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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쓴 CEO] 아라비아의 이웅희

이웅희 H2O호스피탈리티 대표 인터뷰

  • 기사입력 2023.05.22 11:30
  • 최종수정 2023.07.07 09:39
  • 기자명 포춘코리아

이웅희 H2O호스피탈리티 대표는 관광업에 목마른 중동 국가들의 구애를 받고 있다. 그의 경험, 현장의 목소리를 복기하면, 불황기 한국기업에 필요한 활로를 찾을지 모른다.

이웅희 H2O호스피탈리티 대표 2010년 코넬대(호텔경영학 학사) 졸업, 2010~2014년 모건스탠리 홍콩지사 총괄매니저, 2014~2015년 고고밴(현 고고엑스, 물류운송 플랫폼) 부사장, 2015년~ H2O호스피탈리티 대표
이웅희 H2O호스피탈리티 대표 

“해외로 눈을 돌리면 기회가 있다. 중동은 지금 굉장히 뜨겁다.”

이한주 스파크랩 공동대표는 2022년 10월 포춘코리아 인터뷰에서 중동시장을 강조했다. 고유가 특수를 누리는 데다, 투자 의욕도 강하기 때문. 불황기 스타트업에 활로가 될 수 있었다. (※‘[스파크랩 10주년] 한국 첫 AC가 던진 질문, 270명의 창업자 키워냈다’ 참조)

반년이 지난 지금, 중동에서 가장 주목하는 한국 스타트업은 단연 H2O호스피탈리티(이하 H2O, 호스피탈리티는 호텔, 관광, 여행, 레저 등 ‘접객’과 관련한 산업을 통칭하는 말)다. H2O는 숙박, 레저 시설의 운영 대행을 맡는 테크 기업이다. 이들 시설의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한다. 이웅희 현 대표가 2015년 설립했고, 누적 투자금액은 약 480억원이다.

이웅희 대표는 지난 1월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았다. 사절단 중 15명 내외 기업인만 초대받은 대통령 국빈 오찬에도 갔다. 3월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스타트업 박람회 ‘비반(BIBAN) 2023’에 연사로 서고, 사우디 투자부와 현지 진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이 대표는 인터뷰에서 “한두 달 내에 중동에서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걷는 길이 뒤따르는 한국 창업가들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 그가 중동과 접점을 넓혀온 과정, 그리고 그가 현지에서 확인한 중동 자본의 관심사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Q UAE 국빈 오찬에 초대받았다. UAE에서 호스피탈리티 산업에 관심이 높다는 뜻인 것 같다.

럭셔리 호스피탈리티 분야는 중동이 전 세계에서 가장 뜨겁다. 현재 공사 중인, 혹은 향후 지어질 예정인 5성급 호텔의 물량과 정부 투자액 규모가 다른 지역과 비교 못할 만큼 크다. 오찬에서도 호텔을 다수 소유한 자산운용사나 부동산개발사의 경영진과 주로 이야기를 나눴다.

Q 먼저 진출한 이 분야 테크 기업이 없나?

기존의 테크 기업은 호텔 오퍼레이터(위탁운영사)와 계약을 맺고, 개별 솔루션을 납품했다.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에서 발생하는 객실 판매·예약, 객실 상태관리, 시설 관리인력 배치 등 호텔 업무에 관한 솔루션들이다. 오퍼레이터는 하얏트, 메리어트 같은 호텔 체인을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호텔 업무의 일부만 디지털 전환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우선 호텔 운영의 밸류체인을 바꾸지 못한다. 어느 지점에선 결국 사람이 수기로 하는 일이 생긴다. 고객 데이터도 통합되지 못한다. 결국 높은 수수료율을 감당하면서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호텔 운영 노하우가 없는 소유주 입장에선 어떤 업무를 디지털 전환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결과적으로 운영 데이터에 접근하기 힘들다. 

정부 입장에서는 투자한 호텔이 자생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고민을 H2O를 통해 풀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 H2O는 파편화돼 있던 디지털 전환 솔루션을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하고, 나아가 플랫폼을 위탁 운영해준다. 그러니 H2O와 호텔 소유주가 직접 계약하는 것이 가능하다. 

Q 오찬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설명을 듣고 ‘이게 정말 가능한가’ 되묻는 반응이 많았다. 그 자리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미팅 일정을 잡는 CEO도 있었다. 왓츠앱으로 CTO와 보이스 메시지를 주고받더라. 그러더니 내게 다음날 두바이를 방문할 수 있는지 물어왔다. 고민할 것 없이 갔다.

Q 사우디 방문은 개별적으로 초청받은 건가?

