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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것"

[파라스파라에서 만난 사람] 이강호 PMG 회장

  • 기사입력 2023.08.04 11:05
  • 기자명 유부혁 기자

파라스파라 서울 114동 앞. 600여년 된 은행나무의 파란 잎사귀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벤치에 앉았다. 근처 북한산 자락에서 흘러 내려오는 개울물 소리까지 더해져 나른한 느낌마저 들었다. 쉼을 만끽하고자 숨을 몇 번 내쉬었다. 곧 검은색 차량 한 대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시계를 보며 “1분 늦었네요. 미안합니다"하고선 활짝 웃었다. 파라스파라에서 만난 첫번째 인터뷰이, 이강호 PMG 회장이다.


덴마크를 대표하는 글로벌 펌프기업 그런포스의 한국법인을 맡아 25년 6개월을 일한 그는, 퇴임하자마자 지금의 PMG(Predictive Management Group)를 설립했다. PMG는 인성 검사와 인지 능력 분석을 바탕으로 HR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를 인터뷰이로 추천한 건 포춘코리아 자문위원 중 한 명. 그는 이강호 회장을 두고 “바르게 살았고 멋진 인생을 사는 경영자다. 사회에 꼭 필요한 인물이니, 독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포춘코리아가 파라스파라에서 만나고 싶은 인물은 ‘행복’한 삶을 사는 경영자다. 북한산 속 포춘코리아의 전용 인터뷰 공간 ‘포춘룸(FORTUNE ROOM)’에서 이강호 회장을 만난 이유다.

인터뷰 전 식사를 위해 파라스파라 1층 파크689에 들렀다. 야외 수영장이 내다보이는 통유리창 옆 자리에 앉았다. 2주간의 해외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그에게 컨디션을 물었다.

“주말에 들어오려고 했는데 비행기 화물칸에 고장이 나서 하루 더 있다 왔어요. 덕분에 공항 옆 호텔에서 20시간 가까이 대기했지만 파리에 하루 더 머물렀으니 감사하죠. 즐거웠어요.” 그는 긍정적이다. 대화의 대부분도 칭찬과 격려로 채운다. 그런 그라고 해서 시련이 없었을까. “경영을 오래 했으니 많은 일이 있었죠. 하지만 좋게 생각하고, 좋은 일들을 계획하고, 또 감사하기에도 벅찹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며 식사를 마쳤다. 천천히 포춘룸이 위치한 리조트동으로 걸어서 이동했다. “저기가 인수봉이죠?” “네. 포춘룸 객실에서도 한눈에 내다 보입니다.” 

리조트 가장 깊숙한 곳, 북한산과 가장 가까운 건물 포레스트하우스에 들어섰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401호, ‘FORTUNE ROOM’. 신을 벗고 거실로 들어섰다. 이 회장은 객실을 한참 둘러보고서야 거실의 테이블에 앉았다. “북한산 속이네요. 인터뷰지만 여유도 생기고 힐링도 되니 쉬러 온 느낌이 듭니다.” 

Q 최근 가장 편안했던 쉼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세요.

제가 일한 회사의 본부가 덴마크에 있어요. 출장으로 덴마크에 가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어요. 특별히 뭔가 즐기거나 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과 나누는 짧은 인사에 참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여유가 문화로 자리잡은 곳. 그곳에 갈때 참 편안해요. 여유란 건 계획한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느린 방법을 택합니다. 가령 걷기. 최근에 서울 남산 근처로 이사했는데 참 좋아요. 숲에서 걷고 대화하는 것만큼 행복한 게 있을까 싶죠.

Q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행복의 정의가 듣고 싶습니다. 

의미에 재미를 더한 것이 행복 같아요. 출장엔 여행이 더해지고, 여행엔 배움이 더해지면 행복 아닐까요. 그게 조화로움이고 협업이고 같이하는 거니까.

Q 이번 여행은 행복하셨어요?

비즈니스 미팅도 여러건 있었지만 무엇보다 블루오션 전략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김위찬 석좌교수님과의 대화가 정말 좋았어요. 6가지 미래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충격적일 만큼 인사이트가 있었죠. 행복했어요.

Q 펌프회사 CEO를 오래 하셨는데 퇴직 후 왜 인적성검사 기업을 창업하신 거예요?

25년 6개월 동안 CEO로 있으면서 제가 사용한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 프로그램을 통해 입사했고요. 능력 위에 인성. *PI(Predictive Index)라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인성관리 시스템이에요.

제가 38살 되던 해, 그런포스가 한국 진출을 계획했죠. 250명이 CEO 자리에 지원했습니다. 저 포함 두 사람이 최종 면접을 보러 본사가 있는 덴마크에 갔어요. 오전엔 공장을 보여주더라고요. 그러곤 오후 내내 5시간 동안 면접이 진행됐어요. 회장님을 포함한 C레벨 분들이 모두 그 자리에 들어오셨죠.

중요한 건 면접 전 인성검사. 당시는 PC업무가 거의 없을 때라 종이에 여러 문항들이 쓰여 있었어요. 그것도 한국어로 질문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죠. 그 문항들은 계속해서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어요.

* PI(Predictive Index) : 예측지수. 구성원의 인성을 분석해 그에 맞는 역할을 부여, 조직의 생산성을 효율적으로 극대화한다. 전세계 130개국,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20%, 일하기 좋은 기업 100 중 25%가 PI를 인사관리에 반영하고 있다. 

Q '굳이' 란 말이 생각납니다. 

좋은 건 알리고 싶었어요. 이걸 사용해서 자신을 알고 상대방을 좀더 이해하게 되면 구성원들이 행복해 합니다. 사람이 저마다 각기 다른데 서로 존중하게 돼요. 그럼 조직엔 시너지가 생겨요. 그게 제게 보람을 주더라고요. 

