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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로드킬’ 당한 공유경제 유니콘

버드(BIRD)는 전기 스쿠터 사업의 차세대 제품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공유경제의 엄청난 시도였다. 그런데 왜 그렇게 잘못되었을까?

  • 기사입력 2024.03.12 06:00
  • 최종수정 2024.03.30 10:26
  • 기자명 JASON DEL REY 기자 & 김타영 기자

테크 업계를 벗어나 일하는 다른 전문직 종사자들처럼, 에드워드 푸(Edward Fu)도 스쿠터 대여라는 평범한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에 대해 처음엔 의구심을 품었다. 하지만 버드(Bird)라는 회사에서 산타모니카(Santa Monica) 본사로 면접 제안을 해왔을 때, 푸는 이전에 가본 적 없는 그 도시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면접을 보러 가기로 했다. 

“면접 가는 길에 이걸 한번 타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고 기업 변호사로 일했던 푸는 포춘(Fortune)에 이렇게 말했다. “산타모니카에서 아름다운 여름날을 맞으며 스쿠터를 타는 것,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인생을 바꿀 정도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푸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2018년에 접어들며, 산타모니카부터 댈러스(Dallas)까지 수많은 시민과 관객이 ‘거치대 없는’ 전기 스쿠터라는 새로운 현상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몇 달 전, 우버(Uber)와 리프트(Lyft)의 전 임원인 트래비스 반더잔덴(Travis VanderZanden)은 해안가를 따라 10대의 소비자용 스쿠터로 버드 스쿠터 회사의 문을 열었다. 그 후로 전 세계에 경쟁 업체들이 생겨났다.

공유경제의 엄청난 시도였다. 그런데 왜 그렇게 잘못되었을까? 

 휴대폰 GPS로 즉시 두 바퀴 달린 탈것을 찾고, 앱으로 스쿠터를 작동시킨 뒤 어디든 마음대로 세울 수 있다는 점에 소비자들은 반했다. 교통체증이 줄고 환경 친화적인 교통수단이라는 버드의 제안은 더욱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스쿠터 타기가 무척 재미있다는 점이 중요했다. 

버드가 시장에 나온 지 8개월 만에 기업은 정부의 명확한 승인이 없는 도시에서도 100만 번이 넘는 승차를 자랑했다. 그러나 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수개월 후 투자자들은 버드를 10억 달러로 평가하며 당시 기업 가치가 가장 빠르게 오른 사례로 이름을 올렸다. 스쿠터 분야의 우버(Uber)로 불린 버드는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2019년에는 수억 달러를 조달해 평가액이 30억 달러에 이르렀다. 300개 이상의 도시에서 10만 대가 넘는 스쿠터를 거느린 버드의 열기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빠르게 상승했던 명성이 추락하는 것도 현실이었다.

2021년 11월 뉴욕 증권거래소에 특수목적 인수회사를 통해 상장된 후 2년도 채 되지 않아, 버드의 주가와 사업은 무너지며 상장 폐지되었다. 세계 교통을 변화시키고 큰 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됐던 스쿠터 기업은 9월 기준으로 16억 달러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12월에는 새로운 소유주를 찾으면서 파산 보호를 신청하는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버드의 끝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멀지 않은 것 같다.

기술계의 새로운 별이 어떻게 하다 위기에 처했을까? 사업 평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사건들을 들여다보며 교훈을 찾는다. 이들은 스타트업 창업자, 종업원, 투자자, 지방 정부 관료들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버드의 성장과 몰락을 보며 실리콘밸리에서 존경받고 자주 모방되는 사업 전략에 대해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Airbnb)와 같이 새로운 산업의 거인들을 성공으로 이끈 유명한 공유경제 사업 모델이 같은 꿈을 꾸는 스타트업들을 유혹했으나, 다른 복잡성을 가진 탓에 극히 다른 결과를 가져왔음을 상기시켜 준다.

버드는 처음부터 공유경제 분야의 다음 대히트가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 트래비스 반더잔덴(Travis VanderZanden)은 우버(Uber) 출신이라는 타이틀뿐만 아니라, 우버의 유명한 공동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과 이름까지 동일했다.

애플턴(Appleton), 위스콘신(Wisconsin)에서 어머니가 운전하는 버스를 타고 자란 그는 “이동의 첫걸음과 마지막걸음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고 버드의 상장 준비 자료에서 밝혔다. 우버는 인기를 얻기까지 몇 년간 리무진에서 더 저렴한 차량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버드의 전동 킥보드는 출시 즉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투자자들도 이에 마음을 빼앗겼다.

