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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유니콘, ‘실패’와 마주하다

경제 불안은 창업자들 앞에 놓인 큰 도전이다.
스타트업의 미래와 본인 정신 건강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 기사입력 2024.03.05 07:00
  • 최종수정 2024.03.30 11:05
  • 기자명 Andy Dunn & 김타영 기자

어딘가에서 '스타트업은 실패할 때까지 실패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창업자가 포기할 때 실패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자본이 더 이상 무료가 아닌 현재 시장에서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창업자들은 언제 포기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런 결정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할 때 창업자들은 어떻게 자신의 심리를 관리해야 하는가?

나는 지금 명백한 딜레마에 직면했다. 내 새로운 소비자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은 성장이라는 중요한 척도로는 그다지 잘 진행되고 있지 않다. 제품과 시장의 조화를 찾기 위해 4년을 고군분투해 왔지만, 아직 그 신호를 찾지 못했다. 한때 우리 팀은 12명이었다. 곧 젠 그린우드(Jen Greenwood) 공동 창업자와 나만 남을 것 같다. 최소한 우리가 더 체계적인 방식으로 다시 일을 시작할 때까지는 말이다. 격동하는 강에서 금을 캐는 것 같은 이 시기에 때때로 대박이 가까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더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가끔 우리는 목적 없이 표류하며 절망에 잠기는 순간들을 경험한다. 성취에 익숙한 이들도 실패에 부닥치면 위기를 맞이한다. 이미 들어간 시간과 비용, 그리고 명성 손상이라는 벽에 부딪혀 고민하기 시작한다. 창업자로서 우리는 스타트업의 미래와 자신의 자존감을 분리하는 데 고통스러워한다. 종종 기업의 성패를 자신의 가치와 동일시하기도 한다.

우리 스타트업은 현재까지 1000만 달러 이상을 소모했고, 그중 상당액은 우리 자신의 돈이었다. '성공한 창업자'로서 나에게 주어진 자본에 대한 사용권이 없었다면 몇 년 전에 벌써 실패했을 것이다. 마크 안드리슨(Marc Andreessen)이 2020년 줌(Zoom) 미팅에서 나에게 경고한 “너무 많은 자금을 조달하면 안 된다. 그러면 이 일에 오래 갇혀버릴 수 있으니, 다음 단계의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의 금액만을 모아라”라는 말을 잊을 수 없다.

나는 투자 유치에 매력을 느끼는 창업가로서 지난해 연말 젠과 함께 회사의 상황을 점검해 보니, 몇 년간의 시행착오로 힘이 빠진 상태였지만 여전히 은행엔 200만 달러가 남아 있었다.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다른 스타트업이나 회사와 합병 또는 매각을 시도해야 할지 아니면 투자자들에게 달러당 16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을 돌려주는 것이 옳은지 혹은 계속해서 개선을 시도하고, 새로운 변화를 고려하는 것이 맞을지 고민했다. 실패할 위험이 있고, 그렇게 되면 투자자들과 우리 팀, 그리고 우리가 쏟은 시간에 대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말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의 전설적인 전 CEO이자 현재 벤처 회사인 제너럴 카탈리스트(General Catalyst)의 회장을 맡고 있는 켄 체노트(Ken Chenault)는 리더의 임무가 때로는 상충할 수 있는 두 가지 목표를 이루는 것이라 말했다. 하나는 희망을 창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인간 경험의 많은 부분과 마찬가지로, 희망은 정상에 도달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가장 낮은 곳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창업의 여정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한다. 나는 희망적이면서 현실적인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체노트의 지침대로, 어떤 날은 실제로 낙관적일 때 사람들 앞에서 희망을 전파하고, 다른 날에는 일이 제자리걸음인 현실을 혼자 겪은 뒤 팀에게 적절한 양의 어려움을 알린다. 내가 가장 잘할 때는 신뢰를 쌓기 위해 충분한 투명성을 보여주지만 의심과 사기 저하가 만연하지 않게 조절한다. 나를 따르는 이들이 자신들의 링크드인(LinkedIn) 프로필을 다시 살펴볼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

내가 겪는 롤러코스터는 바이폴라 I(Bipolar I)라는 기분 장애에 의해 심화된다. (나는 이 장애에 관한 내 경험을 회고록과 TED 강연에서 공유했다.) 이전 스타트업인 보노보스(Bonobos)를 설립하고 9년간 이끌면서 나는 정신 질환을 부인했다. 대학 시절 받았던 진단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팀을 꾸리거나 자금을 모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와 같은 도전을 겪고 있는 기업가들이 수두룩하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at San Francisco)의 연구에 따르면 신경 다양성은 기업가 정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양극성 장애가 성인 인구의 2%에 영향을 끼치는 반면, 기업가들 사이에서는 11%나 된다. 이는 무려 5배 높은 수치다. 같은 현상이 우울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광범위한 불안 장애 그리고 약물 사용 장애를 겪는 기업 리더들에서도 관찰된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 사실을 어떤 면에서는 행운으로 받아들인다. 조울증 발작으로 벨뷰 병원(Bellevue Hospital)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하루 동안 감옥에 간 일이 변화의 촉매가 되어, 그 전에는 갖춰지지 않았던 정신적 지지대를 마련해 주었다. 나의 일상은 아래와 같이 구성된다:


* 정신과 의사와 매주 두 차례의 상담

* 매일 약을 복용한다(알코올로 자가 치료 하는 것을 대신하여).

