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큰 시험대에 오른 헬스케어 대기업들

BIG HEALTH CARE'S BIG TEST

  • 기사입력 2023.08.05 11:10
  • 기자명 포춘코리아

유나이티드 헬스와 CVS 헬스 같은 거대 보험사들은 자신들이 압도적인 규모와 영향력을 가졌기 때문에 미국 의료시스템을 개혁할 최적임자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한바탕 M&A 폭풍이 휘몰아친 후 그들은 과연 그 약속을 지킬 준비가 됐을까? By Maria Aspan & Erika Fry


신기원을 연 M&A 전문가 캐런 린치는 애트나와의 대규모 합병을 성사시킨 후 1차 진료 분야로 빠르게 확장함으로써 CVS 헬스를 쇄신하고 있다. 과거 그 어떤 여성 CEO도 이보다 더 큰 기업을 경영해 본 적이 없다.
신기원을 연 M&A 전문가 캐런 린치는 애트나와의 대규모 합병을 성사시킨 후 1차 진료 분야로 빠르게 확장함으로써 CVS 헬스를 쇄신하고 있다. 과거 그 어떤 여성 CEO도 이보다 더 큰 기업을 경영해 본 적이 없다.

‘소비자 가치 매장(Consumer Value Store·CVS)’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시작했던 이 헬스케어 대기업은 지난 4월 코스튬 파티를 개최하며 60번째 창립일을 기념했다.

현재 CVS 헬스 CEO를 맡고 있는 캐런 린치는 임원들에게 1960년대 풍의 의상을 입고 타운홀 미팅에 참석할 것을 요청했다. 일부는 홀치기 염색을 한 화려한 옷을 입은 반면 어떤 이들은 평소처럼 차려 입었다. 린치 자신은 드라마 ‘매드 맨’-1960년대 광고 종사자들의 일과 사랑, 권력다툼을 그렸다-시대의 승무원들이 착용했던 흰색 무릎 부츠와 작은 모자를 쓴 채 파티를 열광적으로 즐겼다.

린치는 평범한 여성의 차림이었지만, 사실 그녀는 헬스케어 업계의 거물로서 최근 잇따라 성공한 M&A를 자축하고 있었다. 그녀는 2018년 CVS에 합류했다. 당시 이 약국 체인점은 애트나-현재 약 3700만 명의 미국인을 고객으로 둔 보험 대기업-인수에 700억 달러(약 91조 4830억원)를 지불했다.

2021년 합병 회사의 CEO에 오른 후 린치는 1차 진료(미국은 주치의 진료(1차 진료)를 거친 후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전문 의료원 진료(2차 진료)를 받을 수 있다)와 가정 진료 사업을 보강하는데 190억 달러(약 24조 8310억원)를 추가 투입했다. 의사들이 소속된 기업들을 손에 넣음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었다.

그 회사 창립 기념 파티에서 그녀의 곁에는 1차 진료회사 오크 스트리트 헬스의 CEO 마이크 피코즈가 있었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이 기업은 메디케어(Medicare·65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보험) 환자 진료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수익성이 높다.

린치는 오크 스트리트와 이 회사의 의료진 600여 명을 CVS 그룹에 편입시키기 위해 애를 쓰던 중이었다. 몇 주 후 CVS는 드디어 그 거래를 성사시켰다. 포춘 500대 기업 중 6위에 오르게 된 이 기업의 최고경영자 린치는 다시 한번 자신의 결정에 따라 건강과 삶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 1억 1000만 명 이상으로 늘었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었다.

린치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항상 이 의자에 앉아 ‘내가 어떤 대우를 받고 싶은가? 우리 가족은 어떤 대우를 받기를 원하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오크 스트리트 인수 8일 후 CVS의 영향력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린치는 “항상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없지만, 그럼에도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은 “CVS를 포함한 헬스케어 산업 전체가 지속적으로 몸집을 키우는 것”이다. 한때 약국에 불과했던 CVS는 지난 20년간 ▲소매 매장에 딸린 진료소들 ▲미국 최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harmacy Benefit Manager·PBM) 케어마크 ▲미국 3위 보험사 애트나 인수에 이어 최근 두 개의 헬스케어 업체들을 새롭게 손에 넣었다.

CVS는 의료 및 기타 분야에서 다양한 기업들과 치열한 M&A 경쟁을 펼치고 있다. 경쟁사인 약국 대기업 월그린스(포춘 500대 기업 중 27위)는 1차 진료병원 ‘빌리지MD’와 응급 진료업체 ‘서밋 헬스’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아마존(2위)도 최근 ‘원 메디컬’과 이 병원 소유의 200개 지역 진료소 인수에 39억 달러(약 5조 1000억원)를 지출했다.

