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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④] 주자 못 낸 롯데…재진입 시나리오 두 가지

  • 기사입력 2023.08.30 17:00
  • 최종수정 2023.08.30 17:52
  • 기자명 문상덕 기자

한국 재계 6위, 전체 매출은 85조원. 하지만 롯데그룹은 6년째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 주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10대 그룹 중 유일하다. 쇼핑의 배턴을 이어받아 순위에 재진입할 수 있는 주자로는 지주와 케미칼이 꼽힌다.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롯데그룹이 2018년부터 6년째 글로벌 500대 기업을 못 내고 있다. 국내 10대 대기업집단(2023년 공정자산총액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가운데 글로벌 500대 기업을 못 낸 곳은 롯데와 농협뿐이다. 협동조합인 농협을 제외하면 사실상 롯데가 유일하다.

물론 글로벌 500대 기업 집계 기준 매출액이 기업의 실제 가치를 온전히 대표하진 않는다. 다만 기업이 현재 창출하는 현금 규모와 시장 지배력 등을 가늠할 수 있다. 또 롯데는 올해 공정위 순위에서도 포스코에 밀려 5위에서 6위로 하락했다. 시장에서 롯데의 영향력이 줄고 있다는 징후들이다.

사실 롯데그룹은 성장하고 있다. 지난 7월 롯데지주가 발표한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액은 84조 8136억원이었다. 2021년 72조 5554억원에서 16.9% 성장했다. 이런 성장세를 바탕으로, 롯데가 글로벌 500대 기업 명단에 복귀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짚었다. 롯데케미칼의 성장 또는 롯데지주의 지배력 강화가 꼽힌다.

 

롯데케미칼, 성장세 유지한다면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LC 타이탄 생산시설 모습. [사진=셔터스톡]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LC 타이탄 생산시설 모습. [사진=셔터스톡]

“시장이 무서워하는 것은 차입금과 부채 비율 상승보다 자금 조달의 불확실성일 뿐, 결국 우려는 해소될 것” _윤재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매출은 22조 2761억원(이하 연결 기준)이었다. 2021년 롯데쇼핑의 매출을 추월, 그룹 내에서 매출 규모가 가장 큰 기업으로 올라섰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15조 1235억원에서 47.3% 늘었다. 연평균 성장률로 환산하면 13.8%다.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수년 내 순위 진입을 기대해 봄 직하다. (※2023 순위에서 500위는 중국의 자동차판매기업 ‘신쟝광휘산업투자’였다. 이 회사 2022년 매출은 309억 2200만 달러로, 당해 평균 환율(1297.75원)을 적용하면 40조 1290억원이다.)

그간의 성장을 이끈 건 인수합병의 몫이 컸다. 2010년 동남아시아 시장 선점을 위해 말레이시아 최대 석유회학기업이었던 타이탄케미칼(LC 타이탄)을 1조 5000억원에 인수했다. 2015년에는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인 삼성SDI 케미컬부문(롯데첨단소재, 2020년 롯데케미칼과 합병), 삼성정밀화학(롯데정밀화학), 삼성BP화학(롯데BP화학)의 지분을 3조원을 들여 인수했다.

신사업에서도 인수합병으로 접근하고 있다. 올해 초 2차전지 소재(음극재 소재인 동박) 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2조 6066억원에 사들였다. 앞서 2020년엔 롯데정밀화학을 통해 역시 동박 생산기업인 솔루스첨단소재에 투자, 최대주주에 올랐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전지소재 사업에 7조원을 투자, 연매출액 7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당초 4조원을 투자해 연간 매출액 5조원을 목표로 설정했으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목표를 조기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본업인 석유화학에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2025년까지 39억 달러(약 5조 1000억원)를 투자해 신규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라인(LINE, Lotte Indonesia New Ethylene) 프로젝트’를 지난해 말 가동하기 시작했다. 완공되면 에틸렌 100만 톤, 프로필렌(PL) 52만 톤 등을 생산한다. 모두 ‘석유화학의 쌀’이라고 할 만큼 범용으로 쓰이는 소재들이다.

목표는 매출 50조원이다. 지난해 5월 발표한 2030년 비전에 따르면, 범용 석유화학 사업은 지역 다변화 등을 통해 매출액을 2021년 11조원에서 2030년 20조원으로 확대한다.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에서는 제품군 확대, 신규 사업군(바이오 소부장, 친환경 소재) 진출을 통해 같은 기간 7조원에서 18조원 규모로 늘린다. 전지소재를 포함한 그린 사업은 12조원 규모로 키운다.

