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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 뒷짐 진 한국 금융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 정부의 승인을 얻으며 금융에 새로운 역사가 열렸다. 제도권 금융에 가상자산이 편입되며 자산의 정의 또한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 기사입력 2024.02.12 07:00
  • 기자명 조채원 기자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화폐는 집단적 상상의 산물이다.”

유발 하라리가 저서 '사피엔스'에서 한 말이다. 한 손에 들어오는 조그마한 금속이나 종이가 가치를 인정받은 거래 수단, 즉 화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사람들 간의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화폐의 정의는 종이·금속이란 유형물을 넘어 디지털이란 무형의 영역까지 확장됐다. 비트코인이 대표하는 가상화폐의 세계가 열린 것이다.

 

◆ 제도권 금융에 진입한 가상화폐

그런 점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화폐 역사에 또 다른 장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가상화폐가 제도권에서 자산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안전한 방식으로 통용되며 ‘토큰화’라는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맞이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월10일 현지시간 블랙록, 그레이스케일 등 11개 자산운용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서를 승인했다. SEC는 나스닥, 뉴욕증권거래소 등 거래소로부터 받은 19b-4 서류(거래 규칙 변경)와 자산운용사들이 제출한 S-1(증권신고서) 서류를 동시에 승인했다. 이로써 비트코인 현물 ETF는 11일(현지시간)을 기점으로 거래됐다.

그간 발행사들은 비트코인 ETF 승인에 10년간 노력했다. 지난해 8월 비트코인 ETF의 발행 예정자 중 하나인 암호화폐 회사 그레이스케일이 증권거래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리를 거둔 후, SEC는 신청서를 재고하기 시작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는 지난 12일 현지시간 CNBC 스쿼크박스 방송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 가상자산이란 신생 위험 자산군이 ETF란 안전한 방식으로 노출됐다”라며 “(이번 승인은) 금융 시장에서 기술 혁명의 첫 번째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다음 단계에는 모든 금융자산이 토큰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비트코인 반감기 도래...가치 상승·선점 경쟁

상반기에 제도권 아래 비트코인이 들어오면서 비트코인의 자산가치 상승도 기대된다. 승인 시점이 비트코인 반감기와 맞물리면서 비트코인의 몸값이 더욱 비싸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4월 비트코인은 채굴에 대한 보상이 이전보다 절반씩 줄어드는 반감기가 예정돼 희소성이 높아진다. 현재 전 세계에 발행된 비트코인은 2100만개로, 90%가 채굴 됐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앞으로 40년 정도면 모든 비트코인이 채굴될 것이라 예측한다.

이런 배경과 함께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린 발행사들은 막판까지 수수료를 낮추며 S-1 수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초반 수익을 낮추더라도 시장 선점 효과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다. 블랙록, 비트와이즈, 위즈덤트리, 인베스코, 발키리는 조건부 수수료를 적용해 초기 기간 수수료 인하 혜택을 제공한다.

11개 운용사들은 모두 SEC의 권고에 따라 현물 정산 대신 현금 정산 방식을 선택했다. 현물정산을 택할 경우 ETF 중개업에서 자금세탁 우려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현금 정산은 발행사가 직접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방식이다. 현물 정산 방식으로 하면 운용사는 비트코인을 직접 거래하지 않아도 스프레드와 중개 수수료를 낮출 수 있어 비용 측면에 이점이 있다. 

현금 정산 방식은 ETF 발행사가 직접 비트코인을 거래하기 때문에 거래 상대방을 특정 거래소와 브로커로 제한할 수 있다.

ETF란 금융상품의 특성상으로도 선점 효과는 노려볼 만 하다. ETF는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상품으로, 초기 시장점유율 선점이 특히 중요하다. 거래량이 많고 자산 규모가 큰 상품에 더 많은 투자자가 몰리는 속성이 있어 초기에 설정된 시장점유율이 뒤집히는 경우는 대체로 없다.