시그나(15위)는 2018년 670억 달러(약 87조 5760억원)에 PBM 기업 ‘익스프레스 스크립트’를 인수했다. 다수의 헬스케어 기업들과 병원들도 지난 몇 년간 전략적으로 합종연횡을 해왔다. 자금력이 풍부한 사모펀드들은 모든 종류의 의료업체들을 닥치는 대로 매입하고 있다.

이 모든 활동은 미 최대 보험사이자, 가장 많은 의사들을 고용하고 있는 유나이티드 헬스 그룹(UHG)이 오랫동안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 UHG의 작년 매출은 3240억 달러(약 423조 4360억원)로 CVS보다 약간 많다. 지난 10년간 회사는 수익성이 매우 뛰어난 의료 서비스 대기업 옵텀의 성장에 힘을 쏟았다.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본사. 유나이티드 헬스 그룹은 미국 최대 종합 건강 관리 회사이다.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본사. 유나이티드 헬스 그룹은 미국 최대 종합 건강 관리 회사이다.

옵텀의 사업 영역은 가정 진료에서 외과 수술 센터, 각종 의료 관련 문제를 처리하는 솔루션 제공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경쟁사들을 포함한 전체 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옵텀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제 대형 보험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일례로, 엘레번스 헬스와 휴마나 모두 옵텀과 유사한 회사를 각각 설립했다).

UHG는 당분간 확장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앤디 위티 CEO는 작년 11월 투자자 모임에 참석한 청중에게 “우리 기업이 크게 성장했지만 아직 남아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JP모건의 헬스케어 서비스 리서치 센터장 리사 길은 “UHG는 완벽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CVS와 다른 회사들은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하려고 한다”고 평가한다. 그녀는 “궁극적인 목표는 회사가 환자의 모든 의료 니즈를 충족하는 것이다. 아울러 최소 비용으로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고, 치료를 가장 편리하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목표는 공감을 사고 있다. 특히 모든 미국인들이 의료 시스템의 결함을 뼈저리게 경험했던 코로나 이후 더욱 그랬다. 국민들은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선 터무니없이 비싸다. 의료비 지출은 2021년 4조 300억 달러(약 5267조원), 즉 1인당 1만 3000달러(약 1700만원)나 됐다. 미국 GDP의 거의 5분의 1(18.3%)에 해당한다.

개인들은 물론 이들에게 보험을 제공하는 기업들도 지나치게 높은 비용을 감내할 수 없다. 전 국민 의료보험(Medicare for all)이 부재한 상황에서 UHG와 CVS, 그들의 경쟁사들은 더 나은 의료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명목하에 기업 몸집을 키우고,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할 광범위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UHG의 최고의료책임자 마거릿-메리 윌슨 박사는 “기업이 성장한 덕분에 이런 역량도 강화됐다”며 “우리 전략은 닥치는 대로 M&A를 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 가치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들을 한 곳으로 통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헬스케어 기업의 경영진, 투자자 그리고 일부 의사들은 “이런 수직적 통합-1차 진료 병원과 개인 병원 의사들을 보험사와 PBM, 데이터 분석 기업 그리고 다수의 관련 기업들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은 모든 이에게 이익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주장한다.

관련 기업들이 의료 서비스를 더 효율적이고, 편리한 방법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로써 저소득 환자와 혜택을 받지 못한 다른 소외계층은 더 많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의료비 인상의 주범인 만성 질환과 심각한 질병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비용 관리에 능숙한 보험사들은 “우리가 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이런 노력을 지지하는 미국민들은 육체적으로 그리고 금전적으로 큰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동시에 이 기업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양쪽 모두 수혜자가 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할 것이다.

현재 업계는 ‘가치 기반 진료(Value-Based Care)’를 수용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는 의료진을 자신의 집에서 더 가깝게(때때로 집에서도), 더 일찍 그리고 더 자주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IT 기술로 운영되는 이런 방식의 진료 덕분에 신속한 치료와 질병 관리 서비스, 웰니스 상담을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응급실 방문과 입원을 줄이려는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헬스케어 대기업들은 “기업 규모가 커지고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 이런 비전을 현실화하는데 필요한 퍼즐들을 맞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성장이 진행 중이다. 포춘 500대 기업 중 헬스케어 기업들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봐도 그렇다. 매출액 기준으로 미국 상위 25개 기업 중 8개 기업이 헬스케어 섹터에 속한다. CVS와 UHG의 경우 2012년 대비 2022년의 매출이 각각 162%, 193% 증가했다(CVS는 포춘 콘퍼런스 및 포춘 웰 뉴스 사이트의 후원사이기도 하다). 시그나와 엘레번스는 각각 520%와 154%씩 성장했다.

