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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돈 ‘쏟아붓는’ 클라우드 거인들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에 대한 아마존의 대규모 투자는 ‘챗봇 전쟁’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건 바로 고객사들을 빅 테크 클라우드 제공업체들에 더욱 단단히 묶어두는 것이다.

  • 기사입력 2024.02.12 17:00
  • 최종수정 2024.03.20 16:50
  • 기자명 GEOFF COLVIN, KYLIE ROBISON 기자 & 김타영 기자
[사진=CHRISTIAN GRALINGEN]
[사진=CHRISTIAN GRALINGEN]

지난 가을 아마존 웹 서비스(AWS)가 생성형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624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하자, 테크 코크노센티와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분석을 내놨다. 이들은 모두 AWS가 챗GPT 이후의 세계에서 계속 중요한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뉴욕 타임스는 AWS가 마이크로소프트 및 구글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M&A를 단행했다고 분석했다. AWS가 현재 “선두주자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에”(비즈니스 인사이더) 그들을 “따라잡으려고”(CNBC) 앤스로픽을 인수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현재 AWS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나 알파벳의 구글 클라우드보다 훨씬 규모가 큰 세계적인 클라우드 제공업체라는 점은 중요하지 않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갑자기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클라우드 2.0 단계에서는 거대 기업들이 자사의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저장 및 기타 도구가 AI를 얼마나 잘 지원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규칙하에서 AWS는 그 경쟁의 승자가 될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AWS가 “따라잡고 있느냐?”는 질문에, CEO 애덤 셀립스키는 명백하게 부인하진 않았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10km 경주에서 이제 세 발 정도 디딘 상태”라며 “‘어떤 주자가 반 발 앞서거나 뒤처졌나?’는 정말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대신 ‘누가 주자로 뛰고 있나?’ ‘코스는 어떻게 구성됐나?’ ‘관중과 경기 담당관은 어떤 사람들인가?’ ‘경주가 어느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셀립스키가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무리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집중하라”는 것이다. AI 분야에서 정말 반 발 가량 뒤처진 것처럼 보였던 회사로부터 예상할 수 있는 메시지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아마존이 설립 이후 사내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설파해 온 메시지이기도 하다. 회사의 그 유명한 ‘리더십 원칙’을 인용하자면, “우리가 오랫동안 제 평가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객사와 경쟁업체, 투자자들이 AWS의 앤스로픽 투자가 과연 더 광범위한 전략적 문제를 시사하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바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다. “클라우드 2.0 시대에서 AWS는 권좌에서 물러날 것인가?” 그리고 “장기적으로 누가 AI의 독보적 글로벌 공급업체가 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앤스로픽 인수부터 살펴보자. AWS가 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소수 지분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최대 40억 달러(약 5조 2050억원)까지 투자하기로 약속한 이유는 두 가지다. 가장 명백한 이유는 AWS가 앤스로픽의 주요 클라우드 공급업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앤스로픽의 기반 모델인 클로드(챗GPT를 지원하는 것과 같은 방대한 디지털 네트워크)와 동명의 AI 어시스턴트도 손에 넣을 수 있다(앤스로픽은 지난 3월에는 클로드, 7월에는 클로드 2, 8월에는 더 빠르고 저렴한 버전의 클로드 인스턴트 1.2를 출시했다).

AWS 고객들은 앞으로 이른바 ‘베드록 서비스(다양한 기반 모델에 대한 접근을 제공한다)’를 통해, 향후 출시될 클로드 버전을 이용할 수 있다. AWS는 이런 여러 가지 기반 모델들을 구축했거나, 고객들이 이 모델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는 이 모델들의 사이버 보안과 서비스 범위가 현재 오픈AI의 수준을 능가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전히 AWS의 그 어떤 모델도 오픈AI의 GPT-4가 보여주는 범위나 효능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뒤처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적어도 기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은 언뜻 이해하지 못할 이유도 있다. 앤스로픽이 앞으로 모델들을 학습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AWS가 독자 개발 한 AI 칩을 사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AWS 고객들이 다른 회사의 하드웨어(엔비디아의 인기 있고 값비싼 반도체가 대표적이다)에 구축된 모델들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이런 모델들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AI 열풍 덕분에 2023년 엔비디아 주가는 3배 이상 급등했다). 리서치 회사 옴디아의 애널리스트 브래드 심민은 “AWS가 한 기업을 찾아가 ‘직접 오픈AI의 GPT를 호스팅하는 비용의 3분의 1로 앤스로픽을 구동할 수 있다’고 하면, 그들은 바로 계약을 따낼 것”이라고 설명한다.

비용은 AI의 미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기반 모델을 구축하는 데는 엄청난 돈이 든다. 실제로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최신 모델인 GPT-4를 훈련하는 데 “1억 달러(약 13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고 밝혔다. 부분적으로 오픈AI가 엔비디아의 최상위 반도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앤디 제시 CEO는 투자자들에게 많은 모델들이 결국 AWS 칩을 기반으로 구축될 것이라는 점을 “낙관한다”고 밝혔다. AWS의 규모를 고려하면, 이런 포부는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렉시스넥시스(로펌들에 소프트웨어와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AWS의 오랜 고객사다)의 과거 경험을 살펴보면, 앞으로 아마존이 어떤 이점을 누릴지 가늠할 수 있다. 이 회사는 개요 및 계약서 초안 작성, 사법부 판결 요약, 로펌의 자체 법률문서 분석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렉시스+ AI라는 서비스를 최근 출시했다.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 제프 라일은 AWS가 앤스로픽에 투자하기 전부터 렉시스넥시스가 이 스타트업과 협력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물론 베드록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었다. AWS와 앤스로픽의 관계가 발전되며 전혀 예상치 않게 양사의 기술을 결합해 회사가 원하는 최고 버전의 렉시스+ AI를 만들 수 있었다. 라일은 “최고의 성능과 정확성, 가격을 갖춰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적화된 모델이라면 무조건 선택할 것”이라고 부연한다.

