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①] 한국의 에너지 포트폴리오, 불황을 넘다

  • 기사입력 2023.08.29 17:08
  • 최종수정 2023.08.30 12:04
  • 기자명 문상덕 기자

 

지난해 글로벌 500대 기업 매출의 합은 41조 달러였다. 전 세계 총생산(104조 달러, IMF 추산)의 절반에 버금간다. 

500대 기업의 순위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글로벌 경기는 물론, 국제정치와 기술혁신, 그리고 팬데믹과 기후변화 같은 새로운 변수에 따라 선두가 바뀌는가 하면, 새로운 도전자들이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곤 했다. 2022년에도 변화는 멈추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는 미국의 글로벌 500대 기업 수(136곳)가 중국(135곳)을 추월하는 등, 미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 새판짜기를 본격적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

새로운 변화로 출렁였던 2022년 순위에서 한국 기업들은 정유부터 2차전지, 태양광, 수소 등 다양한 에너지산업 포트폴리오와 강력한 제조 공급망으로 역대 최대 실적(18곳)을 냈다.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등락, 그리고 순위 진입을 목전에 둔 기업도 함께 탐구했다. 

김타영·문상덕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올해 글로벌 500대 기업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총 18개 한국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2014년 기록(17개)을 경신한 것이다. 지난해(16개)에 비해서는 2개 기업이 늘었다.

많은 기업이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에너지 관련 기업의 등락이 컸다. 또 펜데믹이 점차 수그러들었지만, 팬데믹의 상흔까지 깨끗하게 아문 것은 아니었다. 팬데믹 동안 풀렸던 유동성을 줄여가는 과정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다. 이는 각 사 제품의 수요와 가격에 영향을 줬다.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후반부까지 이어진 전후방 산업 부진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문제를 무난하게 극복했다. 하지만 4분기 반도체 수요 둔화 이슈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지난해 3분기 76조 7817억원이었던 매출액은 4분기 70조 4646억원으로 줄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다만 Neo QLED TV, 비스포크, 플래그십 스마트폰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면서 영상디스플레이, 생활가전, 갤럭시 생태계를 담당하는 DX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9.8%(약 16조원) 늘었다.

삼성전자는 전년보다 매출이 소폭 감소(※한국 회계기준인 K-IFRS 계산으로는 늘었다)하며 18위에서 25위로 하락했다.

 

원유가 폭등에 정유사 ‘함박웃음’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 배터리셀 생산시설 전경. [사진=AP/뉴시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 배터리셀 생산시설 전경. [사진=AP/뉴시스]

 

폭스바겐(8→15), 토요타(13→19)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망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것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약진했다. 1~6위 완성차그룹 중 전년 대비 판매량이 늘어난 곳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했다. 현대차그룹은 전년 대비 2.7% 늘어난 684만 5000대 차량을 팔면서 토요타와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그룹으로 발돋움했다. 반면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는 14.1% 줄며 3위에서 4위로 내려왔다. 토요타(-0.1%)와 폭스바겐(-1.1%) 등도 모두 판매가 줄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공급망 다변화 등을 통한 부품 수급 노력과 생산·판매 유연성 제고를 통해 경쟁사 대비 생산 차질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전년 92위에서 85위로, 기아는 212위에서 196위로, 현대모비스는 390위에서 372위로 올라섰다.

에너지 사업을 벌이는 기업들은 모두 매출이 크게 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제유가는 연평균 배럴당 96.5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배럴당 69.2달러)보다 약 39% 올랐다. 유가는 지난해 2월 전쟁이 발발하면서 공급 불안정 문제로 배럴당 127.8달러까지 올랐다가 2분기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혜를 본 대표기업이 SK그룹 지주사인 SK다. 117위에서 92위로 올랐다. SK는 SK그룹 에너지 관련 계열사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SK이노베이션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다시 SK온,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인천석유화학 등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매출액은 석유사업 67%, 화학사업 14%, 윤활유 사업 6%, 배터리 사업 10%, 소재사업 그리고 석유개발 사업 및 기타 사업 3%로 이뤄졌다.

다만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같은 이슈로 충격을 받아 373위에서 437위로 순위가 크게 추락했다.

