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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규어블 할수록 생산적”

울프강에서 만난 사람 ㅣ 이향은 LG전자 H&A CX 담당/상무 인터뷰

  • 기사입력 2023.06.05 16:34
  • 최종수정 2023.07.07 09:36
  • 기자명 유부혁 기자

 

이향은 LG전자 H&A CX 담당/상무가 서울 울프강 포춘룸에서 벽면에 기댄채 활짝 웃고 있는 모습. [사진 강태훈]
이향은 LG전자 H&A CX 담당/상무가 서울 울프강 포춘룸에서 벽면에 기댄채 활짝 웃고 있는 모습. [사진 강태훈]

‘점잖은 대기업’ LG전자에서 ‘논쟁’을 즐기는 이향은 상무를 만났다.

이향은 상무를 처음 만난 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집무실. 점심 미팅을 마치고 들어오는 그는 즐거워 보였다. ‘최근 실적이 좋아설까?’ 이후 인터뷰를 위해 울프강 포춘룸에서 만난 이 상무에게 즐거워 보이는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실전이 주는 즐거움. “연구한 과제가 어떻게 실제 실행되는지를 경험하고 싶었어요.” 다음은 조직생활의 즐거움. “위계와 서열의 분위기, 나의 확신과 설득, 구성원들에 대한 배려 등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재밌어요. 물론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지만”.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인 그는 2021년 12월 LG전자로 왔다. 당시 CX담당 산하 직원은 30여명. 현재는 200명이 넘는다. 

이향은 상무를 만난 건 지난해 10월 서울 모스스튜디에서 열린 김용호 포토 칼럼니스트의 ‘MADE IN CHANGWON’ 전시회. 터치만으로 패널 색상을 바꿀 수 있는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 신제품 출시를 기념해 열린 행사다. 제조사 LG전자의 철학과 가치를 담아 이야기로 구성한 전시회에서는 LG전자의 변화와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LG전자 H&A 본부(류재철 본부장・사장)이 주도했다. LG전자 내부뿐 아니라 전시회를 다녀간 많은 이들의 호평에 전시회 규모를 키워 올해 4월 창원 컨벤션센터에서도 전시를 열었다. 기획자는 이향은 상무.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전과 성공은 오롯이 리더십 특히 오너십의 성과로 돌리는 특유의 대기업 문화 때문인지 대기업 임원 인터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이 상무는 별달리 신경 쓰지 않고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LG는 변화를 즐긴다. 나 역시 변화를 위한 자극제”라고 했다.

Q 이향은 상무를 픽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류재철 H&A 본부장(사장)님이요. 다양한 기업들의 컨설팅을 했는데 유독 LG전자와는 인연이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강연을 했고 흥미롭다고 생각하셨는지 프로젝트를 제안하셨어요. 그렇게 3개를 연이어 진행했고요. 프로젝트 이후에 “같이 일해보자”고 하셨어요. 

*H&A CX 생활가전&공조 고객경험혁신

Q 단순히 제안에 매력을 느끼진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강연을 들으시고 엉뚱한 질문을 하는 분들도 많은데 류 본부장님은 질문의 수준이 달랐어요. 탁월했죠. 교수인 제가 오히려 자극이 됐으니까요. 기본적으로 배움, 변화에 대한 수용도가 뛰어난 분이란 생각이 들어요. 

Q 학교와 회사는 다른 점도 많잖아요. 유불리를 따졌을 것 같은데. 

중요한 문제일수록 고민을 오래 하는 편이 아녜요. 좋은 점이 많겠다  싶더라고요. 조직생활도 해보고 싶었고 연구했던 것들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죠. 그룹의 사령탑이 바뀐 지 3년 차이니 변화를 분명 갈구할 테고 제 역할도 분명 있겠다 싶었고요. 

김용호 작가가 세계경제포럼(WEF)으로부터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창원 LG스마트파크의 모습을 담은 사진영상전. 

Q 영입 당시 상무님께 기대하는 바가 있었을 것 같아요.

고객경험 기획과 스토리텔링이요. 제조사로 제품과 기술은 최고지만 어떤 의미가 있고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요.  

Q 기대했던 조직생활은 어땠나요?

칭찬하고 칭찬받는 것을 어색해했어요.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있었고요. 상급자가 말하면 아무도 그에 반박하지 못하더라고요. 전 보고 방식, 형식을 바꿨어요. 좀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요. 가령 보고서 작성자가 보고를 하도록 했어요. 사원, 팀장 그 누구든 작성자가 제일 잘 알 테니까요. 

Q 성과 이야기를 해볼까요. 최근의 슈케이스, 스마트 코티지 등 오셔서 진행한 프로젝트가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진행 과정에서 반대가 있었을 것 같아요.

아규어블할수록 생산적이라 생각해요. 확신이 있다면 문제 또는 공격의 소지만 해결하면 되니까요. 점점 기획과 전략은 탄탄해집니다. 

제가 오기 전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던 프로젝트가 슈케이스. 그리고 와서 시작한 건 스마트 코티지예요. ‘가전회사가 왜 집을 짓냐’며 대부분 반대했죠. 결과는 아시다시피 시장반응이 뜨겁습니다. 처음은 ‘어쩌다 보니’. 두 번째는 ‘운이 좋네’. 세 번째는 ‘뭐지?’ 할거예요. 결국 성과로 입증해야죠. 