산타모니카(Santa Monica)에 기반을 둔 저명한 벤처캐피털리스트 마크 서스터(Mark Suster)는 2018년에 쓴 블로그 포스트에 “6층 사무실에서 밖을 내다보면서 2~3분 동안 5대의 버드가 지나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직접 버드의 사무실로 찾아가 “투자를 받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의 거물인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과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가 이끄는 크래프트 벤처스(Craft Ventures)는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버드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버드는 창업 2년 만에 무려 7억 달러의 벤처캐피털 자금을 유치했다. 이와 관련해 색스와 세쿼이아는 언급을 거부했다. 

반더잔덴(VanderZanden) 역시 이야기에 응하지 않았다. 버드 측 대변인은 회사의 임시 최고경영자와의 인터뷰 요청을 파산 절차를 이유로 거절했다.

버드는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공유경제의 선진 기업들처럼 활동 영역 확장을 우선하며 지역 당국의 불만이 높아진 후에야 용서를 구하는 전략을 따랐다. “법이 없는 곳이 바로 우리가 진출하는 곳이다”라고 반더잔덴은 2018년에 밝혔다. 

그러나 도시들은 이미 우버와의 경험을 겪었고 대응책이 준비되어 있었다. 게다가 우버의 차량 서비스와 달리 스쿠터는 당국이 불법으로 간주하면 쉽게 압류할 수도 있었다. 스쿠터 운전자들의 사고와 사망으로 지자체 역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오버셰어링(Oversharing)’ 뉴스레터의 저자 알리 그리즈월드(Ali Griswold)는 버드가 사용자들을 동원해 도시의 규제에 맞서려 한 것이 우버에서 성공한 방식을 따른 큰 착각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버드는 방침을 선회해 협조적인 자세로 지방 및 주 정부와 협력하기 시작했지만, 때로는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 본능과 지역 사회의 좋은 일원이 되려는 노력 사이에서 갈등을 겪기도 했다.

예를 들어 워싱턴 D.C.에서 버드는 10마일로 제한된 속도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스쿠터 속도를 12~13마일로 설정했다. 이는 승차감이 떨어진다고 회사 관계자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익성 향상을 위한 한 조치로 이 스타트업은 때때로 도시와의 합의보다 많은 수의 스쿠터를 길거리에 배치하기도 했다. 전직 임직원은 “도시 측에서 화를 내며 허가 취소를 위협하면, 경영진이 다시 태도를 바꿔 운영을 계속할 수 있게 무엇이든지 하라고 명령했다. 그렇게 모든 약속을 하고 나면, 곧 수익성 문제로 고민하기 시작해 같은 일이 반복됐다. 그야말로 몇 차례나 반복되는 불쾌한 순환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버드가 우버와 같은 성공을 거둘 것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이 회사는 중요한 한 가지 측면에서 모델 역할을 하는 우버와 달랐다. 우버가 주로 타인의 차를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인 반면에 버드는 자사의 차량 투자에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이었다. 

도시 곳곳에 흩어진 버드의 전기 스쿠터는 구입비와 충전, 수리 비용이 들었다(분석에 의하면 버드가 초기에 구매한 스쿠터는 평균 30일도 채 버티지 못했다). 이에 버드는 자체 스쿠터를 설계하고 제조하기 시작해, 항공우주 및 자동차 분야 경험이 풍부한 연구개발팀을 새로 뽑았다. 트래비스 반더잔덴(Travis VanderZanden)은 차량 디자인에 ‘집착’하여, 테슬라(Tesla) 차량보다 단거리 운송에 더 적합한 친환경 탈 것을 만들려 했다고, 버드에 투자한 마크 서스터(Mark Suster)는 포춘(Fortune)에 전했다. 하지만 이 결정은 운영 비용을 증가시켰다.

선두주자의 지위를 유지하려고 버드는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스쿠터를 운송하는 데 엄청난 금액을 썼다. “2018년 한 해 동안 항공화물로 쓴 돈은 상상을 초월했다”고 전 버드 경영진이 말했다. 

자체 제작 스쿠터로 생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 버드는 그러나 도입하지 않은 교체식 배터리 디자인으로 인해 그 효과가 반감되었을 수 있다. 경쟁사들과 달리 버드는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스쿠터의 사용을 마다했다. 배터리가 다 된 버드 스쿠터는 직원이 찾아 충전이 완료된 스쿠터로 교체해야 했다. 버드의 한 경영진은 2020년도 블로그 게시글에서 교체식 배터리가 위험하고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버드의 전 지속 가능성 담당자 멀린다 핸슨(Melinda Hanson)은 포춘(Fortune)에 이와 같은 회사의 판단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일 충전이 끝난 버드 스쿠터를 도로에서 거둬들여야 해서 회사는 ‘한 번 탈 때마다 스쿠터 두 대 값어치를 쓰는 셈’이라고 전직 고위직 관계자는 표현했다.

