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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질 위기에 처한 '바벨탑'

TROUBLE AT THE SUMMIT
BY LILA MACLELLAN & 추가 취재 KINSEY CROWLEY

  • 기사입력 2023.08.17 12:41
  • 기자명 포춘코리아
파우더 마운틴의 호라이즌 마을 위로 해가 뜨고 있다.
파우더 마운틴의 호라이즌 마을 위로 해가 뜨고 있다.

모임의 주제는 월든 미디어가 제작한 영화 《나니아 연대기》가 2012년 서밋 시리즈 베이스캠프 콘퍼런스에서 1920년대의 문화와 만난다는 것이었다.

래퍼 큐-팁과 DJ 재지 제프가 공연을 펼쳤고, 조지야 대통령이 연설을 했다. 구조된 퓨마들(mountain lions)은 대자연을 무대로 펼쳐진 강연에서 손님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마술사 데이비드 블레인은 타호 호수 리조트의 연회장을 돌아다니며, 그의 묘기로 참석자들을 즐겁게 했다.

20대 초반의 이상주의적 기업가들이 서밋 시리즈를 시작한 지 불과 4년 만에 그 모임은 커다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초청 인사들 만을 대상으로 며칠간 진행되는 이 모임에는 CEO와 창업자, 웰니스 전문가, 자선가, 연예인 등 내로라하는 유명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멋진 휴가지에서 집중 워크숍과 활기찬 토론을 벌이고, 화려한 파티를 벌였다.

매년 열리는 서밋 시리즈 콘퍼런스나 ‘바다 위의 서밋’ 크루즈 모임에서 참가자들은 제프 베이조스와 함께 명상 시간을 갖거나, 해리슨 포드로부터 원주민들의 권리에 대해 배우거나, 래퍼 에이셉 로키가 참석한 가운데 반려견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서밋 시리즈를 조직한 4명의 젊은이들은 엘리엇 비스나우, 브렛 레브, 제프 로즌솔, 제러미 슈워츠였다. 보통 이들은 자리를 함께하며 청소도구실 뒤에 숨겨진 고급 칵테일 바에서 손님들과 어울리거나, 돔 형태의 건물 안에서 (스스로 꿈이라는 사실을 아는) 자각몽을 체험했다.

서밋 시리즈의 설립자들. 왼쪽부터 엘리엇 비스나우, 브렛 레브, 제프 로즌솔, 제러미 슈워츠가 2017년 파우더 마운틴의 스카이로지에서 기념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밋 시리즈의 설립자들. 왼쪽부터 엘리엇 비스나우, 브렛 레브, 제프 로즌솔, 제러미 슈워츠가 2017년 파우더 마운틴의 스카이로지에서 기념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4인방은 2012년 타호 호수 모임에서는 이런 재미들을 포기해야 했다. 그들은 지난해 출간된 콘퍼런스 시리즈 관련서 《작은 계획을 세우지 말라(Make No Small Plans)》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대신 창문도 없는 리조트 객실에 틀어박힌 채, 유타행 737 전세기를 구하기 위해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콘퍼런스가 끝난 다음 날 아침, 그들은 800명의 베이스캠프 참가자 중 60명을 비행기에 태워 모든 비용을 지불한 ‘비밀 여행’에 동참시켰다. 30대의 렌터카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는 손님들을 위해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유타주 이든 마을의 파우더 마운틴 정상에 서둘러 세운 몽골식 텐트로 이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서였다.

일행들은 워새치 산맥 위로 멋진 석양이 펼쳐지는 시간에 때마침 도착했다. 그때서야, 캠프 파이어 주위에 있던 서밋 팀이 손님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설명했다.

책에 따르면 로즌솔은 “당신들이 왜 여기에 왔는지 궁금할 것”이라고 운을 띄운 후 “우리는 전 세계 사람들이 우정을 쌓고, 그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이 자라서 가족을 꾸릴 수 있는 곳을 만들 것이다. 당신들이 우리와 함께 이 대장정에 동참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설립자들은 항상 서밋 시리즈의 미션을 단순한 대규모 모임에 그치지 않고,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그들은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들을 설립함으로써 세상의 병폐를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만들고 있었다.

이 4인방은 ‘작은 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서밋 시리즈의 슬로건에 적극 공감하는 사람들을 규합하고 있었다. 그들은 일년 내내 머물 본거지가 필요했고, 말 그대로 이 산꼭대기가 그 무대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산을 매입하는 데 4000만 달러가 필요했다.

