에서 쌓이며 일종의 유리벽이 생기기도 했다. 비행 성능이 저하되며 전반적인 재설계가 불가피해졌다. 한편 F-35에 새 기능이 추가되자 엔진이 내부 시스템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마도 가장 실망스러웠던 점은 F-35의 작동을 위해 수백만 개의 소프트웨어 코드가 필요했다는 사실이다. 모든 코드와 마찬가지로, 이들 코드는 오류가 많아 재수정 작업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쯤 F-35의 생산 비용은 거의 두 배나 늘었다. 처음 20년간 2330억 달러(약 304조764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던 이 프로젝트의 총비용은 실제로 4160억 달러(544조1280억원)까지 불어났다.

그때까지 F-35 사업은 표류하는 것처럼 보였고, 록히드마틴도 같은 운명을 맞는 듯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패배하며 철수를 막 시작하고 있었다. 그곳과 이라크에서 미국의 ‘영원한 전쟁(Forever Wars)’이 끝나자, ‘평생 파트너’였던 록히드 같은 거대 방산업체들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록히드도 자체적으로 2021년 10월 “국방 예산이 유지되거나 감소할 상황에서, 매출 전망치가 대폭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록히드는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 군 예산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일반 대중의 부정적 인식과 달리, 세계 여러 나라가 앞다퉈 F-35 구매에 나서기 시작했다. F-35와 관련된 악재들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록히드는 묵묵히 혁신적인 무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었다.

미 공군 비행 중대는 지난 2019년 F-35로 이라크의 ISIS 무기 창고와 터널 시스템을 공격했다. 이에 앞서 미 해병대와 이스라엘 방위군은 2018년 F-35를 전투에 배치했다. 미 국방부와 록히드는 “세부 사항은 기밀”이라며, 그런 임무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입을 다물고 있다. 하지만 공군 대령 요세프 모리스는 F-35 조종을 “라디오 세대가 텔레비전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과 같았다”고 묘사했다. 그는 2019년 임무에서 비행 중대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낚시를 한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은 낚싯대 하나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물을 사용하면 더 많은 물고기를 더 쉽게 잡을 수 있다. F-35는 촘촘하게 연결된 그물과 같다. _산티 불네스 록히드마틴 항공 공학 및 기술 담당 부사장

 

F-35를 이렇게 강력하게 만든 세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는 스텔스 기술이다. 이 전투기는 러시아가 수년간 개발해 온 두터운 방공망, 특히 S-400 레이더 및 요격 미사일을 갖춘 방공시스템을 관통하도록 설계됐다. S-400 방공시스템은 모든 탐지 물체를 파괴할 수 있지만, F-35는 그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다.

둘째는 이른바 ‘동맹 효과’다. 애플이 적절한 비유 대상일 것이다. 만약 어떤 나라가 F-35를 구입하면, 기본적으로 최신 아이폰의 전투기 버전을 구입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전투기와 관련된 모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생태계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전투기는 자국 및 동맹국의 방공 시스템과 원활하게 통신함으로써 우발 사고로 격추되는 사태를 방지하도록 설계됐다. 미국과 나토는 애플의 iOS로 운영되는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안드로이드로 운영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국가들은 둘 중에서 하나의 시스템을 선택해야 한다.

이런 동맹 효과는 F-35의 세 번째 장점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록히드와 국방부가 전투기에 대해 얘기할 때, 그들은 폭탄과 미사일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대신 센서와 데이터, 즉각적인 통신에 초점을 맞춘다. 모리스 같은 조종사들도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것은 결국 인프라”라고 말한다.

모리스는 지난 2012년까지 록히드의 F-16을 몰았다. 그가 1970년대에 설계된 모니터와 계기판을 사용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F-16 조종석 안에서 신경 쓸 일이 너무나 많았다. 우선 레이더 모니터를 통해, 임박한 위협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또한 미사일 발사를 감지할 수 있는 적외선 센서 같은 다른 모니터들도 참조해야 했다. 아울러 그의 모니터가 놓칠 수도 있는 위협을 발견하기 위해 전투기의 대형 유리 덮개를 통해 주변을 살펴야 했다. 이런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모든 상황이 파악됐다. 설상가상으로 F-16 조종사들은 공중조기경보 및 통제체제(AWACS)나 전장감시통제항공기(JSTARS) 같은 감시 시스템들이 보내는 신호도 해석해야 했다. 이런 감시 시스템들의 성능은 매우 우수하다. 하지만 너무 크고 복잡해 이를 탑재할 전용기가 필요하다.

