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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아트페어 넘어 K아트의 세계 진출에 박차 가할 것

울프강에서 만난 사람 ㅣ 손영희 아트부산 이사장

  • 기사입력 2023.06.26 11:30
  • 최종수정 2023.07.07 09:29
  • 기자명 장선화 기자

 


누구나 콤플렉스는 있게 마련.  콤플렉스를 대하는 유형을 두가지로 구분한다면, 콤플렉스를 외면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회피 유형과 콤플렉스의 정체를 파악하고 맞서 이겨내는 정면돌파 유형이 있을 것이다. 손영희 이사장은 두번째 유형에 속한다. 부산 토박이 손 이사장은 서울 외에는 모두 지방이라는 그래서 뭔가 뒤쳐진다는 대한민국 지방 콤플렉스를 예술이라는 키워드로 극복하는 데 집중했다. 게다가 대학에서 예술과 관련된 전공을 하지 않았던 아웃사이더로 ‘아트부산’이라는 새로운 아트페어를 열어 미술시장 불모지였던 부산을 예술 문화의 도시로 바꿔 놓는데 큰 힘을 보태고 있다. 2012년 시작해 올해 5월 4일 11회째 열린 ‘아트부산’ 이야기와 함께 그의 비전과 꿈을 들어봤다.


Q. 지난 10년간 가장 큰 성과라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업을 시작할 때, 지역행사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예술과 도시라는 두가지 키워드를 접목하여 컨셉을 세웠다. 벤치마킹 대상은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였다.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휴양지라는 지리적 특성을 십분 발휘해 여행과 예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곳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아트부산도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즐기면서 예술 문화를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고진감래라고했던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10년간 한 우물을 파 온 덕분에 문화체육관광부의 평가를 근거로 국내 아트페어 중에서는 판매액, 방문객 모두 1위에 오르는 상징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기획전시와 브랜드 행사가 함께 열려 아트부산 기간 동안 미술 애호가들이 휴가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처음 아트부산을 시작할 때 꿈꿨던 모습이 어느정도 이루어진 것을 지켜보면서 도시의 문화행사가 보여줄 수 있는 잠재력과 가치를 실감하고 있다.

Q. 미술계 외부인으로서 어려운 점도 많았을 듯한데, 어떻게 극복했나.

 30여년 전 직장생활을 접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해외 출장을 갈 때 마다 예술이 풍성한 도시가 그 나라의 가치를 높인다고 생각했다. 종교가 지배하던 중세시대 예술가를 키운 메디치가, 19세기 유럽에서 큰 영향력을 떨쳤던 로스차일드가 그리고 미국의 구겐하임, 록펠러재단처럼 미술품 수집은 물론 지역과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초대형 미술관을 세우고 박물관에 소장품을 기증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문화를 누리면서 도시의 가치가 상승되고, 많은 미술 애호가가 그 도시로 찾아가지 않는가. 

‘왜 우리나라는 안될까’를 고민하면서 내가 해 보자는 생각을 했다. 주변에서는 컬렉터로 미술을 즐기면 될텐데 굳이 나서서 잘 알지도 못하는 미술을 사업으로 하려고 하느냐면서 반대했다. 특히 한국화랑협회가 2002년 시작한 아트페어인 KIAF가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는데, 시장이 형성되기 어려운 여건으로 이듬해 서울 코엑스로 장소를 옮겼다. 하지만 이후 부산국제영화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가 열리면서 국제적인 도시로의 면모를 갖춰나가면서 문화예술분야의 행사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토박이로 부산을 예술의 도시로 만들어보자는 꿈을 키우면서 준비한 끝에 2012년 부산아트페어의 첫 행사를 열게 되었다. 

미술비전공자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예술경영학 석사학위를 마치고 현재 디자인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쓰고 있다. 이제 전문가적인 면모를 갖추고 아트부산이 세계적인 아트페어가 될 수 있도록 세계무대로의 진출이 향후 10년의 비전이 될 것이다.

Q.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이 성과가 있었나.

