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Special Report] 실패한 유니콘들

벤처캐피털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 프라이빗 마켓에서 지난 10년간 기업가치 10억 달러 규모의 수많은 유니콘(Unicon) 스타트업이 태어났다. 현재 이 시장은 대변혁을 겪고 있으며, 유니콘 기업들은 위기에 처해 있다.

  • 기사입력 2024.02.29 11:00
  • 최종수정 2024.03.26 17:17
  • 기자명 JESSICA MATHEWS 기자 & 김동현 기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애틀(Seattle) 기반의 화물 네트워크 회사 콘보이(Convoy)는 기술 분야 스타트업 성공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혔다. 아마존(Amazon) 출신의 두 베테랑이 2015년에 독립해 적재함이 남는 화물차들과 화물을 보내려는 이들을 잇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로써 공급망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고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었다. 기술업계 유수의 투자자들과 기업가들, 기후변화 운동가들, 대부업체들에게서 다년간 끌어모은 10억 달러가 넘는 자본과 부채를 바탕으로 콘보이는 한때 직원 1,300명을 고용하고 전국에 40만 대 이상의 트럭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2022년이 되자 콘보이는 처음의 사업 범위를 넘어서서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신속한 결제를 돕는 핀테크 서비스부터 디젤 할인 혜택을 주는 연료 카드, 트레일러 임대 서비스까지 다루었다. 포춘(Fortune)이 살펴본 문서에 따르면 2022년 말 콘보이의 총마진은 18%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시애틀의 높은 임대료 같은 고정 비용과 엔지니어링이나 제품 팀 유지에 필요한 상당한 비용들이 재정에 부담이 되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런 지출들이 콘보이가 순이익을 내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가 되었다.

삼 년 전만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급변했다. 지난 10월 프라이빗 마켓이  강력한 조정에 들어가면서 많은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휩싸였다. 

시리즈 E 라운드와 신용 한도를 통해 신규로 4억 1000만 달러를 조달한 이후 18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콘보이는 갑작스럽게 직원 대부분을 해고하고 핵심 사업을 철수시킨 후 기술 플랫폼을 다른 물류 스타트업에 넘겨주었다. 

GeekWire가 입수한 메모에서 CEO 다란 루이스(Dan Lewis)는 “콘보이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즉 화물 시장의 붕괴와 ‘극심한 금융 긴축’이라는 이중고를 겪었다”고 말했다. 이는 투자 유인을 감소시키고 수익성이 없는 기업으로의 자금 흐름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콘보이의 자산은 경매에 부쳐졌고,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직원들과의 소송에 직면해 있다. 

콘보이의 투자자들로는 캐피털지(CapitalG), 그레이록 파트너스(Greylock Partners),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성장 단계 펀드, 아마존(Amazon)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 세일즈포스(Salesforce) CEO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 앨 고어(Al Gore)의 기후 투자 펀드 제너레이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Generation Investment Management) 등이 있다. 이들은 투자 금액 전부를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4월에는 38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던 콘보이는 이제 아무 가치도 없다. 

스타트업 세계는 실패에 익숙해져 있다. 10개 중 9개가 문을 닫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실패는 대중의 이목을 끌지 못한다. 대부분은 스타트업 초기에 개발 단계에서 실험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발생한다. 회사가 성장하고 매력적인 매출 증대를 이루면 많은 자본을 굴리는 벤처 자본 회사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투자자들이 점점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함에 따라 실패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그랬던 시절도 있었다. 2022년 1분기 이후 모든 게 변하기 시작했다. 거시경제의 변화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루는 매 단계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이제 그 변화의 파동이 프라이빗 마켓에 영향을 주면서 스타트업에게, 특히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에서 가장 엘리트이자 자랑거리인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 평가를 받은 사설 기업들인 유니콘스(Unicorns)에게는 시험의 순간이 되었다. 