그러나 몸집을 키운 헬스케어 산업이 사회적 이익에 미치는 더 광범위한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의사들과 환자들, 미 의원들, 업계 비평가들 사이에서도 회의론이 팽배하다. 반독점 활동에 주력하는 비영리 단체 미국경제자유프로젝트(American Economic Liberties Project)의 정책 애널리스트 사라 시로타는 “결국 누가 이익을 더 가져가느냐 하는 싸움이다. 병원과 보험사, PBM이 한 지붕 아래 모이면 ‘이해 상충’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상황은 환자의 서비스와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 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헬스케어 대기업들은 의료 시스템의 개선 효과가 이른 시일 내에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앞으로 더 많은 혜택을 약속한다. 그러면서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더 시급하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 “헬스케어 시장의 고성장에 따른 진정한 수혜자는 누구인가?” 그리고 “그것이 진정으로 미국을 더 건강한 나라로 만들 것인가?”

지난 2007년 UHG가 네바다에 본사를 둔 보험사이자 사우스웨스트 메디컬 어소시에이츠의 모회사인 시에라 헬스 서비스를 26억 달러(약 3조 3970억원)에 인수한다는 뉴스가 발표됐다. 이 M&A의 핵심은 의료진을 공급하는 사우스웨스트 메디컬 어소시에이츠였다. UHG가 250명의 의사를 보유하고,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의료 서비스 회사 시에라 헬스를 인수한다는 사실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인수를 통해 네바다에 거주하는 메디케어 수혜 은퇴자들의 개인 정보 등 보험 업무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우스웨스트를 손에 넣은 UHG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었다. 즉,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혁신적인 변신을 꾀한 것이다. 회사는 의료비 관리에 그치지 않고, 적절한 진료를 함께 제공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토니 린 박사(왼쪽)는 지난해 자신이 운영하던 진료소들을 UHG의 옵텀에 매각했다.그는 "이 파트너십이 우리에게 좀 더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한다. UHG의 최고의료책임자 마거릿 메리 윌슨 박사(오른쪽)도 "필요한 최소 숫자의 의사들을 영입하는 것은 회사의 의료 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토니 린 박사(왼쪽)는 지난해 자신이 운영하던 진료소들을 UHG의 옵텀에 매각했다.그는 "이 파트너십이 우리에게 좀 더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한다. UHG의 최고의료책임자 마거릿 메리 윌슨 박사(오른쪽)도 "필요한 최소 숫자의 의사들을 영입하는 것은 회사의 의료 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후 UHG는 약 7만 명의 의사와 옵텀 헬스에서 일하는 다수의 상급 임상의들을 하나로 모았다. 옵텀 헬스는 옵텀을 구성하는 또 다른 두 개의 회사, 즉 PBM 기업 옵텀RX와 데이터 서비스 업체 옵텀 인사이트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옵텀은 UHG가 소유한 1860억 달러(약 242조 9350억원) 규모의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부다). 옵텀은 일련의 대담한 M&A(그래픽 참조)를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언젠가 옵텀이 UHG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케어(UHC)를 능가할 것으로 전망한다(옵텀이 개별 회사였다면 포춘 500대 기업 중 14위에 올랐을 것이다).

인상적인 점은 UHG가 이처럼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하며, 많은 경쟁사들을 고객으로 전환했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헬스케어 생태계 전반에 걸쳐 복잡한 관계를 구축했다. 일례로, UHC의 보험 경쟁사들은 이제 옵텀이 보유한 데이터 서비스와 의사들에 의존하고 있다. UHC는 옵텀 케어 경쟁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도 커버하고 있다. 도이치 방크의 애널리스트 조지 힐은 “유나이티드는 좀 더 빨리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물론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종종 벌어지는 일”이라며 “그들은 의료 서비스 사업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큰 돈이 될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 땅에 가장 먼저 깃발을 꽂았다”라고 설명한다.

옵텀의 전략은 그 동안의 업계 관행과 큰 차이가 있었다. 즉 병원이 다른 병원을 인수하고, 보험사는 다른 보험사를 인수하는 ‘수평적 확장’을 선택하지 않았다. UHG는 대규모 성장을 위해 ‘수직적 확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 정도는 UHG가 수년간의 수평적 인수를 통해 원하는 보험 시장에 이미 진입했기 때문이었다. 기존 시장에서는 수평적 확장으로 더 이상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는 의미다.

UHG 전략의 또 다른 핵심 동력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이었다. 이 획기적인 법안에는 의료 시스템으로부터 더 나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도록 유도하는 조치가 포함됐다. 바로 의료 서비스 품질의 개선 노력을 보상하는 조항이다. 아울러 보험사들은 보험료 수입의 80~85%를 의료 서비스 개선에 지출해야 한다는 새로운 규정-최저 의료비 비율(Medical Loss Ratio·MLR)-을 지켜야 했다. 사실상 보험사들의 이익을 제한하기 위한 장치였다. 보험사들은 더 많은 마진을 위해 서둘러 다른 곳에서 매출원을 찾아야 했다.