반면, 모리스는 “F-35 내부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고 설명한다. 이 전투기에는 AWACS와 JSTARS에 준하는 일련의 센서들이 탑재돼 있다. 따라서 전투기 외부의 감시 시스템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전투기 자체가 감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즉, F-35의 내부 컴퓨터가 센서들이 수집한 수많은 데이터를 읽고 분석한다(록히드가 설계한 ‘센서 융합’이라고 불리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분석 결과가 조종사의 계기판에 즉시 표시된다. 이제는 상황을 파악하는 데 훨씬 적은 시간을 쓰고, 대신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퇴역한 모리스는 “전투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아주 먼 거리까지 잘 파악할 수 있다. F-16 같은 구형 전투기에는 없던 기능”이라고 설명한다.

 

미 국방부의 총괄 책임자 마이클 슈미트 공군 중장이 포트 워스의 F-35 생산 공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연간 120억 달러 규모의 국방부 F-35 프로그램을 감독하며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하위 프로그램들을 관리한다.
미 국방부의 총괄 책임자 마이클 슈미트 공군 중장이 포트 워스의 F-35 생산 공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연간 120억 달러 규모의 국방부 F-35 프로그램을 감독하며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하위 프로그램들을 관리한다.

 

이런 기술의 대부분은 록히드의 항공 공학 및 기술 담당 부사장 산티 불네스가 운영하는 비밀 부서에서 개발됐다. 록히드에서 수십 년간 잔뼈가 굵은 이 베테랑은 1990년대에는 초창기 F-35 시제품 개발에 일조했다. 그의 부서는 전투기의 센서와 모니터 그리고 훨씬 중요한 F-35의 네트워크 개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센서 덕분에, F-35는 전장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록히드는 또한 이런 정보를 매우 신속하게 공유하도록 설계했다. 사실상 이 전투기는 거대한 통신 네트워크의 거점으로 진화했다. 지상 미사일 발사대와 드론, F-16 같은 구형 전투기, 전함 및 위성을 포함한 군사 활동에서 등장하는 모든 종류의 무기와 정보를 공유하는 거대한 ‘데이터 센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불네스는 “낚시를 한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은 낚싯대 하나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물을 사용하면 더 많은 물고기를 더 쉽게 잡을 수 있다”며, “이처럼 F-35는 촘촘하게 연결된 그물과 같다. 한 조종사가 무언가를 보면, 나머지 모든 조종사들도 동시에 같이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런 정도의 기술력을 정말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즉, 이 전투기가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 가늠조차 못했을 것”이라고 자랑한다.

대응 시간이 1000분의 1초 단위로 측정되는 현대전에서 이런 형태의 정보망은 결정적인 우위를 제공한다. 전쟁에서 전략과 통신은 종종 문제를 일으킨다. 안개 속 같은 이런 상황에서 F-35를 주축으로 구성된 군대는 정보를 앞세워 연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사이버 공격을 받아도 적의 보급선을 폭격할 수 있을 정도다. 이탈리아의 국방 분석가 니콜로 페트렐리는 이 전투기의 정보 시스템을 “비약적인 발전”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런 ‘퀀텀 점프’가 일어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많은 기술 변경이 반복됐다. 당연히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됐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이 전투기의 더딘 개발은 록히드 마틴의 핵심적인 사업 전략을 잘 반영한다. 회사는 인내심을 가지고 최적의 결과물을 얻을 때까지 조용하게 자체 엔지니어링 능력과 국방부의 요구를 맞춰 나간다.

마치 집을 짓는 와중에 고객이 새로운 방들을 계속 추가하고, 동시에 새 종류의 에어컨 시스템을 개발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심지어 록히드는 대중이 지켜보는 의회 청문회에서 공개적인 굴욕을 참아내고 있다. 또한 F-35는 지난 2010년 예산위기의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매년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GAO)은 F-35 프로그램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불가피하게(그리고 정확하게) 이 보고서는 “F-35가 예정보다 늦어지고 예산도 초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 언론은 더욱 거센 비판을 가한다.

사실상 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미국 납세자들이다. 1990년대 말 록히드마틴 CEO를 역임한 노먼 어거스틴은 “F-35의 비용 초과는 군산복합체가 기존에 지켜온 철칙을 따른 결과일 뿐”이라며 “유사한 종류의 대규모 프로그램들도 동일한 비용 곡선을 보였다”고 해명한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개발비가 굉장히 높게 설정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그 비용은 항상 예상보다 더 증가한다. 실질적으로 신기술들이 중간에 추가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업그레이드 과정은 좀처럼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다만 기업들이 생산 과정을 정교화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에 더 많은 제품들을 판매함에 따라 전체 비용이 감소할 수 있다.

