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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업의 성공적인 동업 스토리

[나민우의 제약기업 리포트]
-동업자 간 명확한 업무 분담
-동일한 목표와 방향을 보는 능력
-리더십의 다양성

  • 기사입력 2023.03.29 16:40
  • 최종수정 2023.03.30 09:33
  • 기자명 포춘코리아

어렸을 때 주변에 동업하시는 분들 얘기를 종종 들은 기억이 있다. 동업이라는 단어가 여전히 생소했을 어린 나이임에도 대부분 이야기의 끝은 사업이 망했거나 동업자 간 신의가 깨져 서로 원수가 되었다는 등의 씁쓸한 결말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내게 동업은 지금도 약간의 거부감이 남아있다.

생각해 보니 당시 주변에서 동업을 한다고 하면 작은 규모의 유통업, 동네 음식점이나 가게, 또는 소규모 제조소를 함께 운영하는 정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친인척이나 친구와의 혈연, 의리를 빌어 사업관계로 확장한 것이라고 봐야겠다. 반대로 가까운 사람들과 이미 형성된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사업거리를 찾아 동업을 시작하는 경우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순서와 방식에 상관없이 동업이 나에게 거부감을 주었던 또다른 이유는 수익배분. 동업에 수반되는 노력과 수고는 수치와 비율로 환산이 어렵다. 때문에 수익을 배분할 때나 문제 발생 시 공정한 책임 분담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 사업관계와 인간관계 모두가 깨지는 결과가 나기 마련.

이렇듯 나에게는 동업의 종말 스토리가 성공사례보다 많았고, 성공은 자수성가와 같이 오롯이 혼자만의 수고와 노력으로 성취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칼럼을 쓰면서 동업의 혜택을 폭넓게 누리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20년 제약업계에 종사하면서 재직 중인 회사를 포함해 많은 동업기업과 다양한 사업을 해 왔고, 이 과정에서 배우고 경험한 혜택이 풍성했다. 그래서 이달에는 동업의 성패를 가르는 조건들을 몇 가지 정리해 보며 좋은 사례가 되어온 기업들을 함께 소개해 보고자 한다.

글로벌 제약사들 중에는 동업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사업 규모를 이루어 온 회사들이 의외로 많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글로벌 제약기업 화이자(Pfizer)는 1849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찰스 화이자(Charles Pfizer)가 사촌인 찰스 에르하트(Charles Erhart)와 동업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화이자는 작년에 제약 기업 세계 최초로 매출 1000억 달러 (약 127조 원)이라는 기록을 달성했고, COVID-19 백신인 코미나티 (COMIRNATY)와 치료제 팍스로비드 (PAXLOVID) 두 신약은 기업 총매출 57%를 차지해 화이자가 1000억 달러를 돌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23년 포춘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으로 선정된 존슨 앤 존슨 (Johnson & Johnson)도 1886년에 로버트, 제임스, 에드워드 (Robert Johnson, James Johnson, Edward Johnson) 삼 형제의 동업으로 시작했다.

혈연 간 동업이 아닌 회사로는 아스피린 제조로 유명한 독일의 바이엘(Bayer AG)이 1863년 프리드리히 바이엘(Friedrich Bayer)과 요한 프리드리히 베스코트(Johann Friedrich Weskott) 두 친구에 의해 시작한 동업 사례. 일본 굴지의 제약기업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의 전신 산쿄 쇼텐(Sankyo Shoten)도 1899년 사업가 세 명(Matasaku Shiobara, Shotaro Nishimura, Genjiro Fukui)으로 시작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한 성공적인 사례다.

필자가 재직중인 회사와 협력관계에 있는 유럽권 원료-완제의약품 제조사들 중에는 사업초기 동업의 형태로 시작해 승계에 따른 지배구조 변화를 거치며 오히려 강력한 리더십의 재편을 이룬 경우가 많다.

지금의 회사도 이태리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친구 두 명이 시작해 현재까지 40년 넘게 공동 경영의 모범을 보여준 예다. 이러한 과정들을 가까이서 경험한 덕분에, 동업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들은 이제 동업의 형태와 방식, 발전과 승계, 분할과 합병등 관련된 분야를 공부할 만큼 흥미로운 소재가 되었다.