웰컴 트러스트(Wellcome Trust)의 벤처캐피털 담당자 제프 로브(Geoff Love)는 “작은 회사가 제품과 시장이 잘 맞지 않아 실패하는 것은 한 가지 경우”라며 “하지만 수십억 가치를 인정받고 수백만 달러의 자본을 모은 상태에서 실패한다면 그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웰컴 트러스트는 액셀(Accel)과 벤록(Venrock)의 벤처 펀드에 투자한 바 있다. 

스타트업들에게 위기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고작 2년 전만 해도 창업자들이 투자자들을 제치고 자금 조달의 주도권을 쥐었다면, 지금은 자금 마련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고, 예상했던 것보다 기업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공개(IPO) 시장은 2021년에 비해 한산해졌고, 인수합병(M&A) 거래도 쉽지 않아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 여러 해 동안 풍부한 자본이 넘쳐났지만, 갑자기 현금이 부족해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몇몇 유니콘 기업이 공식적으로 사업을 접었다고 발표했다.

헬스 스타트업인 올리브 AI(Olive AI)는 지난 10월 문을 닫았다. 디자인 스타트업 인비전(InVision)은 1월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모듈러 건축 회사 브이브(Veev)는 11월 철수를 발표했다. 그 외에도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가 2022년에 큰 파문을 일으키며 폐업했다.

그런데 시장의 이러한 추세는 눈에 띄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 거시경제의 변동은 공개 주식의 가격에는 즉시 반영되지만, 프라이빗 시장에서는 영향이 나타나는데 시간이 걸린다. 비공개 기업들은 재무 현황이나 주요 업무 변화를 공개할 의무가 없어 중대한 문제가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발표나 언론 보도를 통해 대규모 해고나 회사의 철수 같은 소식이 들려오기 전까지는 그 실상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벤처 지원 스타트업들이 문을 닫은 지 거의 2년이 흐르면서 우리는 이제야 그 영향의 전모를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 “2022년에 추가 자금 조달이 사라졌을 때, 많은 회사들이 18개월에서 24개월 정도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고 어낸드 산왈(Anand Sanwal) CB 인사이츠(CB Insights) 공동 창립자 겸 이사회 의장은 전했다. 그가 말하길 “이 시간 창이 막 닫히고 있다”며 “올해 초에 기업 폐업과 인수합병이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실패하는 것은 회사별로 다를 수 있는 일이다. 화물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콘보이로부터 창업자 샘 뱅크먼-프라이드(Sam Bankman-Fried)가 사기 혐의로 유죄를 받은 FTX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문제가 다르다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자본을 갑작스럽게 구하기 힘들어지면 자금력이 든든한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분명하게 갈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유니콘이라는 용어가 은유를 넘어 오류로 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비상장 상태의 기업들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일은 드물었다. 바로 그 이유로 2013년 ‘유니콘’이라는 말이 탄생했다. 비상장 기업이 10억 달러의 평가를 받는 것은 성공의 증거였기 때문이다. ‘포춘(Fortune)’이 2015년에 주목한 성장세를 보이는 거대 스타트업들을 다룬 기사를 실었을 때, 10억 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린 회사는 단 80여 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곳곳에 1,200개가 넘는 유니콘 기업들이 생겨났다고 ‘CB 인사이츠(CB Insights)’는 보고하고 있다. 현재 비상장 회사들 중 몇몇은 ‘유니콘’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엔 그 규모가 너무 거대해졌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스페이스X(SpaceX)’는 공식적으로 1800억 달러로, ‘틱톡(TikTok)’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ByteDance)’는 2250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다. 또 ‘챗지피티(ChatGPT)’를 만든 ‘오픈에이아이(OpenAI)’는 최근 투자 라운드에서 1000억 달러의 평가를 기대하고 있다. 이제 이들에게 유니콘 대신 대형 고래에 비유할 만한 새로운 수식어가 필요해 보인다.

