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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vs. 아이비리그

기업 리더들 사이에서 캠퍼스 문화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업계와 학계 사이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 기사입력 2024.03.29 06:00
  • 기자명 JEFF JOHN ROBERTS 기자 & 육지훈 기자

지난해 11월,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에 동문들이 기부한 돈이 대거 유입되었다. 500억 달러(50 billion dollars)가 넘는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하버드 입장에서는 이 기부 자체가 특별할 것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기부금들이 딱 1달러씩이라는 사실이었다.

하찮을 정도의 적은 기부금은 정치적 발언을 억압하면서 반유대주의에 대해서는 손을 놓은 것으로 비판받는 캠퍼스 문화에 대한 항의였다. 이 운동은 몇 달 전 펜실베이니아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에 단 1달러 기부를 하면서 함께해 줄 동문들을 촉구했던 에이폴로(Apollo)의 CEO, 막스 로완(Marc Rowan)의 제안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빌 애크먼(Bill Ackman) 헤지펀드 매니저가 하버드(Harvard),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IT)의 총장들을 축출하려는 시도를 하는 가운데, 이들 총장이 의회에서 캠퍼스 내의 반유대주의에 대해 증언한 방식을 많은 사람들이 위선적이며 무감각하다고 여겼다. 그 결과로 1월 초에는 하버드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총장이 사임했다.

이번 아이비리그(Ivy League)와 월스트리트(Wall Street) 간의 대립은 이스라엘과 하마스(Israel-Hamas)의 충돌을 둘러싼 격렬한 이견과 그 충돌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비극 속에서 비롯됐다. 이 문제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DEI)에 대한 폭넓은 비판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애크먼을 포함한 반대파들은 하버드대학 경영 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 출신으로서, 대학들의 자유 언론에 대한 실수가 지나친 ‘깨어있음’(wokeness)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문맥에서조차도 기부 중단 시위의 규모가 주목할 만했으며, 이후에도 졸업생과 기부자 사이의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애크먼과 동료들은 아마도 다양성 문제에 대해 대부분의 비즈니스 커뮤니티보다 더 보수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넓은 범위의 불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문화전쟁이 아닌 분야에서의 공감을 얻고 있다.

미국의 비즈니스 리더들은 명문 대학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들은 기부자로서, 졸업생을 고용하는 사업주로서, 학생 혹은 예비 학생의 부모로서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교육 과정과 대학 생활이 졸업생들을 실무 세계에 일할 수 있도록 제대로 준비시키지 못한다고 우려하며, 학교가 내는 결과가 그 비용 상승을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본다. 또한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대학 리더들 대부분이 학계 출신이라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빌 애크먼(Bill Ackman)은 아이비 리그(Ivy League) 캠퍼스 문화를 비판하며, 대학이 학생들의 사회 생활을 위해 얼마나 학생들을 잘 준비시키는지 우려했다.
빌 애크먼(Bill Ackman)은 아이비 리그(Ivy League) 캠퍼스 문화를 비판하며, 대학이 학생들의 사회 생활을 위해 얼마나 학생들을 잘 준비시키는지 우려했다.

산업계와 학계 사이의 철학적 견해 차이는 물론 새로운 것이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 소크라테스(Socrates) 때부터 ‘요즘 젊은이들’의 행실에 대한 불평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연설 관련 문제가 공통의 우려로 떠올랐으니, 대학이 양질의 시민이나 직장 동료를 양성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기업 리더들과 현재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인식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활동가들에게 대학을 기업처럼 운영하는 것이 해답으로 여겨진다. 클로딘 게이(Claudine Gay)가 하버드 대학교 총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빌 애크먼은 ‘X’라는 플랫폼에 긴 에세이를 게시하여 하버드를 오랜 기간 잘못 관리된 큰 규모의 기업에 비유했다. 그는 “대학이 총장 후보군을 기업인이 포함될 정도로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애크먼은 이 기사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학자들은 이 행위를 학문의 자유 침해로 본다. 펜실베니아대학의 경우, 900명이 넘는 교수들이 로완(Rowan)의 운동에 반대하는 편지에 서명하며, 학문적 전문성이 전혀 없는 외부 인사들이 시도하는 ‘적대적 인수’를 강력히 비난했다. 분노가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다음과 같은 질문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학계는 리더십과 토론 분야에서 기업 세계로부터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을까? 그리고 기업이 학계의 방식을 채택한다면 얻을 이득은 무엇일까?