순위가 크게 오른 GS칼텍스(470→322)와 함께, 올해 처음으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진입한 HD현대(305위)와 한국가스공사(374위)도 유가 상승의 반사이득을 봤다.

HD현대는 정유업을 하는 HD현대오일뱅크 외에도 에너지수송선을 만드는 한국조선해양과 건설장비 부문 계열사가 활약했다. HD현대는 지난해 아산사회복지재단과 KCC로부터 한국조선해양 지분 4.1%를 매입한 직후 한국조선해양을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변경했다. 이를 통해 한국조선해양 매출 16조 9455억원 등 영업 실적이 HD현대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됐다. 또 2021년 인수한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4조 7561억원)이 연결재무제표에 새롭게 반영됐다.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는 지역의 도시가스회사와 발전사에 천연가스를 도매가로 공급한다. 도매요금의 대부분은 원료비인데, 원료비는 국제유가 및 환율에 연동돼 있다. 원료비가 늘수록 한국가스공사의 매출도 늘어나는 구조다. 공사에 따르면 LNG 원료비 가격은 2021년 톤당 66만원에서 지난해 147만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매출액은 전년 대비 87.9% 늘었다.

 

한화 태양광, 빛 보기 시작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4월6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돌튼의 한화솔루션 큐셀(한화큐셀) 태양광 모듈 공장에서 이곳을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에 대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4월6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돌튼의 한화솔루션 큐셀(한화큐셀) 태양광 모듈 공장에서 이곳을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에 대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한화는 에너지전환, 특히 태양광에서 빛을 봤다. 한화의 태양광사업(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및 한화글로벌에셋)은 지난해 11조 2022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5.8% 성장했다. 한화큐셀은 미국 주택용 모듈 시장에서는 19분기 연속, 상업용 시장에서는 14분기 연속 점유율 1위에 있다. 한화생명보험과 한화손해보험 등이 속한 금융업 부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속한 방산 부문에서도 선전했다. 한화는 지난해 306위에서 올해 297위로 오르며 200위권에 진입했다.

KB금융그룹 역시 382위에서 339위로 순위가 크게 올랐다. 전쟁이 야기한 인플레이션 우려와 이에 대응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영향을 미쳤다. ‘다각화한 금융회사들은 금리인상기에 수혜를 본다’는 오래된 증시 격언은 KB금융그룹에 꼭 들어맞았다.

환율 및 회계기준의 차이로 손해를 본 기업도 있었다. 포스코홀딩스는 철강 판매가격 상승 및 미얀마가스전, LNG 판매량 증가 등으로 전년 대비 11.0%(8조 4179억원) 증가한 84조 7502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포춘 집계상으로는 0.9% 줄어든 658억 4970만 달러로 집계됐다. LG전자 역시 가전부터 전장까지 전 부문에서 호실적을 거두며 K-IFRS 기준으로 12.9%(9조 5595억원) 증가한 83조 4673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포춘 집계상으로는 2.9% 줄어든 649억 5280만 달러로 집계됐다.

그 결과 포스코홀딩스는 188위에서 201위로, LG전자는 187위에서 204위로 소폭 하락했다.

한국전력 역시 한국 회계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7.4% 증가한 71조 2579억원을 기록했지만, 포춘 집계에서는 4.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순위는 249위에서 258위로 밀려났다. 특히 한전은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며 이 기간 189억 37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올해 500대 기업 가운데 적자폭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한전 측은 “국제연료가격 상승에 따른 구입단가가 전년 대비 59.82원/kWh 상승한 155.17원/kWh로 상승하여 구입전력비가 67.8% 증가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5개 기업은 순위 변동이 크지 않았다. LG화학이 369위에서 371위, 삼성물산이 474위에서 457위, CJ가 472에서 481위, 삼성생명이 464위에서 496위로 소폭 자리바꿈이 있었다.

한편, 500대 기업 보유 국가 순위에서 한국(16→18)은 영국(18→15)을 제치고 전년도 7위에서 올해 6위로 올라섰다. 우리나라 기업은 2019년 14개에서 2022년 18개로 증가해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