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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우의 제약기업 리포트] 미국 식약처(US FDA) 실사 이렇게 준비하라

FDA 실사를 앞둔 한국 제약기업들을 위한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

  • 기사입력 2023.06.07 16:52
  • 기자명 포춘코리아

미국 FDA 실사를 성공적으로 통과하기 위해 준비하고 대응하는 일은 우리 제약기업에 큰 성장의 기회가 되지만 이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고충과 한계로 인한 부담감도 상당하다. 필자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파견 주재원으로 8년 동안 서울에서 일했고 이 과정을 비교적 가까이서 경험했다. 이 기간 합성 기반의 의약품 원료와 완제품 제조사, 위탁생산업체와 의료기기, 그리고 동물의약품 제조업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과 미국 진출을 위한 협력 사업을 추진했다. 이때 시작된 사업 프로젝트 중 본사로 귀임한 이후에도 진행하고 있는 일도 많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cGMP (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s) 예비실사를 수익사업으로 운영하며 국내 유수의 제약회사와 20여 건 이상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때 전직 미국 FDA 실사관 그리고 의약품 인허가(Regulatory Affairs) 담당자로 구성된 본사 동료들과 함께 국내 제약기업들의 제조시설을 방문했던 경험, 그리고 이때 맺은 현지 전문가들과의 관계는 필자에게 있어 지금도 큰 자산이다.

실사대비와 같은 기술 컨설팅 사업은 제조설비와 생산공정에 대한 이해,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로 불리는 규정 준수와 검증, 그리고 수많은 문서의 관리감독 등 그 업무의 범위는 실로 방대하다. 예비실사를 받는 업체 쪽에서도 준비작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실사가 진행되는 며칠간은 양쪽 모두 팽팽한 긴장과 탄력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술적인 이해와 규정의 범위를 좁혀가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는데, 바로 문화적인 차이로 발생하는 실사자와 업체 간 소통의 간극이다. 그래서 문화적 관점으로 실사의 성격과 방식을 이해하고, 실제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실사 시 최적화된 소통방법을 몇 가지 짚어 보고자 한다.

먼저 미국 FDA 실사에 대해 살펴보자. 하나의 의약품이 시장에서 출시되기 위해서는 국가별 요구사항에 맞게 의약품 승인절차를 모두 마치고 해당 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주요 검증절차 중 하나가 ‘제조처 실사(Facility Inspection)’다. 제조처 실사는 한 나라의 공중 보건을 담당하는 우리나라 식약처(MFDS,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또는 미국 FDA(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와 같은 기관에서 실사관을 해당 제조 시설로 파견해 품질 관리 규정 준수하에 약품을 시험하고 제조하고 있는지, 이때 축적되는 데이터 또한 엄격히 관리되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필수적인 절차다.

2019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기존 현장 실사(Onsite Inspection)가 불가능해지면서, 소위 ‘가상 실사(Virtual Inspection)’ 로 알려진 IT 기반의 비대면 실사를 골자로 하는 RIE(Remote Interactive Evaluations) 가이던스를 작년 미국 FDA에서 발표했고 현재 시행 중이다.

실사의 형태와 방식은 이렇게 환경과 여건에 따라 변해 왔지만 생산관리 및 품질기준 준수, 그리고 관리되는 데이터의 무결성(Data Integrity)등 암석의 기초와도 같은 근본적인 내용들은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실사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제조 품질 관리기준인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s)와 의약품 국제조화 회의, ICH(The International Council for Harmonisation of Technical Requirements for Pharmaceuticals for Human Use)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실사 준비 업체들의 입장에서 표면상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 기관 실사의 집행 과정을 가까이서 보면 생산되는 의약품의 종류와 특성, 제조소 형태와 유형, 실사의 목적과 방식, 더 나아가 실사관의 업무 배경과 심지어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미리 확인하고 준비할 사항이 많다.

서울 근무 당시 예비실사 의뢰업체들은 대부분 미국 FDA 실사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업체별로 운영방식에 대한 기본적인 평가와 분석 후 향후 FDA 실사 대응에 필요할 실무적인 내용들을 지원해 주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생산 및 분석장비와 관련된 기술적인 내용이나 작업자 교육, 그리고 표준작업 지침서라 불리는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를 확인하고 검증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나아가 실제 실사를 받는 상황을 재현하고 이때 발생 가능한 변수들을 고려해 적절한 답변과 전문가다운 태도를 실무자들 스스로 훈련할 수 있게 지도했다. 미국 FDA 실사와 마찬가지로 예비실사의 상당 부분은 실사자와 피 실사자간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실사관의 질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적절한 답변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참으로 많이 경험했다.

