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로 8차례 연속 동결했다. 여전히 높은 소비자물가와 가계부채, 부동산 PF가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금통위가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변동한 건 지난해 2월로, 3.50%를 유지하고 있는 건 이번이 8번째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소비자물가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높은 가계부채 수준에서 비롯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로 한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는 2%대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 3.4%를 기록한 후 4개월 뒤인 12월 3.2%까지 하락하는 데 그쳤다.
앞서 한은은 지난 금통위 회의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물가 안정을 확신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서라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4분기 이후에나 목표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중동과 유럽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지속되고 있고 기후 변화 위험성 또한 커지고 있어 물가 불안 요인이 남아있다”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또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대비 10조1000억원 증가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8%에 달한다. 특히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095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이다.
부동산 PF 문제 역시 고려됐으나 기준금리 하락을 유도하진 못했다.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 위기가 건설업계 전체로 전이될 위험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한은은 선을 그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정책보다는 기업 스스로 자구계획을 마련하고 이후에 정부와 금융당국의 재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인플레이션 압박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한미간 금리 격차도 상당해 쉽사리 금리를 변동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부진한 경기, 부채 증가나 PF 문제도 있지만, 우리나라가 고금리 견딜 수 있는 힘이 소진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금리 인하 시기와 관련해 권 교수는 “결국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미국의 상황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연내에 금리를 인하한다는 전망이 많지만 아직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의 역할은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인데 이번 금리 동결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봤다고 할 수 있다"라며 "부동산 PF나 가계부채 상황을 봤을 때는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고물가로 인한 서민 고통이 큰 만큼 이 부분을 가장 역점에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와 관련해서는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인 상황이지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한국도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할 것"이라며 연내 미국 금리 인하 시 한국도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포춘코리아 조채원 기자 cwlight22@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