 

통일된 의견에 대한 우려

미국 고등교육위원회(American Council on Education)의 통계에 따르면 기업 출신이 대학의 주요 직책에 오르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3년 고등교육 기관의 총장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학계 외부에서 경력을 쌓은 비율은 20% 미만이었고, ‘기업 경영진’출신이라고 밝힌 사람은 4%에 불과했다.

금융계의 거물들이 이런 통계를 근거로 대학의 동료비평가들을 비판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하지만 이들이 직접 학교를 운영한다는 생각에는 조심스러워질 것이 분명하다. 대학을 상상해 보라. 수만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셰익스피어(Shakespeare)부터 입자 물리학(particle physics), 의학 연구(medical research)에 이르는 다양한 전문 분야들을 갖춘 거대한 기업과 같은 곳이다.

그러나 많은 고위 간부들이 종신 임용(tenure)제도로 인해 해고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기업을 운영한다고 상상해 보라. 이와 동시에 끊임없는 기금 모금 활동에 몰두하고,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를 관리하며, 때에 따라서는 거대한 스포츠 제국(sports empire)까지 이끌어가야 할 수도 있다.

복잡한 상황에서 ‘최종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자세로 경영해 온 기업인은 대개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400건이 넘는 대학 총장 선발을 도운 R. William Funk & Associates의 컨설턴트 빌 펑크는 “고등 교육계에서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합의가 필수”라고 말한다. “단순히 지시하는 식으로는 안 된다.”

빌 펑크(BILL FUNK) 대학 조사 컨설턴트는 "고등교육 분야에서 무엇인가를 성취하려면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 단순히 명령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빌 펑크(BILL FUNK) 대학 조사 컨설턴트는 "고등교육 분야에서 무엇인가를 성취하려면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 단순히 명령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일부 월스트리트 인사들처럼 캠퍼스에서의 합의 형성에 비즈니스 의견이 배제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UC 메르세드(UC Merced)의 사회학 교수이며 ‘Bankers in the Ivory Tower’의 저자인 찰리 이튼은 비록 전직 기업 리더들이 대학 총장 자리를 맡는 경우는 드물지만 대학 이사회에 참여하는 경영진의 수와 갈수록 커지는 학교의 최고 재무 책임자(CFO) 및 최고 투자 책임자(CIO)의 영향력을 봤을 때 그들이 실제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튼은 빌 애크먼이 대학은 비즈니스에 무지하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어리석고 무책임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합의 중심 문화의 문제는 까다로운 대화를 회피하고 집단 사고와 정체에 빠지기 쉬운 점이다. 비즈니스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소수의 인물 중 하나로 주목받는 대학 총장에 미치 대니얼스가 있다. 대니얼스는 2022년 말 9년간 이끈 퍼듀 대학(공공 연구 대학) 총장직에서 은퇴했다. 그는 인디애나주 전 주지사이자 제약계의 거대 기업 일라이 릴리의 수석 임원으로도 10년 간 재직한 경험이 있다. 또 미국 대학의 평균 등록금이 매년 12%씩 상승하는 기간 동안 등록금을 동결시키며 칭송을 받았다. 

대니얼스는 포춘과의 대화에서 대학교육의 가치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급격한 비용 상승으로 “심각하게 훼손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미국 가정들이 이러한 감정에 공감할 것이다. 그는 대학들의 가격 책정 능력과 내부 구성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려는 필요성이 이러한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의 지도부는 본능적으로 여러 이해 관계자들을 만족시킬 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아내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그리고 필요한 금액을 충당하기 위해 얼마의 등록금을 부과할지 결정한다. 대니얼스는 퍼듀 대학교(Purdue University)에서는 좀 더 자본 중심적이고 전략적인 질문을 던졌다고 말한다. “우리가 꼭 챙겨야 할 우선순위를 충족시키면서 지출과 수입이 맞물리도록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록금을 올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요?”라고 물었다.

이런 사고방식은 기업가에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현재 대니얼스의 사례는 예외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펑크 검색 컨설턴트는 많은 대학들이 학문 외적 배경을 갖춘 리더를 선호한다고 말했지만, 결국 학자들로 이루어진 선출 위원회들은 다시 학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한다. 대학 이사회 내 기업인 구성원들과 학교의 재무 이사들(CFOs), 정보 이사들(CIOs)로부터 더 많은 압박이 없다면 대학 리더십이 더 다양한 생각으로 개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면 대학들은 위원회를 학계 인사들이 차지하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면 또 그 학계 인사들은 동료 학계 출신의 고용을 선호한다. 학교 이사회에 있는 기업인들과 학교의 CFO(재무 최고 책임자)나 CIO(정보 최고 책임자)로부터의 강력한 압력을 통하지 않고서는 대학 리더십이 더 다양한 사고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스피치 상태(A speech statement)