그들이 서밋 파우더 마운틴-스키를 탈 수 있는 면적 기준으로 이미 미국 최대의 스키 리조트다-을 위해 세운 계획은 결코 작지 않았다. 두 명의 벤처 자본가와 손을 잡은 이 젊은이들은 기술업계의 괴짜 천재들, 연예계와 스포츠 스타들, 그리고 억만장자 그룹에 ‘사람 중심의 친환경 도시개발 공동체(new urbanist)’의 이상향을 제시했다. 그들은 그곳을 세상을 바꾸고, 사회에 공헌하고, 원대한 꿈을 키울 수 있는 공동체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었다.

한마디로 파우더 마운틴-1970년대의 허름한 스키 오두막, 오래된 파우더 케그(Powder Keg) 바, 낡은 주택과 콘도들이 산재해 있었다-을 사회적 의식을 가진 기업가들과 혁신의 중심지로 탈바꿈한다는 구상이었다. 아울러 후미진 오지 계곡에 위치한 이든 마을에 절실한 경제성장도 선사할 예정이었다.

서밋 4인방은 4000만 달러 규모의 부동산 계약을 통해 맨해튼의 3분의 2 정도에 해당하는 약 1만 에이커(약 1220만 평)의 부지를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들은 개발을 친환경적으로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대식 콘도와 직원 숙소, 공유 오피스, 커피숍, 농장, 식당, 고급 호텔뿐 아니라, 4에이커 규모의 중심가와 우아하면서도 절제된 500채 규모의 산상 단독주택 단지까지 친환경 개발을 표방했다.

이들은 유타주의 카운티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프레젠테이션에서 더 많은 시설들을 약속했다. 바로 과학 센터와 컨벤션 공간, 미국평화연구소의 지사, 온라인 대학을 위한 위성 캠퍼스, 몬테소리 학교, 그리고 그들이 ‘브레인 랩’이라고 지칭한 대체의학 센터였다. 지역사회가 직접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첨단 온실도 있었다. 주민들의 하수를 음용수로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풍부한 영양소를 추출하는 수처리 시설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파우더 마운틴의 거물 투자자들] 서밋 파우더 마운틴에 투자한 유명 인사들과 주택 소유자들. 왼쪽부터 크리스 블랙웰 아일랜드 레코드 설립자, 마틴 소렐 WPP 설립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 설립자, ⟪주 4시간만 일하는 기업가⟫의 유명 저자 팀 페리스, 베스 콤스톡 전 제너럴 일렉트릭 부회장,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톰스 슈즈 설립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설립자.
[파우더 마운틴의 거물 투자자들] 서밋 파우더 마운틴에 투자한 유명 인사들과 주택 소유자들. 왼쪽부터 크리스 블랙웰 아일랜드 레코드 설립자, 마틴 소렐 WPP 설립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 설립자, ⟪주 4시간만 일하는 기업가⟫의 유명 저자 팀 페리스, 베스 콤스톡 전 제너럴 일렉트릭 부회장,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톰스 슈즈 설립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설립자.

홍보는 성공적이었다. 서밋 시리즈 설립자들은 2013년 그 산을 매입하는 데 필요한 40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그들은 최초 투자자들의 전체 명단을 공개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들이 쓴 책에는 ▲버진 그룹 설립자 리처드 브랜슨 ▲세계 최대 마케팅 기업 WPP의 설립자 마틴 소렐 ▲자기계발서 작가 겸 기업가 팀 페리스 ▲전 GE 부회장 겸 최고마케팅책임자 베스 컴스톡 ▲톰스 슈즈의 설립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같은 쟁쟁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각각 50만 달러(약 6억 7000만원)에서 200만 달러(26억 8200만원)를 투자한 이 창립 멤버들의 강력한 믿음 덕분에 서밋 4인방은 언젠가 파우더 마운틴에 주택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얻었다.

다른 부동산 투자자들 중에는 ▲페이팔의 공동 설립자 켄 하워리 ▲위워크의 공동 설립자 미겔 맥켈비 ▲8년 전 부지를 구입한 넷플릭스의 공동 설립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있다. 유타 카운티 공무원들은 또한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1800만 달러(약 240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을 지원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출신의 최초 개발자들과 운명을 같이하기로 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투자자들과 카운티는 약속된 낙원이 실현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날 인적이 드문 이 리조트에는 10여 채에 불과한 신규 주택들과 몽골식 텐트 양식의 호화 클럽하우스 ‘스카이로지(Skylodge)’만 들어서 있다.