미 행정부의 이런 정책 방향은 UHG가 의료 서비스 시장에 더 적극 뛰어들게 만들었다. 그 동안 회사는 비즈니스 효율성을 가장 중시해왔다. 그래서 병원보다 더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외과 센터와 응급 진료소들을 인수했다. 아울러 진료와 관련된 여러 결정 사항들을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데이터 분석 방법을 더 강화했다. 최고의료책임자 윌슨은 “이런 노력들은 가치 기반 진료를 제공하고 장려하는데 필수적인 인프라”라고 설명한다.

미국 의료 시스템은 참담할 정도로 비체계적이고, 비싸기까지 하다. 그 중심에는 엉망인 인센티브 제도가 있다. ‘가치 기반 진료’는 이런 배경 속에서 탄생했다. 그 동안은 병원들이 긍정적인 치료 결과에 집중하는 대신, 치료 건수에 따라 보상을 받는 ‘진료별 지급(Fee for Service)’ 제도를 시행해 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런 인센티브 제도를 완전히 뒤집는 것밖에는 없다. 예를 들어, 1차 진료와 예방약 같은 저렴한 서비스의 이용을 장려하는 방식이다. 또는 사람들이 평소에 건강을 챙기도록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현재 ‘진료별 지급’이라는 용어는 다양한 지급 방식들을 뭉뚱그려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병원들은 비용을 지급받기 위해 의료 과정에서 일정 부분 리스크를 떠안는다). 여기에는 미국 건강우대보험(Medicare Advantage)이 환자 1명당 정해진 비용을 일시불로 지급하는 ‘고정 인두제(Capitated)’도 포함돼 있다. 급성장하는 건강우대보험 분야는 최근 몇 년간 업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고, 각광받는 사업이다. 현재 메디케어에 등록된 6000만 명 중 약 절반이 민간 보험사들이 운영하는 건강우대보험 프로그램에 가입해 있다.

고령화 인구가 늘고 간병 인센티브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갑자기 가치 기반 진료로 전환하려는 거센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UHG는 더 원대하고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다. 윌슨은 “우리가 꿈꾸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선 가치 기반 진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치 기반 진료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환자가 확보돼야 한다. 아울러 우리와 함께 혁신에 동참할 의지가 있는 의사들도 필요하다.”

토니 린 박사는 휴스턴에 소재한 다목적 진료소 켈시-세이볼드 클리닉에서 평생을 보냈다. 그가 1993년 합류한 이후 켈시 클리닉은 미 전역 37개 지점에서 수백 명의 의사들을 고용할 정도로 성장했다. 켈시는 ‘인두제 방식’으로 환자 건강을 관리하며, 고품질의 진료를 제공한다는 명성을 쌓았다. 무엇보다 팀 중심의 진료 방식을 채택했다. 그리고 종종 일반병원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행하는 관절 교체와 항암화학요법 같은 의료 서비스를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현재 켈시 CEO를 맡고 있는 린 박사는 기업들에 평균 15~30%의 의료비 절감을 약속했다. 하지만 휴스턴 시장에서 사업을 벌이는 대기업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들은 “켈시가 어떤 업체예요? 무슨 일을 하죠? 의사가 300명밖에 안 된다고요?”라고 무시했다. 이 기업들은 가치 기반 진료 대신 기존 진료 방식을 택했다. 린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분명해졌다. 즉, 파트너들을 더 많이 모아 몸집을 키우는 것이었다.

린은 작년 4월 켈시를 ‘옵텀 열차’에 태웠다. 포춘이 5월 중순 켈시를 방문했을 때, 그는 “우리 두 회사의 관계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일선 의사들은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파트너십을 통해 한층 더 강해졌다고 느꼈다. “우리는 더 커졌고, 병원 이용도 훨씬 더 쉬워졌다. 게다가 IT 기술도 보강됐다.”

이런 IT 기술의 사례를 들면, 말초 동맥 질환을 신속하게 검사할 수 있는 의료장비가 대표적이다. 간호사들은 이전에는 15분이나 걸려 종종 건너 뛰었던 검사를 5분 이내에 할 수 있게 됐다. 린은 “켈시에서 건강우대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의 70%를 검사했다. 그중 3분의 1은 건강이 위험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그런 환자들은 다양한 치료를 받게 된다. 당뇨병과 혈압 조절에 초점을 맞춘 치료 프로그램에서부터, 생활 방식의 변화에 대한 상담도 있다. 린은 이런 ‘의료 개입’이 폐색(근육통)이나 궤양 같은 더 심각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의료 수준을 한 단계 올리기 위해선 병원이 데이터 분석 자료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병원은 질병 위험에 따라 환자를 분류하고, 대상을 지정할 수 있다. 아울러 의학적 근거를 갖고 약을 처방하는 ‘근거 중심 의학’을 얼마나 준수하는지에 따라 1차 진료 의사들과 전문의들을 분류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환자에게 가장 효율적인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안됐다.