‘BIBAN 2023’에 호스피탈리티 산업 관련 연사로 초청을 받아 갔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지원을 해줘서 부스도 운영했다. 원래 로컬 행사였는데 올해부터 글로벌 행사로 키웠다고 한다. 그때 사우디 투자부와 협약을 맺었다. 사우디의 메가 프로젝트에 참여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Q 시점을 앞으로 되돌려서, 중동과 어떻게 접점을 만들었나?

아부다비투자청에서 처음 연락이 왔다. 1년 3개월 전이었다. 관광 활성화 정책과 함께 호텔을 늘리고 있는데, H2O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들었다. 사우디는 레드 씨(Red Sea, 홍해)나 네옴(Neom)처럼 메가 프로젝트 단위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원하는 바는 UAE와 같았다.

처음엔 미국과 유럽에 진출할 발판으로 중동을 생각했는데, 가서 보니 미국과 유럽 기업이 중동으로 오고 있더라. 나중에 중동을 가면 너무 늦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영훈 프레임몬타나 대표(왼쪽)와 이웅희 H20호스피탈리티 대표
최영훈 프레임몬타나 대표(왼쪽)와 이웅희 H20호스피탈리티 대표

Q 중동 관광은 아직 생소하다.

유럽 관광객은 UAE에 일주일 이상 장기 투숙하러 온다. 바닷가다 보니 휴양지로 유명하다. 사우디도 최근 문호를 열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MBS) 왕세자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관광비자도 발급하고, 국적 항공사도 하나 더 만들려고 하고 있다. 

Q 지난해 4월 롯데호텔과 디지털 전환 업무 협약을 맺었다. 5성 호텔 중에선 처음이었다. 

덕분에 5성 호텔에서 물꼬가 트였다. 자동화의 목적이 대체가 아닌 증강이라는 점을 공감하기 시작한 것 같다. 호스피탈리티의 변하지 않는 핵심 가치는 접객이다. 접객에 집중하려면 부수적인 일을 줄여야 한다. 

최근엔 파르나스 호텔 제주(GS리테일 위탁운영)에 스마트 체크인 서비스를 도입했다. 카카오톡을 통해서 계정을 만들면 바로 예약, 결제, 그리고 체크인까지 모두 할 수 있게 됐다.


접객의 관점에서 OTA의 등장은 호텔에 위협이었다. OTA들이 성장하면서 호텔에 고객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호텔에서는 체크인 할 때 고객이 종이에 쓴 데이터에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고객이 지난주에 오고, 오늘 다시 왔을 때 호텔 내부 시스템에는 고객 2명이 온 것으로 집계되는 경우가 많다”며 “고객 관리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객 데이터를 모르니 갈수록 OTA에 의존하고, 수익성은 더 나빠졌다. OTA에서 객실을 판매하면, 판매금액에서 상당한 액수를 내야 한다. H2O의 플랫폼을 통해 호텔에서 고객을 예약 때부터 체크아웃 할 때까지 관리할 수 있게 되면, 고객관계관리(CRM)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Q OTA와 호텔의 관계로 보면, 호텔의 디지털 전환은 ‘호텔의 반격’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OTA와 호텔은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핵심은 산업이 자생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호텔이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호텔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OTA도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H2O가 하는 일은 OTA에 뺏겼던 고객을 다시 가져오는 게 아니라, 시장 전체를 키우는 것이다. 이제 업계에서 공감하기 시작했다.

이웅희 대표가 UAE 대통령궁 ‘카사르 알 와탄’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H2O]
이웅희 대표가 UAE 대통령궁 ‘카사르 알 와탄’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H2O]

Q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때부터 관심이 있었나?

당시 코넬대에서는 파이낸스 강의가 호텔경영학과에 있었다. 동기들이 저 같은 금융업 지망생 아니면 호텔 오너 집안의 자제들이었다. 당시 필수과목으로 호텔경영을 공부하다 보니 이쪽 산업이 낙후돼 있단 생각이 들었다. 호스피탈리티의 핵심 가치는 접객인데, 매뉴얼 프로세스가 너무 많았다. 

Q 창업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처음으로 찾아온 기회는 무엇이었나?

팬데믹이 전화위복이 됐다. 도쿄올림픽이 미뤄지고(※H2O 서비스는 일본에서 처음 호응을 얻었다), 관광업이 무너졌다. 호스피탈리티가 다른 산업보다 낙후됐단 지적은 예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관광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았다. 산업이 무너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Q 창업 후 가장 좌절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매일 느낀다. 고민의 90%는 좌절감이다. 많은 창업자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한다. 좋은 회사는 오래 살아남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살아남으면 반드시 기회는 오기 때문이다. 오래 살아남을수록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 인터뷰 최영훈 프레임몬타나 대표, 정리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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