의기 투합한 개인들이 모여 동업하고, 나아가 기업과 기업, 기업과 기관, 기업과 개인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만들어내는 동업의 방식들은 더욱 세분화된 경영의 도구들을 통해 새로운 사업 공동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 역할들을 수행해 오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 에스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오라이온 본사
핀란드 에스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오라이온 본사

여기서 동업의 법적 정의를 잠깐 살펴보자. ‘동업기업이란 2명 이상이 금전이나 그 밖의 재산 또는 노무 등을 출자하여 공동사업을 경영하면서 발생한 이익 또는 손실을 배분받기 위하여 설립한 단체 (조세특례제한법 제100조의14 제1호)’로 명시되어 있다. 이어 ‘동업자란 동업기업의 출자자인 거주자, 비거주자, 내국법인 및 외국법인’(14 제2호)이고, 이들이 나누게 되는 배분이란 ‘동업기업의 소득금액 또는 결손금 등을 각 과세연도의 종료일에 자산의 실제 분배 여부와 관계없이 동업자의 소득금액 또는 결손금 등으로 귀속시키는 것’(14 제3호)이라 한다.

동업자 간의 배분이란 이익과 손실 모두를 나눈다는 점에서 동업계약의 필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동업이 다자간 출자를 통한 공동사업이고 이에 발생한 이윤과 손실을 상호 분배하는 것이라면, 동업자 간 지켜야 할 협업 (Collaboration)과 조정 (Coordination), 그리고 협력 (Cooperation)에 대한 이해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협업의 사전적 의미는 참여자들이 정한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지고 ‘함께’ 일하는 것이다.

반면 조정 (Coordination)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구성원 간 원활한 협조가 이루어지도록 ’조율’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협력 (Cooperation)은 동업 간 구성원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 서로에게 ‘도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동업 중에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와 저항을 만날 때 동업자들은 이 세 가지 요소의 주체로서 기민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성공적인 동업에 필요한 조건들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동업자 간 명확한 업무 분담’이다. 이태리 밀라노 외곽에 위치한 소도시 트리비아노 (Tribiano)에는 에이씨에스 돕파 (ACS Dobfar S.p.A)라는 제약 회사가 있다.

우리 회사의 주요 공급업체중 하나인데 한국에도 오래전부터 진출해 업계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회사다. 에이씨에스 돕파는 1973년 네 명의 동업자들이 각각 25% 지분투자로 설립해 올해로 창립 50주년이다.

창업주의 수가 적지 않음에도 각자의 업무를 명확히 구분해 회사가 급성장하는 시기 성장가속에 따른 부작용을 함께 극복, 사업의 규모를 이룬 예다. 현재 이 기업은 전 세계에 걸쳐 3000명의 임직원과 23개의 의약품 제조시설을 운영하며 항생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력을 쌓고 있다.

동업은 이렇게 일이 잘 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 왜냐하면 기업의 생사가 걸린 시기에 생존을 위한 본능이 결정을 주도하게 되지만, 성장과 안정기에 필요한 사업결정들은 이성과 논리를 따라 각자 준비된 동업자들의 역량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무를 분담한다는 것은 내가 맡은 일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고 동업자와 그의 업무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동업의 성공 조건은, ‘동일한 목표와 방향을 보는 능력’이다. 사업에 대한 공동 목표를 세우고 각자의 위치에서 한 방향을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개개인의 통찰력과 동업 구성원의 협력이 함께 가야 한다.

제약회사가 미래 품목을 선정할 때는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타깃 하는 질병과 질환의 트렌드를 철저히 분석한다. 제품에 대한 초기시장의 포용력, 가격에 따른 수요와 공급의 탄력성, 치료(Cure) 약물과 관리 (Treatment) 약물의 방향성, 대체 의약품 현황, 더하여 공급가의 수용 한계치등 확인해야 할 사항들은 참으로 많다.

이 외에도 공급망의 관리, 규정과 실사의 준비와 같은 변수 앞에서 동업자들의 일관된 목표와 방향성은 필수다.

