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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팰리스, 조선 터치

[호텔과 사람]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

  • 기사입력 2023.06.08 07:30
  • 최종수정 2023.07.07 09:35
  • 기자명 문상덕 기자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최상급 호텔, 조선 팰리스가 개장 2주년을 맞는다. 그 시간 동안 조선호텔앤리조트가 강조해온 조선호텔의 서비스, ‘조선 터치(Josun Touch)’가 어떻게 이식됐는지 궁금했다.

지난 4월12일, 조선 팰리스 24층 뷔페 ‘콘스탄스’ 앞은 런치 운영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호텔 관계자는 “주말엔 엘리베이터까지 줄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 호텔 중식당 ‘더 그레이트 홍연’은 돌잔치 등 각종 행사 대기자가 1만명이 넘어간다고 전했다. 조선 팰리스의 공간은 <더 글로리> <퀸메이커> 등 인기 드라마의 배경으로도 즐겨 쓰인다.

2년간 업계 평가도 높아졌다. 호텔의 퓨전 한식당 ‘이타닉 가든’은 지난해 나온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에서 1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5월엔 뉴욕 맨해튼에 본사를 둔 여행매거진 ‘콘데 나스트 트레블러’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신규 호텔 핫 리스트’에 뽑히기도 했다. 선정된 94곳의 신규 호텔 가운데 한국 호텔은 조선 팰리스가 유일했다.

조선 팰리스내 주방을 총괄하는 유재덕 조리팀장은 자신의 에세이(‘유재덕 셰프의 요리와 그리고’)에서 호텔 개장 준비기간을 “전쟁”에 빗댔다. 오늘날 조선 팰리스의 평판에는 호텔 스태프들의 분투가 녹아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조선 팰리스의 베테랑들을 만나 지난 2년의 이야기를 들었다. 로저 하버마허 총지배인은 2021년 9월 취임한 이후 첫 인터뷰다.

“견고한 팀워크, 가장 값진 성과”

로저 하버마허 총지배인 1994년 하얏트리젠시 두바이에서 경력을 시작. 그랜드하얏트 자카르타 식음팀장, 그랜드하얏트 뭄바이 부총지배인, 파크하얏트 베이징 총지배인, 람정제주개발(제주신화월드) 부사장을 거쳤다.

Q 지난 2년을 평가한다면.

팬데믹에도 개의치 않고 성장했다. 다만 성장을 화폐가치로만 측정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팀워크도 놀랄 만큼 성장했다. 지난 2년간 자랑할 만한 팀을 갖춰왔다. 그 결과 서울 강남, 그것도 가장 수준 높은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했다.

Q 호텔에 팀워크가 필요한 이유는 뭔가?

예측 서비스(Anticipatory service)를 하기 위해서다. 고객의 필요, 스스로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필요까지 파악해서 알맞은 시간에 충족시켜준다는 뜻이다. 한 사람의 노력만으론 제공하기 어렵다.

어떤 투숙객께서 자신이 조선 팰리스에서 겪었던 일을 이메일로 적어 보내준 적이 있다. 1914 라운지앤바에서 와인을 주문하면 몇 가지 스몰바이트(Small bites, 주전부리)를 드린다. 블랙 올리브와 그린 올리브를 조합해 만든 음식이 그중 하나인데, 이 투숙객은 블랙 올리브만 골라서 먹었다. 그리고 다음 메뉴를 주문했는데, 이번엔 블랙 올리브로만 된 음식을 받았다고 했다. 바텐더가 투숙객의 취향을 알고 맞춰준 것이다. 이 투숙객은 무척 감동받았다고 이메일에서 전했다.

사소한 행동일 수 있다. 그러나 작은 행동 덕분에 투숙객은 호텔과 교감을 이뤘다. 이분은 정기적으로 조선 팰리스를 찾고, 때로 연회를 연다. 예측 서비스가 고객과 새로운 관계를 맺도록 하는 후크(hook)가 된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Q 총지배인 직을 맡을 당시 어떤 미션을 받았나? (※로저 총지배인은 2021년 9월 직을 맡았다. 호텔이 문을 연 지 100여일 뒤였다)

앞서 몇 개 호텔의 개장에 관여했다. 호텔 개장은 그 규모나 위치와 관계없이 언제나 쉽지 않다.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을 갖춘 팀, 미루지 않고 즉시 행동하는 팀 등을 갖춰야 한다. 특히 조선호텔의 오너와 투자자는 조선 팰리스를 한국의 리딩 호텔로 세우고자 하는 책임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조선호텔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뛰어난 서비스, 식음업장에 대한 높은 기대감에 부응해야 했다. 이에 부응하는 일이 가장 큰 미션이었다고 생각한다. 