* 밤에 8시간씩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 위해 아침마다 Whoop 앱의 스크린샷을 아내, 의사, 어머니, 누나에게 전송한다.


회사를 세우는 일은 정신 건강에 해롭다. 정신 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도 있고, 혹은 그 문제들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에게 정신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이 다양한 사람이든 아니든 우리 모두에겐 정신 건강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모든 사람은 다르지만, 모두 자신만의 일상이 필요하다. 그것이 명상, 약물 치료, 운동, 치료 받기, 사업 코치 받기, 케토(Keto) 식단, 아침 햇살 쬐기, 찬물 목욕하기 또는 앤드류 후버만(Andrew Huberman) 박사의 팟캐스트 반복해서 듣기라 해도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먼저 자신의 산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다른 이들을 챙겨줄 수 없다.

회사의 재무 상태와 창립자의 정신 건강은 동반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2022년 하반기에 진행한 자금 조달 라운드는 벤처 자본 투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어떤 점에서 보면 나 스스로가 난관에 부딪치는 것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나는 성공할 만한 제품을 찾아내지 못했다. 

회사가 존속하기 위해 나는 재력가 창업자 한 명을 설득해 회사의 가치를 낮추는 투자 라운드를 주도하게 만들었다. 이전에는 이런 하향 조정 라운드를 회사의 종말로 여겼지만, 벤처 자본가들인 커스틴 그린(Kirsten Green)과 제러미 리우(Jeremy Liew) 같은 경험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고, 우리 팀을 위해 새롭게 조정된 주식 옵션을 마련함으로써, 하향 조정 라운드가 오히려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결과 그린과 리우는 새로운 투자를 이어갔다.

지금은 횡보가 상승으로, 하락은 횡보로 바뀌었다. 

그 투자 라운드를 이끈 바로 그 창업자에게 지난 12월 조언을 구하기 위해 전화했다. 

트위터(Twitter)의 공동 창업자이자, 미디엄(Medium)과 블로거(Blogger)의 초기 CEO였던 에브 윌리엄스(EV Williams)가 그 전화를 받았다. 우리 회사가 처한 상황과 내 개인적인 희망과 두려움을 그에게 털어놓았다. 그는 우리 회사의 실적 데이터, 팀의 사기, 내 위치에 대해 정확하고도 의심 많은 질문들을 던졌다. 그리고 통화의 마지막에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긍정적인 판단을 내려주었다. “지금 그만두지 마라. 계속 나아가라.”

계속 나아가라. 그 말은 방학 내내 내 귀에 맴돌았다. 젠과 나는 그다음 며칠간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팀을 처음부터 다시 세우기로 하고, 좋은 사람 몇 명은 시간제로 일하거나 떠나보내기로 했다. 최소 3개월치의 퇴직금이 그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었다. 위기가 현실화하기 전에 먼저 위기를 인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우리는 경비를 3분의 2나 줄이면서 시장진출에 집중하기로 결정했고 기술적 투자는 잠시 뒤로 미루었다.

이 새로운 방향 덕분에 우리는 매주 10퍼센트 이상 성장하기 시작했다. 회사 본사를 옮겼고, 주요 제품 전략인 '달콤한 고향 시카고(Sweet home Chicago)'에 모든 것을 걸었다.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정말로 그럴까? 더 정확히 말해서, 롤러코스터가 정점에 도달해 다시 추락하기 전까지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희망이 항상 샘솟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2024년 새해를 맞이하며 나는 할로우에 머무르기보다는 매일 조금씩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해서 힘든 것들을 소화하면서 매일 더욱 긍정적이고 탄력적으로 남을 수 있도록 했다. 과거의 경험은 미래를 예고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우리는 때론 계속 나아가야 할 도덕적 의무를 가진다. 팀과 고객, 주주들에 대한 책임으로 말이다. 그 순간 당장 우리에게 최선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보노보스(Bonobos)에서 어려운 시간을 견뎌낸 기억은 우리에게 버팀목이 되었다. 우리가 만든 문화, 견실한 재정 성과, 매각 후 2배 성장한 브랜드는 모든 것이 값진 노력이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보노보스에서 어두웠던 날들을 이겨내며, 때론 살고 싶지 않다고 느낄 정도로 우울했던 나를 지탱해준 것이 있었다. 직원 중 한 명인 케빈 켈리허(Kevin Kelleher)가 선물해 준 '카우보이 윤리(Cowboy Ethics)'라는 책이었다. 책 한 페이지에는 진눈깨비를 맞으며 말을 타고 있는 카우보이 사진이 실려 있었다. 그 사진 아래 적힌 말은 다음과 같다: 지옥을 지나고 있을 때는 계속해서 나아가라.

대중 문화 속에서 카우보이들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외톨이로 몸과 마음의 한계를 시험한다. 그들은 취약함을 보여주는 이상적인 인물이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창업자들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돌보고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우리 자신의 정신 건강에 대해 책임을 지고,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런 마인드를 유지한다면,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 필요한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가능하고, 해야한다면…

계속 전진하라. 

/ 글 Andy Dunn & 김타영 기자

※ 해당 기사는 Fortune.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앤디 던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로 보노보스(Bonobos)와 파이(Pie)를 이끌었고, 《스타트업 론칭과 나의 붕괴: 번아웃 비율(Burn Rate: Launching a Startup and Losing My Mind)》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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