2004년 금(GLD) ETF가 상장됐을 당시 금 매수 접근성이 높아지자 많은 자금이 유입되며 금 가격이 상승했던 사례가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역시 새로운 자산군으로 역할을 하며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자금을 끌어들이며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미국 비트코인 ETF 시장 규모는 약 14조 달러이며 내년과 후년에 각각 26조달러와 39조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ETF 승인 이후에도 랠리가 지속될 경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 있음을 의미한다”라며 “올해는 채굴량이 반감기로 비트코인 가격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비트코인 가격이 추가로 상승하고 비트코인 ETF 시장 규모 확대가 현실화 된다면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가 올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기관투자자 유입으로 거래 안전성 확보 

전문가들은 이번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인해 비트코인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고 거래 안정성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예상한다. 기관투자자가 직접 현물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보유해 ‘보관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

지금까진 비트코인을 소유하려면 가상자산 거래소 내 개인 지갑에 보관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해킹이나 거래소의 도덕적 해이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에 반해 현물 ETF 방식은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도 기관을 통해 금융상품 자체로 비트코인을 보유할 수 있어 보유 비트코인에 대한 보유량 증명과 보관 주소 공유 시 현물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는 높아진다.

최화인 가상자산 에반젤리스트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기관투자자가 시장에 유입돼 가상자산 보관 리스크가 없어진다”라며 “기존 파생금융상품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게 돼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일어났던 해킹이나 모럴 해저드 위험이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비트코인 이외 다른 가상자산 관심 급상승

또 다른 가상자산인 이더리움도 오는 5월 미국에서 현물 ETF 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ETF 승인을 계기로 이더리움 ETF 또한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며 이더리움 가격도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블랙록과 피델리티 등 글로벌 운용사들이 SEC에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를 신청해둔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포문을 연 만큼, 이더리움 현물 ETF도 이르면 2분기 승인될 것으로 예상한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는 코인텔레그래프에 “비트코인 현물 ETF는 승인하면서 이더리움 ETF는 승인하지 않는 시나리오는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더리움의 자산가치에 대한 평가가 과장됐단 주장도 제기된다. 비트코인 ETF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더리움에 대한 기대감이 과열됐단 지적이다. 개수가 2100만개로 한정돼 ‘희소성’으로 자산성이 인정되는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은 발행 개수에 제한이 없어 자산가치가 무한정 오르기 어려운 구조이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이더리움은 스마트컨트랙트란 네트워크 상에서 기능적으로 확장이 목표인 가상자산으로 오직 자산성만을 목표로 하는 비트코인과 다르다”라며 “현재 이더리움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처음에 제시했던 만큼의 성과를 보이고 있지 않으며 솔라나, 폴리곤 등 다른 네트워크 토큰과 경쟁 구도에 있어 이더리움 독자적으로 흥행몰이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韓 정부, 비트코인 ETF ‘시기상조’

한편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나 ETF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단시간 내 가상자산을 제도화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인정하기 어렵단 입장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미국 법인 자회사 글로벌엑스가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한 삼성 비트코인선물액티브 ETF가 상장 1년 만에 순자산(AUM) 1040만달러를 기록하며 4배 이상 성장했다.

같은 날 금융위원회는 비트코인 ETF 중개와 해외 직접투자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이나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기존 정부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위원은 “금융위에서 검토 의사를 밝혔지만 우리 정부도 비트코인 ETF 도입을 배제하겠단 입장은 아니”라면서 “자본시장법 관련 입법 요건과 금융투자협회 세부 규정이 바뀌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또 “현재 우리 정부도 토큰증권을 발행·유통하고 국회에선 전자증권(증권을 실물로 발행하지 않고 그 권리를 전자등록부에 등록하는 제도)도 발의하고 가상자산 관련 2단계 입법을 논의 중”이라며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정립되면 자본시장과 가상자산 분야에서 다양한 비즈니스가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포춘코리아 조채원 기자 cwlight22@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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