*ARGUABLE 논쟁의 소지가 있는


LG전자가 지난 3월 충북 진천 복합문화공간에서 공개한 스마트 코티지는 언론과 대중에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공간, 가전, 서비스를 융합한 소형 조립식 주택으로 LG전자의 인덕션, 식기세척기, 정수기 등 프리미엄 가전과 냉난방 공조 시스템을 갖췄다. 지붕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에너지를 자체 생산한다. 구조물을 미리 만들어 원하는 위치에서 조립하는 ‘프리패브(Pre-fab)’ 방식으로 만들었다. 이향은 상무가 합류한 후 기획하고 준비한 첫 프로젝트. 앞서 LG전자는 식물재배기 ‘LG 틔운’, 신발 관리기 ‘LG 스타일러 슈케어·슈케이스’ 등 다양한 프리미엄 신가전을 출시하며 생활가전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이향은 상무는  LG 스타일러 슈케이스·슈케어를 활용한 NFT(대체불가능토큰)신발 몬슈클을 선보였고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 냉장고 출시를 기념한 사진전 ‘메이드 인 창원: M623GNN392’와 ‘무드업 인 시티 드론쇼’도 기획했다. 반응은 모두 성공적이다. 생활가전 매출 비중도 계속 오르고 있다. 


충북 진천에 마련한 LG전자의 소형 모듈러 주택 스마트 코티지. 
충북 진천에 마련한 LG전자의 소형 모듈러 주택 스마트 코티지. 

Q 스마트 코티지는 국내 시장만 보고 출시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럼요. 유럽과 북미 시장 공략의 첫걸음이에요. 국내에서 세컨드홈을 소유하고 즐길 수 있는 풀은 넓지 않잖아요. 미국 시장이 기대가 되는 건 최근 집 뒤뜰에 스마트 코티지와 같은 프리패브 주택을 가져다 놓고 세를 주고 임대료를 받을 수 있게 됐어요. 물론 주마다 법이 다르긴 하지만요. 또 집값이 비싸고 집 수요도 계속 올라가니 (프리패브 주택)시장은 점점 커질거라 생각합니다. 

Q 스마트 코티지는 단순히 조립식 농막은 아닌 것 같아요. 핵심은 뭔가요?

오프그리드 하우스가 핵심이죠.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받는 게 아니라 태양광 에너지를 저장하고 히트펌프 기술을 사용해요

Q 어떻게 예측했나요?

5도2촌. 전원생활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또 하나의 공간을 함께 생각하죠. 우리가 생각한 트렌드를 제품으로 보여준 거죠. 

Q 기존에 하지 않던 일을 추진하거나 변화를 꾀할 땐 언제나 견제가 있을 텐데요.

꼭 그런 건 아녜요. 전 건강한 자극을 줬다고 생각하고 실적과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 등 외형적 변화 이상으로 우리 조직 내부가 변하고 있어요. 

Q LG는 욕심이 없다거나 1등 DNA가 없다는 일부의 평가도 있는데요. 

최근 우리는 1등하고 있어요. 1등하는 재미를 맛보며 조직과 분위기가 좀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생각해요. 


글로벌 생활가전 1위 LG전자의 지난 1분기 실적에서 H&A는 분기 기준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1분기 전자의 영업이익 1조 4974억원 중 1조188억원은 H&A본부에서 나왔다. 


서울 울프강 포춘룸에서 만난 이향은 LG전자 H&A CX 담당/상무. 포춘룸 벽면에 걸려 있는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담은 포춘코리아 표지 액자. [사진 강태훈]
서울 울프강 포춘룸에서 만난 이향은 LG전자 H&A CX 담당/상무. 포춘룸 벽면에 걸려 있는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담은 포춘코리아 표지 액자. [사진 강태훈]

Q 상무님 말씀대로 LG전자의 가전은 글로벌 1등입니다. 이제 다음 스테이지는 뭘 준비해야 할까요?

질문이 바뀌어야죠.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더 깊어져야 합니다. 중국의 가전회사가 무섭게 따라오고 있어요. 심지어 감성마저도. 제일 잘나갈 때 제일 위험해요. 

Q 상무님이 해야할 일 또는 하고 싶은 일은 뭐예요?

제가 좋아하는 단어가 인비저닝이에요. 비전을 심는거죠.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다. 이렇게 가야 한다’고 리드해 줘야 해요. 그게 트렌드의 역할이기도 해요. 임원들은 자칫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즉 1~2년만 생각하기 쉬워요. 그럼 이 큰 조직에서 5년, 10년은 누가 내다보지? 하는 생각을 해요. 그걸 생각하는 팀을 만들었고 팀 이름은 ‘인비저닝’입니다. 놀라운 건 올해 조직개편이 되면서 우리 본부에만 있던 인비저닝팀이 다른 본부들에도 생겼다는 거예요. LG엔 인비저너들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올해 1월 CES2023에서 스타일러 슈케이스&슈케어와 함께 선보인 디지털 가상신발 ‘몬스터슈즈클럽 NFT’.
올해 1월 CES2023에서 스타일러 슈케이스&슈케어와 함께 선보인 디지털 가상신발 ‘몬스터슈즈클럽 NFT’.

 

Q 혁신적이고 과감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요.

우선 결과물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요. 대신 뭐든 ‘실행’해 보려고 하죠. 어릴 적 하고 싶은 건 뭐든 지원해 주셨어요. 그런 제게 할머니가 “10가지 재주를 가진 사람은 굶어 죽는다”고 하셨는데 오히려 지금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연현상이라고 하잖아요. 어느 순간 번뜩이는 것들이 있어요. 다들 목표를 위해 최단 거리, 최고의 코스를 짜고 싶어하지만 전 반대예요. 그냥 열심히 하면 결국 다 남아요. 

/ 유부혁 기자 chris@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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