기업 리더들이 아카데미아의 관리 문화를 바꾸기 어려울지라도, 그들은 캠퍼스 내의 담론 문화에 대해 대학 리더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준비가 되어 있을 수 있다. 대학들은 수십 년간 자유로운 토론의 장으로 인정받아 왔다. 학계가 좌파적 경향을 띠면서 ‘트리거 경고’ ‘안전한 공간’ ‘언어 규제’와 같은 용어들이 교실 내외의 대화를 이끌어왔으나, 비판가들은 이들 용어가 점차 사상의 교류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논쟁적인 견해를 가진 연사를 공공연히 반대하고, 소수 학생들이 불쾌하다고 여기는 내용을 가르치는 교수를 해직하는 사례 역시 반론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이런 비판은 주로 보수 성향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오지만, 해직 문화가 이념적 경계를 넘어서면서 일부 진보적 사상가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매우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가자 지구 분쟁으로 드러난 감정이 팽배한 가운데, 대학 캠퍼스에서 상반된 의견을 가진 학생들이 서로 예의 있게 대화하는 능력마저 상실해버린 현상이다. 이는 학교뿐 아니라 기업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직장에서는 직원들이 소통할 대상을 선택할 수 없고, 자신과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진 이들과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들을 직장에 적응시키려는 관리자들에게 도전이 되고 있다. 또한 졸업생들 역시 이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미국 대학교 및 대학 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Colleges and Universities) 등의 비영리 단체들이 실시한 20대 대상 조사에서 대학이 직장 생활로의 이행에 필요한 감정적·행동적 기술을 가르치지 않았다고 느끼는 비율이 39%에 달했다고 한다.

이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펜실베니아대학교나 하버드대학교가 아닌 다른 명문 대학에서 착안한 방식을 일부 학교들이 모델로 삼고 있다.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는 2015년 학교가 활발하고 두려움 없는 토론과 토의의 자유를 장려하는 원칙을 도입하고, 그 자유가 위협받을 때는 이를 보호하기로 했다. 이후 100개가 넘는 대학들이 이른바 ‘시카고 선언(Chicago Statement)’ 또는 그 변형을 채택했고, 2023년에는 여기에 클렘슨대학교(Clemson University)와 버지니아공과대학교(Virginia Tech) 등 8곳이 추가되었다.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는 1월에 이를 채택했다. 자유 표현을 지지하는 단체인 펜 아메리카(PEN America)의 크리스텐 샤버디언(Kristen Shahverdian)은 최근 몇 달간 대학 리더들 사이에서 캠퍼스 내의 토론을 보다 건전하고 유익하게 만들려는 관심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말한다.

활기차고 두려움 없는 토론의 자유는 사업가들이 배양하려는 문화적 특성이 되어가고 있다. 이는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대에서 기업들이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압박을 느끼면서 특히 중요해지고 있다. 항상 그렇듯이, 이러한 서로 다른 의견을 표현할 자유의 문화는 과거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의 잭 웰치(Jack Welch), 버진 그룹(Virgin Group)의 리차드 브랜슨(Richard Branson) 같은 최고경영자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다. 최근에는 킴 스콧(Kim Scott)의 ‘래디컬 캔더(Radical Candor)’ 같은 책을 통해 경영진 사이에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글을 기고한 CEO 고문인 티모시 클라크(Timothy Clark)는 지난해 이렇게 썼다. “전 직원이 목소리를 내면 그들은 현장 지식을 교환하고, 유용한 생각의 범위를 확장하며, 단체적인 편협한 시각을 예방한다.” 만약 시카고 선언(Chicago Statement)의 원칙이 대학 캠퍼스에 더 널리 퍼진다면, 그것은 학생들이 자유롭고 예의 바른 토론 기술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며, 이는 그들의 대학 생활과 미래 직업 사이의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 또한 이 선언은 경영자들에게 자유 표현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아내에게 제기된 최근의 표절 의혹에 대해 맞서며, 그 소식을 전한 언론에게 “지옥을 퍼부을 것”임을 선언한 빌 애크먼은 이익을 보는 리더일 수 있었다. 기업의 거물이든 대학생이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기술은 연습을 통해 습득해야 한다. 

※이 기사는 Fortune.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포춘코리아 소속 AI기자(GPT-4 활용)가 도왔습니다.

/ 글 JEFF JOHN ROBERTS 기자 & 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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