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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는 시간이 만든다

[호텔과 사람]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 스파

  • 기사입력 2023.06.25 13:00
  • 최종수정 2023.07.07 09:32
  • 기자명 문상덕 기자

지난 3월 개장한 JW 메리어트 제주는 ‘국내 첫 럭셔리 리조트’를 강조했다. 이곳을 준비한 이들에게 럭셔리는, 단순히 반짝거리는 것 그 이상이었다.

“정원 한가운데 놓인 돌 같지 않습니까?”

김덕승 JW 메리어트 제주 총지배인이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 있는 범섬을 가리키며 말했다. 호랑이가 웅크리는 듯한 형상이라고 해서 붙인 이름이지만, 첫눈에 보기엔 흔한 돌섬이었다. 김 총지배인이 리조트 앞바다를 정원으로 묘사했을 때 흔한 돌섬은 바다 정원의 백미로 다시 다가왔다.

‘국내 첫 럭셔리 리조트’ JW 메리어트 제주는 지난 3월28일 개장했다. 김 총지배인은 “애정이 있는 분들과 함께 연구하고, 기획하고, 옵션들을 토론하고 선택해서 일군 결과물”이라며 “특히 각 팀의 리더로 계신 분들은 리조트를 준비하는 2년간 함께 생활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보낸 2년은 리조트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제주의 오리지널리티를 찾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 리조트는 자신의 앞바다를 정원으로 품었다. 그 시간을 함께한 김혜란 객실부 이사는 “소수의 사람이라도 ‘이렇게까지 생각했구나’ 생각할 포인트가 있어야 진짜 럭셔리”라고 말했다.

리조트 오픈이 5주 차를 맞을 무렵, 이들을 만나 자신들만의 럭셔리를 빚어낸 지난 2년을 되짚었다.

체크인도 리추얼이어야 한다

◀  김덕승 총지배인 2014년 JW 메리어트 동대문 부총지배인으로 귀국, 2017년부터는 한국, 일본, 괌의 메리어트 운영을 총괄했다. 2020년 JW 메리어트 제주 총지배인을 맡아 리조트 개장을 이끌었다.
◀  김덕승 총지배인 2014년 JW 메리어트 동대문 부총지배인으로 귀국, 2017년부터는 한국, 일본, 괌의 메리어트 운영을 총괄했다. 2020년 JW 메리어트 제주 총지배인을 맡아 리조트 개장을 이끌었다.

김 총지배인은 끊임없이 제주를 강조했다. 직원을 뽑을 때도 “제주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 생각을 정리할 때는 리조트 근처, 과거 사무실이 있던 법환 포구를 달린다. 해 질 무렵에 맞춰서 간다는 그는 “왕복 4.5㎞ 정도 되는데, 갈 때는 노을이 보이고, 올 때는 리조트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에게 JW 메리어트 제주의 의미도 깊었다. 그는 “멤버십의 한국인 가입자가 200만명을 넘은 만큼, 이제 럭셔리 리조트에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했다”며 “저희가 성공한다면 소개할 수 있는 메리어트의 럭셔리 브랜드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굳이 일곱 시간씩 비행기 타고 발리 갈 일이 없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Q 리조트와 호텔이 뭐가 다른가? 

하드웨어가 상향 평준화되면서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호텔과 리조트는 경험이 달라야 한다. 리조트가 하나의 장치라면, 장치에 있는 모든 버튼을 눌러줘야 한다. 예를 들어 리조트에 처음 도착했을 때 느낌부터가 리조트여야 한다. 직원이 어떻게 환대하는지, 어떻게 체크인하는지, 어떻게 객실에 도착하는지의 경험이 호텔과 달라야 한다. 그런데 국내 리조트는 생략하는 버튼이 많다.

Q 이곳은 어떻게 다른가?

저희는 ‘체크인 리추얼(Ritual)’이라고 한다. 자리에 앉혀드리고, 티를 내오고, 계신 곳에서 체크인한다. 자리에 계시면 저희가 만든 메리골드 티와 우도 땅콩 초콜릿을 드린다. 그리고 탁 트인 경관을 보면서 ‘제주도 왔구나’ 느끼는 거다. 그렇게 보내는 30분부터가 리조트 경험의 시작이다. 

Q 필요한 인력과 숙련도가 만만찮겠다.

업무 프로세스가 3, 4배 늘어난다. 또 직원이 스스로 선택해야 할 것이 많다. 객실 직원인데 똑같이 티 서비스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Q 어떻게 교육하나?