당초 약속한 500여 채의 주택 중 90% 정도는 아직도 지어지지 않았다. 많은 부지들이 여전히 빈 땅으로 남아 있거나 완공되지 않은 상태다. 상하수도관은 깔렸지만, 차세대 폐수 재활용과 온실 계획은 보류됐다. 호텔과 풀 서비스 레스토랑, 상점들도 없다. 브레인 랩은 말할 것도 없다. 새로운 친환경 도시의 번화가는 여전히 건축가들의 조감도에만 존재한다. 사회적 의식을 지닌 창의적인 사람들을 위해 활기 넘치고 아름다운 ‘놀이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됐을까? 한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흥분시켰던 그 프로젝트는 이제 그들에게 골칫거리가 됐다. 처음에 파우더 마운틴 부지에 투자하거나, 땅을 구입한 서밋 시리즈 참가자들 중 일부는 느린 개발 속도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구상에만 그친 메인 스트리트] 서밋 빌리지의 계획에는 호텔과 공유 오피스, 아파트 건물, 식당, 회의 공간, 웰니스 센터 및 기관이 포함됐다. 2023년 현재 주택 몇 채만 들어섰고 사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구상에만 그친 메인 스트리트] 서밋 빌리지의 계획에는 호텔과 공유 오피스, 아파트 건물, 식당, 회의 공간, 웰니스 센터 및 기관이 포함됐다. 2023년 현재 주택 몇 채만 들어섰고 사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또한 이 리조트는 이든 마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주민들은 그곳에서 일하는 10대들이 화려하고 방탕한 생활 방식과 섹스, 마약, 술에 노출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약속된 경제 활성화는 실현되지 않았다. 한편, 개발업자들은 투자를 대가로 영주권을 원했던 중국인 투자자들과 진흙탕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의 9000피트(약 2743미터) 높이의 고지대에서 서밋 시리즈 전체 회의를 개최하는 계획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욱이 최근 몇 년간, 원래 서밋 설립자들까지 산 개발사업에 대한 참여와 소유권 지분을 계속 줄여왔다.

개발자 그룹의 구조 변화는 이 리조트의 미래에 의문을 품게 한다. 모든 사람들이 원래 명칭에서 ‘서밋’을 빼고, 그저 ‘파우더 마운틴’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스나우는 파우더 마운틴 사업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일축했다.

필자는 비스나우에게 그의 팀이 프로젝트 구상 당시 제안했던 계획과 오늘날 리조트를 비교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그는 “‘작은 일을 먼저 이루고 큰 꿈을 꾸라’(Shoot for the stars, land on the moon)는 격언이 떠올랐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파우더 마운틴은 여전히 아름다운 스키장이다. 하지만 ‘작은 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설립자들의 굳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현재 파우더 마운틴에는 훨씬 더 작은 계획만 남았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넷플릭스의 공동 설립자 헤이스팅스가 자신의 산장에서 줌 영상통화로 필자에게 말했듯, 이 프로젝트는 “힘을 합쳐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정신을 잃고 “평범한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변질됐다.

넷플릭스 공동 설립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넷플릭스 공동 설립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서밋 파우더 마운틴의 원래 계획이 내세운 모토는 단순하다. 이타주의와 쾌락주의(altruism and hedonism)를 적절히 결합, 우리 시대의 가장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을 끌어낸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그게 과연 현실성이 있었을까? 설립자들과 유명 인사들이 우아한 스키 리조트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은행 파산과 암호화폐 붕괴, 해고 물결 속에서 전능하게 보였던 실리콘밸리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산상 도시도 무너지는 또 다른 실리콘밸리의 허황된 꿈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서밋 설립자들과 그 파트너들은 파우더 마운틴에 스키 리조트를 건설하려고 시도한 가장 최근의 기업가 그룹이다. 첫 인물은 유타주 의사 앨빈 코베이브였다. 그는 1972년 당시 부친이 양들의 겨울 방목장으로 사용했던 부지에 스키 리조트를 열었다.

정상이 광활하고 평평한 덕분에, 파우더 마운틴은 미국 내에서 몇 안 되는 ‘거꾸로(upside-down)’ 스키장 중 하나가 됐다. 즉, 일반 스키장들과 달리 차를 몰고 올라가 스키를 타고 내려올 수 있다.

수십 년간 그 산은 지역 스키어들만 이용했다. 그들은 그곳을 “파우 마우(Pow Mow)”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불과 한 시간 떨어진 파우더 마운틴은 연중 내내 풍부한 자연설(fresh powder)을 자랑한다. 따라서 이제까지 단 한번도 인공설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좀 더 가까운 다른 스키장들이 신규 슬로프를 개발하며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2002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근처의 스노바인이 대표적이다), 파우더 마운틴은 상대적으로 인공미를 가하지 않은 ‘천혜의 보석’으로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리조트는 2012년까지 여러 번 주인이 바뀌며 생존을 모색했다. 당시 파우더 마운틴은 대규모 개발을 계획했던 한 사모펀드 회사가 소유했다. 이 업체는 골프장과 수천 채의 주택을 건설, 개발 가능한 산의 모든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었다.

