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메타 ‘원맨쇼’ XR시장에 빅테크 속속 참전…관건은?

XR시장에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참전하며 본격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 기사입력 2024.03.27 17:28
  • 기자명 이세연 기자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WHY? 많은 전문가들이 XR기기가 궁극적으로는 '제2의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기대 대비 조악하다'는 지적에 외면받았던 확장현실(XR)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빅테크들이 너도나도 XR 사업에 뛰어든 것.

조주완 LG전자 CEO는 2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XR사업 본격화를 예고했다. 조주완 CEO는 "빅테크 기업인 메타와 XR 헤드셋을 개발 중이다. 추후 다른 기업과의 협업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XR사업 핵심 파트너사인 메타와 지난 2년간 메타버스 영역에서 협력을 이어왔다. 지난달 28일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방한해 조주완 CEO, 권봉석 LG전자 부회장(COO) 등과 차세대 XR 디바이스 협업 방향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이날 조주완 CEO는 메타의 MR 헤드셋 '메타 퀘스트3'와 스마트글라스 '레이밴 메타'를 직접 착용해 보며 관심 있게 살피고, XR기기·콘텐츠·서비스 플랫폼 등에서 양 사가 어떻게 시너지를 낼 것인지 이야기했다.

LG전자는 XR에 '진심'이다. 수년 전부터 CSO 산하에 XR 조직을 두고 사업화를 검토했고,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HE사업본부 산하에 XR 사업 담당을 신설하고 XR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도 구글, 퀄컴과 손을 잡고 XR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XR기기의 운영체제(OS)는 구글이, 칩은 퀄컴이 제공하고 제품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방식이다. 예상 출시 기대 시점은 올해 말이다.

◆ 빅테크가 움직이는 XR시장

지금까지 XR시장은 메타의 '원맨쇼'로 숨을 붙이고 있었다. 기술력은 부족한 반면 가격은 높고, 관련 콘텐츠 수가 적어서다. 메타의 글로벌 XR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하지만 애플이 지난해 6월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23)에서 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공개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비전 프로는 애플이 (2015년 애플 워치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이다. 스마트폰 수요가 둔화되면서 사업을 다각화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치인) 약 11억 4200만 대로, 직전년 대비 5% 감소했다.

동시에 애플에 스마트폰용 패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의 부품 실적도 함께 떨어지면서 새로운 수요처를 발굴할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LG이노텍은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는다.

이들에게도 XR사업은 최고의 차세대 먹거리이다. 특히 XR기기의 디스플레이는 원가 비중이 높아 수익성도 강화할 수 있다.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가 발간한 'XR 디스플레이 시장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XR기기에는 고가의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며, 특히 MR에는 여러 개의 패널이 사용된다.

애플의 비전 프로는 디스플레이가 전체 원가의 34.1%를 차지한다. 기기의 심장부라 불리는 시스템온칩(SoC, 15.6%)의 약 2배에 달한다. 소니 'PS VR2'의 디스플레이 비중은 29.6%, 메타 퀘스트 2는 약 17.6%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5월 미국 디스플레이 업체 이매진을 약 2억 18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매진의 '다이렉트 패터닝(dPd)' 기술이 기존의 백색 올레드 디스플레이보다 낮은 전력으로 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어 XR산업 선두 기술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은 그간 애플 비전 프로에 독점 공급해오던 '3D 센싱 모듈' 기술을 메타의 XR기기에도 탑재할 전망이다. 3D 센싱 모듈은 피사체를 향해 발사한 빛이 튕겨져 돌아오는 시간을 거리로 측정해 사물의 입체감과 공간정보, 움직임 등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XR 헤드셋 센싱 모듈 시장 규모는 2030년 4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XR기기 수요도 기존 매니아층에서 일반 대중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김성진 산업연구원(KIET) 신산업실 연구원은 "(1세대 기기인) 메타의 '오큘러스 퀘스트'는 게임 콘텐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매니아층에게 수요가 강했다면, 이번 애플이 출시한 비전 프로는 공간 컴퓨팅을 지향해 (단순 게임 콘텐츠를 넘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며 "따라서 기존 애플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넘어올 수 있는 '생태계의 확장'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 덕분에 XR기기에 대한 관심이 매니아층에서 일반 대중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XR 시장은 2022년 약 138억 달러 규모에서 2026년 약 509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32%이다. 또 글로벌 XR기기 출하량은 2022년 1800만 대서 2025년 1억 1000만 대, 2030년 10억 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 XR기기 시장은 '장거리 달리기'

신사업인 만큼 XR기기는 (불편한 착용감, 사이버 멀미 등) 개선해야 할 점이 차고 넘친다. XR시장에 빅테크의 이름만 가득한 것도 막대한 자본력과 까다로운 기술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 기기가 상용화될 때까지 수익을 크게 벌어들일 수 없어 '장거리 투자'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애플이 야심 차게 출시한 비전 프로도 물리적 한계를 피해 갈 수 없었다. 3500달러라는 고가에도 사전 예약 20만 대를 돌파했던 비전 프로는 이내 '환불 러시'가 발생했다. 미국 IT 매체 더 버지는 지난달 "초기 구매자들의 환불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구매자들과 비전 프로의 '허니문'이 끝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비전 프로의 올해 판매량이 40~50만 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인은 불편한 착용감 때문이다. 비전 프로의 무게는 약 650g으로, 무게가 부담스럽다는 평가가 많았던 메타 퀘스트3(약 510g)보다 20% 더 무겁다. 더욱이 전면 디스플레이에 무게 균형이 쏠려있어 20분 이상 사용하면 안면에 상당한 압박감이 가해진다. 또 디스플레이 눈부심이 심하고, 시야각이 좁아 사용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신체에 밀착할수록 기술 난도는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사이버 멀미'가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된다. 눈에 가까울수록 디스플레이의 PPI(픽셀 집적도)가 높아야 사이버 멀미를 방지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최소 4000~5000PPI를 구현할 것을 요구하나, 개발 난이도가 높아 아직 3000PPI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비전 프로는 3391PPI이다.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XR 디스플레이 시장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00PPI를 넘기려면 픽셀 크기가 100㎕(마이크로리터) 이하인 Micro 디스플레이를 사용해야 한다. Micro 디스플레이는 대각선 2인치 이하의 소형 디스플레이에 수천 PPI 수준의 높은 픽셀 집적도를 갖춘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디스플레이 크기는 작지만, 수십에서 수백 배 확대한 화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가격과 수명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계가 존재한다.

한상열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XR기기를 사용할 때 영상의 잔상을 뇌가 쫓아가지 못해 멀미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전환의 변화를 체감할 수 없을 만큼 프레임이 촘촘하게 구성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빅테크들이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XR산업은 자본력과 기술력이 있어야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XR기기가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변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제2의 스마트폰'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크 저커버그 CEO도 "가벼운 형태의 AI 글래스를 만드는 것은 안경테에 슈퍼컴퓨터를 집어넣는 것과 비슷한 기술력이 요구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상용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당장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애플 비전 프로의 경우에도 당장 대중화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일단 개발자들을 모아 시장을 개척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상열 선임연구원은 "향후 XR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빅테크 기업들이 '사전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포춘코리아 이세연 기자 mvdirector@fortunekorea.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