모두 모여 15분간 데일리 리허설을 한다. 일종의 오케스트라다. 각각의 직원을 악기로 보고, ‘심포니 오브 서비스’를 만든다. 예를 들어 오늘의 악보, 즉 서비스 노트는 ‘고객의 시간을 존중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이것이 어떤 의미이고,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지 논의한다. 

Q 기획과 교육을 맡는 전담 팀이 있나?

그건 전통적인 관점이다. 일종의 대기업 기획팀이다. 기획팀은 실무에 가지 않는다. 출장 다니면서 다른 나라에서 잘된 걸 한국에 가져오는 식이다. 경영진도 리스크가 없으니 선호한다. 우리가 하고 싶은 건 오리지널리티다. 직원들 모두가 각자 특기를 발휘한다. 식음 담당자는 담당 업장뿐만 아니라 프론트에서 이루어지는 식음에도 참여해 기획을 하는 식이다. 

Q 직원 참여가 오리지널리티를 만드나?

우선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로컬의 오리지널리티를 잘 발굴할 수 있다. 면접 첫 질문으로 항상 ‘제주를 좋아하시냐’고 묻는다. 한 직원은 본인이 차 문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문화를 전달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 이곳에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명품 가방을 보고 왜 이렇게 비싸냐,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장인이 그걸 한 달 동안 만들었을 수 있다. 그 시간 동안 자기의 삶을 담은 거다. 우리는 그 시간을 사는 거다. 

Q 오픈 후 한 달간 잘 자리잡았나?

단골을 넘어 서포터가 되는 분들이 계시다. 거의 매주 오는 분이 계신데, 어린이날엔 직원들 고생한다고 전체 직원에게 선물을 주셨다. 이렇게 직원들의 마음까지 살피는 분은 전 호텔을 통틀어 많지 않다. 이런 분들과 함께하게 된 것이, 80%대 투숙률보다 더 값지다.

Q 성수기를 앞두고 있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객실 정비 인원을 모두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고객들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려면 모두 우리 직원으로, 메리어트 직원으로 대해드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우스맨, 룸메이드, 스튜어딩 등 직무를 모두 합쳐 70명 정도 된다. 선의가 있으면 잘될 거라고 생각한다.

반짝이는 건 럭셔리가 아니다

김혜란 객실부 이사(객실팀장) 2008년 그랜드 힐튼 서울에서 경력을 시작. 반얀트리 서울, 목시 도쿄 및 오사카(메리어트 인터내셔널),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프리 오프닝 팀에 참여했다. 
김혜란 객실부 이사(객실팀장) 2008년 그랜드 힐튼 서울에서 경력을 시작. 반얀트리 서울, 목시 도쿄 및 오사카(메리어트 인터내셔널),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프리 오프닝 팀에 참여했다. 

김 이사는 총지배인만큼이나 제주를 사랑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주에 왔고, 제주에서도 가장 즐겨 찾은 곳이 이곳 범섬 근처였다. 

Q 지난 2년간 준비 과정을 함께 해왔다.

특급 호텔은 종이 하나도 코팅해야 하고 봤을 때 반짝이게 만드는 게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런 건 특급 호텔이 아니어도 자금이 넉넉한 호텔이면 할 수 있다. 저는 소수의 사람이라도 ‘이 정도까지 신경 썼구나’ 알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 호텔이 진짜 럭셔리 호텔이라고 생각한다. 

Q 이사의 손때가 묻은 디테일을 꼽자면.

로비의 처마 조형물 위에 비둘기들이 있다. 손님들이 저기 왜 비둘기가 있는지 궁금해한다. 사실 이탈리아 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이다. 현재 리움 미술관에도 전시돼 있다. 비둘기 작품은 전 세계를 다니는 여행객을 뜻한다. 출신과 관계없이 모든 여행객을 환영한다는 뜻을 담았다.

객실에도 포인트가 많다. 양치컵을 한지로 하나하나 싸 놨다. 비닐로 포장하면 물에 젖지 않아 관리하기 좋다. 한지는 물 한 방울만 닿아도 못 쓰게 된다. 그래도 환경을 생각해 비닐을 안 썼다. 그리고 한지를 쓰면 먼지가 붙지 않기 때문에 깨끗한 느낌이 바로 든다. 

객실 미니바에도 신경 썼다. 브랜드 호텔도 보통 시판되는 제품을 주로 쓴다. 저희는 제주에 있는 다원을 돌아다니면서 ‘귤꽃차’ 같은 제품을 개발했다. 와인 글라스도 업장에서 쓰는 것을 비치했다. 레스토랑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파손이 잦은 물건이기 때문에 보통은 값싼 것을 쓴다. 

Q 오픈 초기 이슈는 없었나?