소유주들-2008년 주택위기 이전에 1억 5000만 달러(약 2010억원)를 들여 산을 매입했다는 소문이 돌았다-은 파우더 마운틴에 자신들의 타운을 세우길 원했다. 이든 주민들이나 지방 정부의 의사와는 배치되는 계획이었다.

그때 그레그 마우로-오스틴에 살았지만 에덴에서 스키를 타며 겨울을 보냈다-라는 벤처 캐피털 투자자가 끼어들었다. 그는 2017년 TED (: 기술·예술 감성을 아우르는 강연회) 연설에서 ‘스타트업으로서의 마을’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며 “당시 지역사회와 사모펀드 회사 간의 갈등을 초조하게 지켜봤다”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개인 은신처로 생각했던 그 땅을 보호해야 한다고 느꼈다. 당시 마우로는 교육기술에 초점을 맞춘 초기 단계 VC 회사의 공동 설립자이자 대표 파트너였다. 그래서 그는 인적은 드물지만 가치는 높은 이 지역의 개발에서 기회를 봤다. 아울러 그 리조트가 사회적 영향력을 육성하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마우로는 서밋 시리즈의 열혈 팬이기도 했다. 그가 2011년 4명의 젊은 콘퍼런스 설립자들에게 파우더 마운틴 구입을 위해 협조를 요청했을 당시, 서밋 시리즈 과정을 이제 막 마친 상태였다.

마우로는 “4인방이 공동 거주하던 말리부로 날아갔고, 당초 30분간 갖기로 했던 커피 회동이 8시간에 걸친 기획 회의로 바뀌었다”라고 회상한다. 그 후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72시간 후에 우리는 미국 최대 스키 리조트인 파우더 마운틴 정상에 서서 ‘이 산을 사자’고 의기투합했다.”

앞서 개발업자들과 분쟁을 벌인 카운티 공무원들에게 서밋 그룹과의 4000만 달러 계약은 큰 성공처럼 보였다. 마우로와 서밋 설립자들은 그 땅을 엄청난 저가에 구입했다. 대신 개발을 제한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공 리조트로 보존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현지인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여유 있게 스키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들은 도시 계획가이자, 이른바 ‘신성 기하학’(sacred geometry)(: 특정 기하학적 모양과 비율에 상징적이고 신성한 의미를 부여한다) 전문가를 고용했다. 마우로는 TED 강연에서 그 전문가가 “놀라운 여성 에너지를 품고 있는 말 안장 모양”의 지형을 새롭게 조성할 마을 부지로 낙점했다고 밝혔다.

그들은 ‘맥도널드 매장처럼 흔한 대저택화(McMansionification)’를 방지하기 위해 미학·환경적 지침도 제시했다. 즉, 이 산에는 짝퉁 성채나 거대한 콘크리트 맨션을 짓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래서 초기에 주택 소유자들의 단독주택 규모를 4500평방피트로 제한했다(나중에는 5500평방피트까지 확대했다).

산을 매입한 설립자들은 미리 선정된 건축가들 중 한 명과 긴밀한 협의를 해야 했다. 이 건축가는 주로 목재를 사용하는 세련된 스타일에 집중하며, 고풍스러움과 현대적인 분위기(heritage modernism)를 동시에 추구했다. 물 사용을 줄이고 가능한 한 지형을 보존하기 위해, 주민들에게도 잔디밭이나 뒷마당을 만드는 것이 금지됐다.

마우로와 서밋 설립자들은 프로젝트 지분을 각각 50%씩 나눠 가졌다. 이 공동사업체는 SMHG(Summit Mountain Holding Group)가 됐다. SMHG는 이 프로젝트를 서밋 콘퍼런스 참가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산에서 주말 행사를 개최하고 주택 부지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배우이자 기술 투자자인 애슈턴 커처는 《작은 계획을 세우지 말라》 책에 기술된 대로 인스타그램 공동 설립자 케빈 시스트롬을 포함한 여러 기업가들을 초대했다. 구글 공동 설립자 세르게이 브린도 방문했다(하지만 이 세 명 중 아무도 주택을 매입하지는 않았다).

