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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인종 우대정책 위헌, 하버드대 첫 흑인 총장 사퇴…벼랑 끝 선 DEI

첫 흑인 총장이었던 하버드대 총장이 사임했다. 퇴진 운동을 이끈 헤지펀드 억만장자 빌 애크먼은 이제 “반자본주의적인” “DEI 이데올로기”를 겨냥한다.

  • 기사입력 2024.01.04 12:00
  • 최종수정 2024.03.20 14:43
  • 기자명 BYIRINA IVANOVA 기자 & 문상덕 기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반유대주의가 문제가 아니라 DEI(다양성, 평등, 포용)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사진=Fortune]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반유대주의가 문제가 아니라 DEI(다양성, 평등, 포용)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사진=Fortune]

 

클라우디아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사임했다. 그는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를 상대로 퇴진 운동을 벌여 온 유대계 헤지펀드 ‘큰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이제 관심 범위를 넓혀 하버드대의 전반적인 접근 방식을 겨냥하고 있다. 애크먼은 자신의 모교가 “정치적 옹호 운동(a political advocacy movement)”, 그리고 DEI(다양성, 평등, 포용)라는 “반능력주의적 이데올로기”에 포획됐다고 비난하고 있다.

애크먼은 예전부터 하버드대가 반유대주의에 빠졌다고 비난해 왔지만, 그는 3일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에서 “그것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었다”며 단지 “진짜 문제의 경고 신호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EI가 원래 개념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변질됐다”고 덧붙였다.

4000단어짜리 글에서 애크먼은 지금의 DEI를 자본주의 자체를 포함한 모든 능력 기반 프로그램에 대립적인 “운동”으로 묘사했다. 애크먼의 글은 미국 재계 주류에서 DEI가 “반자본주의적”이라고 주장하는 첫 사례로 보이며, 비즈니스 커뮤니티를 휩쓴 DEI 이니셔티브에 대한 수년간의 논쟁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제 애크먼은 DEI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일부라고 보는 대신, 자본주의 경제가 작동하는 데 있어 해로운 “이데올로기”라고 비난하고 있다.

애크먼은 “DEI의 이데올로기 하에서”라며 말을 이었다.

“어떤 정책, 프로그램, 교육 시스템, 경제 시스템, 성적 시스템, 입학 정책, (그리고 지리적 영향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겪는 기후 변화까지), 등이 서로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불평등한 결과를 초래한다면 그것은 인종차별로 간주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인종차별적이고, 대입 시험은 인종차별적이고, IQ 검사는 인종차별적이고, 기업들은 인종차별적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또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인종 비율과 일치하지 않는 결과를 낳는 모든 능력 기반 프로그램, 시스템, 그리고 조직은 DEI 이데올로기 하에서 정의상 인종차별적이라고 주장했다.

애크먼은 또 DEI 지지자들이 반대 의견을 검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들의 태도가 1920년대와 1950년대 미국의 반공주의 운동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애크먼은 DEI 지지자들이 기관을 통제하고 권력을 쥐고 있으며, DEI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실직하거나, 동료들에게 외면당하거나, 취소당하거나, 혹은 (그들의) 경력과 사회적 수용에 위험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DEI가 반대를 진압하기 위해 사용한 기법들은 수십 년 전 레드 스케어(적색공포, Red Scares)와 매카시즘에서 찾을 수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DEI 노력을 “사회주의로 가는 길”의 한 단계이며 “미국의 기본 가치와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본주의가 인종차별적이라면, DEI는 반자본주의적인가?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애크먼의 비판은 DEI에 대해 처음으로 행해진 공격은 아니다. 보수주의자들은 DEI 운동이 백인 미국인들에 대해 인종차별적이라고 주장하며, 때때로 이를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투자와 같은 다른 자유주의적 기업 프로그램과 함께 묶어 비난해 왔다. 그들은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반백인 인종차별” 또는 (ESG의 경우) “화석 연료에 대한 차별”이라고 재정의한다.

수년간 이어져 온 움직임은 지난해 미 연방대법원이 대학의 소수인종 우대 정책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정점이 이르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행정 명령에서 다양성과 감수성 훈련을 금지하면서 이를 “악의적인 이데올로기”라고 비난했다. 플로리다와 텍사스를 포함한 여러 주에서는 고등교육에서 다양성에 대한 논의를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또 지난해 여름, 공화당 소속 주 법무장관들은 포춘 100대 기업 모두를 대상으로 그들의 기업 다양성 프로그램에 대해 경고했다. 업계에선 기업의 DEI 프로그램이 보수주의적 고등법원의 다음 목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70년대 연방정부가 성별, 인종, 또는 국적에 따른 직장 차별을 공식적으로 금지하면서 기업의 다양성 프로그램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특히 DEI는 지난 10년간 빠르게 퍼졌다. DEI는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살해와 그로 인한 인종 평등을 위한 사회적 요구 이후 힘을 얻었다. 2010년대 후반의 변화는 더 포괄적이고 온화한 자본주의를 향한 것으로, 기업들이 그들의 행동에서 직원, 커뮤니티, 고객 등 모든 이해 관계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200대 대기업 협의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2019년 성명에서 “우리의 모든 이해 관계자는 (우리에게) 필수적이다. 우리는 그들 모두에게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회사, 커뮤니티 및 우리 나라의 미래 성공을 위해 헌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한 임금 지급, 다양성 채택, 지속 가능한 사업 수행, 공급업체와의 윤리적 거래에 대한 회원사들의 약속을 함께 언급했다.

이는 기업의 유일한 책임이 주주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온 지난 40년간의 주주 우선주의 독트린에 대한 정면적인 거부였다.

그러나 최근의 법적, 문화적 공격은 이러한 목표를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들은 반발에 대응하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달 아메리칸항공, 블랙록, JP모건 체이스, 로우스 등 대기업 여섯 군데가 다양성 정책에 대한 서약을 약화시켰다고 보도했다.

 

자유주의, 좌파 진영에서도 DEI 회의론

아이러니컬하게도, DEI 이니셔티브는 보수 진영뿐 아니라 자유주의자와 좌파들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이니셔티브가 인종 격차를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거나, 고정관념을 고착시킨다거나, 심지어 기업에 이미지 세탁의 여지를 준다는 것이다.

후자의 극단적인 예로,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매체 인터셉트는 사설교도소 업체인 코어시빅(CoreCivic)이 “DEI 원칙”을 지지한다고 자랑하는 것에 대해 보도했다. 또 여론조사업체 카탈리스트 지난해 호주, 캐나다, 영국 및 미국에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5%가 그들의 회사의 인종 평등 정책에 진정성이 없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이 모든 것을 통틀어, DEI가 본래 해결하려고 했던 근본적인 문제는 완고하게 지속되고 있다. 미국인 중 약 16%가 흑인이지만, 대기업 리더십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단 4%에 불과하며, 백인과 흑인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는 1950년대 이후 변하지 않고 있다.

※해당 기사는 Fortune.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글 BYIRINA IVANOVA 번역 문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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