F-35는 두 번째 단계에 마침내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즉, 시행착오를 겪으며 국방부와 납세자들의 기대치에 근접하는 단계다. 하지만 어거스틴은 “이런 사이클이 어쩔 수 없이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부분적으로 국가 안보상 긴급 상황이 최우선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다고 비용 초과와 일정 지연을 찬성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하지만 빨리 하는 것보다 제대로 정확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서두르다가 실패할 경우, 어떠한 보상도 없다”고 강조한다.

 

비용 초과와 일정 지연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빨리 하는 것보다 제대로 정확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서두르다가 실패할 경우, 어떠한 보상도 없다.” - 노먼 어거스틴 록히드 마틴 전 CEO

 

때로는 록히드마틴과 정부의 역할 및 책임에서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록히드의 항공 사업부는 포트 워스의 거대한 정부 소유 공장-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할 폭격기를 생산하기 위해 건설됐다-에 위치해 있다. F-35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미 국방부 산하기관은 워싱턴 D.C. 교외의 크리스털 시티라는 단지 내 민간 사무실 건물에 있다. 두 곳 모두에서, 간편 복장 차림의 민간인들이 현역 군인들과 나란히 근무하고 있다. 슈미트 중장이 6층 집무실 밖 칸막이들을 지날 때마다 책상 뒤에서 군복 차림의 군인들이 부동자세를 취했다.

슈미트는 작년에 F-35 프로그램을 인수받았다. 이 방대한 프로그램은 비싸고 복잡한 하부 프로그램들로 구성돼 있다. 비판론자들은 이 전투기가 여전히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최종적으로 100% 생산이 되는 획기적인 순간”이 아직 오직 않았다는 의미다. 그런 수준의 승인을 받는다면, F-35는 개발 단계에서 벗어날 것이다. 아울러 록히드는 가능한 한 빨리 생산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현재 연간 약 125대의 전투기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최종 승인은 수많은 이유로 계속 지체되고 있다. 그중 하나는 국방부의 요구사항에 맞춰 시험하는 데 필요한 F-35 비행 시뮬레이터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그건 록히드가 시뮬레이터를 만드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F-35 기능이 기존 시뮬레이터보다 더 빠르게 추가되는 점이 문제다. 이 전투기는 레이더와 잠수함, 송신탑, 다른 비행기들로부터 나오는 중요한 신호들뿐만 아니라, 담배 연기 같은 시각적인 신호까지도 포착한다. 하지만 전장처럼 모든 것이 뒤얽혀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이런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를 아직 만들지 못했다.

기술 혁신 과정이 비용 초과나 일정 지연, 혹은 이 두 가지 모두를 초래하는 원인으로 보인다. 현재 F-35 엔진은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공군은 엔진 개선 설계 계약을 위해 2억5500만 달러(약 3335억원)를 요청한 상태다. GAO에 따르면 공군은 엔진 개선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소요될지 구체적으로 추정하지 않았다. 슈미트는 이른바 ‘테크 리프레시 3’-16억 달러(2조928억원) 이상이 소요될 F-35 컴퓨터 장비의 핵심 개선 작업이다-을 추진하고 있다. 엔진을 개선한 첫 번째 F-35가 이번 여름 생산 라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더 많은 소프트웨어 테스트가 필요하다며 인도받지 않았다. 국방부는 2024년 4월까지 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록히드는 이 문제를 더 일찍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쨌든, 이 전투기들은 테스트를 마칠 때까지는 가동되지 않을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이 궁극적으로 록히드에 큰 수익을 안겨줄지 여부는 동맹국들에 달려 있을 수 있다. 미국은 20여 년 전에 원했던 것과 똑같은 규모인 약 2500대의 F-35를 구매할 계획이다. 추가 구매는 해외 파트너들로부터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구매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슈미트는 “10년 안에 미국은 유럽에서 60대의 F-35를, 유럽 국가들은 600대를 운용할 것”이라고 추산한다. 최근 해외에 판매된 가격은 서비스와 유지보수를 포함, 대당 평균 1억5000만 달러(약 1960억원)~2억 달러(2615억원) 사이였다. 높은 가격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어떤 면에서는 싸다고 할 수 있다. 그 국가들의 납세자들은 오랜 개발 기간 동안 수십억 달러를 추가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외 판매 대금은 궁극적으로 록히드에 돌아간다.

 

격납고에 있는 F-35.
격납고에 있는 F-35.

