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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려면 읽는 힘 키워 공감하고 연대해야”

울프강에서 만난 사람 ㅣ 도종환 국회의원

  • 기사입력 2023.07.07 09:34
  • 최종수정 2023.07.07 14:42
  • 기자명 장선화 기자

시인이자 교사, 학자이자 정치인 국회의원 도종환은 마지막으로 기억되고 싶은 직함 하나를 꼽으라면 ‘영혼이 살아있는 시인’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접시꽃 당신’을 시작으로 20여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낸 그는 2012년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뛰어들어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3선 국회의원. 바쁜 일정에도 시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는 도 의원은 틈틈이 쓴 시가 쌓여간다고 했다. 다만 지금 출간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법조계, 의료계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계로 유입되듯이 문화계 전문가들도 정치활동에 적극 참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에게 한국의 문화와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 그리고 해법을 들었다.


Q 가장 집중해서 수립한 법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21대 국회 상반기 1년 3개월 동안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체육계의 고질적인 폭행으로 인한 선수 사망 사건이나 코로나19로 인한 문화예술계 피해 등 중요 현안들이 산적해 있었다. 이를 법적·제도적, 정책적으로 풀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었다. 가장 관심을 두고 추진했던 정책은 세 가지다. 첫째, 예술인고용보험제도 실시, 둘째, 예술인권리보장법 통과, 마지막으로 예술인 저작권 보호다. 예술은 현실에 매몰된 사람들에게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해 주는 힘이 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 예술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수입이 불규칙한 예술인은 예술 활동 준비 기간에는 수입을 보장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다. 예술 노동의 특성을 인정하고 고용보험에 편입되도록 해야 한다고 보았다. 저작권 보호 역시 중요하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분야별로 정비되고 있다. 음악은 어느정도 자리잡았다고 판단된다. 최근 가장 큰 이슈는 웹툰 등 새로운 콘텐츠의 저작권리 보호다. 더불어 영화는 감독의 저작권리 보호 등 취약한 부분이 많아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Q 지금까지 추진해 온 정책의 성과가 궁금하다.

장관 재직 때부터 예술인 고용보험제도 관련 TF를 만들고 분야별 간담회와 토론회 등 긴 논의 과정을 거쳐 예술인도 고용보험에 가입,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22조 2항에 명시되어 있는 기본적인 권리인 데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블랙리스트 사태가 그랬고, 예술계 ‘미투’ 사태가 그랬다. 그래서 추진된 것이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 보장에 관한 법률’이다. 표현의 자유, 예술인의 노동과 복지 등 직업적 권리 등을 담은 이 법은 지난 20대 국회부터 추진됐지만,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고, 21대 시작 직후 다시 발의됐지만, 1년 2개월이 지나서야 통과돼 지난 9월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을 계기로 예술인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온전히 보호되고, 예술인이면서 한 인간으로서 감시받지 않을 권리, 검열받지 않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배제되지 않을 권리가 지켜지길 바란다.

Q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으로 제일 관심을 둔 사안은 무엇인가.

첫번째가 학습자의 과목선택권을 보장하는 고교학점제이고, 두번째가 국가 교육의 백년대계를 수립하기 위해 필요한 국가교육위원회이다. 2017년 대선 공약 때 제안한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생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해 공부할 수 있도록 자신의 진로를 일찍 선택해 집중할 수 있는 교육제도다. 2025년부터 실시하려고 2020년부터 3년째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준비해야 할 사안이 적지않다. 입시 위주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공교육 시스템을 크게 바꿀 중요한 정책 중 하나이다. 교사 재교육, 평가체계 정립 등 준비해야 할 사안이 많다. 

또다른 하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다. 국가 교육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교육부 등 현 정부조직이나, 교육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외부 기관에서는 현안 해결에 집중하다 보니 미래 정책을 논의할 여지가 부족하다. 100년을 내다보는 교육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GDP 4만 달러 달성 등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교육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핀란드 교육제도를 벤치마킹해 2021년 7월 법률이 제정되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놓으면 보수든 진보든 정권이 바뀌어도 설립취지가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으나, 정권이 바뀌니 국가교육위원회의 성격이 변질되는 듯하여 안타깝다. 사교육 중심으로 바뀌지않을까 우려한다. 

Q 학생부터 성인까지 리터러시(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독서력 저하를 꼽는다. 

김혜정 경북대 교수 연구팀이 전국 중학생 39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48.6%) 학생이 거의 책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심심한 사과’ 논란 등 학생들의 리터러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지 않았나.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자료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독서 리터러시 역량은 점차 감소하고, 독서 부진 학생이 2006년 대비 두배 이상(240%) 증가했다. 최근 몇 년간 주요 독서 지표를 보더라도, 성인 연평균 독서율은 2019년 55.7%에서 2021년 47.5%로, 연평균 독서량은 2019년 7.5권에서 2021년 4.5권으로 낮아지는 등 독서 생태계 현실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Q 책읽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한 해법이 있을까.

