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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반도체 소부장 현주소①) “땡큐 수출규제”

우리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국산화 노력 덕분에 높은 대일 의존도를 빠르게 해소할 수 있었다.

  • 기사입력 2024.03.25 18:39
  • 기자명 이세연 기자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WHY? 일본의 소부장 수출 규제는 對日 의존도를 해소하는 기회가 됐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대(對)한국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 조치를 해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일본 업체들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규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한일 관계 악화를 빌미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4년간 '소부장 수출 규제'를 시행했다. 규제 대상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감광액(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3가지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감광액의 100%(JSR, TOK, 스미모토 등), 불화수소의 50%(Stella, 쇼와덴코 등)를 일본에서 수입할 정도로 대일 의존도가 높았다. 국내 소부장 업체들의 기술력이 미흡해 국산화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메모리·아날로그·로직 등 반도체 주요 제품군에 있어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나, 소부장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우수하다. 소재산업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의 50%를, 장비산업은 3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2019년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7nm 공정에 EUV를 도입하던 해여서 일본의 EUV 감광액 수급에 문제가 생길 시 EUV 파운드리 생산 로드맵에 차질이 불가피했다.

동시에 일본 소부장 업체들도 타격을 크게 입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불화수소를 제공하던 모리타화학공업은 규제 개시 첫해 순이익이 직전년 대비 90% 감소했다. 당시 모리타화학공업의 불화수소 수출량은 한국 시장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일본 소부장 업체들의 볼멘소리도 나왔다. 지난 2020년 5월 모리타화학공업의 한 간부는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한번 뺏긴 것을 되찾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후 규제 4년 만인 지난 2023년 3월 16일 한일 정상회담 후 일본은 우리나라를 수출 우대 조치 대상인 '그룹 A(화이트리스트)'에 복원했다. 양국간 소부장 협업을 다시금 확대하기 위함이다.

한일 정상회담 직전 일본 정부는 "대한민국 내 소부장 시장 점유율을 수출 규제 이전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2023년 3월 21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모두발언 중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입해 구축하는) 용인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 소부장 기업을 대거 유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본 소부장 업체들의 한국 수출 물량은 원상 복귀되지 않았다. 2020~2022년 우리나라 전체 불화수소 수입량에서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20%를 넘겼으나, 규제 이전 수준에는 못 미친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4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평택캠퍼스에서 반도체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4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평택캠퍼스에서 반도체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높은 의존도를 빠르게 해소한 원인은 국내 주요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국산화 작업 덕분이다.

일본 소부장 업체들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도 한국에 생산 공장을 세우며 사업을 이어갔다. 지난 2020년에는 일본 주요 장비 업체 도쿄일렉트론이 경기도 평택에 기술지원센터를, 2021년에는 주요 소재 업체 도쿄오타공업이 인천시 송도에 EUV 감광액 생산 라인을 구축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다이요홀딩스·후지필름·쇼와덴코 등이 한국 거점에 힘을 실으며 핵심 고객인 우리 기업들과의 협력을 이어가고자 했다.

하지만 '일본 리스크'를 경험한 우리 기업들이 대일 의존도를 축소하는 것은 막지 못했다. 특히 이 같은 움직임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와 부품 220여 개의 조달처를 변경하는 등 빠른 대처에 나섰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화학 소재 기업 솔브레인이 개발한 '국산 불화수소'를 적극 사용했다. 솔브레인은 2020년 1월 초고순도 불화수소 대량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이는 국내 수요의 70~80%의 물량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 10월 디스플레이 생산용 액체 불화수소 전량을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정부의 각종 지원으로 국내 소부장 업체들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많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정부가 소부장 지원책을 두 차례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소부장 업체들의 경쟁력이 상당히 높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9년 8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대책(소부장 1.0 전략)', 2020년 '소부장 2.0 전략'을 내놓았다. 1.0 전략에서는 100대 소부장 핵심 품목을 선정해 총 9525억원의 R&D 예산을 투입했다. 이듬해 2.0 전략에서는 핵심 품목수를 330여 개로 늘리고, 2년간 5조원의 R&D 예산을 투입했다. 당시 예산 덕분에 국내 소부장산업 기술력과 자급률이 10% 향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소재·부품 국산화율을 2022년 30%에서 2030년 5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높은 대일 의존도도 빠르게 해소했다. 일본 수출 규제 2년차인 지난 2021년, 소부장 100대 핵심품목의 대일 의존도는 24.9%로, 2019년 (31.4%) 대비 약 4% 줄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 규모 1조원을 넘긴 소부장 기업은 13개에서 31개로 대폭 늘어났다. 소부장 기업 매출도 20.1% 증가했다. 지난해 4월 정부가 발표한 '소부장 글로벌화 전략'을 보면, 소부장 대일 수입의존도는 역대 최저 수준인 15%까지 떨어졌다.

모리타화학공업의 한 관계자는 24일 아사히신문에 "대한국 수출량이 앞으로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 등 다른 판로를 확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 포춘코리아 이세연 기자 mvdirector@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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