이걸 도입하고 싶어서 2014년 PI 본부가 있는 보스턴에 찾아갔어요. 당시 영하 20도가 넘는 강추위 날씨였는데 저 역시 ‘이걸 내가 왜 하려고 하나’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과학적’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성과도 숫자로 증명합니다. 우리나라는 인사 정책상 대외비라 알기 어렵지만 미국은 공개적으로 발표한 자료들이 있어요. PI 도입후 5년 만에 매출 4배, 영업이익은 2배 성장했다고 해요. 이직률도 내려가고요.

Q 이직률을 말씀하시니 회복탄력성이 생각이 나네요. 조직이나 관계에서 상처를 받으면 그걸 극복하기 어려워하는 구성원들을 보게 됩니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분들이 행복하죠.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가 있잖아요. 시련을 기회로, 감사로 삼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Q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말은 쉽지만 마음먹긴 참 어려운 일입니다.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적어요. 그러니 멘토가 필요합니다. 좋은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고 반대로 내 생각과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있으니 그 또한 좋죠. 밤새 고민했는데 친구나 멘토를 통해 단 한 마디로 해결되는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게 어렵다면 독서를 추천해요. 책을 겸손히 읽다보면 얻게되는 해답들이 있어요. 여유도 생기고요.

Q 즉 성공과 성장을 중시하다 보니 자연스레 지금 우리가 나누고 있는 행복, 긍정, 보람이란 단어가 의도치 않게 밀려나는 것 같아요.

럭셔리란 말을 많이 하지만 ‘명예’란 말은 부쩍 줄어든 것 같습니다. 실제 우리나라가 경제력은 좋아졌지만 국민 행복은 그리 높지 않아요. 저 역시 우리 사회가 명예롭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졸업한 육사는 명예를 중시합니다. 처음부터 시험 감독관이 없었고 심지어 매점엔 돈을 주고 받는 사람이 없어요. 하지만 그 명예를 지키지 않을 경우엔 굉장히 단호한 결정을 내립니다. 명예에 꼭 필요한 것이 정직이죠.

그런데 우리 사회엔 가짜, 거짓말이 많고 이를 쉽게 넘겨버려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직한가’, ‘우리는 어떤 사람을 존경하고 존중하고 있나’, ‘리더그룹이 정직한 사회적 공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가’ 생각해보고 반성해야죠.


사진 촬영을 위해 강태훈 작가가 도착했다. 대화를 멈추고 테이블에서 일어나 잠시 일어났다. 거실 밖 테라스에 나가 북한산을 둘러봤다. 자연스레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육사 29기 이 회장은 올해 4월 ‘올해의 자랑스런 육사인’에 선정됐다. 학창시절, 그런포스 근무 당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물소리가 마음을 참 편안하게 만드네요.” 거실 옆 편백탕의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Q 사람에 참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몇 해 전 쓰신 책 제목도 <사람생각>입니다. 

사람이 귀하니까요. 귀히 여겨야죠. 제가 그런 대우를 받았고 다른 많은 기업이 임원이나 구성원들을 그렇게 대하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대게 임원들은 2~3년 단위로 바뀌거나 연장계약을 하지요. 제가 근무했던 회사는 처음부터 정년을 보장했습니다. CEO였는데 23년을 계약했죠. 예측 가능한 삶이라 회사의 전략 수립과 성장 방향과 속도 등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어요.

계약이 끝나기 몇 해 전엔 조금만 더 연장하자고 하시더군요. 25년 6개월을 근무하고 은퇴식을 하는데 덴마크에서 오너 회장과 가족, 심지어 손녀를 포함해 전 세계 경영진이 왔어요. 제 친구나 가족까지 600여 명이 축하해 주셨습니다. 일하면서 전 행복을 배웠습니다. 전 이렇게 사람을 귀히 여기는 분위기, 제도를 많이 전하고 싶어요.

Q 배웠다고 표현했지만 어떤 면에선 삶과 비즈니스에서 정말 강력한 무기를 가지신 거네요. 직장에서 배운 또다른 건 뭐가 있을까요?

다시 말하지만 전 행복을 배웠어요. 그런데 아까 말한 긍정 이외에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한 가지 더 있어요. 정직이죠. 아까 우리가 명예로움에 대해 말했는데 마찬가지예요. 정직하면 두 다리 펴고 편히 잘 수 있어요. 개인도 기업도 우리 사회도 정직이 필요합니다.

Q 누군가에겐 정직하게 일하는 것이 힘들고 어떤 기업에는 정직하게 세금 내는 일이 어렵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우리 사회에 ‘어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과거엔 동네마다 어른이 계셨어요. 다들 존경했죠. 그분들이 혼낼 수 있는 분위기였고 흔쾌히 가르쳐 주셨죠. 어떤 면에선 가르치거나 돌볼 아이들을 낳지 않아서 더 문제이기도 하지만요. 폭력적이거나 강압적이라면 문제지만, 존중받는 ‘질서’나 ‘권위’는 반드시 사회에 필요해요. 

Q 사회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나이 듦’은 모든 세대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저는 신성숙, 신청년이란 말을 가끔 합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30대 CEO를 발탁하기 시작했어요. 그들과 함께 성숙함에 대해 고찰한다면 더 훌륭한 삶, 행복한 관계를 맺으며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시니어들이 자주 듣는 말이 RETIRE잖아요. 타이어를 바꿔 갈아끼우는 시기라는 것이죠. 새로움을 두려워 말고 시각을 달리해 보는 것도 좋겠어요.

/ 유부혁 기자 chris@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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