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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정거장①] 미국 액시엄과 우주사업 진출하는 보령

2022년 1월 보령제약은 사명을 ‘보령’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우주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본격 선언했다.

  • 기사입력 2024.03.27 06:00
  • 최종수정 2024.03.27 17:30
  • 기자명 조용탁 칼럼니스트
미국의 액시엄스페이스가 준비 중인 우주정거장의 이미지. [사진=보령그룹]
미국의 액시엄스페이스가 준비 중인 우주정거장의 이미지. [사진=보령그룹]

 

‘보령은 이제 우주기업인가, 기존 제약 사업은 어떻게 진행하는가.’ 최근 보령그룹 내외부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이다.

2022년 1월 보령제약은 사명을 ‘보령’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우주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본격 선언했다. 변화를 주도한 이는 오너 3세인 김정균 보령 대표다. 김승호 창업자의 손자인 김 대표는 2014년 보령제약에 입사해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2019년 보령홀딩스 대표로 승진하며 보령의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제약 회사 대표가 어떤 계기로 우주에 주목하며 투자를 시작했는지 궁금했다. 보령 관계자는 2018년 미국 NASA의 존슨 센터 방문 당시의 일화를 설명했다.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재착지에 성공한 직후의 방문이었다. 우주 기술력에 큰 인상을 받은 김 대표는 NASA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질문을 한다.

“우주에 아픈 사람을 보낼 수 있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김 대표는 스페이스X가 우주 접근 비용을 20분의 1로 낮춘 점에 주목했다. 더 많은 기업들이 우주로 향할 것이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것임을 느껴서다. 이미 글로벌 제약 기업들은 우주에서 신약 개발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보령의 제약 경험을 살려 인류 건강에 기여한다면 기업의 철학을 이어가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다. 가능성을 본 김 대표는 우주사업 진출을 결심했다.

 

2023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보령-액시엄 스페이스 JV 설립 계약 체결식. 왼쪽에서 두 번째 인물이 김정균 보령 대표. [사진=보령그룹 제공]
2023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보령-액시엄 스페이스 JV 설립 계약 체결식. 왼쪽에서 두 번째 인물이 김정균 보령 대표. [사진=보령그룹 제공]

 

대표적인 행보가 미국의 우주정거장 기업 액시엄스페이스 투자다. 보령은 2022년 2월 1000만 달러를 투자해 액시엄스페이스 지분 0.4%를 취득한다. 2023년 4월 액시엄스페이스와 조인트벤처(JV) 설립 계약을 체결했고, 12월에는 5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하며 지분율을 2.7%로 높였다. 지난 1월에는 액시엄스페이스와 합작 법인인 ‘브렉스스페이스’를 출범하면서 우주사업을 본격화한다. 법인은 보령과 액시엄이 각각 51대 49 비율로 출자했다. 보령은 지구 저궤도에서 액시엄의 기술과 우주정거장 인프라를 활용한 모든 사업의 국내 독점권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업 우선권을 갖는다. 보령 관계자는 “우주정거장 내 연구·실험 플랫폼 서비스, 한국인 유인 우주 개발 프로젝트, 우주정거장 모듈 공동 개발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령과 우주정거장 기업과의 파트너십은 우주기업 투자를 진행하던 중 맺어졌다. 2022년 보령은 우주 관련 기업과 연구자들과 함께하는 의미 있는 사업을 구상했다. 그리고 2022년 ‘케어인스페이스(Care In Space)’ 챌린지를 시작한다. 6개 기업을 발굴해 각각 10만 달러씩 투자를 진행했다. 2023년에는 명칭을 휴먼인스페이스(Humans In Space)로 바꾸고 규모를 확대해 미국 최대 우주산업 콘퍼런스인 ASCEND로 장소를 옮긴다. 2023년 10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SCEND에는 NASA와 스페이스X, 액시엄, 메사추세츠공대(MIT) 등의 기관들이 참가했다.