 

그러나 F-35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기본 군수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런 비판은 더 커지고 있다. 캔자스주 포트 리븐워스에 소재한 육군사령부 및 참모대학의 군사역사학자 리차드 포크너는 “군수품 부족은 미국이 ‘금으로 도배한’ 비싼 무기 체계에 과도하게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대부분 전쟁에서는 매우 많은 무기들이 소모된다. 또한 길고 힘든 싸움이 벌어진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미국은 좀 심하다”고 비판한다.

그는 이어 “물론 가장 큰 문제는 F-35가 거의 손으로 제작하는 무기라는 점”이라며, “따라서 한 대를 잃으면 2~4년간 대체 전투기를 구할 수 없다. 소모적인 전쟁-물론 전쟁은 본래 소모전이다-에 휘말리면, 이런 전투기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대체품을 찾는데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F-35가 얼마나 취약한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록히드의 제트기 사업 개발 부사장 J.R. 맥도널드는 세계의 다른 두 초강대국(러시아와 중국) 또는 최소한 그들의 무기가 F-35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는 “우리가 두 나라와 싸울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무기와 싸울 가능성은 100%”라고 전망한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미국 조종사들이 러시아제 방공 시스템이 가동되는 시리아와 중국 시스템이 작동하는 태평양 지역에서 F-35를 비행했다는 점이다. F-35는 어느 지역에서도 격추된 적이 없다. 현역 조종사들은 이것이 의미 있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미 국방부의 F-35 담당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스콧 부차 해군 대위는 “25년 이상 복무한 군인들은 내게 ‘이 전투기가 없으면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F-35가 가진 문제들이 해결되고 있는 것처럼 보임에도, 그리고 심지어 F-35를 활용한 전면전을 해보기도 전에, 의사 결정자들은 F-35의 대체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 공군은 ‘차세대 항공 우위’(Next Generation Air Dominance·NGAD)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신형 전투기에 대한 입찰경쟁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F-35처럼 많은 센서와 촘촘한 연결 시스템을 요한다. 게다가 적어도 부분적으로 무인 전투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어떤 회사들이 이 프로젝트에 입찰서를 제출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기밀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 론 엡스타인은 “록히드가 거의 확실하게 참여한다”며 “회사가 NGAD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지는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숟가락을 얹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원래 그들의 전문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여러 실책에도 불구하고, 록히드는 여전히 미국의 가장 중요한 방산업체로서 굳건한 입지를 지키고 있다. 거의 5000억 달러(약 654조원)의 혈세가 투입된 끝에, F-35가 당초 의도대로 탄생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데이터로 중무장한 전투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첨단 무기체계로서 말이다. 록히드의 F-35 프로그램을 총지휘한 로더데일은 “F-35는 게임의 판도를 절대적으로 바꿀 쿼터백과 같은 존재”라며 “게임 룰이 변하더라도 이 전투기는 앞으로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월등한 성능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F-35 라이트닝 II의 주요 기능들

 

 

● 스텔스 기능 전투기 전체의 표면은 레이더를 반사해 탐지를 피할 수 있는 각도로 설계됐다.

● F135의 터보팬 엔진 이 전투기의 고성능 프랫 앤드 휘트니 엔진은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현재는 마하 1.6(시속 1200마일)의 속도를 낼 수 있다.

● 헬멧 F-35는 계기판에 의존하는 대신 조종사의 헬멧 디스플레이에 항공 속도와 고도, 표적 및 기타 요인에 대한 주요 데이터를 투사한다. 따라서 조종사들은 어느 곳을 바라보든 한눈에 데이터를 볼 수 있다. 이 디스플레이는 또한 야간 적외선 투시 기능을 장착, 조종사가 항공기를 투시할 수 있다.

● 좌석 영국 마틴 베이커사가 제작한 US16E 비상탈출 좌석

● 센서 패키지 너무 크고 통제하기 힘들어 보통 전투기에는 장착하지 못했던 다양한 감시 도구들이 센서 시스템에 탑재됐다. 내장 컴퓨터는 ‘센서 융합’이라고 불리는 프로세스를 활용, 조종사를 위해 센서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한다.

● 조종석 음성 인식 시스템과 내장 산소 발생 시스템, 센서 정보를 보여주는 가로 8인치 및 세로 20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있다.

● 네트워크 운영 F-35는 다른 미군 및 연합 지상군, 해군, 공군과 즉각적인 정보 공유가 가능해 ‘네트워크로 연결된’ 전투를 벌일 수 있다.

● 무기 F-35A는 스텔스 모드로 최대 2585kg의 무기를 실을 수 있고, 전체적으로 8165kg의 무게를 적재할 수 있다. 이 전투기는 또한 25mm 자동화 대포로 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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