가치 기반 진료가 UHG에서 표준 진료 방식으로 정착된 것은 아니다. UHG의 보험 계열사가 보유한 약 5000만 명의 회원 중 1500만 명이 가치 기반 진료를 받고 있다. 그리고 옵텀의 1억 300만 명 이상의 환자 중 400만 명만이 ‘인두제’에 근거해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린은 “원칙과 철학을 지키기 위한 UHG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한다. 그는 켈시의 새 주인이 된 UHG의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진료별 지불 방식’이 지배하는 미국 의료 시스템에서 자신과 동료들은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고 느낀다. 그는 “옵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우리는 좀 더 많은 영향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한다.

전통적으로 의사와 보험사는 제로섬 싸움을 하는 관계다. 의사가 더 많은 진료를 할수록, 보험사의 이익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하지만 가치 기반 치료로 전환하며, UHG는 의사와 보험사를 한 팀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CVS와 다른 기업들도 이제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려고 한다.

치약과 화장지 판매 사업을 넘어서려는 CVS의 진화는 캐런 린치가 영입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이 약국 체인점은 지난 2006년 미닛클리닉을 인수하며, 미국에서 처음으로 소매 매장 내 진료소 사업에 진출했다. 1년 후에는 케어마크라는 미국 최대 PBM을 265억 달러(약 34조 5720억원)에 인수했다. 케어마크는 1억 1000만 명의 미국인을 위해 약가를 효율적으로 책정하는 일을 한다.

이후 10년간 더 많은 M&A가 진행됐다. 성적표는 천차만별이었다. 하지만 린치의 영입은 M&A의 최고 결과물이었다. 그녀는 2015년 애트나 사장으로 임명됐다. 린치가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 보험사인 코벤트리를 73억 달러(약 9조 5235억원)에 성공적으로 인수한 직후였다. CVS는 2018년 애트나를 인수했고, 그녀는 애트나를 이 약국 체인점과 통합하는 임무를 맡았다.

중차대한 두 기업의 합병을 총괄한 린치는 결국 CVS의 최고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일단 경영을 맡게 되자, 그녀는 지속적인 쇄신에 나섰다. 우선, 이미 9000개 매장 중 일부에서 운영하던 매장 내 진료소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린치는 1차 의료 서비스 부문- 재정지원과 인원이 모두 부족하지만, 의료 분야에서는 필수적이다-도 더욱 적극적으로 넓혀갔다. 그녀는 2021년 투자자들에게 “소비자들은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을 찾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을 위해 주도적으로 그 진료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린치의 제안은 소비자들이 정부 보장 보험에 가입할 경우 더욱 솔깃하게 들릴 것이다. 그녀의 M&A 전략은 메디케어와 건강우대보험의 가입자나 곧 가입을 앞둔 환자가 입원한 병원들에 집중해왔다. 린치는 지난해 시그니파이 헬스-댈러스에 기반을 둔 이 회사는 고령 환자들에게 가정 진료를 제공한다-를 인수하기 위해 UHG 및 아마존과 입찰 경쟁을 벌였다. 

결국 CVS는 9월 시그니파이가 보유한 1만 명의 의료진과 250만 명의 환자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80억 달러(약 10조 4345억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시그니파이 헬스의 CEO 카일 암브레스터는 “의사가 집을 방문했던 50년대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며 “우리는 편리하고, 접근성이 좋은 방법 그리고 예방 차원에서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린치는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오크 스트리트는 시그니파이와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비슷한 환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1개 주의 저소득 도시 거주지역과 번화가 몰에서 소매 매장 내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22만 5000명 이상의 노인들(이 중 절반 이상이 흑인, 라틴계 또는 원주민이다)에게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월 시그니파이의 인수거래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CVS는 오크 스트리트를 106억 달러(약 13조 8224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3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건강우대보험에 집중하는 2개 대기업을 당당히 손에 넣은 것이다.

그럼에도 린치는 여전히 디지털 헬스 플랫폼 기업의 인수를 원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CVS의 의료 서비스를 더 쉽게 이용하기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5월 초 투자자들과 포춘에 밝힌 것처럼, 그녀는 먼저 시그니파이와 오크 스트리트의 통합에 신경을 쓸 계획이다. 더 많은 현재 또는 미래의 환자들에게, 두 회사의 서비스를 교차 판매하기 위한 포석이다.