유니콘 기업 붐을 이끈 힘은 무엇이었을까? 낮은 이자율로 다른 선택지들이 매력을 잃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벤처 부문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캠브리지 어소시에이츠의 미국 벤처 자본 연구 책임자인 테레사 하저에 따르면 공개 시장의 수익보다 높은 벤처 수익은 새로운 투자를 이끌어냈다. 거기에 우버, 스냅, 핀터레스트와 같은 회사들에 초기 단계에서 투자해 사전 IPO 성장의 혜택을 누리고 싶어 하는 헤지 펀드와 뮤추얼 펀드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 사례들이 가세했다.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한 기술 붐과 그에 추가된 놀라운 규모의 2조 달러 경기 부양책을 고려해 보면, 우리는 벤처 자본에 있어서 기록적인 자금 조성, 기록적인 회사 매각, 기록적인 기업 가치 평가라는 ‘이성을 벗어난 광풍’으로 설명될 수 있는 2020년과 2021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자본이 생태계 전반에 걸쳐 자유롭게 흐르면서, 일부 회사들은 매출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상태에서도 그 당시 10억 달러가 넘는 가치로 상장하기도 했다. 이는 투자자들의 이례적인 수요 속에서 일어났다. “연 수익이 500만 달러인 회사가 10억 달러로 평가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CB 인사이츠의 어낸드 산왈이 언급하면서 “100배, 200배의 배수를 보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2022년 2월부터 2023년 말까지 경제 분위기는 점점 어두워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는 기준 금리를 천천히, 그러나 10배가 넘는 5.33%로 끌어 올렸다. 공개 시장은 크게 조정되면서 소프트웨어, 인터넷, 핀테크 주식들이 팬데믹 이전 거래 가격을 훨씬 밑돌았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동에서도 전쟁이 일어났다. 또한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었다. 중국에서는 여러 VC(벤처캐피털) 기업들이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2022년 5월, 세콰이어 캐피털(Sequoia Capital)은 자신들의 투자 회사들에게 기술 산업이 ‘시련의 순간’을 맞이했다고 알리는 자료를 전달했다. 이는 과거 시장이 조정될 때 자주 발행된 경고들 중 하나로 회사의 파트너들이 위기를 예측했을 때 내놓은 것이다(항상 정확하진 않았지만). 이 경고는 다른 회사들에 의해 공유되었고, 유명한 스타트업 육성 기업인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도 경고의 메시지에 동참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빠른 성장만을 추구하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세콰이어의 파트너들은 경고했다.

특히 금리 상승은 벤처캐피털 활동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 금리는 할인율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며, 투자자들은 이를 사용해 기업의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를 산정한다. 이것은 나중 단계의 기업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더 높은 금리는 빌려 사용하는 자본의 비용을 증가시키므로, 스타트업들이 빠른 성장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사파이어 파트너스(Sapphire Partners)의 벤처 펀드 투자를 이끄는 비저 클락슨(Beezer Clarkson)은 “무료로 쓸 수 있던 자금이 끊겼다”고 간단히 설명했다. 

금리 상승이 스타트업 자금 조달에 부담이 되고 있지만 그 영향이 곧바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높아진 금리로 인해 연금 계획, 재단, 자선 단체,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s), 주권 자산 기금(sovereign wealth funds)과 같이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에 주로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국채와 같은 안전한 자산에 더 많은 매력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투자자를 가리켜 제한적 파트너(limited partners) 또는 LP라고 부르며 이들이 바로 전체 투자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자금을 공급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금리가 오르면 LP들의 벤처캐피털 투자가 줄어들고, 벤처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이 감소한다는 점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결국 이는 스타트업에 투입되는 자금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 모든 상황이 실시간으로 펼쳐지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장면을 목도하고 있다. 주식 시장이 휘청이자 최근 2년간 상장한 유니콘 기업들의 가치가 급락했다. 2021년 1월에 상장한 ‘지금 사고, 나중에 지불’을 내세운 회사인 애파임(Affirm)은 주식이 최고가인 주당 168달러에서 2022년 3월 중순 30달러 대로 떨어졌다. 비상장 기업들은 자신들의 가치가 상장사들에 비해 비현실적으로 보이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로 인해 전년 대비 기업공개 시장(IPO market)의 문이 사실상 닫혔으며, 이러한 간극으로 인해 신규 주식에 대한 수요가 사라졌다. 2022년에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공개 기업들이 마련한 자금이 2021년과 비교해 95% 감소했다고 EY의 세계 IPO 추세 보고서(Global IPO Trends Report)에서 밝혀졌다.