그 후 SMHG는 더 많은 자본을 유지하기 위해 이든 마을이 소재한 웨버 카운티로 방향을 틀었다. 지역 관리들을 상대로 진행한 일련의 프레젠테이션에서 SMHG는 카운티가 1800만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지원하면 어떤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설명했다. 그 돈은 공공 도로와 상하수도관, 40만 갤런 용량의 물탱크 및 기타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 사용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들은 또 리조트 건설 과정에서 5억 달러(약 6700억원)의 지출이 발생하고, 약 1000개의 일자리도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적으로는 향후 20년간 총 20억 달러(2조 6820억원)의 경제효과를 예상했다(물론 그 수치는 나중에 10억 달러로 수정됐다).

그리고 그들은 리조트가 이든 마을에 관광객들의 달러를 유치할 뿐만 아니라 근처에 사업체와 갤러리, 레스토랑 및 극장을 설립할 가능성이 있는 창작자와 유명인들도 끌어들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결국 웨버 카운티는 채권 발행을 보증하며, SMHG가 초우량 등급의 신용으로 저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2013년 독보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웰니스 콘퍼런스 설립자들이 쇠락해 가는 유타 스키 리조트를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 전역 언론들이 앞다퉈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4명의 젊은 설립자들이 파티를 벌이기 위해 방금 4000만 달러짜리 산을 샀다’는 일부 조롱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젊은이들의 다보스 행사(Davos for Dudes)’라고 평가했다. 고커 미디어가 운영하는 밸리왜그 블로그는 ‘스키 슬로프 위의 호화 모임’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서밋 설립자들은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비스나우는 2015년 리조트를 방문한 뉴욕 타임스 기자에게 “테슬라가 자동차 시장에 몰고 온 혁신을 우리는 이 마을에서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비전은 단 한 번도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

설립자들은 책에서 “처음부터 많은 위험 신호들이 있었다”라고 회고한다. 그들은 앞서 20곳의 다른 기업들이 산을 둘러보고, 프로젝트를 포기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과거 부동산 매입 일을 했던 전 파트너는 그들에게 리조트를 매입하고 개발하는 일은 “정말 매우 위험하다”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VC 동료는 자신들의 역부족을 절감하고, 결국 사업을 포기했던 수많은 이유를 들려줬다. 그는 설립자들에게 “카운티와 맺은 부동산 개발 조례가 당신들을 파멸로 몰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경고대로, 열정적이지만 경험이 부족한 젊은 개발자들은 곧 장애물에 부딪쳤다. 앞서 다른 투자자들과 개발자들이 파우더 마운틴을 외면했던 이유였다.

복잡한 부동산 개발의 일반적인 문제들 외에 다른 요인도 있었다. 거의 9000피트 높이의 고지대에 마을을 건설한다는 것이 매우 힘든 작업이라는 사실이다. 대부분 스키 마을들은 약 5000피트나 6000 피트의 고도에 자리잡고 있다. 더욱이 파우더 마운틴에서는 강풍과 악천후로 인해 겨울 내내 공사가 거의 불가능하다. 무거운 짐을 싣고 산을 오르내리는 단순한 일조차 정교한 계획이 필요하다.

산으로 향하는 카운티 도로는 유타주에서 가장 가파른 포장도로로, 미국 내에서도 가장 악명이 높다. 서밋이 리조트를 인수한 이후 차량들이 12마일 구간의 이 도로에서 제어력을 상실한 뒤 충돌해 3명이나 사망했다(뉴스 보도들은 이 사고를 SMHG나 리조트 탓으로 돌리지는 않았다).

최근 몇 년간 회사는 코로나로 인한 공사 지연과 치솟는 건축자재 비용도 감당해야 했다. 비스나우는 필자에게 “설상가상으로 파우더 마운틴을 대규모 서밋 시리즈 콘퍼런스의 베이스캠프로 활용하는 방안도 별 효과가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그 리조트는 2013년 800여 명의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서밋 아웃사이드’라는 회의를 주최했다. 서밋 팀은 글램핑 텐트와 토론 및 요가를 위한 임시 장소를 꾸몄고,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약 400m 길이의 단독 테이블을 마련했다(힘든 작업을 기념하기 위해 나중에 아름다운 사진들로 남겼다).

비스나우는 “그러나 그 주말 행사는 산에서 대규모 모임을 개최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교훈을 줬다”라고 말했다. 환경적으로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 데다, 준비 과정은 ‘악몽’ 그 자체였다.

그는 “우선, 모두가 머물 곳이 필요하다. 화장실과 부엌, 식사, 샤워 시설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짓기 위해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간다. 이것은 비싼 참가비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산에서 진행할 모든 프로그램은 소규모 주말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주요 서밋 시리즈 콘퍼런스는 여전히 캘리포니아 팜 데저트 같은 다른 지역이나, 유람선에서 열리고 있다.

