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현지인도 "신한계좌 있어요?"

[고영경의 아세안 이노베이터] 신한베트남은행

  • 기사입력 2023.08.04 16:00
  • 기자명 포춘코리아

일주일간의 베트남 출장. 한국어-베트남어 통역사, 사진작가 모두 현지에서 섭외했다. 하지만 호텔 직원에게 준 팁 10만 동(약 5450원)을 제외하면 출장 기간에는 현금을 쓸 일은 없었다. 비용을 어떻게 지급받겠느냐고 물었을 때, 이들은 모두 “신한계좌로 입금해 달라”고 답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을 통해 개설한 계좌였다. 신한은행은 현지인의 일상에 파고든 듯 보였다. 편집자 주


강규원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은 1995년 신한은행에 입사, 2011년부터 베트남법인에서 근무했다. 2021년 법인장 겸 인도차이나 RH로 선임됐다.
강규원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은 1995년 신한은행에 입사, 2011년부터 베트남법인에서 근무했다. 2021년 법인장 겸 인도차이나 RH로 선임됐다.

베트남 주요 도시의 시내를 다니다 보면 토종 은행만큼 ‘SHINHAN BANK’ 간판이 자주 보인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베트남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 지점은 46개(2022년 사업보고서 기준)로, 외국계 은행 중 가장 많다. 2016년 영국계 은행인 HSBC의 지점 수를 넘어섰다. 이듬해에는 호주 ANZ BANK의 소매금융부문을 인수하면서 자산 규모 기준으로도 외국계 1위에 올랐다.

한국 금융권에서 손꼽히는 해외진출 사례지만, 이죽거림도 없지 않았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교민에 기댄 성과가 아니냐는 것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수는 8000곳이 넘는다. 그러나 신한베트남은행은 ‘외국계 1위’에 올라선 뒤에도 변신을 멈추지 않았다. 디지털 뱅킹에 가장 역점을 뒀다.

2018년 11월 출시한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 ‘신한 쏠 베트남(Sol VN)’을 시작으로 모바일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모바일 앱의 사용자 편의성도 높여왔다. 그 결과 처음 앱을 낼 당시 20만 명대에 그쳤던 사용자 수는 지난 5월 기준 123만 명으로 늘었다.

베트남 정부의 관심도 커졌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최근 베트남중앙은행에서 개최한 ‘2023 디지털 전환의 날(Digital Transformation Day)’ 행사에서 현지 은행 3곳과 함께 ‘우수 인증(Certificate of Merit)’ 상을 받기도 했다. 디지털 전환 우수 은행에 수여하는 상이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2020년 국가 디지털 전환 계획인 ‘2030년까지의 비전, 2025년 국가 디지털 전환 프로그램’을 발표할 만큼 디지털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만큼 신한은행이 현지 사회에 파고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엔 베트남의 젊은 세대가 있다. 눈을 뜨면 스마트폰을 보고, 잠들 때까지 온라인에서 연결되는 모습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이들의 소비패턴도 변화하고 금융을 대하는 자세와 채널, 접근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각종 페이를 쓰고, 할인 마케팅에 따라 플랫폼을 갈아타는 알뜰한 모습이 있는가 하면, 고가의 아이폰을 구입하는 소비도 마다하지 않는다. 소비행태는 달라도, 스마트폰 기반의 디지털 서비스를 주로 이용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은행을 찾는 방법도 그렇다. 현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단 이야기는 옛말이 되고 있다. 오프라인 지점의 복잡하고 번거로운 과정을 꺼려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모바일 기반 플랫폼 전쟁의 최전선에 신한 Sol 베트남이 서 있는 셈이다.

 

베트남 최초 비대면 신용대출, 그 배경엔

신한은행의 베트남 진출은 1993년 호찌민에 연 대표사무소가 시작이었다.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를 맺은 지 1년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2009년에는 한국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현지법인 형태의 은행인 신한베트남은행을 출범시켰다. 초기에는 한국 기업과 현지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그러나 베트남 사람을 고객으로 끌어오지 못하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현지 은행들과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신뢰도로 베트남 전역에 지점망을 넓혀가던 신한베트남은행은 2017년 호주 ANZ BANK의 베트남 소매금융 부문을 인수하면서 외국계 은행 1위 자리를 다졌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신한베트남은행은 “리테일(소매금융) 대출부문에서 2012년 말 700만 달러였던 잔액이 통합 후 7억 달러를 돌파하게 됐다”(인베스트조선, 2017. 12. 18.). 또 “대출고객은 99% 이상이 현지인”이었다. 현지화에 성큼 다가간 것이다.

