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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기업들, 비전은 참 좋은데…수익성은?

친환경 기업들의 수익성은 예상만 못한 경우가 많다. 정부 지원과 보조금이 없다면 존속이 어려운 곳들도 있다. 하지만 시간은 이들 기업의 편이다.

  • 기사입력 2023.12.26 06:00
  • 최종수정 2023.12.26 08:57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올해 설립 13년차를 맞은 폐기물 수거 관리 솔루션 업체 A사. 각 분야를 혁신한 글로벌 유니콘 기업들에 비견되며 최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주요 대학 경영학과에서 친환경 기업 ‘스터디 사례’로도 자주 이름을 올리지만, A사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매년 영업적자에 허덕인다는 것이다.

이 업체는 2020년 19억 1000만원 매출에 17억 1000만원 영억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연 매출은 소폭 등락하는 데 머물고 있으나 영업적자는 2021년 25억 4000만원에 이어 2022년 33억 80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열악한 수익성은 비단 A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 친환경 기업이 고민하는 문제이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분야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을 버는 기업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 친환경 업체들이 다 비슷하다”고 말했다.

◆ 투자 증가 ≠ 높은 수익성

세간에서 막연히 생각하는 친환경 기업들의 수익성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사회적 화두이고 세계 각국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별도 사업 부문을 신설해 운영 중이어서 ‘수익성도 좋을 것’이란 오해를 한다. 여기에 넓은 의미에서 친환경 업종으로 꼽히는 전기차와 테마주로 급부상한 이차전지 뉴스가 많아지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화한다.

하지만 면면히 따져보면 예상과 다른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친환경 기업들의 수익성이 그렇게 좋다면 정부가 친환경 사업에 보조금을 줄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며 “현재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2~3개 외 다른 업종이 (시장에서) 잘 안 보인다는 건 나머지는 다 열악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투자 증가가 수익성이 높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그는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거의) 필수로 가져가야 하는 친환경 사업이 있다”라며 “수익은 기존 혹은 메인 사업부에서 내고, 친환경 사업은 수익보다는 부수적인 목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 한풀 꺾인 시장 기대감

세계적으로도 친환경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은 한풀 꺾인 모습이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130조 달러 이상을 관리하는 ‘글래스고 넷제로 금융동맹’이 출범하며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는 흥분이 많이 가라앉았다.

이 같은 변화는 친환경 ETF에 잘 반영돼 있다. 클린에너지 섹터 글로벌 종목들로 구성된 ICLN(iShares Global Clean Energy) ETF는 2020년 9~11달러 사이에서 등락했으나 2021년 30달러 가까이 치솟으며 오버슈팅했다.

ICLN ETF는 이후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현재 14달러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전기차와 이차전지 종목들로 구성된 DRIV(Autonomous & Electric Vehicles) ETF와 LIT(Lithium & Battery Tech) ETF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다우존스나 S&P500 지수가 2021년과 비슷한 수준임을 고려하면 ‘시장에서 소외돼 있다’는 표현이 알맞다.

ICLN ETF 5년간 가격 추이. [이미지=investing.com 캡처]
ICLN ETF 5년간 가격 추이. [이미지=investing.com 캡처]

◆ 한국 친환경 ETF의 맹점

한국은 친환경 ETF로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수소경제테마 ETF에 현대차나 현대모비스가 높은 비중으로 들어가 가격을 왜곡시킨다거나, 전체 사업에서 친환경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기업임에도 ETF 종목 구성에 높은 비중으로 들어간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아서이다. 친환경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곳들은 영세한 업체가 다수여서 ETF 종목 구성에 소외되거나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개별 기업 분석에서도 친환경 사업 부문의 수익성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승계나 계열사 지원 등 목적을 위해 관계사나 연결대상회사 거래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서로의 편익이 고려되다 보니 거래에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관계사 및 연결사 수가 적고 친환경 사업 비중이 높으며 시장 인지도가 높은 기업들로는 두산퓨얼셀과 유니테스트, 유니슨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유명 업체들조차도 수익성 면에서는 의문부호가 뒤따른다.

◆ 낮은 수익성에 시달려

2023년 상반기 기준(이하 같음) 전체 매출의 56.87%를 친환경 사업 부문(발전용 연료전지)에서 올린 두산퓨얼셀은 2022년 3121억원 매출액 가운데 영업이익은 72억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률이 2.3%이다.

전체 매출의 100%를 풍력발전사업에서 올리는 유니슨 역시 비슷하다. 유니슨은 2022년 2392억원 매출에 19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고작 0.8%이다.

유니테스트는 좀 더 심각하다. 이 기업은 전체 매출의 51.1%를 친환경 사업 부문(태양광 및 전력 변환 장치)에서 올린다. 2022년 1238억원 매출에 6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 전‧후방에 걸쳐 수익성↓

전방산업 업체들의 수익성은 더 열악하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좋은 예다. 최근 재생에너지 입찰시장 개설을 앞두고 이들의 취약한 수익성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그간 세간에는 ‘논밭을 뒤엎고 재생에너지 시설물을 설치할 정도로 알짜사업’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곽영주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협회장에 따르면, 현재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은 시설물 설치비 및 고정비 회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업체들이 자생할 수 있는 시장환경이 아니다”라며 “국가에서 인프라 구축 및 전력 매입 장기계약 등을 지원해줘야 겨우 연명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상당 부분 후방산업 기업들의 낮은 수익성에 기인한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후방산업단에서 수익이 많이 나와야 전방산업단에도 자금이 좀 흘러들어갈 텐데 현재 친환경 사업은 그런 구조가 아니다”라며 “(과거보다 좋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에너지 효율과 연비가 기대에 못 미쳐 후방산업 기업들조차 수익이 안 나다 보니, 전방산업단 업체들은 정부 지원이나 보조금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시간은 친환경 기업들 편?

현재 상황만 보면 친환경 기업들의 수익성이 단시간 내 좋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반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팽배하다. 환경 규제와 의무가 강해지면서, 또 후방산업 기업들의 제조 단가와 기술 효율성이 개선되면서 어느 순간 극적인 전환이 일어날 것이란 기대이다.

세계적으로 점점 강화되는 친환경 규제와 의무는 시장 규모를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범준 대한상공회의소 ESG팀 과장은 “그간 자율의 영역이었던 친환경이 점점 제도화, 의무화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라며 “유럽연합이 2026년부터 본격 시행을 예고한 탄소국경조정제도나 (국제적인 ESG 공시기준에 따라) 내년부터 현실화할 공급망 실사나 공시 법제화 등이 좋은 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경향이 가속화할수록 높아진 목표값을 달성하기 위해 친환경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기술 혁신은 친환경 기업들의 높은 제조 단가와 낮은 비용효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그린전환 팀장은 “현재 주목받는 업체들은 수익성보다는 탁월한 친환경 기술로 투자를 받는 곳들이다”라며 “기술이 기업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생각하지만, 혁신 기술이 나타나고 또 누적되면 친환경 기업들의 수익성도 빠르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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