린치는 “헬스케어 산업은 현재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모든 기업들이 IT 기술 기반의 플랫폼을 앞세워, 가치 기반 진료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 모두는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린치와 암브레스터, 오크 스트리트의 피코즈는 웨스트 팜 비치 근처에서 포춘과 공동 인터뷰를 가졌다. 3명의 CEO가 한꺼번에 기자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크 스트리트와의 인수 거래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한 시간 정도 가진 인터뷰 동안 린치는 질문에 먼저 답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지휘통계상 린치에게 직접 보고를 하게 된 두 명의 젊은 CEO들이 우선 발언권을 가졌다. 그들은 자신의 업무를 홍보 및 옹호했다.

시그니파이의 카일 암브레스터(왼쪽)와 오크 스트리트의 마이크 피코즈 CEO는 메디케어에 초점을 맞춘 의료 사업을 구축했다. 최근 CVS가 이 두 기업을 인수했다.
시그니파이의 카일 암브레스터(왼쪽)와 오크 스트리트의 마이크 피코즈 CEO는 메디케어에 초점을 맞춘 의료 사업을 구축했다. 최근 CVS가 이 두 기업을 인수했다.

그러나 세 사람 모두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각 기업들의 통합을 통해 CVS는 미국 헬스케어 시장에서 더 큰 점유율을 차지하게 되고, 미국 국민은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것이다.”

피코즈는 “우리가 거둔 성과에 대해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미국 의료 시스템을 변화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CVS를 통해 우리의 성장은 지속될 것이다. 아울러 더 많은 고령 환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린치는 수차례 인터뷰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환자 복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물론 거대 상장기업 대표로서 가장 중요한 책임은 매출 증대에 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그녀는 “주주들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의 열정은 ‘어떻게 하면 의료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을까?’에 집중돼 있다”며 “우리에게는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의료 시스템을 단순하고 효율적으로 바꿀 기회가 있다. 아울러 환자들이 제때에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사람들은 최대 헬스케어 기업들이 잘못된 방법으로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한다고 비난한다. 연방의원과 주 의회 의원들은 PBM들이 엄청나게 가격 통제를 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들이 비용을 낮추고 수익을 높이는데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3대 PBM인 CVS의 케어마크, 시그나의 익스프레스 스크립트, UHG의 옵텀RX가 전체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상원 위원회는 PBM의 가격 책정 관행 중 일부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아울러 5월에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PBM 개혁 법안에 서명하기도 했다.

린치는 이런 강력한 규제 물결은 PBM이 어떻게 약국 비용을 절감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의사와 환자, 비영리 전문가 그리고 제약사들 역시 PBM과 그들의 모회사인 보험사들을 비난하고 있다. 의사들이 의학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기는 피임약 같은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해, 이 업체들이 100% 보장을 계속 거부하기 때문이다.

특히 저렴한 잠재적 대안이 존재할 때 더욱더 그렇다. 이런 업계 관행이 의료 혁신을 가로막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한 비용을 절감한다는 명목하에 모든 미국인이 이용 가능한 치료도 제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또한 “미국의 진통제 위기가 심각하다. 의료업계가 환자의 복지보다 재정 효율성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CVS와 월그린스는 작년 11월 각각 진통제 처방전 작성을 둘러싼 소속 약사들의 역할과 관련된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약 50억 달러(약 6조 5200억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진통제 위기처럼 관련 소송도 린치가 CVS에 합류하기 훨씬 전부터 진행되고 있다). 의약품 유통업체 매케슨(포춘 500대 기업 9위)과 아메리소스버건(11위), 카디널 헬스(14위) 등 다른 헬스케어 대기업들도 비슷한 합의에 서명했다.

이런 비판이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십 년간 이뤄진 M&A을 통해 특히 진보주의자들 사이에서 좌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주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은 포춘에 보낸 이메일 인터뷰에서 “헬스케어 분야에 불고 있는 M&A 열풍은 환자에게 더 높은 가격과 더 낮은 의료 서비스만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리나 칸 의장은 헬스케어 시장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전체 공급망에서 매우 많은 M&A 거래가 성사됐다. 그 과정에서 잠재적인 시장 지배력 남용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것 같다.”

이런 회의적인 시각을 고려할 때, CVS는 오크 스트리트 합병에 대해서도 과거와 비슷한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시그니파이 인수를 마치기 전에도 규제당국으로부터 6개월간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FTC는 이 거래를 3개월 만에 승인했다. 반독점 변호사들과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충격을 받을 정도로 신속한 결정이었다. 심지어 CVS도 약간 놀랐다. 당초 올해 말이나 합병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CVS는 적자 상태인 오크 스트리트를 갑자기 자사 회계장부에 편입한 탓에, 올해 이익이 예상보다 축소될 것이라고 발표했다(회사는 또한 지난 5월 대출을 50억 달러나 받았다. 물론 오크 스트리트 주주들에게는 예상보다 몇 달 일찍 인수대금을 지급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린치가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CVS는 1차 진료의 핵심이 될 기업들을 하나씩 모았다. 덕분에 그녀는 기회와 도전과제 모두를 갖게 됐다. 자신이 이끄는 회사가 미국 의료 시스템을 의미 있게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할 차례가 된 것이다.