 ‘사회적 독서’의 확산이 독서의 가치, 책 읽는 문화의 확산을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개인적 독서가 홀로 읽는 사적인 행위라면, 사회적 독서는 둘 이상의 독자가 독서 동아리 등을 통해 함께 읽기로 확대되는 개념이다. 사회적 독서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토론하고 질문하는 과정을 거치면 사유는 깊어지고, 사회적 공감 능력은 커지게 된다. 서로 연결된 사람들이 함께 세상을 바꾸어가는 힘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사회적 독서라는 새로운 독서 패러다임이 확대되고 안착된다면 책을 통해 우리 공동체 문화도, 삶의 질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독서의 가장 대표적 사례가 독서동아리일텐데, 2014년 1만개 정도였는데, 2018년 약 4만개로 증가했다. 독서지표는 낮아지고 있지만, 독서 모임은 활발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독서동아리가 확대된다면 책을 읽는 습관,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장점이 선순환하면서 바람직한 독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책 읽는 사회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독서동아리 지원 정책을 더 큰 틀에서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하고, 이를 담당할 조직 체계도 갖추어야 한다. 국회에서도 사회적 독서 확대를 위한 지원 정책이 보다 폭넓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국회에서 책읽는 모임을 이끌고 있는데 소개해 달라.

해결되기 어려운 갈등을 풀어야 하는 국회의원의 일이 사실 힘들고 거칠다. 첨예한 갈등을 다루는 일을 하다 보면 자칫 언어가 거칠어지기 쉽다. 우리가 거칠어지면 나라가 더 거칠어진다는 판단에 시인의 언어, 문학의 언어를 배우자는 취지에서 모임을 만들었다. 우리가 말을 함부로 하면 정치를 함부로 하겠다는 뜻이다. 말을 함부로 한다는 얘기는 국가 운영을 함부로 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야 포함해서 70여명의 국회의원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 김훈, 황석영 등 소설가들을 모시고 좋은 소설을 읽기도 하고, 마이클 샌델의 공정을 주제로 한 책을 읽으면서 번역가를 모시고 토론을 하기도 했다. 

Q 높은 국민들의 교육열과 수준에 비하면 정부의 공공도서관 정책은 늘 뒷전으로 밀린다. 공공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도서관과 같은 문화 기반 정책은 국가의 철학과 의지가 우선돼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를 최대 70% 폐지하겠다고 했는데, 그중 1순위가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다.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는 ‘도서관법’에 따라 설치된 대통령 소속 위원회이고, 도서관법 개정에 따라 ‘국가도서관위원회’로 새롭게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직 출발도 못하고 있다. 이번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위원회로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도서관 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뿐만 아니라 교육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 및 지자체와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

도서관은 지역의 문화 거점 기관으로 자리를 잡았고,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에서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도서관 문화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갈 수 있는 기본 토대와 철학이 있어야 공공도서관 활성화도 가능하다.

Q 공공도서관이 지역의 문화거점기관으로 안정적인 독서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을지?

독서 생태계의 주축으로 서점·출판사·시민·도서관이 각 영역을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선순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전주에서는 2021년 7월부터 전국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의 유명한 관광코스로 자리잡았는데, 지난 봄에 저도 도서관 투어를 다녀왔다. 숲 속에 자리한 시집 특화 도서관에서는 통창으로 보이는 자연을 벗삼아 작은 다락방에서 쉬면서 시를 음미할 수 있었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만나고 도서관에서 책과 놀 수 있도록 한 시도가 참 신선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좋았다. 지자체와 공공도서관, 지역의 서점과 문화예술인,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좋은 사례다.  

Q 기업 경영에 인문학이 중요한 이유는?

기업의 존재 이유가 이윤추구이지만, 창업 초기 무엇을 이루겠다는 비전을 세우는데, 그 방향을 잃지 않고 가고 있는지 늘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가야 한다. 이를 성찰하는 것이 인문학이고, 문학이며 독서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든 빌 게이츠 세 사람의 공통점이 인문학이자 독서다. 

Q 최근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해 달라.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비욘 N. 린데블라드 지음)>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브라이언 헤어 지음)> 두 권인데,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기도 한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스웨덴 출신으로 20대에 눈부신 사회적 성공을 거뒀던 저자가 태국 수도승이 되어 17년간 수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불안에서 벗어나 평화와 고요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내용이다. 2018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몸의 기능을 잃어가면서도 세상에 용기와 위로를 전하는 따뜻함을 담고 있다. 아집과 편견으로 외통수가 되어가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듀크대 진화심리학자인 저자가 다정함을 무기로 번성해 온 호모사피엔스의 진화와 미래를 조망하고 있다. ‘적자생존’이라는 경쟁사회의 진화론적 이론을 뒤집는 논리다. 밀림에 맹수만 사는게 아니지않나. 저자는 약한 것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교류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친화력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장선화 선임기자 report@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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