그러나 도전은 지점 수, 대출 잔액의 규모에 그치지 않았다. 기존 은행업의 틀에 갇히면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은행업 성장의 핵심은 IT 기술의 발달로 초래된 시장상황의 변화에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바로 디지털 전환. 과거 신한베트남은행의 성장과 성공이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면, 현재의 성장동력은 디지털 기반의 금융 서비스, Sol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2015년 모바일 텍스트기반 서비스를 출범시켰고, 곧이어 스쿨뱅킹과 VNPAY, MOMO 등 현지 디지털 페이먼트사와 손을 잡으며 서비스를 확장했다. 베트남의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았기 때문에 각종 페이가 시장을 빠르게 바꾸고 있었고, 신한은행은 기회를 잡았다.

보다 진일보한 디지털 뱅킹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모바일 앱은 2018년 11월 선보인 SOL1.0이 시작이다. 로그인 방법에서부터 지문과 얼굴인식 등의 여러 기술을 도입했다. 또 연락처만으로도 송금을 할 수 있도록 했고, 각종 공과금을 앱으로 납부할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SOL1.0은 한계가 분명했다. 비대면 계좌 개설이나 대출 등 금융 서비스의 폭이 좁았다. 그러나 현지 시스템과 고객을 겨냥한 플랫폼에서 개발을 진행했기 때문에 서비스는 빠르게 진화했다. 그 결과물이 2021년 출시한 SOL2.0이다.

온라인 고객실명확인(eKYC) 서비스를 도입해 온라인 예금계좌 개설을 가능하게 했다. 또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쓸 때 문자메시지를 함께 보내는 서비스를 더했다. 아울러 베트남 국세청과 협력해 e-tax 모바일 앱과 신한계좌를 연결시켜 클릭만으로 손쉽게 세금을 납부할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eKYC 인증 시스템과 더불어 베트남 최대 IT기업 에프피티(FPT)와 함께 전자서명을 도입하면서 온라인 절차만 거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갖춰온 디지털 인증 및 신용평가 시스템을 바탕으로 지난해엔 베트남 은행권 최초로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인 ‘디지털 컨슈머론’을 출시할 수 있었다. 디지털 금융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 구현하기 어려운 과제가 바로 단 한 번의 로그인으로 각종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많은 서비스 항목을 욱여넣는다고 해서 ‘금융 슈퍼앱’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은행 앱들의 수명이 짧은 건 이 때문이다. 사용자 중심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의 입장에서 기능을 넣어두다 보니 사용자는 어디에 어떤 서비스가 있는지 찾기 어려웠다. 직접 지점을 방문하는 것보다도 절차가 복잡했다. ‘슈퍼앱’에 집착해서 연결성이 떨어지는 서비스를 모두 담은 결과, 앱의 구조 효율성과 성능은 더 나빠지기도 했다.

 

강규원 법인장, 현지 디지털 전담팀 지휘

SOL 역시 경쟁사 추격을 뿌리치려면 더 나은 사용자 환경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도입해야 했다. 이런 고민을 담은 결과물이 지난해 12월 선보인 SOL3.0이다. 은행 측은 “SOL3.0 앱을 보다 단순하고, 쉽고, 시각정보 중심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또 재무 정보를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자산 관리 서비스를 선보이고, 온라인 신청 및 자동 승인을 통해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 측은 “예금상품 가입이 늘고, 신용카드 발급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4월 말까지 신한베트남은행의 신규 계좌 개설자 수는 약 20만명으로, 이중 13만명은 앱을 통해 가입했다. 비대면 가입 비중을 65%까지 끌어 올린 것이다. 또 SOL3.0의 출시 이후 앱 사용자 수는 백만 명을 넘어 지난 5월 말 기준 123만명을 기록했다.

신한 SOL 베트남의 성장은 요행이라고 보기 어렵다. 강규원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은 2015년 처음 디지털 전담팀을 만들었고, 한국에서 SOL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현지에서 플랫폼을 자체 개발하도록 지시했다. 처음부터 현지인을 중심에 두고 개발했기 때문에 현지 고객들의 요구와 취향을 시스템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었다.

온라인 부분의 지속적 투자와 사업개발의 노력은 2022년 소매금융 부문의 신사업 개발을 담당하는 ‘퓨처 뱅크 그룹(Future Bank Group)’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해당 조직은 뱅크인뱅크(B.I.B) 형태의 독립 조직으로 설립,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았다. 지난해 5월 호찌민에서 열린 퓨처 뱅크 그룹 출범 선포식에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포함한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20%대 성장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엔 197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Sol’이라는 디지털 날개를 단 신한베트남은행은 이제 더 큰 생태계를 만드는 중이다. 대학등록금을 나눠서 납입할 수 있게 하고, 현지 중소상공인들이 참여하는 이커머스와도 관계를 맺었다. 현지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금융 서비스를 중심에 놓고 가겠다는 신호를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