Q 셰프 출신이라고 들었다.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특히 조선 팰리스는 식음업장을 선별해 갖췄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주방에 일일이 간섭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총지배인 직은 식음업장뿐만 아니라 재무, 객실 등 호텔 운영 전반을 알고 있어야 하는 자리다. 

Q 앞으로 남은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근에 많은 외국 관광객과 기업이 다시 서울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조선 팰리스를 처음 찾으시는 분이 많다. 다양한 고객의 니즈에 맞는, 세심하면서 편안한 맞춤 서비스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고객을 위해 발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조선호텔의 헤리티지, 친밀감이 본질”

유재덕 조리팀장 1992년 웨스틴 조선 서울에 입사, 32년째 조선호텔에서 요리하고 있다. 대한제국 황실 연회음식 재현 행사, 평창 겨울올림픽 등에서 헤드 셰프를 맡았다.
유재덕 조리팀장 1992년 웨스틴 조선 서울에 입사, 32년째 조선호텔에서 요리하고 있다. 대한제국 황실 연회음식 재현 행사, 평창 겨울올림픽 등에서 헤드 셰프를 맡았다.

유재덕 조리팀장은 2021년 3월 조선 팰리스에 합류했다. 개장까지 3개월도 채 안 남은 시점이었다. 그는 중식당 ‘더 그레이트 홍연’, 퓨전 한식당 ‘이타닉 가든’, 뷔페 ‘콘스탄스’를 비롯, ‘1914라운지앤바’와 ‘조선델리 더 부티크’, 인룸다이닝, 부처(정육), 연회까지 조선 팰리스의 먹는 일을 총괄하고 있었다. 주방 인력을 교육하고, 장비를 점검하기도 바쁜 터에 콘스탄스 완공은 예정보다 한 달 늦춰졌다. 그의 입 안에선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경구가 맴돌았다. 

업장을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뜻밖의 우정도 생겼다. 새로운 레시피를 고민할 때 셰프 출신인 하버마허 총지배인과 의견을 나누곤 했다. 하버마허 총지배인은 “(유 팀장이) 고향음식을 가끔 해준다”며 “함께 주방에서 요리해 먹기도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Q 어떤 일이 전쟁 같다고 느꼈나?

공사가 한 달 지연되면서 장비 세팅도 늦어졌다. 그래서 그야말로 전쟁을 치렀다.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건 직원 교육이었다. 각자가 역할을 알아야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 특히 콘스탄스는 주방이 열려 있는 만큼, 고객이 셰프를 보는 것도 서비스의 일부다. 메뉴를 설명하고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서 고객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Q 어려웠던 순간은 없었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오픈 직후부터 만석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BOH(Back Of House, 호텔 직원이 근무하고 물풀을 옮기는 공간)가 충분하지 못했다. 특히 식자재를 두는 공간이 부족했다. 2년간 매달린 끝에 지난 1월에 확장 공사를 끝냈다. 직원들이 좁은 공간에 물건을 선입, 선출하는 게 힘들었을 텐데, 지금은 웃으면서 하는 것을 보면 흐뭇하다.

Q 무엇이 조선호텔의 헤리티지라고 보나? 보통 웨스틴 조선 서울 앞 한옥 건물(황궁우)을 떠올린다. 2021년 신축된 빌딩에서는 느끼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헤리티지는 전통이다. 전통에는 규율과 규범, 스탠다드가 있다. 스탠다드를 잘 지켜온 곳과 그것 없이 새로 만드는 것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 전통을 소공동 호텔과 새 호텔이 공유한다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위치가 다른 만큼 팰리스의 새로운 전통도 만들어야 한다. 같은 듯 다른 전통을 고객이 잘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숙제다.

Q 고객이 체감하는 헤리티지는 무엇일까?

편안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서비스와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포멀함을 강조하는 호텔과 다르다. 웨스틴이라는 브랜드, 그리고 국내외 스태프가 어우러져 일하면서 친밀감이 우리의 헤리티지가 됐다.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F&B 서비스에도 강점이 있다고 본다. 조선호텔 음식은 맛있고, 편안하고, 미리 알아서 서비스해주는구나, 라고 느끼신다면 제대로 느꼈다고 생각한다.