처음 이러한 상황을 접할 때는 전문 지식이나 보완자료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나, 오히려 많은 경우 질문의 의도를 온전히 파악하지 못해 발생하는 소통의 문제였다. 컨설팅으로 업체를 방문한 경우에는 따로 시간을 내서라도 담당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면서 원하는 답변을 얻을 수 있지만, 실제 기관에서 주관하는 실사에는 한 번의 답변이 그대로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모든 형태의 소통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 예로, 실사자가 의약품 주원료의 시약 칭량(Sample weighing) 과정을 시연해 보라고 하면 문서 규정에 있는 내용을 토대로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아 제시하는게 일반적이다. 틀린 답변은 아니지만 질문의 의도는 올바른 시약 칭량법이 실제 제조 공정에서 미치게 될 영향을 미리 인지하고 업무에 임하는지를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우회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결국 시약 칭량이라는 업무 하나에 대한 개별적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답변이 가진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이를 수행하는 작업자들이 가지고 있는 제조 품질 관리기준에 대한 기본적 이해도와 수행방법을 총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실사자와 피 실사자의 마음가짐에서 오는 차이다. 실사를 대하는 입장에서도 우리는 실사를 대부분 ‘받는다’라는 수동적 표현을 쓰지만, 영미권에서는 실사를 ‘수행한다(Carry out / Conduct)’로 능동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볼 때 실사의 주체가 실사자라고 생각하는 것과 주체가 실사를 대하는 자신으로 생각하는 관점의 차이로 볼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실사자가 물어보는 질문에 머뭇거리지 않고 정확하게 대답하는 것이 성패의 관건이 되고, 그래서 가급적 질문이나 의견 등을 실사관에게 제시하는 일들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실사관은 이를 소극적인 실사 태도로 인식하기도 하는데, “이들이 나에게 무엇인가 감추어야 할 내용들이 있겠구나”라는 의구심이 생겨 실사는 더욱 까다로운 상황을 맞기도 한다.

이와 유사한 상황들을 종종 접하며, 전직 FDA 실사관이었던 동료에게 실사자의 마음가짐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대답은 이랬다. “우리는 실사를 하기 전 업체로부터 확인해야 할 모든 항목이 YES가 아닌 NO라고 간주하고 간다. 대상 업체는 cGMP, 즉 제조 품질 준수 규정을 따르지 않고 있으며, 이를 준수해 생산과 시험, 그리고 기록에 임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런데 실제 실사를 하면서 내가 NO라고 했던 것이 틀렸구나라고 수정해 가면서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을 하나씩 내려놓는 것이 우리의 실사 방식이다”라고 귀띔해 주었다. 이 말은 실사를 받는 사람들이 무엇인가 적극적으로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FDA 실사는 근본적으로 통과가 어려운 것으로 이해가 된다. 그래서 실사관이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업체들의 논리를 통해 스스로 검증하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실사를 받는 사람보다 수행하는 실사관의 부담과 스트레스가 더욱 큰 것이다.

마지막 한 가지는 규정에 대한 이해와 대응방식의 차이. 우리에게 익숙한 규정과 작업지침은 해야 할 항목과 따라야 할 기준들을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를 다 이행하면 소위 ‘만점’이고 혹시 놓친 부분들이 있다면 감점이 되는, 어찌 보면 편리한 시스템이다. 그래서 작업 지침서를 보면 상당히 자세하고 친절하기까지 하다. 하라는 것을 다 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다. 일을 하면서 국내 업체로부터 많이 접하는 질문인데, “미국 실사관은 뭘 하라고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는 것이다. FDA에서 발행하는 수많은 안내문과 가이드라인을 보면, 기본이 되는 사항들에 대한 개요와 사용 목적, 그리고 금지하고 있는 행위에 대한 논리와 근거에 관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작업 지침서도 이에 맞추어 작성하는 것이 까다로울 수 있으나 바람직하다. 국내업체들이 했던 질문의 답으로 돌아가자면 “하지 말라는 것을 빼고는 모두 해도 된다”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하는 행위에 논리가 있으면 된다. 유사한 예로 미국의 교통 법규가 그렇고, 대학의 학과목 커리큘럼이 그렇다. 유턴 표지가 있는 곳에서만 유턴을 하는 한국과 달리 유턴 불가 표지가 있지 않은 곳에서는 유턴이 가능한 차이, A를 받기 위해 채워야 하는 항목보다 F를 받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미리 알려주는 차이로 보면 어떨까 한다. 이를 필자는 서로 다른 문화적 이해에서 오는 오해이며 우리가 사전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본다.

