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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쓴 CEO] "일과 삶은 같은 말, 워라블 어떨까요?"

지용구 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

  • 기사입력 2023.03.17 07:30
  • 최종수정 2023.07.07 09:43
  • 기자명 유부혁 기자
지용구 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 [사진=포춘코리아]
지용구 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 [사진=포춘코리아]

“제가 1999년 삼성화재 면접을 봤던 곳이에요.” 최영훈 대표가 과거를 추억했다. 더존비즈온 을지사옥은 과거 삼성화재 사옥. 2016년 부영그룹 품에 갔다가 2019년 강원도 춘천에 본사를 둔 더존비즈온이 영업, 인재 등 접근성 강화를 통한 비즈니스 효율화를 이유로 인수했다. 지용구 대표가 맞장구를 쳤다. “방금 미팅에 참석한 한 기업 임원분도 18년 전 삼성전자 입사 면접을 이 건물에서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삼성그룹의 사옥을 매입한 회사. 자연스레 기업 규모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했다. 

최영훈 아니 언제 이렇게 성장했어요?

지용구 디지털 전환이 우리에겐 기회였죠. 시장이 성장할 때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고 혁신한 결과기도 하고요. 


구축형 소프트웨어가 대세였던 2010년 초반, 본사를 춘천으로 이전하며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마련, 클라우드 사업에 주력하며 기업의 디지털 전환 시대를 준비했다. 그 결과 클라우드 비즈니스 플랫폼 위하고, 올인원 디지털 비즈니스 플랫폼 아마란스 텐 등 혁신적인 솔루션을 출시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용구 대표는 2004년 더존에 입사, 성장을 함께 해왔다. “전 CEO는 CXO 즉 토탈경험 책임자란 말을 해요. 그만큼 회사를 통해 다양한 좌절과 실패, 성장의 경험을 거친 분들이니까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시장에서 존재감이 어느 정도에요?

“세무회계는 락인 효과가 강해요. 한번 도입하면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성실히 시장에서 신뢰를 쌓은 덕분에 ‘상장 준비할거면 더존'이란 말이 공식이 됐죠. 감사 대상 기업 대부분이 저희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계시고요.”(지)

마케팅을 잘한 건가요?

“제품이 가진 가치를 잘 설명하고 활용하도록 설명하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제품을 만들고 이를 조직에 잘 구축하는 컨설팅 조직이 별도로 있습니다. 숨겨진 가치를 전달하는 거죠.”


이후 최영훈 대표의 질문은 안경 쓴 CEO 지용구 대표 개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옮겨갔다.


한 회사에서 20년이 넘도록 근무하셨네요.

이직할 여유도 없었지만 고민할 이유도 없었어요. 회사가 성장하고 저 역시 계속 성장했으니까요. 재밌었어요. 제가 몸담은 회사가 명품이 돼야 저도 비로소 명품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12월 31일, 한해 마지막날 당직을 맡았어요. 저흰 고객사의 소중한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으니 임원들이 당직을 맡습니다. 20년 일한 곳이지만 20년 더 일할 가능성은 낮지만 200년 이어갈 수 있는 성장동력은 만들자는 다짐을 했어요. 

요즘 회사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을 동일시하는 인식을 하는 직장인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요.

네 저도 동감해요. 저 같을 순 없죠. 다만 개인이든 기업이든 성과나 목표 관리보단 ‘성장의 경험’을 공유하는 건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심지어 한 직장을 오래 다니지도 않는 것 같아요. 

‘아재’라고 하겠지만. 일이라는 게 삶에 속한 거잖아요. 길게 봐야죠. 허걱대고 목마른 때도 있어요. 누구에게나. 좌절은 오고 하고 싶지 않은 순간, 사람을 마주칩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걸 인정하면 좋겠어요. 

반대로 관리자, 회사 입장에선 다른 생각을 해야죠. 저희만 하더라도 이직률을 특별히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냥, 2년에 한번씩 직장을 옮기더라고요. 관리자, 기업은 운영을 거기에 맞추는게 더 낫겠다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다만 구성원들에게 메시지를 줄 필요도 있어요. ‘배움의 기회' 그리고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키는 거죠. 

최영훈 프레임몬타나 대표(왼쪽)와 지용구 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오른쪽) [사진=포춘코리아]
최영훈 프레임몬타나 대표(왼쪽)와 지용구 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오른쪽) [사진=포춘코리아]

성장을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구성원들에게 ‘성실’을 요구하지 않습니까?

성실 보단 ‘다른 생각'이 필요하죠. 스티브 잡스가 ‘씽크 디퍼런트'를 말했는데 그게 새로워서 유명해졌다기 보단 많은 사람들이 동감해서죠. 

어떤 사안을 재정의할 수 있느냐. 이정동 서울대 교수님이 책 ‘축적의 길'에서 말씀하신 개념 설계 역량 같은 거요. 근본적으로 새롭고 창의적인 개념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요구하는데 그게 쉽진 않죠. 다만 기업이든 구성원이든 생존이 아닌 성장을 생각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소위 MZ세대가 그런 능력이나 근성이 없냐? 아닙니다. 최근 한 언론 조사에서 기업을 떠나는 이유를 들어봤더니 ‘배울 게 없어서'가 1위더라고요. 