Q 한 인터뷰에서 “미식과 탐식의 차이는 (음식에 대한, 음식을 먹는 자에 대한) 존중”이라며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추억이 없다면 2%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런 철학을 어떻게 적용했나? 

존중이 없으면 탐식이 된다. 이런 철학을 요리사들과 공유한다. 철학이 있어야 확신을 가지고 요리할 수 있다. (Q 먹는 사람은 어떻게 먹으면 좋을까?) 투수와 포수에 비유해보고 싶다. 요리사는 의도를 담아 만들고, 먹는 사람은 그 의도를 짐작해보는 것이다. ‘이 메뉴는 왜 나왔을까, 제철이라서 그랬을까?’라는 식으로 상상한다면 음식을 더 잘 즐길 수 있겠다.

골든 키 받은 호텔리어, 한국에 단 29명

정윤채 객실팀 파트너 2013년 임패리얼 팰리스 서울을 시작으로, 노보텔 앰베시더 동대문을 거쳐 조선 팰리스에 합류했다. 2022년 11월 레끌레도어 자격을 획득했다.
정윤채 객실팀 파트너 2013년 임패리얼 팰리스 서울을 시작으로, 노보텔 앰베시더 동대문을 거쳐 조선 팰리스에 합류했다. 2022년 11월 레끌레도어 자격을 획득했다.

정윤채 파트너는 양쪽 옷깃에 황금색 열쇠 모양의 배지를 달고 있다. 컨시어지 업무를 담당하는 호텔리어들의 국제 단체, 세계컨시어지협회 정회원(‘레끌레도어’)을 인증하는 배지다. 한국 정회원 수는 29명이다. 그만큼 자격인증 절차가 까다롭다. 호텔 경력 5년 이상, 컨시어지 경력은 3년 이상이어야 응시할 수 있다. 서류심사와 필기시험, 면접에 합격해야 정회원이 된다.

정 파트너는 한 차례 낙방 끝에 지난해 10월, 레끌레도어 배지를 달았다. 해외에서 온 투숙객은 호텔 브랜드만큼 레끌레도어 배지에 신뢰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호텔 관계자의 말이다. 하버마허 총지배인은 “루카스(정 파트너의 영문 이름)는 멀티태스킹을 할 줄 알고, 디테일을 잘 챙기는 스태프”라며 “호텔 업무 전반을 이해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추켜세웠다.

Q 레끌레도어의 모토가 ‘우정을 통한 서비스’라고 들었다. 호텔 비즈니스와 우정, 어울리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정확히는 레끌레도어 회원 간의 우정이다. 한 호텔의 역량으로는 모든 고객에게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럴 때 예를 들면 스위스에서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공유한다. 또 글로벌 총회에서 영감을 받고, 한국에서 와서 팀원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Q 예를 들면?

웰컴 레터를 쓸 때, 결혼한 여성은 미세스(Mrs.)로 쓰는 정도로만 호칭을 구분했다. (Q 한국에선 보통 ’님’으로 통칭하는 것 같다) 그런데 외국에서는 직업별로 호칭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더라. 레끌레도어 자격을 준비하면서 처음 알았다. 실제로 인근 호텔에서는 호칭을 잘못 써서 컴플레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들었다. 아찔한 마음으로 팀에 공유했던 기억이 난다.  

Q 컨시어지를 프런트 업무로만 알고 있었다. 

타 부서에 비해서 활동적이고, 고객을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10년째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장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메인 출입구인 ‘팰리스 게이트’. [사진=뉴시스]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메인 출입구인 ‘팰리스 게이트’. [사진=뉴시스]

조선 팰리스에는 아르데코 양식이 적용돼 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이 된 디자인이기도 하다. 작품 속 주인공 개츠비는 자신이 일군 부에 공허함을 느낀다. 그는 공허함을 느낄수록 첫사랑을 찾았다. 호텔을 찾는 사람들이 럭셔리 너머, 헤리티지를 찾는 이유도 비슷할지 모른다. 조선 팰리스의 사람들은 한발 앞선 서비스와 친밀감, 디테일 등 각자의 방식으로 헤리티지를 전승하고 있었다. 


/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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