리조트 설립의 또 다른 걸림돌이 있었다. 소위 ‘골든 비자’ 프로그램을 통해 영주권을 취득하려 했던 투자자 그룹과 최대 1억 2000만 달러(약 1610억원) 규모의 대출 계약이 깨진 것이다.

마우로와 비스나우는 프로젝트 초기에 일단의 중국인들로부터 인프라 구축 자금을 유치하려 했다. 대신 중국인들은 EB-5 이민 프로그램을 통해 영주권을 취득하고자 했다. EB-5 이민 프로그램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미국 사업에 최소 50만 달러(6억 7000만원)를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영주권을 신속하게 발급하는 절차다.

당초 SMHG는 중국 최대 이민 중개업체 중 한 곳과 5년에 걸쳐 이 돈을 빌리는 데 합의했다. 대출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었다. 마우로는 설립 준비 팀이 2019년까지 스탠더드 호텔을 포함한 서밋 빌리지를 건설할 준비가 된 고급 스키 리조트 개발업체를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SMHG는 대출 약정의 세부 사항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기 전, 대출업체들로부터 약 4000만 달러(약 536억원)밖에 받지 못했다. 이어 중국 투자자 그룹은 SMHG에 채무 불이행 통지를 보냈다. 설립자들은 제기한 소송에서 “채무 불이행 통지로 인해 다른 투자자들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는 불만을 터트렸다.

법원 문서는 진흙탕 싸움의 씁쓸함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투자자 그룹은 SMHG가 엘리트 의식에 빠져있다고 비난했고, 반대로 SMHG는 대출업체들이 돈세탁에 연루됐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법적 다툼은 2년간 이어지고 있고, 리조트 개발은 다른 회사에 넘어갔다(EB-5 대출업체 대표들은 이번 기사와 관련해 공식 언급을 거부했다).

파우더 마운틴 프로젝트가 휘말린 소송은 그것만이 아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 디자이너가 2021년 50만 달러의 창립 회원 투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SMHG를 제소했다. 그는 자신이 서명한 계약서(모든 창립 회원들에게 제공된 표준 계약서)가 ‘2015년 6월까지 계획된 서밋 빌리지 메인 스트리트 건설의 최소 50%가 착공되지 않으면 환불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고 주장했다.

메인 스트리트가 2015년 여름까지 여전히 구상 차원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다. 그 소송은 작년 말 미공개 조건으로 해결됐다. 파우더 마운틴 부지를 구입하려 했던 두 사람과 관련된 또 다른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당사자들은 누리엘 루비니-항상 비관론을 펼쳐 ‘닥터 둠’이라는 별명이 붙은 경제학자-와 뉴욕에서 활동하는 부동산 중개인 마이클 아이젠버그다.

이든 마을에서는 지역 주민들과 문화적 충돌도 벌어지고 있다. 공화당이 장악한 이든 마을의 주민 대부분은 모르몬 교도들이다. ‘파우 마우’에 대한 평생 기억을 지난 일부 주민들은 10년 전 이든에 들어온 외지 개발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물 권리를 놓고 3년간 벌인 논쟁(리조트 개발을 지연시켰고, 한때 ‘서밋이 모든 물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하는 잔디 표지판 캠페인으로 이어졌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양측 모두에게 좌절감만 안겼다. 한 주민은 1월 이든을 방문한 필자에게 “서밋에 대해 묻는다면 나쁜 말밖에 할 말이 없다”라고 밝혔다.

유타주 이든 마을의 파우더 마운틴 스키 리조트.
유타주 이든 마을의 파우더 마운틴 스키 리조트.

주민들은 ‘서밋 사람들’이 들어온 이후 산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일화와 소문을 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환각제와 광란의 파티가 난무하고, 성매매 여성들이 유입됐다는 것이다(이런 증언들은 확인이 불가했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식 인터뷰를 거절했다).

화가 난 한 주민은 필자에게 “서밋이 마을에 들어오기 전, 이든 주민들은 지난 2020년 사건처럼 포드 GT가 산길을 질주하며 내려오다가 전복되는 일은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라고 말했다(뉴욕에서 활동하는 가수 겸 음악 프로듀서인 운전자와 동승객은 당시 다행히 경미한 부상만 입었다).

필자는 동네 소식지 오그던 밸리 뉴스의 섀너 프랜시스 기자를 이든의 한 멕시코 식당-원래 그녀의 조부모가 운영하던 잡화점이었다-에서 만났다. 그녀는 어릴 적 파우 마우에서 스키를 타던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녀는 필자에게 산의 생태계를 걱정하기 때문에, 이제는 그곳에서 스키를 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랜시스는 서밋 그룹이 기존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적극 소통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리조트 관계자들과 마을 주민들이 딴 세상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주민들이 산 위에서 운전사나 청소부 일자리를 구할 때만 서로 대화한다고 비꼬았다.

