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실태 조사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오는 4월 총선까지 '여당 실책'으로 잡힐 수 있는 부동산 PF 규모를 은폐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2022년부터 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따른 업권별 간담회를 실시했다. 고금리와 원자재 값 상승으로 부동산 건설 경기가 위축돼 진행 중이던 사업의 자본 조달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한 데 따른 조치를 선제적으로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그로부터 1년 후 금감원은 저축은행, 증권사, 부동산 신탁사에 자율 협약 유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등을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현황을 알 수 있는 지표는 아직까지 지난해 9월에 공개한 수치가 유일하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동어 반복을 하고 있다. '의견 청취', '일벌백계', '엄정 조치'란 단어를 늘어놓고 있지만, 각 업권별 사업 규모와 금액, 연체율과 고정이하 비율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지난달 25일에도 업계에 충당금 적립 강화를 당부하고 사업장의 자산가치를 엄격하게 평가해 옥석을 가리겠다고 했다.
금감원의 ‘PF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란 말이 공허한 이유이다. 시간이 갈수록 PF 부실 규모는 확대되는 상황에서 같은 말을 반복한다는 것은 아무런 진척이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관련 수치를 갱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국이 실체를 파악하고 있기는 한 것인지 우려스럽다.
부동산 PF 부실이 정부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건 맞다. 그러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진척이 어렵다. 가뜩이나 자금 조달 비용을 댈 여력이 없는 건설 업계가 부실 규모를 은폐하려 부채를 다음 분기로 이연하거나 부실 규모를 축소 기재하려는 시도를 차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부실 자산 청산과 경·공매를 더욱 적극적으로 유도했다면 지금보다 더 속 시원한 결과를 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라도 금융당국은 실제 부실 규모를 공개하고 시장과 부실 청산에 적극 임하길 바란다. 부동산 부실이 금융권 부실로 번지지 않으려면 투명한 정보 공개와 민·관 합동 대응이 효율적이다. ‘총선용’이 아닌 ‘신뢰용’ 금융당국이 되길 기대해 본다.
/ 포춘코리아 조채원 기자 cwlight22@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