호텔이 문을 열면 1년은 정책 변화를 겪는다. 비즈니스와 서비스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다. 우리는 조식 정책이 그랬다. 컨플릭트 기간을 3개월로 예상했는데, 실제론 한 달이 안 걸렸다. 직원들이 자신감을 갖고 설명한 덕분이다. 오픈 전 시간을 갖고 여러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올드 스쿨로 돌아가고 싶었다”

◀  고준명 총주방장 2010년부터 코트야드 인 노스라이드, 웨스틴 퍼스, 피어원 시드니 하버 등 호주의 메리어트 계열 호텔에서 근무했다. 2018년 한국으로 와 JW 메리어트 동대문 헤드 셰프를 맡았다.
◀  고준명 총주방장 2010년부터 코트야드 인 노스라이드, 웨스틴 퍼스, 피어원 시드니 하버 등 호주의 메리어트 계열 호텔에서 근무했다. 2018년 한국으로 와 JW 메리어트 동대문 헤드 셰프를 맡았다.

고준명 총주방장은 호주에서 경력의 대부분을 보냈다. 그런 그를 제주로 불러들인 건 총지배인이었다. 그는 “다른 호텔은 총지배인이 재경이나 영업 쪽이 많은데, 김 총지배인은 식음 출신이었다”며 “’일반 호텔과는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갖고 합류했다”고 말했다.
 
Q 출근하기 전 계약한 밭에서 직접 수확해 온다던데. 

시장에 없는 상품, 시장에 있지만 너무 표준화된 상품을 이곳에서 가져온다. 농장은 우연히 알게 됐다. 2년 동안 오픈 준비하면서 농장과 목장, 어촌을 숱하게 다녔다. 이곳 농장주께서 여러 품종을 조금씩 키워보는 걸 좋아하셔서, 우리가 씨를 구해드리고 농장주께서 작물을 키워 납품한다.

Q 표준화돼 있다?

업체 물건은 품질이 보장된 대신에 자연스러움이 다소 떨어진다. 예를 들면 유채꽃을 주문해 받으면 유채꽃 백 송이가 다 똑같이 생겼다. 그래서 조금 못생기더라도 더 자연스러운 걸 찾으려고 했다. 진짜 자연에서 나는 걸 찾으려고 했다.

Q 농장에서 수급하는 재료는 어떤 건가?

현재 비트를 두세 가지 쓴다. 슈가 비트라고 해서 하얀색 비트가 있다. 밤 정도의 당도가 나온다. 레드 비트, 옐로우 비트도 쓴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종류가 줄긴 했다. 또 사과오이라고 해서 사과 맛이 조금 나는 새로운 품종을 도입해 보려고 준비하고 있다.

Q 왜 산지를 그렇게 찾아다녔나?

제주에 대해 알아야 했다. 사람들은 제주가 섬이니까 해산물이 풍부할 거라고 생각한다. 저도 그랬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렇지가 않더라. 상품이 획일화돼 있었다. 갈치, 옥돔 정도. 전복도 제주산보단 완도산이 많다. 해녀분들이 자연산을 캐지만, 업장에서 쓸 정도의 양은 안 나왔다. 

Q 제주 흑돼지를 재료로 쓴다. 일반 돼지와 차이가 있나?

1년 정도 먹어보니 개인적인 가설이 생겼다. 차이는 생육 기간이다. 백돼지는 3개월이면 성체가 돼서 도축한다. 반면 흑돼지는 생육 기간이 길다. 육즙이 터지는 느낌을 원하면 백돼지가 좋다. 흑돼지는 수분이 적은 대신 육향이 강하다. 가격 차이는 생육 기간의 차이일 뿐이다. 육즙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흑돼지가 실망스러울 수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느냐, 취향의 문제다.

Q 자연스러움은 셰프의 철학인가?

패스트푸드부터 파인다이닝까지 여러 업장에서 일했는데, 이곳에선 올드 스쿨로 돌아가고 싶었다. 진짜 원물을 가지고 진짜 불을 써서 조리하고 싶었다. 
요즘에는 수비드(※식재를 정확히 계산된 온도의 물로 가열해 조리하는 것)를 주로 쓴다. 

스테이크 몇 그램을 몇 분 동안, 섭씨 몇 도에 맞춰서 하면 된다는 매뉴얼이 있다. 맛이 일관되긴 하지만, 자연스럽지는 않다. 같은 한우 투 플러스라도 다 다르다. 사람이 서로 다르듯이. 원물의 특징을 최대한 살리려면 감각으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테크놀로지는 가급적 배제했다. 

/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사진 이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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