필자가 서밋의 실패한 개발 프로젝트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묻자,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내가 줄곧 원했던 바는 그들이 파산하고 인수돼 그곳을 보호구역으로 바꾸는 것이었다”라고 단언했다.

웨버 카운티는 사실 파우더 마운틴 개발에서 손실을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서밋 그룹의 채권 이자는 항상 제때 지급됐다. 하지만 연중 내내 기대됐던 부유한 관광객들의 유입은 없었고, 파우더 마운틴에 새로운 사업들이 꽃을 피울 기미도 전혀 없다. 웨버 카운티의 회계 책임자 존 본드는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그 모든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었지만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소송과 지역사회와의 마찰, 코로나 대유행이 모두 걸림돌이었지만, 일부 관계자들은 “그 프로젝트의 최대 장애물은 내부 문제였다”라고 지적했다. 바로 리조트의 끊임없는 리더십 교체와 조직 기능의 마비였다. 상당 부분은 서밋 팀의 미숙함을 드러낸 문제였다.

필자가 지난 1월 본드의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대형 회의 테이블 위에는 수많은 서밋 파우더 마운틴 서류들-수 년간의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관료주의의 비효율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이 쌓여 있었다. 본드는 “카운티 공무원들이 이런 혼란을 정말 당혹스러워했다”라고 말했다.

비스나우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의 추진에는 스트레스가 따를 수 있으며, 인간관계도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자신과 마우로가 여전히 친구라고 말했다. 그는 “그레그를 정말 높이 평가한다. 그는 멋진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있다”라고 치켜세웠다.

마우로도 비스나우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는 필자에게 “모든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당연히 조정과 갈등이 있다. 우리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파우더 마운틴은 우리 둘 모두에게 매우 특별한 장소로서 이곳에 대한 우리의 전반적인 열망은 상당히 일치한다.

본드가 들려준 이야기에 ‘진짜 악당’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는 마우로에 대해 “내가 만난 가장 똑똑한 사람들 중 한 명”이라고 평했다. 그가 원대한 아이디어를 가진 두 설립자에게서 본 것은 악의가 아니라 좋은 의도였다. 그는 스카이로지와 지금까지 지어진 주택들이 “아름답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서밋 관계자들과 카운티 변호사들과의 만남은 때때로 뜨거운 논쟁으로 이어졌다. 본드는 “마우로와 비스나우는 넘치는 아이디어를 주체하지 못해, 끊임없이 계획을 바꾸고 결정을 재고했다”라고 말했다. 카운티 공무원들도 산을 개발한 경험이 없었다. 본드는 필자에게 “우리 모두 익숙하지 않은 이 춤을 같이 췄다”라며 “한마디로 무슨 음악이 나오는지도 모른 채 무대에 함께 오른 셈”이라고 지적했다.

카운티와의 채권 계약 조건에 따라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서밋 팀은 2017년 220만 달러(약 29억 5200만원)의 현금 흐름 부족에 직면했다. 2016~2017년에는 총 1400만 달러(약 188억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바람에 자금을 다 까먹고 있었다. 이들은 전문 이사회를 추가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필자가 비스나우에게 파우더 마운틴 프로젝트에서 아쉬웠던 점을 묻자, 그는 “좀 더 빨리 이사회를 조직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지난해 파우더 마운틴의 이사회 의장에 오른 로니 예후다(다이아몬드 기업 경영자 출신이다)는 리조트 개발이 직면한 소송과 다른 문제들의 영향을 심각하게 보지 않았다. 그는 “그중 어떤 것도 향후 건설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몇 년간 파우더 마운틴이 사업 전략을 완전히 수정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SMHG는 이제 직접 부동산 개발자로서의 역할을 하기보다, 파우더 마운틴의 일부 부지를 소규모 이해관계자들-산악 마을을 조성하고 있는 2명의 주민이 대표적이다-에게 매각하고 있다.

파우더는 또한 모뉴먼트 랜치라는 인근 숙소의 개발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이 숙소는 회원전용 클럽과 ‘자연에서 즐기는 럭셔리 어드벤처 커뮤니티’로 조성될 예정이다. 회원들은 캣 스키(일반 스키장이 아닌 대자연에서 즐기는 오지 스키)와 헬리 스키(헬기에서 뛰어내린 후 타는 스키), 낚시, 사냥을 할 수 있다. 서밋 시리즈 행사에서 보통 만날 수 있는 남미산 야자나무 그릇, 고난이도의 아크로 요가, 자선모임과는 큰 차이가 있다.