처음에 버드는 계약직 근로자를 고용해 전동 킥보드 유지 보수 업무를 맡겼으나, 이후 ‘플릿 매니저’라는 프랜차이즈 유사 모델로 업무를 위탁했다. 이러한 변화는 버드가 고정 비용은 절감할 수 있었지만, 운영의 중요한 측면에서의 통제권은 덜어내야 한다는 큰 타협을 수반했다. 예를 들어 버드는 플릿 매니저에게 한 도시의 특정 장소에 스쿠터를 더 배치하라고 제안할 수 있는 반면, 이를 강제할 수는 없었다.

2022년에도 버드의 경제 상황은 여전히 좋지 못했고 성장은 신규 시장에 스쿠터를 추가하는 것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타격에서 다소 회복했음에도 버드의 일일 이용률은 하루에 스쿠터당 한 번 꼴로, 팬데믹 이전의 하루 평균 세 번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순손실은 2021년의 2억 1500만 달러에서 2022년에는 67% 증가한 3억 5900만 달러로 급증했으며, 수익은 겨우 28% 늘어났다.

몇 년 전이라면 버드는 아직도 충분한 시장 기회가 남아 있다며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설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금리 상승과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복잡하고 지속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고 이는 더욱이 SPAC(특수목적 인수회사) 과정을 통해 상장된 회사라면 더더욱 그랬다. SPAC을 통한 상장은 많은 투자자가 낮은 품질이나 문제가 있는 사업체로 인식하는 경고 신호였다. 마크 서스터는 버드가 ‘상장 회사로서 사사건건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주식 가격이 추락하면 탄력적인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주식에서 더 이상의 이득이 보이지 않아 직원들을 붙잡기도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2023년 1월, 회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 몇 달 후, 버드는 과거 버드의 브랜드와 기술을 라이선스한 캐나다의 별도 전동 킥보드 회사인 버드 캐나다로부터 30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버드 캐나다는 이사회의 통제권을 장악하고 자체 경영진을 배치했다. 이 변화로 CEO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였지만 여전히 이사회 의장이었던 버드의 창립자 트래비스 반더잔덴(Travis VanderZanden)은 회사를 완전히 떠나게 되었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버드는 뉴욕 증권 거래소에서 상장을 폐지당했으며, 미국 사업부는 파산을 신청했다.

돌아보면 팬데믹의 참사가 버드의 바퀴를 이르게 멈추게 하지 않았다면, 혹은 도시들이 차량 대체 수단을 진정으로 소중히 여기고 지원했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졌을지 궁금하다. 

버드의 전 지속 가능성 담당자 핸슨(Melissa Waters Hanson)은 “미국의 대부분 도시들은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그 외의 방식으로 이런 시도를 지원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는 회사가 도시에 돈을 내야만 허가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이는 결코 재정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식이 아니었다. 일부 도시에서는 치열한 경쟁으로 모든 업체에게 수익이 없는 상황이 됐고, 다른 곳에서는 스쿠터의 수를 엄격히 제한해 서비스 가격을 높여 대부분 관광 명소로 전락했다. 이러한 상황은 버드가 장기적 성공을 위해 필요했던 통근자들을 위한 선택지로 만들기 어렵게 만들었다. 

우버와 버드에 규제문제에 대한 조언을 했던 정치 전략가 터스크(Bradley Tusk)는 초기 투자자로서 시리즈 A 라운드에 100만 달러를 투자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버드에 확장을 압박한 일부 투자자들의 압력이 과했다고 보며, “이는 지난 몇 년간 벤처 산업에서 벌어진 잘못된 점들에 대한 중요한 경고 사례다”라고 평가했다. 

버드와 경쟁하던 스쿠터 업체 중 일부는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다. 라임(Lime)이라는 버드의 주요 미국 경쟁자는 최근에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고 예고했으나, 이미 과거에도 비슷한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유럽에서는 버드가 파산과는 별개로 자회사를 통해 여전히 영업 중이며, 두 개의 큰 업체가 합병 계획을 발표해 유럽에서 가장 큰 전기 스쿠터 회사를 만들 계획이다.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인수 합병의 대상이 되었다. 버드가 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더라도, 스타트업의 이야기에 참여했던 이들은 청정한 단거리 도시 교통 수단이 결국 널리 사용되기를 여전히 희망한다. 투자자 서스터(Mark Suster)는 “우리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글 JASON DEL REY, PHOTOGRAPHS BY JOE TORENNO & 김타영 기자

※ 해당 기사는 Fortune.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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