2017년과 2018년은 FDA 실사 측면에서 우리 기업들에게는 암흑과도 같은 시기였다. 2018년 한 해동안 미국 FDA에서 발행한 총 9개의 수입 경고조치(Import Alert) 중 8개가 한국에 있는 제조시설이었다. 실제 미국 FDA로부터 실사를 받는 중에 지적사항이 발견되면 Form 483이라는 공식 보고서가 발행되고 제조사는 이를 FDA로부터 통보받는다. 이 보고서를 받으면 15일 내로 소명을 하고 시정 방법을 FDA에 잘 제시하면 해당 실사는 통과된다. 그런데 대응 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소명 자체가 없는 경우, 또 나아가 지적사항 중 중대한 사안이 발견된 경우는 상위 조치인 경고장(Warning Letter) 이 발부된다. 이 역시 15일 내로 소명을 하고 시정방침을 제출하는 경우 실사가 통과되기도 한다. 이보다 더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는 수입 경고(Import Alert) 조치가 내려지는데, 이렇게 되면 해당 제조처에서 생산되는 약품은 수년간 미국으로 수출할 수 없게 된다.

수입 경고조치를 받은 8개 기업 중 다행히 필자의 회사와 컨설팅 계약을 했던 업체는 없었지만, 충격적인 뉴스였다. 의약품 제조소뿐 아니라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그리고 화장품 제조업체들을 포함한 포괄적인 조치였다. 제조 품질 및 관리시스템에 대한 지속적인 도전과 검증이 없이는 미국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K-뷰티와 같은 고속 성장 산업군도 하루아침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FDA 실사는 한 업체를 향한 총괄적 평가인 동시에 기본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FDA 실사는 결국 한 기업의 문화를 평가한다. 문화 안에 최종 소비자인 환자를 향한 존중과 매너가 있는지, 품질을 지켜내는 책임의 매트릭스가 조직 안에 존재하며 이를 실사라는 ‘공연’을 통해 증명하고 스스로 확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사 통과에 안주하는 기업은 하수다. cGMP는 항상 다이내믹해야 하고, 지속적이며, 도전적 기업의 구체적인 활동이자 사업 방향이며 나아가 기업윤리임을 인식하는 고수가 되자. 그래야 FDA 실사 통과가 새로운 출발선이 되는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스토리를 모두 알 것이다. 다윗이 골리앗을 죽임으로 극적인 승리를 이끌어 내자 그의 형제와 부하들도 이어진 전투에서 골리앗과 같은 장수를 모두 물리치며 승리를 맞는다. 첫 승리가 중요하고 첫 실사가 중요하고 첫 만남이 중요하다. 이것이 습관과 모범이 되고 나아가 결국 문화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고 이어령 박사님 생전의 인터뷰 내용을 책으로 엮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후반부에는 ‘새벽에 가장 먼저 머리를 쳐드는 새, 부지런함이 아닌 예민함’이란 소제목의 글이 있다. 새벽을 깨우는 새는 결국 한 마리이고 날아가다 각도를 트는 새도 한 마리라는 사실과 함께 용기 있는 예민함에 대해 표현해 주신 글이다. 우리 제약기업에게 이 용기 있는 예민함을 제안한다. 혁신신약, 백신주권, 제약강국 등의 표어로 우리는 미래의 정체성을 이미 정해 놓았다. 이제는 머리를 들어 새벽을 깨우고, 방향을 틀어 목표와 길을 동시에 볼 때다. 이 시각과 관점으로 FDA 실사를 능동적으로 준비하며 우리 제약기업의 출발선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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