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파이낸싱(Project Financing·PF)대란 우려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선언으로 현실로 다가왔다. 태영건설이 부동산 PF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것은 하루이틀 사이 문제가 아니다. 건설경기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PF문제는 점차 주목받기 시작했고, 수익성 악화와 금리인상 등이 겹치면서 실질적인 위기로 불어닥치게 됐다.
특히 지난해 강원도 발(發) 대규모 채무불이행 논란은 국내 채권시장에 위기를 불러왔다. 이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고, 설상가상 금리까지 높아지면서 자금조달마저 어려워졌다.
당시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 여파가 부동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하며 재무건전성 회복이 급선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이 이렇게 빠르게 시장에서 나타날 것을 예상한 이는 그렇게 많지 않았을 것이다.
부동산 PF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개발 이후 벌어들일 수 있는 현금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받는 방식이다. 기업의 신용을 담보로 대출받는 CF(Corporate Financing)와는 다른 개념인 셈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위축과 더불어 금리인상,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타격이 한순간에 찾아왔다. 특히 태영건설의 경우 다양한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을 제외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방 중소도시, 광역시 등을 중심으로 현장을 많이 갖고 있었던 터라 PF로 빌린 돈을 갚을만한 현금창출을 하지 못했다. 결국 이는 고스란히 우발채무로 남게됐고, 워크아웃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됐다.
태영건설의 이번 워크아웃은 건설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공능력평가순위(시평) 16위이자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던 태영건설의 몰락은 분명 남 일 같지만은 않을 것이다. 건설업계의 PF규모가 역대 최대수준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9월말 기준 국내 건설사들의 부동산 PF 규모는 134조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일부 대형사들을 제외한 중소건설사, 지방 소재 소규모 건설사들은 굵직한 현장 대신 지방 소규모 프로젝트를 통한 영업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우발채무에 대한 위험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 대형사들의 경우 사업다각화를 통해 건설 외 업종에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중소건설사들에게는 언감생심이다. 본업인 건설에만 모든 역량을 쏟더라도 흑자가 보장되지 않는 환경인 데다가 PF자금경색까지 겹치면서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PF 자금경색으로 인한 건설사 줄도산은 이제까지 '설'에 불과했다. 그러나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라는 시장의 충격파로 인해 이제는 어떠한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업계에 돌고 있다.
내년에도 건설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인 가운데, 건설업계에서는 제 2, 제 3의 태영건설의 등장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포춘코리아 김동현 기자 gaed@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