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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ce-breaker, 김정수②] “들끓는 혁신 에너지 담을 새 그릇 필요했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 기사입력 2023.11.06 07:00
  • 기자명 유부혁 기자

첫 인터뷰로부터 일주일 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을 파라스파라 포춘룸에서 다시 만났다. 인터뷰 영상 제작을 위해 다시 시간을 내달라 요청했다. 파라스파라 리조트의 산책로를 거닐며 개인적인 근황들을 나눈 후 포춘룸 거실에 마주 앉았다. 1998년 입사해 지난 20년 넘는 시간 동안 그가 겪은 삼양, 그가 만들어 갈 삼양에 대해 물었다. 이전보다 더 차분하지만 구체적으로 김 부회장은 답했다.

유부혁 기자 chris@fortunekorea.co.kr 사진 김용호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사진=김용호]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사진=김용호]

 

Q 새로운 시대, 새로운 시작. 삼양에게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요?

음식은 인간 삶의 근간이예요. 그런데 음식의 개념과 역할이 바뀌고 있어요. 삼시 세끼 챙겨 먹던 ‘Meal’을 요즘은 사람마다 편할 때 유연하게 ‘Snack’으로 먹죠. 기존의 음식이 배고파서 먹는 ‘영양소’였다면 이젠 정서적인 허기를 채우기 위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문화 콘텐츠’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음식은 ‘먹으면서 노는 것’이 됐죠.

거기에 세계인들이 K컬처, K푸드에 대해 관심을 넘어 애정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대표적인 내수산업으로 평가받는 식품, 그중에서도 라면이 K-wave의 선봉에 서서 한국이라는 나라와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졌고요. 이 삼양이 물결의 파동을 키우는 데 기여할 수 있겠다 생각해요.

 

Q 그런데 왜 지금 변화가 필요한가요?

울프강 포춘룸에서 말씀드렸듯 기존의 그릇으론 지금의 변화와 도전을 담을 수 없겠다 생각했어요. 내부에선 더 고도화된 식품을 만들고자 하는 에너지가 끓고 소비자는 더 즐겁고 동시에 건강한 제품을 원하죠. 경영자로서 Next Level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물리적으론 이전과 동일한 회사지만 화학적으론 완전 다른 조직의 모습으로 변해야 하는 시점이라 판단했습니다. 그걸 알리고 싶었어요.

 

서울 북한산 국립공원 자락에 위치한 파라스파라 포춘룸에서 김정수 부회장(우측)이 포춘코리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최근우]
서울 북한산 국립공원 자락에 위치한 파라스파라 포춘룸에서 김정수 부회장(우측)이 포춘코리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최근우]

내부에선 더 고도화된 식품을 만들고자 하는 에너지가 끓고 소비자는 더 즐겁고 동시에 건강한 제품을 원하죠. 경영자로서 Next Level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Q 버려야 할 것들도 있겠지만 지켜야 할 것도 있을 텐데요.

저는 우리의 배고픔을 해결하고 싶어 사업을 시작한 고 전중윤 명예회장님을 Smart Humanist라고 부릅니다. 이것이 ‘라운드’와 ‘스퀘어’의 기반이 됐죠. 지금은 무엇이든 넘쳐나는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바로 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우리가 지켜야 할 유산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시대에 맞는 방법으로 사람을 위한 식품과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철학을 포기하면 쉽게 돈을 벌 수도 있었겠죠. 삼양목장(현 삼양라운드힐)이 그 사례입니다. 회사가 어려웠을 때 목장을 매각하라는 제안이 많았지만, 지금까지 지켜냈거든요. 인간이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정서적 휴식과 여유의 공간인 자연을 잘 가꾸고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는 명예회장님의 뜻과 철학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Q 앞으로 라면 역시 삼양이 재해석할 여지가 많겠네요.

네. 60년 전 라면은 사회 안전망이었습니다. 가장 합리적인 필수 식량의 기능을 한 거죠. 여전히 “라면이 (그래봐야) 라면이지”란 말을 하는 분도 있지만, 음식에 대한 정의의, 소비자의 태도가 달라졌어요. 저희도 기존 라면 수요의 양적인 성장만 추구했다면 불닭볶음면 같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탄생시킬 수 없었을 거에요.

60년간 한 업을 영위해 오면서 ‘최초’, ‘최고’란 생각이 우리 발목을 잡을 때도 있었습니다만, 전 이걸 경계하고 싶었어요. 전통을 가졌지만 가장 힙한 스타트업 마인드로 일하고 있어요. 식품과 과학, 문화를 융합해 더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고, 새로운 방식으로 즐기는 방법도 만들다 보면 앞으로의 라면은 더 새로워지지 않을까요.

 

Q 삼양목장도 삼양라운드스퀘어 입장에선 중요한 자산일 텐데요.

아시아 최대의 유기 초지 목장(※농약을 쓰지 않는 등 친환경적으로 관리하는 목초지)이죠. 산지를 개간해서 만든 곳이에요. 51년 전 라면이 탄수화물의 주 공급원이라면, 우유는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이라 생각해서 만들었어요.