책 《작은 계획을 세우지 말라》의 에필로그에서, 비스나우와 공동 저자들은 그들이 산을 매입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곤경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과도하게 신뢰했고, 경험이 너무 부족해 개발자가 된다는 의미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현재 산악 주택이나 주택 부지 소유자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당연히 이 책은 소송과 경영진의 실수, 혹은 ‘서밋 리조트가 물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항의하는 잔디 표지판도 다루지 않는다.

그럼에도 비스나우와 팀은 자신들의 성취를 자랑스러워한다. 구름 높이의 고지대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은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하고, 매력적이지도 않은 어려운 위업이기 때문이다. 리조트는 또한 여전히 산에서 판매하는 일일권 및 시즌권 숫자와 주택 규모를 제한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 파우더 마운틴을 과도하게 개발하거나, 인파만 몰리는 또 다른 슬로프로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 야심 찬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몇 년간, 설립자들은 가정을 꾸려 이사했고, 팬데믹 기간에도 콘퍼런스 사업을 계속 운영했다. 그들이 파우더 마운틴에 남아 있는 지분을 곧 팔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비스나우는 매각이 임박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설립자들이 몇 년 만에 스타트업에서 물러나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비스나우는 10년 전 자신과 설립 팀이 제시한 구상의 일부 버전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이사회와 주택 소유자들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대규모 타운을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조용한 산 동네를 원하는 것인가?”

넷플릭스의 헤이스팅스는 지난 1월 줌 영상통화 인터뷰에서 “조용한 산 동네가 무척 마음에 든다”라고 밝혔다. 당시 그는 아내와 함께 파우더 마운틴에 지은 5500평방피트 규모의 목조 주택에 머물고 있었다. 이 스트리밍 대기업의 공동 설립자가 공동 CEO 자리에서 물러나기 3일 전이었다.

그는 특히 멋진 스키 주행을 마친 후 정말 행복한 모습이었다. 만면에 미소를 띤 헤이스팅스(62)는 자신의 뺨을 가리키며 “빨간 게 보이죠?”라고 반문했다. 정말로 그의 뺨은 선홍색이었다.

현재 형태만 보면, 서밋 파우더 마운틴은 애스펀 스키장 같은 호화 리조트는 아니다. 수십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이 억만장자는 “산 정상은 정말 열악한 환경”이라며 “전기까지 꺼지면 거대한 폭풍 속에서 꼼짝없이 갇히게 된다”라고 토로했다.

또 강풍과 너구리, 까마귀들(주위를 배회하는 흑곰과 퓨마까지 있다)로 인해, 주민들은 쓰레기를 통에 잘 버려야 한다. 억만장자라고 예외는 아니다. 헤이스팅스는 “마치 황야의 개척자라도 된 기분”이라며 “화려한 스키 뒤풀이 행사 같은 건 상상도 못 한다. 우리 모두 그저 (음식을 조금씩 가져와 나눠 먹는) 포트럭 파티 정도를 할 뿐”이라며 “우리는 정말 행복하다. 하지만 직접 선택한 야생생활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파우더 마운틴에 조성되는 초기 공동체는 아마 10년 전 명확하게 약속했던 ‘고결한 비전’의 이상향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 그 프로젝트는 덜 원대하지만, 더 실용적으로 바뀌었다. 적절한 균형을 찾은 느낌이다.

‘모든 자산의 거품(everything bubble)’이 꺼지며, 기술업계의 무한한 야망도 마침내 벽에 부딪힌 것처럼 보인다. 서밋 시리즈와 원래 파우더 마운틴 계획을 탄생시켰던 행복한 시기는 이제 막을 내렸다. 탄탄한 사업계획보다, 혁신의 이상주의와 장밋빛 청사진을 더 중시했던 시대가 끝난 것이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속이 다 시원하다(good riddance).

물론 항상 그렇듯, 시간의 추는 다시 지나친 낙관론과 허황된 아이디어로 회귀할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꿈의 나라’가 건설될 것이다(최근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오스틴 근처에 ‘텍사스 유토피아’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일부만 건설되고 대부분 공사가 지연된 이 스키 리조트는 경종을 울리는 은유적인 이야기로서 너무나 완벽한(too on-the-nose) 사례다. 그것은 9000피트 높이 위에 세워진 바벨탑이나 다름없다. 바로 실리콘밸리의 원대한 꿈이 가진 오만함을 상징하는 기념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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