우주산업에 눈을 돌린 보령은 우주기업에 전문으로 펀딩을 하는 글로벌 기업과 접촉을 한다. 이들이 미국에서 주목받는 우주정거장 스타트업 액시엄을 소개해주며 인연이 시작된다. 2022년 당시 액시엄은 미국 투자 기업은 물론 NASA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유망 기업이었다. 보령은 타당성 검토를 시작하고, 액시엄도 보령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가능성을 믿어주는 한국 기업을 통해 한국 시장과 아시아 우주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양사의 파트너십은 지금 순항 중이다. 액시엄은 NASA의 2차 투자를 받았고, 지금은 3차 투자를 앞두고 있다. 지난 연말엔 3억 달러 규모의 펀딩도 투자 기관으로부터 유치했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2031년 보령은 액시엄 우주정거장에서 한국 관련 사업권을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이 우주정거장으로 향하는 직행 사용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관련 사업을 맡을 회사가 1월에 설립한 브렉스스페이스다.

지금 우주에는 두 개의 우주정거장이 있다. 하나2030년 이후 퇴역할 예정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이 2022년부터 운영 중인 텐궁 정거장이다. 러시아는 2027년을 목표로 자체 우주정거장을 준비할 계획이고, 미국은 ISS 퇴역 이후 사용할 민간 우주정거장 3~4개를 띄우려 한다. 그중 하나가 액시엄 우주정거장이다.

보령이 투자를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ISS에는 미국과 유럽의 수요를 감당 못할 정도로 많은 사용 희망자들이 대기 중이다. 아직 궤도에 오르지도 않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차세대 우주정거장에 투자를 진행하며 사용권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3년 10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 최대 규모 우주산업 콘퍼런스 ASCEND 오프닝 세션에서 개막 연설하는 김정균 주식회사 보령 대표.  [사진=보령그룹 제공]
2023년 10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 최대 규모 우주산업 콘퍼런스 ASCEND 오프닝 세션에서 개막 연설하는 김정균 주식회사 보령 대표.  [사진=보령그룹 제공]

 

보령의 우주 진출은 국내 기업들에도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 한국은 우주청을 신설하며 우주 역량 강화를 노리는 중이다. 많은 기업들이 발사체와 인공위성 관련 기술 투자에 나섰다. 우주 탐사와 연구에 핵심으로 꼽히는 우주정거장에 투자한 기업은 보령이 유일하다. 한국의 우주생태계에 다양성을 불어넣는 데 보령이 기여한 셈이다. 보령은 우주정거장에서 연구를 희망하는 국내 연구기관과 기업들에게 장소를 제공하고, 이들과 함께 실험을 진행할 기회를 만들 계획이다.

보령은 우주와 관련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접촉 중이다. 지난 12월 달 착륙에 성공한 미국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Intuitive Machines)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달 프로젝트를 공동 논의 중이다. 우주정거장을 확보한 다음 단계는 달로 연결된다. 지구나 우주와는 또 다른 환경에서 다양한 연구와 실험이 가능하다.

다시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보령은 어떤 회사일까? 보령이 우주에 투자를 진행 중이지만, 매출 대부분은 여전히 제약에서 나온다. 보령은 2023년 전년 대비 13% 늘어난 8,59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20.61% 늘어난 682억여 원을 기록했다. 기존 제약 라인을 강화했고, 특허가 지난 글로벌 의약품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국내에 공급하는 전략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

보령 관계자는 “우리는 보령을 단순한 제약 기업도, 우주기업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말했다. “보령은 인류의 건강을 위해서 필요한 일을 하는 기업이다. 앞으로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더라도 우리의 중심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게 김 대표께서 자주 설명하시는 보령의 정체성이다.”

조용탁 칼럼니스트 ytchogogo@gmail.com

 

[알립니다] 보령 측 요청에 따라 “앞으로 우주 외에도 또 다른 분야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는 문구를 수정(삭제)했습니다. 보령 측은 “이 부분은 현재 검토 중이지 않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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