지금까진 목장이 단순히 방문객에게 힐링이 되는 쉼터였다면 앞으론 숙박 시설을 포함해 웰니스(※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자연을 즐기고 신체와 정신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말이죠. 수년 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9월 14일 서울 종로구 누디트 익선에서 열린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비전선포식에서 그룹 공식명칭 변경을 기념하는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9월 14일 서울 종로구 누디트 익선에서 열린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비전선포식에서 그룹 공식명칭 변경을 기념하는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요즘은 파인다이닝 코스의 마무리를 라면으로 하는 경우가 있어요. 원초적인 니즈를 해결해 주는 감성재이기도 한 셈이죠.

 

 

Q 그룹명과 지주사명 변경과 관련해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여러 후보군이 있었을 텐데요.

새로운 사명 후보라며 담당 임원이 처음 보여주셨는데 ‘라운드스퀘어’라는 워딩을 보고 첫눈에 반했어요. 여섯 글자라서 조금 길긴 하지만, 일단 단어의 뜻이 심플했습니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식품업을 넘어 다른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확장성이 느껴졌죠. 바로 그 자리에서 슬로건부터 여러 가지 요소들이 생각났어요. 과감할 수 있지만 정체된 기업 이미지를 단숨에 바꿀 수 있겠다 싶더군요.

사명의 의미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로고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글로벌 톱티어 디자인 회사 ‘펜타그램’에 의뢰했어요. 직접 런던에 가 프로젝트 브리핑을 했고요. 그때 전 “60년 전 한국에선 우리가 만든 라면은 스마트폰만큼 혁신적인 제품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전병우 CSO가 전 과정을 리드했는데 결과를 보고는 삼양이 가진 헤리티지와 비전을 연결하는 마지막 퍼즐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마음에 듭니다. 

 

Q 글로벌 시장에 매운맛을 선보였는데 이런 흐름을 이어가려면 과제들도 있을 것 같아요. 

인기를 실감하지만, 부담도 더해집니다. 수요를 못 따라가는 공급부터 해결해야 하고요. 소비자와 만나는 광고 마케팅 채널을 다변화 해보려는 준비도 하고 있어요.

또 라면 수출 1위 기업으로 겪는 한 가지 어려움이, 세계 각처에서 자국의 식품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와 관리 기준이 매우 엄격해지고 있는 상황이예요. 비관세 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작게는 행정 처리부터 성분들의 과도한 분석 요구 등까지 준비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향후 비관세 장벽을 뚫고 지속적으로 K-Food가 글로벌 진격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 식약처를 포함한 관련 부서의 적극적 지원과 업계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차원의 관심이 많이 필요한 시기예요.

마지막으론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이불부터 개라’는 말이 있잖아요. 빠른 시간 내에 큰 성장을 이루다 보니 혹시라도 등한시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위생, 안전, 법규 등도 철저하게 챙기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열린 비전선포식에서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29)이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삼양식품 창업주 고 전중윤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전인장 회장,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이다.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지난 9월 열린 비전선포식에서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29)이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삼양식품 창업주 고 전중윤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전인장 회장,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이다.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Q ‘맛있게 맵다’는 표현을 수치화할 수 있을까요?

요즘 제가 ‘Spice Breaker’란 단어를 사용하는데요. Ice Breaking에서 착안했죠. 전 세계 많은 사람이 매운음식(불닭)을 먹으며 서로 유대감을 느끼고 하나로 연결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그 연장선에서 불닭만의 매운맛 수치인 ‘Buldak Fire Level(BFL)’을 만들었어요. 기존의 매운맛 수치인 스코빌 지수가 있긴 하지만요. MZ세대는 요즘 BFL로 매운맛의 정도를 판단한다고 해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맛있게 맵다’의 기준이 되면 좋겠어요.

 

Q 김정수 부회장이 생각하는 라면은 어떤 음식이에요? 불닭볶음면 시리즈 중에 가장 즐겨 드시는 제품도 궁금하고요.

우선 전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가장 자주 먹어요. (웃음) 라면은 남녀노소, 계층, 직업 등에 상관없이 먹는 일종의 ‘공감’음식이죠. 해방감을 주는 역할도 하는 것 같아요.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니 윤여정 배우가 오스카상을 받고는 많은 명품브랜드가 초대한 애프터 파티에 가질 않으시고 “난 그냥 집에 가서 라면이나 먹을래”라고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요즘은 파인다이닝 코스의 마무리를 라면으로 하는 경우가 있어요. 원초적인 니즈를 해결해 주는 감성재이기도 한 셈이죠. 이런 제품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늘 영광이에요. 어찌 보면 이 사소한 라면이라는 제품을 통해 “먹여 살린다”,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는 생각을 하면 사명감이 생깁니다. 양적인 비전보다는 늘 고객의 삶 속에서 정신까지 풍족하게 하는 음식이 되겠다는 의미로 ‘Food for thought’라는 비전을 만든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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