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더들(MPW, Most Powerful Women)’은 기록 측면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00명의 여성을 선정한 유일한 명단이기 때문이다.

규모를 더 늘려 새로운 글로벌 인사들을 대거 포함시킨 올해 여성 리더들의 명단은 최고경영진의 업무가 가진 특성을 잘 보여준다. 아울러 기록에 가까운 숫자의 여성들이 매출 기준으로 미국 포춘 500대 기업들과 세계 포춘 500대 기업들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명단에는 CEO 직함을 가진 여성 67명이 포함됐다. 그중 일부는 최근 그 자리에 올랐다. 마르게리타 델라 발레는 지난 4월 영국 통신기업 보다폰의 CEO가 됐다.

이어 샌디 쉬란이 5월 중국 전자상거래 대기업 징둥닷컴의 CEO, 바네사 허드슨이 9월 호주 대표 항공사 콴타스의 CEO가 됐다. 모두 첫 여성 CEO들이다. 이번 명단에 포함됐지만, 아직 모기업의 CEO가 되지 못한 다른 여성 임원들도 곧 그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디오르의 회장 겸 CEO 델핀 아르노와 릴라이언스 리테일 벤처스의 수장 이샤 암바니는 모두 가문의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여성 경영자다. 아울러 각각 그들 가문의 광범위한 제국(프랑스의 LVMH그룹과 인도의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는 경쟁 후보들이다.

다른 경영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신생기업들을 이끌고 있다. 캔바의 CEO 멜라니 퍼킨스와 스킴스의 공동 창업자 킴 카다시안은 각각 260억 달러(약 35조 3210억원)와 40억 달러(약 5조 4340억원)의 가치를 지닌 유니콘 기업들을 이끌고 있으며, 추후 기업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피지 시모는 그런 도약을 한 기업을 이끌고 있다. 그녀가 창업한 인스타카트는 지난 9월 기업공개를 통해 6억 6000만 달러(약 8960억원)를 조달했다.

이번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인물도 주목할 만하다. 바로 지난 8월 월그린스 CEO에서 물러난 로절린드 브루어다. 과거 그녀는 포춘 500대 기업을 운영하는 두 명의 흑인 여성 CEO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이제 TIAA의 CEO 터션다 브라운 더킷만 그 타이틀을 유지하게 됐다. 올해 명단에는 신규 진입자(53명)뿐만 아니라 듀크 에너지의 CEO 린 굿처럼 10년 연속 포함된 단골 손님들도 있다.

하지만 명단에 오른 모든 여성 경영자들은 지속적인 혁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유동적인 비즈니스 환경에 직면해 있다. 침체된 경제와 지정학적 불안정도 발목을 잡고 있다.

CVS 헬스의 CEO 캐런 린치는 포춘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더들’ 1위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11위인 CVS는 여성 CEO가 이끄는 세계 최대 기업이다. 로드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이 기업은 계속 몸집을 키우고 있다. CVS는 지난해 1차 의료업체 오크 스트리트 헬스와 가정 건강관리 전문업체 시그니파이 헬스를 총 190억 달러(약 25조8400억원)에 인수했다.

이 거래들은 과거 드러그스토어 체인과 보험약제관리기업(PBM, pharmacy benefit manager)으로 유명했던 회사가 헬스케어 업계의 선도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CVS는 지난 2018년 보험사 애트나를 인수하며 이 전략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당시 애트나 인수는 또 다른 측면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뒀다. CVS는 이 거래를 통해 보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애트나의 전 사장 린치도 얻게 됐다. 현재 린치가 내리는 결정은 직원 30만명은 물론, CVS 헬스 사업에 어떤 형태로든 의존하는 1억 1000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CVS는 메디케어 환자들-지난해 3225억 달러(약 438조 6000억원)의 매출을 일으킨 회사의 고수익 그룹이다-에게 더 나은 접근성과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오크 스트리트와 시그니파이를 인수했다고 강조한다. CVS는 계속 증가하는 회사 규모가 미국 의료 시스템에 긍정적이라고 내세운다. 환자가 필요로 할지 모르는 거의 모든 의료 수요를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다른 여성 경영자들도 사회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CVS에서 린치가 행사하는 엄청난 권한과 실행 속도, 사람들의 건강과 삶에 끼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그녀가 1위를 유지하는 원동력이다.

캐런 린치는 CVS가 2018년 애트나를 인수했을 때 회사에 합류했다. 그리고 2021년 CVS 수장 자리에 올랐다.

이 알파벳 CFO는 새로운 중책을 맡게 됐다. 구글을 소유한 거대 기술기업의 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에 오른 것이다(포랫은 알파벳이 후임자를 지명하면 CFO직에서는 물러날 예정이다). 이번 개편으로 포랫은 회사가 투자한 ‘나머지 기업들(Other Bets)’을 책임지게 됐다. 자율주행 자동차업체 웨이모, 벤처 캐피털 자회사 GV와 캐피털G처럼 자금력이 탄탄한 투자 전문기업들이 대표적이다. 포랫은 알파벳의 대규모 성장에 일조한 공로를 이미 인정받았다.

그녀가 2015년 합류한 이후 알파벳 매출은 750억 달러(약 102조원)에서 2022 회계연도에 2830억 달러(약 384조8800억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회사는 그 해 590억 달러(약 80조2400억원)의 이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했다. 그녀는 새로운 권한을 앞세워 회사의 미래 성장과 경쟁력에서 분명 중요한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알파벳이 증가하는 반독점 규제들을 헤쳐 나가도록 돕는 일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5년간 급성장하는 글로벌 금융 서비스 회사를 이끌어온 위크라마나야케의 능력은 결과가 잘 말해준다.

시드니에 본사를 둔 매쿼리는 지난 3월 종료된 회계연도에 35억 달러(약 4조7600억원)의 역대 최고 이익을 올렸다.

1987년 매쿼리에 입사한 그녀는 글로벌 기업 리더 중 기후위기 대응에 가장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부상했다.

그녀는 세계 최대의 인프라 투자 운용사이기도 한 매쿼리에서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와 농촌지역 광대역 네트워크 같은 디지털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며, 이 사업은 시험대에 올랐다. 현재 위크라마나야케는 “회사가 과거 공공 인프라에 잘못 투자하는 바람에 자산상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적극 반박하고 있다. 그녀는 매쿼리의 투자가 인프라를 개선하고 더 나은 공동체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