그 이후로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 중 공개 상장을 시도한 곳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들 중에는 시인(Shein), 레딧(Reddit), 데이터브릭스(Databricks) 같은 기업들이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공개 상장에 조심스러운 이유가 있다. 인스타카트(Instacart)는 공개 상장 이전에 여러 차례 가치를 크게 낮춰야 했다. 그 결과 지난 9월 상장 후 1월 중순까지 주가는 30% 이상 떨어졌다. 현재 이 식료품 배달업체의 시가총액은 약 70억 달러로, 2021년 비공개 기업 시절 자랑하던 390억 달러에 비하면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알티미터 캐피털(Altimeter Capital)의 파트너 제이민 볼(Jamin Ball)은 올해 초 ‘20VC’ 팟캐스트에서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언급하며 “2021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마도 당시 받았던 평가액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 현실을 인정하게 되었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구글(Google), 메타(Meta),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애플(Apple), 아마존(Amazon)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자금을 조절하면서 인수합병에서 손을 떼고 있다. 더 나아가, 반독점 규제 당국은 경쟁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는 인수 거래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지난 12월 아도비(Adobe)는 유럽연합(EU)과 영국의 규제 기관으로부터 반발을 사면서 200억 달러 규모의 디자인 회사 피그마(Figma) 인수 계획을 포기했다. 이는 미국 연방 무역 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가 법정 소송에서 이겨 일루미나(Illumina)가 2년 전 71억 달러에 인수한 암 진단 스타트업 그레일(Grail)을 매각하도록 만든 사건이 있었던 바로 그 직후였다.

자금 부족과 매각 시장 침체는 콘보이가 생존을 위해 마지막으로 구매자를 찾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회사 최고경영자 루이스(Lewis)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우리는 가능한 모든 전략적 대안을 모색하며 네 달 이상을 보냈다. 인수합병(M&A) 활동이 크게 줄었고, 콘보이를 인수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기업들도 화물 운송 시장의 붕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변화는 벤처 기업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크게 낮추게 만들었다. 그러나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거래의 부족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데, 바로 벤처 기업들이 자신들의 투자자인 유한책임조합원(LP, Limited Partners)에게 투자금을 반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는 유한책임조합원들이 고위험 분야에 과도하게 투자되어 새로운 자금을 투입할 의욕을 잃게 만들거나, 새 펀드에 재투자할 유동 자본을 부족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은 스타트업 자본 공급의 또 다른 고리를 끊는다. 사파이어(Sapphire)의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지금 모든 유한책임조합원들이 이런 계산을 하고 있다. 또 벤처 기업이 요구하는 투자금이 스타트업의 청산에서 나오는 분배금을 넘어서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금액이 벤처캐피털 시스템에 일시적으로 묶여 있는지를 따져보고 있다. 그녀는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가장 믿음이 간다고 생각하는 관리자에게 자금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새로운 현실은 특히 신규 벤처 기업들과 경영진이 지금과 같은 시기에 자신들의 펀드를 조성하기가 매우 어렵게 한다. PitchBook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는 최근 10년 동안 최초 펀드를 조성하기 가장 어려운 해였다. 또한 이런 추세는 몇 년 전 거액의 펀드를 모았던 대형 벤처 기업들의 자금 모금 노력에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부 벤처 회사는 아예 문을 닫거나 새로운 펀드 조성을 시도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OpenView라는 보스턴에 본사를 둔 74명 규모의 회사는 지난 12월부터 업무를 줄이는 작업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하드 테크 분야에 투자하는 Countdown Capital이 1월에 투자자들에게 회사를 폐쇄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TechCrunch가 보도했다.