AWS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고, 비용 경쟁력을 갖추는 데 익숙하다. 셀립스키는 클라우드 2.0 지지자들이 클라우드 산업의 기본적인 특성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AI가 중요하다고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일반적인 통념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사람들은 AI가 클라우드에서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실제 그렇기도 하다) ‘아, 이건 정말 완전히 다른 기술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실제로 생성형 AI가 클라우드 산업의 근본을 바꾸지는 못했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지난 17년간 기업이 자체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거나, 자체 서버를 구입하거나, 네트워킹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입증했다. 전 세계는 생성형 AI에 대해서도 같은 사실을 빠르게 깨닫게 될 것이다. 즉,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구축하는(rack and stack) 방법 대신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기술 연구 및 자문 회사 퓨처럼의 대니얼 뉴먼 CEO는 셀립스키의 주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그는 AI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은 그것을 대규모로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극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의미”라며 “AWS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정도가 ‘대마불사(too big to fail)’ 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UC 버클리의 컴퓨터 과학자로 이 신흥 산업을 연구하는 벤 레흐트는 아마존과 앤스로픽,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협업은 뉴먼의 예측을 현실로 만들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전망한다. 그는 “이 시점에서 ‘스타트업’과 ‘빅 테크’ 사람들은 모두 같은 생각이다. 비유하면, 같은 부자들끼리 서로를 더 부자로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AWS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1위를 고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AWS의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지난 10년간 31~33%대를 꾸준히 유지해 온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각각 23%와 10%로 한참 뒤처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경쟁사 모두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실제로 수백만 개의 기업이 오피스365 및 기타 생산성 소프트웨어 사용을 통해 마이크로소프와 계약 관계를 맺고 있다. 애저는 이 고객사들이 엑셀과 워드 및 기타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에 AI를 통합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한편, 구글의 컴퓨터 과학자들은 수년 전부터 AI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AWS 입장에서 AI 시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AI는 또한 변화의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라일은 “지난 18개월 간의 발전이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라며 새해에는 더 많은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빅 테크의 파트너로서 높아진 앤스로픽의 위상은 평범하지 않은 AI 스타트업들 중 한 곳인 이 기업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다(구글도 AWS와 같은 시기에 앤스로픽에 대한 투자를 발표했다). 회사는 오픈AI의 전 직원들이 2021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너십에 반기를 들며 퇴사했다. 무엇보다 오픈AI가 “더 안전하고 윤리적인 AI를 만들겠다”는 사명을 포기하고, 상업적인 문제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데 우려를 표했다.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과거 오픈AI의 연구 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앤스로픽 사장을 맡고 있는 그의 여동생 다니엘라 아모데이도 오픈AI의 안전 및 정책 담당 부사장 출신이다.

앤스로픽은 “윤리를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선언한 수많은 AI 스타트업 중 하나다. 회사는 현재 공익 법인 형태로 운영된다. 따라서 사업 목표와 함께 사회적 영향력을 평가하고, 그 영향력에 대한 지표를 정기적으로 공개함으로써 그 진실성을 입증해야 한다(파타고니아와 벤앤제리스, 엣시의 기업 구조도 동일하다).

앤스로픽의 설립자들은 또한 이른바 ‘효과적 이타주의(EA)’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 철학적·사회적 운동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지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정확히 찾기 위해 논리적 분석의 활용에 집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앤스로픽은 EA에 뿌리를 둔 덕분에, 윤리적 자격을 박탈당한 한 유명 투자자로부터 5억 달러(약 6500억원)를 유치할 수 있었다. 그 장본인은 바로 지난 11월 초 사기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FTX 설립자 샘 뱅크먼-프리드다.

윤리적 측면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앤스로픽의 노력 중 일부는 많은 사람들이 감탄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시장분석업체 가트너의 저명한 부사장 겸 애널리스트 짐 헤어는 특히 이 스타트업이 중점을 두는 ‘헌법적 AI’를 강조한다. 앤스로픽은 이를 통해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고 유엔 세계인권선언 같은 자료들에서 아이디어를 통합, 윤리적 원칙을 AI 모델의 학습 과정에 적용하고자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앤스로픽의 야망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뉴욕대의 인지과학 명예교수 게리 마커스는 클로드가 “여전히 거대언어모델(LLM)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AI의 기반이 되는 ‘딥 러닝’의 한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그는 “우리는 LLM이 근본적으로 불투명하고, 오류(환각 증상)가 많고,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LLM이 결코 윤리적 AI의 기반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앤스로픽의 새로운 파트너십이 윤리적 AI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회사는 이 기사와 관련된 취재를 거부했다). AWS 또는 구글 및 그 고객사들의 사업적 요구가 앤스로픽이 생각하는 모범 사례와 다르거나, 편향성과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면 어떻게 될까? 이 분야가 매우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그 답도 머지않아 얻게 될 것이다. 

/ BY GEOFF COLVIN AND KYLIE ROBISON 기자 & 김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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