관건은 자금 조달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중국의 코로나 봉쇄 등으로 인한 업황 악화로 762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현금창출능력이 떨어진 가운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라인 프로젝트 가동 등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차입금에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뺀 수치) 규모는 3조 3582억원으로 커졌다. 전년에는 1조 9450억원이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6월 롯데케미칼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하향하고, 등급전망을 Stable로 변경하면서 “회사는 2025년까지 연평균 약 4조원 수준의 설비 및 지분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투자부담은 현시점에서 과중한 수준”이라며 “인수 및 증설에 따른 수익기반 확대는 단기적으로 그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악의 경우 2조 5000억원에 대한 50% 차입과 추가 3조원 차입을 가정해도 롯데케미칼이 암묵적으로 지켜온 부채비율 80% 이하는 달성 가능하다”며 “시장이 무서워하는 것은 차입금과 부채 비율 상승보다 자금 조달의 불확실성일 뿐, 결국 우려는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지주, ‘사실상 지배력’ 가진다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호텔롯데를 롯데지주가 자회사로 편입하는지 여부가 향후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 _나이스신용평가 롯데그룹 분석보고서

 

롯데지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 올해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를 보면, 18개 국내기업 가운데 SK(92), HD현대(305), CJ(481) 등 세 곳이 지주회사였다.

종속회사로 지정하면 재무 실적과 영업 실적이 온전히 모회사의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된다. 단순 관계회사로 분류할 경우 관계회사의 순이익 중 일부(지분율만큼)만 모회사의 재무제표에 반영한다.

한국이 2011년 도입한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관계사에 대한 지분율이 50% 미만이라도 ‘사실상 지배력’(de facto control)을 보유하고 있다면 종속회사로 분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분율이 50%를 넘어 이사회의 과반수 이상을 임명할 권한이 있을 경우만 그렇게 했다.

현재 롯데지주는 롯데제과(47.47%, 2022년 말 기준), 롯데칠성음료(43.16%), 롯데쇼핑(40.00%), 롯데케미칼(25.59%) 등 계열회사에 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체제 편입률(전체 계열회사 중 지주회사의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로 들어온 계열회사의 비율)은 2017년 설립 이후 꾸준히 높아져 왔다. 2018년 45%에서 지난해 6월 기준 66.9%였다(공정위 집계).

하지만 롯데지주의 지난해 연결매출은 14조 1119억원에 그쳤다. 실적 기준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이 연결대상종속회사에서 빠진 결과다. 롯데지주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를 제외하고 소유 지분율이 50%가 넘는 계열화사만 연결대상으로 분류했다.

관행상 과거 기준인 지분율 50%을 따른다거나 회계상 이득(연결대상으로 지정하면 종속회사의 순이익뿐 아니라 재무 실적을 모두 연결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하므로)을 염두에 둔 결정일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롯데그룹의 독특한 지배구조와 관련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롯데지주가 한국 롯데그룹에 대해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운 동의대 경제학 교수는 2021년 낸 논문 ‘롯데그룹의 소유구조’에서 “일본 롯데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가 한국 롯데 지주회사인 롯데지주 주주로 참여했고, 롯데홀딩스 산하 일본회사와 한국 롯데의 일본계 계열회사들이 출자하면서 (…) (롯데홀딩스 등이) 롯데지주 및 산하 게열회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단적으로 롯데홀딩스가 지닌 롯데지주 지분율은 2.5%, 호텔롯데가 지닌 롯데지주 지분율은 11.06%다. 호텔롯데는 롯데홀딩스(19%) 등 일본측 주주가 지분 99.28%를 갖고 있다.

또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외에도 한국 롯데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롯데물산(32.83%, 롯데물산은 다시 롯데케미칼 지분 20.00%를 갖고 있다), 롯데쇼핑(8.86%), 롯데건설(43.30%) 등이다. 호텔롯데가 롯데홀딩스를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에서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롯데지주가 ‘사실상 지배력’을 갖는 지주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선 결국 호텔롯데와의 관계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이동선 수석연구원 등은 지난해 낸 그룹분석보고서에서 “호텔롯데를 롯데지주가 자회사로 편입하는지 여부가 향후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호텔롯데의 투자부문을 인적분할한 뒤 롯데지주에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배구조 개편 속도는 지지부진하다. 호텔롯데를 상장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희석하는 작업을 전제로 하는데, 호텔 업황 악화 등으로 상장 작업이 2016년 이후 사실상 멈췄기 때문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한 결과, 현재는 그룹의 순환출자고리를 모두 해소한 상황”이라며 호텔롯데의 상장 일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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