개인이든 기업이든 성과나 목표관리보다

'성장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대표님은 강연이나 기고에서 ‘워라블(Work and Life Blending)'을 말씀하시더라고요. 워라벨주의자인 제 입장에선 대표님 철학이 궁금했습니다.

앞에서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일은 어차피 삶의 부분입니다. 저만의 개똥철학이 ‘원래 일과 삶은 한 글자였다'입니다. 그걸 억지로 끄집어 내서 분리한 다음 비율로 나누는 게 어색하다 생각을 했어요. 균형을 이야기 하는데 50대 50이 균형일까요? 기준의 추에 따라 때론 70대 30이 균형일 수도 있고 반대로 30대 70이 균형이라고 말할 수도 있어요. 앞뒤 맥락이 필요하겠지만 말이죠. 무슨 말이냐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에서 균형은 동적이란 점이에요. 좌우를 끊임없이 오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과할 때가 있고 덜할 때가 있는 거죠. 그래서 전 일과 삶의 밸런스가 아니라 블랜딩이라고 말합니다. 열심히 몰입해서 일할 때가 있고 멈추고 쉴 때가 있다는 거죠. 

결국 워라밸이 일과 삶의 분리라면 워라블은 일과 삶은 원래 하나라는 관점이에요. 변화와 혁신에 도전하고 성과로 만들어지는 경험을 하는 것이 제게 가장 큰 보람이고 동기부여입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일(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요. 

뼈아픈 실책 또는 실패가 궁금해 지네요.

1990년대 벤처붐이 일던 시기 29살 청춘에 벤처 1세대로 창업에 도전했어요. 기술과 열정을 갖고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성장과 실패를 모두 맛보았습니다. 열심히 잘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업화에 실패한 경우도 있었고요. 지난해는 1년간 준비한 프로젝트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어요. 실패의 원인도 다양해요. 제품과 서비스가 너무 시기를 앞서가도 잘 안되는 것 같고요. 실패에 대한 정의도 전 조금 달라요. 더 도전하고 싶은 일에 망설이고 실천하지 못한 일들이 사실 실패나 마찬가지로 생각해요.

진짜 실패는 다시 도전하지 않는 거죠. 삶의 여정에서 또는 조직생활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다 보면 실수하고 넘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니까요. 감사하게도 저는 회복탄력성이 좋은 편입니다. 다시 도전해야 할 이유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모범답안을 찾는 스타일이죠. 

지용구 대표는 그룹웨어, ERP, 문서관리 등 더존비즈온의 역량을 총결집한 기업솔루션 'Amaranth 10' 제작을 총괄했다 [사진=더존비즈온]
지용구 대표는 그룹웨어, ERP, 문서관리 등 더존비즈온의 역량을 총결집한 기업솔루션 'Amaranth 10' 제작을 총괄했다 [사진=더존비즈온]

어떻게 극복했는지, 무엇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는지도 궁금해요.

철저히 준비하지 못하고, 기초 없이 이룬 성취는 단계를 오르는 게 아니라 성취 후 다시 바닥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됐죠. 그리고 그때 지금 나의 보스인 우리 그룹사 회장님과의 만남(인연)이 있었어요. 내 인생에서 두 번째로 찾아온 '가슴이 뛰는 삶(열정)을 같이 살아보고 싶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어요. 

"뭘 잘하냐? 앞으로의 계획이 뭐냐?"가 아니라 "꿈이 뭐냐? 무엇이 하고 싶냐?" 물으셨고, "그 꿈 나하고 같이 한 번 이뤄보자"라고 제안 주신 말씀이 기억나네요. 누군가가 나를 믿어주고 내 선택으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실패와 도전, 이후 성과로 만든 비결이 뭘까요?

이론보다 실용적인 부분에 더 무게중심을 두는 편이에요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본 것은 기억되나 해본 것은 이해된다’는 격언을 좋아하는데, 여기에 ‘그리고 실천하는 것이 창조의 시작이다’라는 말을 덧붙이곤 합니다. 

질문하고 찾아보고 메모하며, 여기에 경험과 아이디어를 더하는 과정도 즐겨요. 이는 창조적 개념설계 역량과 맞닿아 있는데 제품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때 당면한 문제의 속성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창의적으로 해법을 제시하는 경험을 반복한 것이 도전을 성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어떤 비전을 가지고 계신가요?

아까 회복 탄력성을 말씀드렸는데요. 부정적인 글을 읽거나 소식을 들었을 때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 굉장히 중요하죠. 전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체력이 약해지니 긍정적인 사고가 줄더군요. 그래서 체력 관리를 좀더 하려고 해요. 그렇게 하려는 이유가 놀면서 일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에요. 전 일도 공부도 굵고 길게 하고 싶거든요. 

안경을 고를 때 기준은 뭐였나요?

내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요. 아마도 '익숙함'일 것 같은데. 요즘은 ‘simple is the best’, '미니멀리즘' 같은 개념, 개성에 빠져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부족함을 채워주거나 핸디캡을 가려줄 수 있는 디자인을 찾았어요.  

/ 포춘코리아 유부혁 기자 chris@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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