좋은 예로 핀란드 제약회사 오라이온 (Orion Corporation)을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1917년 약사였던 Onni Turpeinen, Eemil Tuurala, Wikki Valkama 세 명의 동업으로 시작했고 우리 회사와는 30년 이상 깊은 사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06년 오라이온 역사 속에는 근대사를 관통하는 두 번의 세계대전 (WWI:1914~1918, WWII: 1939~1945)과 겨울전쟁 (Winter War, 1939~1940), 그리고 계속전쟁 (Continuation War, 1941~1944)이 있었다. 때마다 절실했던 의약품 개발과 생산에 몰두하며 오라이온은 성장과 변화를 거듭했고 기업의 사명과 핵심가치들은 이때 생겨났다. 오라이온의 첫 번째 핵심 가치는 ‘서로에게 감사하는 것’이라고 한다. 서로를 존중함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목표와 방향을 공유하는 것이 동업자들이 가져야 할 기본정신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마지막으로, 동업의 세 번째 성공 조건은 ‘리더십의 다양성’. 리더십이란 타고난 성품 위에 경험으로 체득 한 문제해결, 위기관리 능력, 그리고 사업 환경이라는 외부 요소들을 통해 복합적으로 형성되는 지도자적 본이다.

완벽하게 동일한 리더십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창업주가 다수인 기업 안에는 각양의 리더십이 공존하며 이를 따르는 구성원들에 의해 독특한 기업문화가 만들어진다. 단점은 창업자들간 관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직원들이 따라야 할 리더십에 대한 선택이 쉽지 않다는 점.

그만큼 조직 내에서 리더십은 조화로운 모습으로 건재할 때가 있는 반면, 충돌과 갈등의 주원인이 되어 조직의 기반을 흔드는 일들도 적지 않다. 재직 중인 파마스피어그룹 (PharmaSphere Group)의 전신인 인터켐 (Interchem)은 1981년 두 명의 동업자, Ronald Mannino, Joseph Pizza에 의해 창업되어 지금까지 공동 소유, 공동 경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이라 불리는 복제의약품 시장이 미국에 본격적으로 태동하던 80년대 초반, 원료 의약품의 수요가 내수 공급을 상회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원료들이 해외에서 수입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이민자인 이 둘은 이때를 창업 기회로 삼아 유럽산 원료들을 미국에 수입하면서 회사를 키웠다. 지금은 기존 원료 사업에 더하여 인체 및 동물 완제의약품을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종합 제약회사로 성장했다.

약학 박사인 Ronald Mannino 회장은 직원들을 세심히 살피고 회사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온화한 리더십의 소유자인 반면, 재무와 경영을 전공한 Joseph Pizza사장은 도발적이라 할 만큼 매사에 도전적이고 사업 기회를 볼 줄 아는 감각의 리더십을 소유한 사람이다. 반대인 이 둘의 리더십은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는 모든 사업 결정과 판단을 균형 있게 견제하며 서로에게 보완적 역할이 되어왔다. 따르는 직원들은 리더십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다양성에 기반해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끊임없이 구성해가고 있는 것이 이들 동업의 성공비결이라 하겠다.

새로운 일과 사람들을 경험하는 것은 나에게 기쁨이자 감사의 제목이다. 또 한 가지 좋은 것은 사업 개발이라는 일을 통해 배우고 깨닫는 것들이 점점 쌓여 간다는 것이다. 한국기업의 사업개발 과정이 뼈대를 세워 살을 붙여감으로 만들어내는 점토작품과 같다면, 미국기업의 사업개발은 마치 큰 바위를 골라 깎아내는 과정을 통해 잠재된 조각작품을 발견해 내는 방식이란 생각이 든다.

앞서 소개한 여러 동업의 케이스들을 우리 기업들에게 적용하려면 먼저 우리에게 맞는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동업의 선례가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 제약업계에도 10여 년 전부터 바이오 스타트업 붐이 일었고 벤처기업의 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이중에는 동업으로 시작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드러낼 강력한 기업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동업의 틀 안에서 그동안 내재되었던 가능성을 발견해 내고, 글로벌 제약사로 돋움 할 공동의 리더십을 기업의 문화와 가치로서 잘 표현해 내기를 바란다. 그렇게 될 때 이들을 통해 축적된 경험들은 차세대 제약바이오 주자들에게 값진 유산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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