오크 스트리트의 신규 진료소 중 한 곳은 부시윅-젠트리피케이션이 빠르게 진행 중인 브루클린의 새로운 번화가다-의 넓은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다. 입구에는 미국은퇴자협회(AARP)의 보증 표시가 되어 있는 우아한 녹색과 흰색 간판이 달려 있다.

이 시설은 청록과 흰색으로 칠해진 길 건너편의 매장 내 응급 진료소와 한창 손님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 접수 데스크를 지나자, (비어 있긴 했지만) 넓고 통풍이 잘되는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병원 간부들은 “고령의 손님들이 비단 진료가 아니더라도 이메일을 체크하고, 커피를 마시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러 언제든지 와도 좋다”고 밝혔다.

부시윅 진료소-오크 스트리트가 지난 3년간 뉴욕시에 문을 연 16곳 중 한 곳이다-는 넉넉한 의약품 재고와 보기에도 충분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스페인어-인구의 절반 이상이 히스패닉계인 지역에서 중요한 언어다-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의사 2명을 포함, 3명의 의료진이 상시 대기 중이었다.

오크 스트리트의 임원 겸 의사인 마리사 로저스는 “오크 스트리트에서 진료를 받는 많은 사람들이 때때로 의료 시스템에서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곳은 사람들이 환영과 지지를 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 정말 좋은 장소다. 그런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이 시설 안으로 들어오기만 한다면, 그런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오에 한 시간가량 방문한 필자는 약 10명의 직원을 봤다. 하지만 복도 이곳저곳을 다닐 동안 드나드는 환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대변인은 그날 세 명의 환자가 예약돼 있다고 밝혔다).

피코즈는 “복도에 사람이 없다는 건 나쁜 게 아니라 좋은 일이다. 대기실에 아무도 없을 때가 가장 좋다. 모든 환자가 진료를 받는 중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한 CVS 약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한 CVS 약국.

그러나 CVS가 오크 스트리트를 인수했을 때, 당연히 더 많은 환자들이 매장 내 진료소를 방문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린치와 암브레스터, 피코즈는 매주 CVS의 매장 내 진료소를 방문한 1100명의 노인 중 상당수(전체적으로 약 800만 명의 잠재 고객이다)가 오크 스트리트 병원도 들러 건강 검진을 받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 또는 노인들이 약을 제대로 먹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그니파이 소속 의사가 가정 방문을 하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약국 네트워크는 시그니파이와 오크 스트리트의 사업에 매우 소중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두 기업은 기존 고객 유치 전략 때문에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그 조사를 해결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환자들은 거래개선협회(Better Business Bureau)의 웹사이트에 시그니파이의 ‘무차별적인’ 텔레마케팅 전화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아울러 오크 스트리트는 2021년 자사 마케팅 방식과 관련, 법무부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회사 대변인은 오크 스트리트가 해당 조사에 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브레스터는 “노인들에게 다가가기 어렵지만, 우리는 법을 잘 준수하는 방식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전략적 관점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항은 오크 스트리트와 시그니파이가 건강우대보험 가입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CVS와 그들은 M&A와 가치 기반 진료를 둘러싼 가장 치열한 논쟁의 한복판에 뛰어들게 됐다.

갈등의 핵심은 건강우대보험에서 ‘인두제’ 지급 방식이 리스크가 있다는 사실이다. 즉, 병원들은 더 많은 금액을 받기 위해 증상이 심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할 것이다.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정부는 많은 헬스케어 대기업들이 가치 기반 진료의 본래 취지를 무시하고, 환자에게 ‘과잉진료’를 함으로써 인두제 지급 방식을 악용한다”고 주장한다(오크 스트리트의 대변인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과잉진료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의 관리자 출신으로 현재 듀크-마골리스 보건정책 센터를 이끌고 있는 마크 매클렐런 박사는 “그런 리스크들을 조절하는 시스템에 일부 중대한 결함이 있다”며 “더 많이 진단하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 체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근 마련된 CMS 규칙-향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된다-은 기존 지급 방식의 변경으로 인한 과잉진료를 막는 것이 목표다.

한편, 그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업계 주장을 뒷받침할 초기 증거들(통합 모델이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데이터) 중 일부가 면밀하게 검증받고 있다. UHG의 최고의료책임자 윌슨은 옵텀의 왕진 요청(House Calls) 프로그램-건강우대보험 가입자를 위한 맞춤 서비스다-에 대해 “환자 중심의 형평성 개선 의료 서비스”라고 높이 평가한다.