 아트부산은 상업적인 미술행사이지만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데 집중해 왔다. 대표적인 사업으로 아트악센트, BNK영아티스트, 프로젝트 아트부산 등이 있다. 처음에는 부산지역의 신진작가 지원에 집중해 왔지만,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대상자를 확대해 작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공공 프로젝트도 꾸준하게 지원해 국내 미술시장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해마다 참여 작가들의 수준이 날로 발전하는 것을 체감했고, 김한샘, 허찬미, 정수정 등 수상 작가들이 주요 갤러리와 미술관 등에 발탁되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Q. 아트부산 2023에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올해는 코로나 엔데믹으로 아트페어를 포함한 대면 행사를 통한 컬렉팅 수요가 2019년 수준 이상으로 회복되면서, 아트부산도 열기가 뜨거울 것이다. 매년 5월이면 여행을 떠나듯 부산을 찾는 많은 국내외 미술 애호가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는 22개국 146개 갤러리가 참가해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선보일 것이다. 또한,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 로버트 테리안의 다양한 작업을 소개하는 대규모 회고전, 프랑스 출신의 조형예술가 다니엘 뷔렌, 주한스위스대사관이 공식 후원하는 <비디오시티> 프로젝트 등을 만날 수 있다. 컬렉터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구매하는 미술시장 고유의 기능 외에도 아트페어를 찾는 순수 관람객들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전시 '커넥트(CONNECT)’ 12개가 함께 열린다.  특별전시에는 앤디 워홀의 뒤를 이어 팝아트의 계보를 잇는 필립 콜버트가 아트부산이 열리는 동안 직접 방문해 전시장 외에 해운대 일대에서 대형설치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부산 시민들과 함께 하는 예술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Q. 미술시장은 부자들,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아트페어의 역할은 무엇인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금융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미술에 관심이 쏠리면서 컬렉터 저변이 대폭 확장되었다.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MZ세대의 관심이 뜨거워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하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미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는 MZ세대 컬렉터들이 기성세대 컬렉터들과 격의없이 자유롭게 소통하며 서로의 생각과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하는 모습을 어렵잖게 보게 된다. 

아트부산에서는 7년 전부터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하여 멤버십프로그램(Collector's Membership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영컬렉터 그룹과 1세대 컬렉터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서울과 부산에서 총 4개 그룹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미술품 컬렉팅에 중요한 정보는 물론 건축, 음악, 현장답사 등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30명 이상의 유료 회원들이 참가해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이 만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이벤트도 준비해 건강한 미술컬릭팅 문화를 형성해나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부산 아트페어 기간동안 부산시내에 전시될 필립 콜버트의 옥토퍼스 랍스터(Octopus Lobster) 연작
부산 아트페어 기간동안 부산시내에 전시될 필립 콜버트의 옥토퍼스 랍스터(Octopus Lobster) 연작

Q. K아트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강점과 약점을 진단한다면? 

국내 미술계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잠재력을 지닌 작가가 적지 않다. 작가의 수준과 개성, 스타로서의 자질 등이 중요하다. 더불어 작가의 작업과 전시가 꾸준하게 선보일 수 있는 자리와 지원이 이루어져야 더 많은 한국 작가가 해외 시장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쳐나갈 수 있다. 

국내 미술시장과 인프라가 예전에 비해 많이 발전했지만, 해외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적지않다. 여전히 유망한 작가들이 활동하고 작업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으며, 이들이 직접 해외에 진출하려면 정보나 경험이 부족하다.  

K아트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아트페어, 갤러리, 미술관 등 주요 기업과 기관에서 얼마나 국제적으로 그 영역을 넓혀 가는지에 따라 국내 작가의 활동 범위도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아트페어인 아트부산은 이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고 아울러 활동반경을 넓혀 재능 많은 국내 작가들과 전 세계 미술애호가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국내 아티스트들이 많은데, 이들이 역으로 국내 시장에서도 조명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도 중요하다.  

Q. 아트부산의 미래 10년 비전은 무엇인가.

 부산이라는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행사를 만들겠다는 꿈으로 시작한 아트부산이 10년만에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로 성장했다. 2022년 국내 미술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는 데에는 아트페어의 역할이 결정적이었고, 판매액 기준으로 아트부산이 전체 시장의 7%를 차지했다는 통계를 보면서, 아트부산의 정체성과 방향을 점검하면서 큰 책임감을 다시 확인했다. 

미래 10년은 K아트의 해외 시장 진출과 교류에 아트부산이 주체적으로 해나가고자 한다. 이를 통해 아트부산은 글로벌 아트 브랜드로의 인지도를 키워나가고 국내 미술시장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작가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서고 또 컬렉터들은 올바른 미술품시장의 후원자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더불어 기부문화가 정착되어 문화와 예술이 살아있는 고품격 도시 부산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 장선화 선임기자 report@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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