“비즈니스 전반은 구축하고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유행은 매우 빨리 찾아오고 경기 침체도 마찬가지로 급격히 진행될 수 있다”고 클락슨이 말했다.
어떤 기업이 성공하고 어떤 기업이 실패할지는 많은 투자자들이 관망하고 있는 주요 질문이다. 그들은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확신할 때나, 기업이 생존할 수 있을지 명확해질 때까지 투자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벤록(Venrock)이라는 유서 깊은 초기 단계 벤처 투자 회사를 이끄는 브라이언 로버츠는 지난 1월 6억 50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마련했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그들이 만들었던 세 개의 각각 4억 50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보다도 크다. 이는 반드시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판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벤록의 포트폴리오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것이고, 벤록이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는 로버츠의 예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로버츠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투자자들이 믿지 않는 회사들에 대해 처분하거나 아주 낮은 가격에 팔 준비를 하고 있다”며 “반면에 이 기업은 가치가 있다. 이 기업에게 자본 위험과 함께 펀드와 비전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로버츠에 따르면 벤록이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할지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그 기업을 이끄는 이들의 역량과 시장에서 차별화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여부이다.

이미 일정 규모에 도달한 기업에 투자하는 성장단계 투자자들의 경우, 숫자와 재무 상태를 더 신중히 평가하며, 기업이 비용을 관리하고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을지를 고려하고 있다.

“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비용 기반을 재조정해 이에 맞춘 기업들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이 갈리고 있다”고 앨 고어(Al Gore)의 제너레이션 펀드(Generation Fund)에서 성장 단계 투자를 이끄는 리라 프레스턴(Lila Preston)이 포춘(Fortune)지에 보낸 이메일에서 밝혔다. 대체로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한데, 이 모델이 수익성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규모와 그 규모를 위한 자금 조달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AI 분야의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가장 높고, 가장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CB 인사이트(CB Insights)에 따르면 AI 기업의 시리즈 B 단계에서의 중앙값 평가액이 AI가 아닌 기업들에 비해 59% 더 높으며, 시드 단계에서도 AI 기업들의 중앙값은 21% 더 높다. 그러나 투자가들과 유한파트너들 중 일부는 AI에 대한 열정이 과도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클락슨은 “벤처업계는 과대포장(Hype)을 좋아한다. 항상 주목받는 것이 있기 마련이고, 현재는 AI가 그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케임브리지 어소시에이츠(Cambridge Associates)의 하저(Hajer)는 “기업들이 ‘핵심 임무’에 해당하는 것을 만들 때-기업이 포기할 수 없는 도구나 기술, 예를 들어 사이버보안 같은 것들-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기술 산업은 언제나 낙관주의자들을 매료시켜 왔다. 그 특성은 높은 성장률과 실패 위험을 안고 회사를 차리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2024년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이들은, 몇 년 전 종이 위에서만 부를 누린 많은 창업자들을 탄생시킨 프라이빗 기술 주식의 가치 상승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다. 또한 채용 결정과 다수의 고위험 프로젝트를 결정할 때 신중을 기할 것이다.

구스토(Gusto)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조시 리브스(Josh Reeves)는 “내가 존경하거나 감탄하는 회사들은 사업 주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구스토는 2022년에 약 96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리브스는 “항상 좋은 사업을 영위하려고 하고, 수익성이 좋은 경제 활동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자신의 통제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사실 이는 경제 주기에 따라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JESSICA MATHEWS 기자 & 김동현 기자

※ 해당 기사는 Fortune.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