지난해 숙련 간호사들이 무료로 환자 100만 명의 집을 방문, 건강 및 거주 환경 평가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환자들에게 필요한 건강 및 사회적 니즈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 UHG는 건강우대보험 가입자의 4분의 1이 미진단 증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소외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고무적인 사례다. 하지만 미국 보건복지부 감사관실이 발표한 2021년 보고서에는 불편한 진실도 언급되어 있다. 핵심 내용은 가정 방문을 통한 노인의 건강 평가가 건강우대보험 후원 기업들-UHC가 가장 대표적이다-의 수입 증대 방편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UHC는 성명서를 통해 “이 보고서가 가정 내 임상 진료로 얻을 수 있는 중대한 건강상의 이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옵텀 연구원들이 작년 12월 미국의학협회지(JAMA)의 오픈 네트워크에 발표한 학술 논문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서도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이 논문은 30만 명 이상의 메디케어 가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이들 중 절반은 ‘양면성의 위험을 지닌 건강우대보험’(치료 결과가 좋으면 의사가 금전적 이득을 보고, 나쁘면 손해를 보는 것)에 가입돼 있었다.

다른 절반은 기존 수가제를 적용 받고 있었다. 옵텀 팀은 건강우대보험(MA)에 가입한 환자들이 병원 입원(–18%) 및 응급실 방문(–11%)의 위험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외에 다른 6개의 지표들도 개선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MA 환자들은 또한 ‘두 개 이상의 동반 질병’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MA에 가입한 환자들 가운데 33%가 당뇨병 진단을 받았지만, 수가제에 포함된 환자들은 23%에 불과했다. 아울러 신장이나 폐 환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았다.

UHG는 이 환자들의 질병은 MA의 진료 모델 덕분에 합법적으로 진단된 것이고, 향후 발생할 합병증과 비용을 피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또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데이터에 따르면 성인의 29%가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그 비율의 차이를 빌미로 다시 한번 더 치료비를 인상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가치 기반 진료의 약속은 정책 입안자와 혁신가 그리고 비즈니스 리더들이 수년간 추구해온 의료 시스템 개선이라는 무지개의 끝에 놓인 ‘황금 항아리’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수익성이 높은 헬스케어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 더 대담하게 경쟁하며, 초기 성공을 장담하고 있다. 가치 기반 진료의 초기 지지자들은 상충되는 다소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필자는 전직 CMS 관리자 3명을 포함한 수십 명의 이해관계자들과의 대화를 나눴다. 헬스케어 대기업들이 가치 기반 진료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적합한지에 관한 주제였다. 대부분 의견은 회의적이거나 유보적이었다. 의료 시스템은 개선될까? “아마도 지금보다 더 정교하게 조율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의료비는 낮아질까? “그럴 가능성은 없다.” 1차 진료에 대한 투자는 (어떤 형태의 투자이든) 바람직한 일인가? “당연하다.”

또 다른 전직 CMS 관리자 도널드 버윅은 “보험사들은 가치 기반 진료가 의사들에게 통합 진료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를 통해 더 많은 지원 시스템의 구축이 가능하다고 선전하고 있다”며 “하지만 증거는 지금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의사들은 사기가 저하돼 있다. 그들은 환자를 위해 일하기를 원하지만, 지금 금전적 이득을 위해 일한다. 그것은 사회에 해로운 현상이다.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합병 기업들이 의사들의 급여를 더 쥐어짤 경우, 자멸(self-defeating)에 이를 수 있다. 고령화로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한 시점에, 의료진 감소라는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고용주들의 비영리 연합체 PBG (Purchaser Business Group on Health)의 엘리자베스 미첼 CEO는 “수평이든 수직이든 기업 합병은 수년 동안 회원사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모든 증거를 종합해 볼 때, 합병은 의료 서비스의 질이나 환자 경험을 개선시키지 않는다. 반대로 의료비만 올리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 데이브 윈들리는 “이 기업들이 의료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할 정도로 인센티브가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그는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보험 부문의 매출 감소는 “스스로 성장을 저해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CVS 헬스 애리조나 사무실.
CVS 헬스 애리조나 사무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또한 수직적 합병-CVS와 UHG가 추구하는 종류의 통합이다-의 효과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한다. 부분적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합병인 데다, 이 기업들이 그 통합을 썩 투명하게 진행하기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일반적인 교훈은 “헬스케어 대기업이 의료 종사자와 환자 모두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할 일이 많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회사 매출만큼이나, 사회에도 유익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헬스케어 대기업들은 “우리에게 좀 더 시간을 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린치는 CVS의 인수합병 열풍이 끝난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그런 입증 책임이 자신이 속한 산업에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전에도 우리가 약속한 것은 결국 해냈다”며 “이제 그 과거와 미래를 통합하는 일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By Maria Aspan & Erika Fry, Photograph by Jessica Chou, Illustration by Txaber Mentxaka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